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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토미의 태그술사-31화 (31/57)

〈 31화 〉 초읽기(2)

* * *

'좆됐다' 라는 세글자로밖에 표현이 안 되는 상황. 태그도 마법도 먹히지 않는다. 마력검이 있다곤 하나 저렇게 무식하게 큰 지렁이에게 먹힐 리 없다. 왜 태그가 안 먹힌 거지?

샌드웜은 느릿하게 돌아가는 내 사고와 달리 빠른 속도로 내게 돌진하고 있었다.

"강단백, 피해!"

에린델의 외침도 잘 들리지 않는다. 머릿속은 온통 태그가 사용되지 않는 이유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샌드웜에 저항력이 있어서 태그가 먹히지 않는다? 마법도 아니고 그럴 리가.

대체 왜지? 왜! 태그력도 충분한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마땅한 이유는 떠오르지 않았다. 한번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샌드웜이 이리저리 모래밭을 뒤집어 놓아 계속 도망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유를 알아야 한다. 하지만 떠오르지 않는다.

샌드웜이 점점 가까워진다. 찰나의 순간인데도 매우 길게 느껴진다. 어쩌면 이게 주마등이라는 건지도 모르지. 어렸을 때부터 살아온 기억들이 필름을 펼쳐보듯 머리속에서 빠르게 흘러간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이대로 죽고 싶지는 않다. 아직 나는 더 많이 잔뜩 섹스하고 싶다.

마을 최고 쿨뷰티녀와 섹스!

녹을 것 같은 농익은 미시와 섹스!

수십 명과 동시에 미친 난교섹스!

엄청난 성욕을 가진 비렌데가 탈진할 때까지 더 박아주고 싶다.

호기심 많은 세키돌에게 더 넓은 세상을 구경시켜주고 싶다.

그리고 마왕을 잡고 싶다.

그래서 에린델에게 보란 듯이 블랙 미스릴로 만든 장신구를 선물하고 웃는 얼굴을 보고 싶다.

전생과는 달리 나에게 살아가야 하는 이유라는 것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죽지 못해서 살던 대한민국의 강단백은 이미 핌베르트 왕국의 용사지망생 강단백이 되어서 하고 싶은 게 많아졌다.

삶에 대한 강한 열망.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졌다는 것.

그래서 나는 죽기 싫다.

느리게 돌아가는 것 같던 사고가 갑작스레 빨라진다.

그렇다고 갑자기 이유가 떠오르진 않았다. 하지만 다른 방법은 떠올릴 수 있었다.

'샌드웜 자체에 태그가 먹히지 않는다면, 대상을 지정하지 않아도 되는 태그를 쓰면 될 뿐.'

거기까지 생각이 닿았을 시점에는 이미 나도 모르게 태그를 외치고 있었다.

"[tag : tentacles]"

촉수. 오래전부터 인외의 것을 좋아했던 우리의 윗세대 변태 선배님들은 유독 촉수물을 좋아했다. 인간의 몸은 두 개의 팔밖에 없다. 그렇기에 결국 이성에게 동시에 성적 쾌감을 주는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 가운데 다리나 입을 쓴다고 해도 얼마 늘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촉수는 어떤가. 수도 없이 많은 팔을 가지고 있던 셈이다. 동시에 상대방의 온몸을 휘감고 성감대 이곳저곳을 한꺼번에 자극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최고의 쾌락을 선사할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그런 낭만이 담긴 촉수를 공격을 위해 소환했다. 가능한 한 크고 두꺼운, 마치 전설의 바다 괴물 크라켄의 촉수같이 강력한 것을 상상했다.

내 뒤에서 갑자기 크고 두꺼운 촉수 두 개가 나타나 샌드웜을 공격했다.

갑자기 이공간에서 소환된 촉수가 나타나 자신을 감싸자, 샌드웜은 당황했다.

하지만 곧장 그 큰 입을 열어 촉수를 씹었다.

크고 두꺼운 촉수였지만, 샌드웜의 날카롭고 단단한 이빨을 견딜 수는 없었다.

샌드웜의 문어다리 먹방을 지켜만 보고 있을 수는 없다.

촉수가 부족하다면 더 소환하면 된다.

"[tag : tentacles]"

"[tag : tentacles]"

"[tag : tentacles]"

겨우 두 개의 다리를 물어뜯은 샌드웜에게 날아가는 수많은 촉수들.

도망가려는 샌드웜을 묶고 사정없이 조이고 때린다. 샌드웜은 당하지 않으려고 미친 듯이 발버둥 쳤으나 그럴 때 마다 촉수들은 더욱더 강하게 휘감았다.

