〈 46화 〉 기어오는 혼돈(4)
* * *
"응 츄웁 으응 "
에린델과 비렌데가 기절해 있는 사이 갑자기 시작된 세키돌과의 정사. 어느새 세키돌도 내가 당황스러울 정도로 키스에 능숙해졌다.
"어느새 이렇게 키스를 잘하게 된 거야?"
"다 대장님이 가르쳐준 거잖아. 츕 츄웁."
'아니, 난 가르친 적이 없어. 그냥 네가 너무 재능이 넘치는거라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세키돌이 날 잡아먹을 듯이 깊은 키스를 하는 바람에 속으로만 생각할 뿐이었다.
"푸하 대장님 입술 맛있어."
"너, 오늘따라 너무 적극적인데 무슨일이야?"
"그치만 요새 대장님이 야한 짓을 안 해줬는걸."
"어쩔 수 없잖아. 전쟁 중이니까."
"다른 사람하고 한 건 아니고?"
아니라고 즉답해야 했는데, 망설였다. 사실 피그리티와 섹스를 하긴 했었다. 들키진 않았을 텐데. 인형 주제에 여자의 감이 있는 건가?
"아, 아니야 그럴 리가 없잖아."
"아무튼, 치사해. 이렇게 기분 좋은 걸 알게 해놓고 매일 안 해주는 건 너무한 거라구."
세키돌은 그렇게 말하곤 내 위로 올라타 하반신에 엉덩이를 비벼댔다.
"벌써 엄청 단단해져 있네? 대장님도 하고 싶었구나?"
"그야 그렇지."
당연히 매일 섹스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필요 이상은 하지 않으려고 했을 뿐. 게다가 비렌데와 에린델도 있으니 눈치를 볼수밖에 없고.
세키돌이 내 바지를 내리고 페니스를 입에 물었다.
"하웁, 츄릅 츕 마히허."
"큭 맛있다는 건 알겠는데, 입에 물고 말하지 마."
세키돌의 진한 키스와 엉덩이 비비기 덕에 많이 달아올랐었는지, 나는 상당히 예민한 상태였다.
그녀의 부드러운 혀와 강한 입의 압력이 오늘따라 자극적으로 느껴졌다.
"응 츕, 츄릅"
그렇게 한참을 내 걸 강하게 빨아대던 세키돌이 입을 떼고 말했다.
"하우, 대장님 입으로 가게 하고 싶었는데 못 참겠어."
스스로 옷을 벗더니 내 성기를 잡고 바로 자신의 질에 삽입하는 세키돌.
"으읏 역시 대장님 거, 너무 커."
"그래서 싫어?"
"아니, 너무 좋아 하으읏!"
내 위에서 그대로 허리를 흔들어 대는 세키돌. 분명 그녀와는 여성상위로 한 적은 없었다. 처음인 것 치고는 상당한 허리 놀림.
"너, 이런 건 어디서 배운 거야, 너무 능숙하잖아 큭."
"하읏 비렌데 언니가 하는 걸 봤어, 기분 좋아 보이더라구."
세키돌의 쫀득쫀득한 보지 조임에 사정감이 치밀어 올랐다.
"하읏, 하으읏, 이렇게 하면 좋아 대장님?"
안 그래도 사정감이 올라오는 중이었는데, 세키돌은 내 자지의 뿌리 끝까지 박았다, 귀두까지 빼고 다시 박기를 반복했다.
덕분에 성기의 성감대 모두가 그녀의 질 내에 비벼지면서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자, 잠깐 세키돌 금방 쌀 거 같아. 조금만 천천히."
"읏 괜찮아, 대장님. 하윽 잔뜩 싸도 돼."
그녀는 오히려 상하운동을 더 빠르게 했다. 가만히 있어도 기분 좋을 만한 조임을 가진 그녀가 빠른 속도로 움직여대니 당장이라도 쌀 것 같아졌다.
그 와중에 들려선 안 될 목소리가 들렸다.
"십인장, 돌아왔다고 들었어. 왜 바로 보고를 하러 오지 않은 거야."
아뿔싸, 리스티앙의 목소리였다. 있었던 일에 대해 보고부터 해야 했는데, 내가 가지 않으니 그녀가 찾아온 모양이었다.
막사 입구를 손으로 열고 들어오는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앗, 미안하네. 바쁜 와중이었군."
