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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토미의 태그술사-34화 (34/57)

〈 34화 〉 초읽기(5)

* * *

"으으, 몇 시지?"

밤새 시롬과 불태워서 섹스를 해서 피곤했는지 대낮까지 잔듯하다. 책상 위의 시계를 보니 시침이 가르치는 곳은 XII. 이미 12시가 넘은 모양이다.

'대체 얼마나 한 거지. 확인해보자.`

밤새 수도 없이 시롬과 한 거 같은데 몇 번 했는지 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다. 태그력을 확인하기 위해 상태 창을 연다.

[상세설명

히토미 마스터 ­ 히토미에 존재하는 태그를 외치면 그것이 현실에 적용되어 나타난다.

태그력 170/???]

미친건가. 170? 분명 어제 시롬과 한번하고 확인 했을 때가 80이었는데, 그 후로도 9번이나 더한 건가! 비렌데덕에 얻은 끝이 없는 정력이 없었다면 난 복상사 했을지도 모른다.

시롬은 알고 보면 내 첫 상대였던 에리나 부인보다 더한 색정녀인지도 모르겠다. 얌전해 보이던 그녀가 알고 보니 슈퍼빗치. 뭐 꼴리는 설정이기는 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내가 일어난 소리에 깼는지 시롬이 말을 걸었다.

"일어났어요?"

"네. 벌써 12시가 넘었더라고요. 그런데 시롬씨는 오늘 출근 안 해요?"

"오늘 쉬는 날이라 괜찮아요. 불규칙적이지만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은 쉬거든요."

"그렇군요."

"하암, 저는 새벽에 무리한탓인지 아직 졸리네요. 더 자도 괜찮죠?"

하품을 하며 눈에 눈물이 고이는 그녀. 많이 피곤해 보였다.

"네, 더 자요 시롬씨 저는 이만 가볼게요. 또 봐요."

"네. 잘 가요. 단백씨."

그렇게 시롬과 침대에서 인사를 나누고 내 숙소로 돌아갔다. 생각보다 멀지 않은 거리라서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동료들에게 어제 안 돌아온다는 말을 안 했다. 나도 시롬과 잘 될지 확신은 없었으니까. 안 들어왔다고 걱정했으려나.

그렇게 우리가 묵는 2층의 가장 큰방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대장님! 어디 갔다 온 거야!"

"주인, 안 들어올 거면 말은 해줘. 걱정하잖아."

세키돌과 비렌데가 들어오자마자 나를 보고 말했다. 에린델은 멀리서 날 쳐다보고만 있었다.

일주일 치 숙식비는 냈으니 아침을 못 먹는 일은 없었을 텐데, 왠지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그녀였다.

"그래서 어디 갔다 왔어? 말도 안 하고 외박을 한 단백씨는?"

말투를 보니 확실히 화가 난 게 맞다.

"내가 검을 산다고 돈을 많이 썼잖아? 그래서 혼자 빠르게 골드 좀 벌려고 몰래 퀘스트 좀 했어."

"근데 그게 밤까지 새면서 할 일이었어?"

"응, 좀 까다롭더라고."

"그래서 골드는 얼마나 벌었는데?"

확인할 줄은 몰랐는데, 그녀의 질문이 차가운 비수가 되어 날아와 꽂힌다. 그녀의 날 선 눈빛.

"아, 아쉽게도 퀘스트 몬스터를 못찾아서 좀 신출귀몰한 녀석이더라고."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내 혀 놀림은 그녀의 눈빛보다 빠르다.

"그럼 그 몬스터를 찾는다고 밤새 헤맨 거야?"

"응, 아무래도 같이 모은 돈이 대부분이었잖아? 한꺼번에 많이 쓴 게 미안해서 어떻게든 좀 벌려고 했지. 미안해 나도 갑자기 못 들어오게 될 줄 몰라서."

내가 정중하게 사과하자 그녀의 눈빛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아마 믿어준 모양. 다행이다. 아마 밤새 조용하지만 사실 음란했던 거유녀와 섹스하다 왔다고 말했다가는 난 살아있지 못했을 거다.

"아, 배고프다 점심 먹자~"

그렇게 밥으로의 화제 전환에 성공해서 식사하러 내려가기로 했다.

여관 1층에 내려와 동료들과 식사를 하면서 남은 5일간 할 일에 대해서 얘기했다. 정식으로 왕국군에 들어가게 되면 숙식도 제공되고 월급도 나올 테니 돈 걱정은 없겠지만, 혹시 모르니 어느 정도 골드를 벌어두잔 얘기를 했다.

돈 얘기에는 다들 공감했고 남은 5일간 크게 어렵지 않은 퀘스트를 몇 개 하기로 했다.

다음으로 꺼낼 화제는 에린델의 눈치가 보이는 얘기였다.

"저번에 대충 설명해서 알겠지만, 내가 사용하는 기술은 태그라고 마법과는 다른 기술이야."

다들 내가 진지한 표정으로 얘기하자 귀 기울여 들어주었다.