나와 세키돌이 하고 있는걸 본 그녀는 얼굴이 빨개진 채로 황급히 막사 밖으로 나갔다.
'젠장 앞으로 얼굴을 어떻게 보라고 이런 걸 걸리냐.'
리스티앙 얼굴을 보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졌지만, 세키돌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허리를 움직여댔다.
"하읏, 하윽, 대장님 좋아, 나도 갈 거 같아 하으으응 !"
쫀득한 보지 조임, 귀여운 얼굴과 신음소리, 격렬한 허리 놀림까지 모든 삼박자가 맞아 떨어져 엄청난 시너지를 낸다.
"으윽"
마음이 심란했는데도, 쌀 수는 있다는 걸 배웠다.
"내가 호랑이 새끼를 키웠구나."
"으응? 뭐라고, 대장님?"
"아니야 기분 좋았어."
"헤헤, 나도, 너무 좋았어. 쪽."
질 내에 내 정액을 가득 담은 채로 웃고 있는 세키돌. 아무것도 모르던 녀석을 섹스기계로 만든 것 같다. 볼 뽀뽀를 받으며 묘한 배덕감을 느꼈다.
****
'아, 망할. 못 들어가겠네.'
나는 리스티앙이 있는 지휘 막사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고 있었다. 게이트와 루시페르에 관한 것 그리고 앞으로의 대해 얘기를 해야 하는데, 아까 세키돌과의 섹스를 걸린 것 때문에 리스티앙의 얼굴을 보기가 민망했다.
그렇게 계속 들어가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병사가 내게 말을 걸었다.
"오, 전생자님 아니십니까. 여기서 뭐하십니까?"
쓸데없이 우렁찬 목소리. 아, 이건 분명 안까지 들렸다.
"아, 회의할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하하."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이젠 어쩔 수 없다.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왜 저희한테 존댓말을 하십니까?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아 저는 원래 초면에 말을 잘 안 놓는 편이라서 요. 군인이 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아직 이게 편하네요."
"그렇군요. 뭐 점차 익숙해지시겠죠."
"그럼 전 이만 회의하러 들어가 보겠습니다."
"예, 수고하십시오! 충성!"
이곳에 오기 전 동방예의지국에서 이십년 넘게 살아왔기에, 나보다 10살 이상은 많아 보이는 사람에게 쉽사리 반말이 나오지 않았다. 앞으로는 변해야겠지만.
"리스티앙님 계십니까. 강단백입니다."
대답이 없어 막사를 살짝 들춰봤더니 그녀가 무언가를 읽고 있었다. 부관은 보이지 않았다.
"지금 바쁘십니까?"
"아, 잠깐 급한 파발이 와서 읽고있었어. 다 읽었으니 바쁜 건 아니야.
다행히 대답해주는 그녀의 표정은 평소와 같았다.
"저희가 떠나고 마왕군이 상당히 몰려왔던 모양입니다. 아까보니 부상자도 많은거 같던데."
"상당히 몰려왔었지. 병사들도 많이 잃었고, 실력자인 안드레아 부관도 꽤 다쳤어. 마법사의 탑에서 지원이 오지 않았다면 수비하기 어려웠을 거야.
"리스티앙님은 괜찮으십니까?"
"물론, 내 입으로 말하면 조금 부끄럽지만 난 강하니까. 타고난 가호 덕분에 잘 다치지 않아."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확실히 그녀의 얼굴은 멀쩡했고, 몸에도 붕대 하나 두르지 않은 상태였다.
"그나저나 게이트는 어떻게 된 건가?"
"부쉈습니다. 상당히 어려웠지만 말이죠."
"오! 역시 대단해. 마왕군의 공격이 갑자기 멈춰서 예상은 했다만 정말 부쉈을 줄이야."
"루시페르도 없앴습니다."
"뭐라고?!"
그녀가 화들짝 놀라며 벌떡 일어났다. 이 정도로 감정을 노출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거의 죽을뻔하긴 했지만, 전력을 다해서 싸웠습니다."
"군단장을 죽였다니 전설은 거짓말이 아니었나."
핌베르트 왕국민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다던 전생자의 전설. 그녀는 그걸 떠올린듯하다.
"고마워, 덕분에 이 절망적인 전쟁에도 희망이 보이는군."
"제가 마왕만 죽인다면 다들 평화롭게 살 수 있겠죠?"
"물론이야, 하지만 마왕은 커녕 사천왕을 상대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지."
"그들이 그렇게 강합니까?"