"이 태그는 써본 결과 사용하려면 태그력이라는게 필요해. 마치 마법에 마나가 필요하듯 말이지. 근데 이걸 어떻게 충전하냐? 야한 짓을 해서 내가 사정을 해야 충전이 되더라고."

"그럼 잘됐잖아. 나도 주인하고 하지 않으면 살아가지 못하는 몸인데?"

비렌데가 야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혀를 날름 내밀었다.

"근데 아무래도 전선에 가게 되면 맘껏 야한 짓을 하기는 어렵겠지, 그러니까 남은 5일간 태그력을 잔뜩 채워두려고 해. 세키돌과 비렌데는 나랑 이미 해버려서 괜찮겠지만, 에린델에게 방해가 될 거 같아서 말이지."

"그래서?"

에린델이 나를 쳐다보고 물었다.

"에린델이 밤에 불편할 거 같아서 따로 방을 구해줄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내 말을 듣고 에린델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으음, 괜찮아 난 신경 쓰지 말고 해. 어차피 여태까지도 내 허락은 안 맡고 했잖아?"

"그렇긴 한데, 횟수가 다를 거라 이 말이지."

"괜찮아. 해."

정말 괜찮을까. 경험도 없는 그녀가 옆에서 밤새 섹스하는 소리를 들어도 괜찮을지 진지하게 걱정이 됐다. 하지만 본인이 괜찮다니 별수 없는 일.

"알았어. 그럼 이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우리 미소쨩이나 테스트하러 가자고."

"미소쨩이 뭐야?"

"블랙 미스릴 소드. 줄여서 블미소. 거기서 더 줄여서 미소. 쨩은 내가 살던 데서 이름 뒤에 붙이는 칭호 같은 거야. 귀엽게 부르는 거지."

"으엑, 변태 같아. 도검성애자 같은 변태들을 본 적이 있는데. 단백까지."

"변태라니 나는 신사라고. 게다가 웬만한 사람은 우리 블미소의 아름다운 자태를 보면 사랑에 빠지지 않을까?"

나는 검집 속에 들어가 있는 블랙 미스릴 소드를 껴안았고, 에린델은 못말린다듯이 포기한 얼굴이 되었다.

****

블랙 미스릴 소드의 성능도 테스트하고 골드도 벌어둘 겸 길드의 퀘스트를 받아 라이오넬 동부 밀림으로 향했다.

마침 리자드맨을 퇴치해달라는 적당한 퀘스트가 있었다. 기왕이면 무기를 쓰는 상대에게 테스트를 하고 싶었는데, 에린델에게 물어보니 리자드맨은 검, 방패, 도끼, 창 등 다양한 무기를 사용한다고 했다.

확실히 내 머릿속에 있는 판타지 세계의 리자드맨과도 일치했다. 리자드맨들이 무기를 사용하는 건 자주 봤었으니까.

다만 퀘스트 게시판에 쓰여있던 말이 조금 신경 쓰였다. 평소에는 인간을 잘 공격하지 않던 리자드맨이 최근 들어 난폭해졌다는 말. 주변을 지나는 모험가나 주민들이 꽤 큰 피해를 입은듯했다.

아무튼 라이오넬에서 동쪽으로 한참을 걷자 밀림이 나타났다.

"확실히 핌베르트는 신기한 나라네"

"뭐가 그리 신기해?"

"서부로 가면 사막이 있고, 동부에는 밀림이 있고. 자연환경이 극단적이잖아."

"그렇긴 하지. 이 정도로 극단적인 곳은 대륙 전체에도 드물긴 해."

"드물다는 건 있긴 있다는 거네?"

"응. 핌베르트 북서 방향에 신성제국 과르디올이있어. 과르디올은대부분 비옥한 토지인데, 북부에는 용의 둥지가 있어. 거긴 화산지대거든."

역시 오래 산 엘프의 지식은 듣는 재미가 있다.

"오호, 화산이라 최근에도 터지는 활화산이야?"

"물론이지. 이제 크게 터지진 않아도 항상 용암 끓는 건 볼 수 있다고 해."

"언제 한번 구경 가보고 싶네. 용암은 실제로 본 적이 한 번도 없거든."

"큰일 날 소리 하지 마. 주인. 드래곤들이 얼마나 자기 지역에 들어오는 걸 싫어하는데. 갔다가 살아 돌아온 사람이 없을걸?"

내 말에 가만히 듣고 있던 비렌데가 정색하며 얘기했다.

"그럼 내가 최초의 살아 돌아온 사람이 되면 되겠네. 드래곤과 친구가 된 사나이. 크으, 멋있는데~ 좋은데~"

"우리 이 남자 따라다녀도 괜찮은 걸까?"

"그러게 말이야."

에린델과 비렌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나를 포기했다.

"포기하지 마, 맞서 싸워!"

"대체 뭐랑?"

"나라는 괴물과 맞서줘. 가지 마."

"나는 주인님이 아무리 이상한 소리 해도 아무 데도 안가 옆에 있을게!"

"크흑, 역시 나는 세키돌밖에 없다니까. 이리 와!"

그렇게 나와 세키돌은 진한 포옹을 했다. 에린델과 비렌데의 표정이 더욱 썩어갔지만.

아무튼 그렇게 만담을 하며 걷는 사이 리자드맨의 서식지에 도착한듯했다.

"집중해, 주변에 리자드맨들이꽤 있는 거 같아."

특유의 감각으로 미리 기척을 감지한 에린델.

"걱정 마. 도마뱀 정도는 쉽게 요리해줄 테니까. 뒤에서 쉬고 있어."

그렇게 자신 있게 앞으로 나섰다.

­스릉

검집에서 뽑히는 소리조차 상큼하니 마음에 드는 블랙 미스릴 소드.

검을 뽑아 들고 텐션이 올라간 나는 당당하게 외쳤다.

"나와라 도마뱀새끼들아. 사람들을 많이 괴롭혔다며? 벌 받을 시간이다!"

꼭 내 말을 알아 들은 것처럼 리자드맨들이 나무와 덩굴 뒤에서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끄러운 소리에 반응한 거겠지만.

마침 맨 앞의 리자드맨이 한손검을 들고 있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블랙 미스릴 소드를 휘둘렀다.

­쿠엑!

리자드맨도 내 움직임에 맞춰서 검을 휘둘렀지만, 바로 몸이 두 동강 났다.

리자드맨이 들고 있던 한손검은 내 검을 전혀 막지 못하고 부드럽게 잘려 나간 것이다.

직접 겪고도 믿기지 않는 블랙 미스릴 소드의 예리함.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이어이, 블미소쨩 대단하잖아!"

신이 난 나는 그 옆에 있던 도끼를 든 리자드맨에게도 검을 휘둘렀다.

역시 도끼째로 썰려 나가는 리자드맨. 이게 아이템 빨 이라는 건가. 300골드가 아깝지 않은 성능. 그전에 쓰던 롱소드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게다가 마력검과는 다르게 손맛까지 좋다. 샌드웜을 잡느라 고생한 보람이 느껴졌다.

마력검에 비해 부족한 점이 있다면 리치. 공격 거리가 짧아졌다는 것. 하지만 그걸 보완할 방법은 이미 생각해뒀다.

"마나 블레이드(Mana Blade)"

블랙 미스릴 소드에 마나를 실어서 조금 떨어져 있던 창을 든 리자드맨에게 휘둘렀다.

­쿠에엑!

결과는 성공적. 멀리 있던 리자드맨의 목이 예리하게 잘려 나가면서 몸과 분리됐다.

하지만 내가 난리를 친 탓에 생각보다 많은 리자드맨이 모여들었다. 세보지 않아도 대충 열 마리는 넘는 많은 수. 위기를 느끼고 신체 강화 마법을 쓰려 했다.

"인챈."

하지만 내가 마법을 시전하기도 전에 나에게 신체 강화 마법이 걸렸다.

"뒤에서 다 보고 있다고~ 걱정 말고 싸워. 주인!"

비렌데가 전투상황을 보고 있다가 마법을 걸어준 모양이었다. 역시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니 말하지 않아도 협력이 되기 시작했다.

몸이 가벼워져서 더욱 검을 휘두르기 좋아졌다. 나는 순식간에 열댓 마리의 리자드맨을 베어버렸다.

검술이 크게 늘었다기보다 워낙 뛰어난 블랙 미스릴 소드의 성능 덕에 이 정도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대장님 대단해 이제 세키돌은 필요 없는 거야?"

"에이 그럴 리가. 이건 검이 좋은 것뿐이야. 세키돌에는 못 당해."

실제로 세키돌과 싸운다면 내 검술 정도는 쉽게 피하고 날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검을 손에 넣은 건 확실하나 검술 훈련도 열심히 할 필요가 있다. 마나는 무한정이 아니니까.

그렇게 쉽게 리자드맨 퀘스트를 완료하고 라이오넬로 돌아왔다.

그 후 남은 5일간은 거의 비슷한 패턴을 반복하며 시간을 보냈다. 간단한 퀘스트를 하거나 검술 서적을 읽고 훈련. 세키돌과 체술 단련. 밤에는 비렌데와 세키돌과 광란의 섹스파티.

그렇게 순식간에 준비 기간으로 받은 일주일이 지나가고 마왕군과의 전선으로 향하는 날 아침이 밝았다.

왠지 상쾌하게 눈이 떠졌고, 일찍 일어난 에린델과 산책도 다녀왔다.

"자, 군사 지부로 가볼까."

나는 태연한 표정으로 앞장섰다.

"응. 가자."

결연한 표정의 에린델.

"하아 진짜 마왕군하고 싸우게 되네."

복잡한 표정의 비렌데.

"재밌을 거 같아!"

신나 보이는 세키돌까지. 그렇게 세명과 인형 하나는 각자 다른 표정으로 군사지부를 향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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