"사실, 사천왕이 얼마나 강한지는 몰라. 그들이 전장에 직접 나선 적이 없기에 아무도 상대한 적이 없거든."
"그런데도 그렇게 걱정하시는 겁니까?"
"군단장들은 상대를 해봤잖아. 사천왕이 그들보다 약할 리가 없지."
길어지고 있는 전쟁, 만나보지 못한 미지의 힘에 대한 공포. 악재는 한둘이 아녔다.
"그래서 최근 핌베르트의 귀족 중 일부는 망명을 가고 있어. 어차피 승산이 없는 전쟁이라 생각하고 최대한 먼 나라로 떠나는 거지."
"안타까운 일이군요."
"최대한 이 전쟁을 빨리 끝내는 것 만이 나라를 살릴 길이야. 하지만 수비하기에도 버거운 상황이니 내가 좀 더 강했더라면."
길어진 전쟁과 연이은 패배 덕에 그녀는 심적으로 많이 지친 모습이었다. 스스로를 자책하며 지휘관으로서 보여서는 안 될 약한 모습까지 보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 제가 군단장을 이겼듯이 앞으로는 승전보만 가지고 오겠습니다."
"맞아. 오늘같이 좋은 날에 내가 우울한 소리를 했군. 난 강단백 당신을 믿어. 수백 년 전의 전설처럼 핌베르트 왕국을 구해주러 온 용사라고."
"감사합니다. 믿음에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 그런데 한 가지 부탁할 것이 있어."
갑자기 조금 머뭇거리며 대화 주제를 바꿨다.
"어떤 부탁입니까? 말씀하시죠."
"이, 이곳에서 아까와 같은 상스러운 행위는 참아주지 않겠나? 서, 성욕 해소가 필요한 건 알겠지만, 될 수 있으면 혼자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다른 병사들이 알게 된다면 좋은 영향은 아닐 거고."
상당히 민망한 듯 얘기하는 리스티앙. 평소의 똑 부러진 어조와는 다르게 꽤 수줍어했다.
하지만 더 민망한 건 나였다. 이 화제만은 피하고 싶었는데. 젠장.
"아 그, 죄송합니다. 사실 그러려던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그러던 찰나,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어설픈 변명보다는 직구가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저는 전생자로서 특별한 능력을 하나 가지고 있는데, 그 능력을 쓰기 위해선 이성과 잠자리를 가져야 합니다. 오늘 능력을 많이 썼다 보니 충전이 필요했죠."
"그, 그랬군. 전생자는 괴상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듣긴 했다만."
"그리고 사실은 같은 이성과 반복된 행위는 효율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횟수가 많아질 수밖에 없고, 이곳에서 하지 말라는 말씀은 듣기가 어렵군요."
"반복된 행위가 효율이 떨어진다고?"
"네, 무슨 일인지 처음하는 이성과 했을 때 회복되는 힘이 가장 컸거든요."
"그런."
리스티앙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래서 가능하면 많은 이성과 관계를 가져야 합니다. 하지만 이곳에 여자는 없고, 별수 없이 제 동료들과 할 수밖에 없죠."
"여자가 없진 않지. 나도 여자긴 하네만."
"네? 그 말씀은 사령관님이 직접?"
"아, 아니 그런 뜻은 아니야. 나는 경험도 없고, 그런 일에는 자신이 없어."
"뭐라고요? 29세까지 한 번도 경험이 없으신 겁니까?"
"워낙, 바쁘게 살다 보니 연애 한 번 할 시간도 없었지."
은발이 잘 어울리는 청순한 외모의 29세 처녀 사령관이라. 갑자기 내 안의 욕망이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전쟁 중인 데다 상관이니만큼 그런 대상으로는 보지 않으려 했는데, 그녀의 수줍은 모습을 보니 검은 마음이 요동친다.
공략을 시작할까.
"이렇게 아름다운 분이 연애 한 번 안했다니, 주변 남자들이 보는 눈이 없군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가까이 다가간다.
"아름답다니, 사, 상관에게 그런 말을 함부로 하지마."
당황하는 리스티앙이 귀엽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이런 말에는 면역이 없는 모양이다.
"그저 연애할 시간이 없었을 뿐이야."
눈을 피하며 말하는 그녀. 그런 그녀의 턱을 손으로 잡고 시선을 내게 향하게 한 뒤 말했다.
"지금, 짧지만 시간이 있는것 같은데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