마무리를 지어야 할 타이밍이 온 듯하다.

나는 날카로운 촉수가 샌드웜을 꿰뚫는 상상을 하며 외쳤다.

"[tag : tentacles]"

그 즉시 내 뒤에서 끝부분이 날카로운 촉수가 나타나 샌드웜을 사정없이 찔렀다.

­크워억

샌드웜은 괴로운듯 발광했다. 하지만 나는 더 많은 촉수를 소환했고 그 촉수들은 샌드웜의 약한 곳을 집요하게 관통했다. 용암에 녹은 부분, 입 안, 상처 입은 모든 곳을.

더이상 저항하지 못하고 축 늘어지는 샌드웜. 짜릿했다. 어쩌면 나는 촉수를 소환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게 아닐까?

알바가 끝나면 하루종일 히토미만 봐서 에로로 물든 나의 정신세계. 그 정신세계를 구현화 할 수 있는 이곳에 와서야 드디어 나의 존재가치를 인정받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렇다면 내 생에 더 이상의 기쁨은 없을 것이다. 한없이 뻗어져 나가 내 마음을 구현해준 촉수의 축제를 이렇게 부르기로 마음먹었다.

"무한의 촉수파티."

그 말을 끝으로 지쳤던 나는 쓰러졌다.

****

"강단백!"

"대장님!"

"주인! 일어났어?"

나를 부르는 세 가지의 다른 호칭이 귀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무리하게 마법과 태그를 써댄 탓에 체력이 버티지 못한 모양이었다. 하나만 써도 지칠만한 강한 것들을 난사했으니.

"아, 잘 잤다. 조금 피곤했나?"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확실히 몸에 과부하가 왔던 듯 약간의 어지럼증이 느껴졌다.

아직 완전히 해가 지지 않은 걸 봐서 오랜 시간 기절한 것 같지는 않다. 아마 일시적인 탈진이었겠지.

"에린델, 마석은 챙겼어?"

"으,응 여기."

확실히 일반적인 몬스터의 마석보다는 월등히 컸다. 고블린의마석이 오백원짜리 두 개 정도의 크기라면 이건 만 원권 이상의 크기였다.

"크고 아름답네. 마음에 들어."

"그나저나 아까 그건 뭐였어? 크라켄을 보는 줄 알았는데."

"오 정확한걸. 크라켄의 촉수를 쓴다는 느낌으로 사용한 기술이지."

"크라켄 촉수를 소환해? 역시 전생자는 너무 비상식적이야. 그런 게 가능하다니."

에린델의 놀라움과 당혹감이 섞인 표정이 조금 웃겨서 그만 웃음을 터트려버렸다.

"웃을 때가 아니잖아, 몸은 괜찮은 거야? 갑자기 기절하고선."

"맞아. 주인. 갑자기 쓰려져서 깜짝 놀랐다고."

"솔직히 약간 무리한 거 같긴 해. 배고프다. 얼른 돌아가서 고기 먹자. 소화 잘되는 고기."

"고기 좋아. 고기!"

그렇게 신난 세키돌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났다. 주변에는 에린델이 했는지, 후드가 태워진 흔적이 있었다. 기절한 내가 추울까 봐 옷을 태운 모양이었다.

"후드도 하나 사러 가자."

"응."

그렇게 라이오넬로 귀환했다. 라하사 사막으로 향할 때보다 돌아가는 걸음은 무거웠지만, 마음은 편안했다.

라이오넬에 도착하자마자 마석을 반납하고 골드를 수령하고 싶었지만, 이미 늦은 밤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밥을 먹으러 이동했다.

육질이 끝내주는 고기를 실컷 뜯은 후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모험가 길드로 가서 현상금을 받고 무기를 살 생각에 마음이 들떴다.

오늘은 태그력의 소모도 심했을 것이고 능력치의 성장도 있었을 것이다. 상태창을 열어 확인하기로 했다.

[강단백]

[나이 : 25]

[키 : 177 체중 : 67 성기 : 21cm ]

[성별 : 남]

[능력치 : 힘 : C+ 민첩 : B+ 체력 : B 지능 : S 카리스마 : SS ]

[능력 :

히토미 마스터 ­ 히토미에 존재하는 태그를 외치면 그것이 현실에 적용되어 나타난다.

끝을 모르는 정력 ­ 색욕의 악마인 서큐버스 마저 굴복시키는 미친 정력의 소유자. 체력이 다 떨어져도 계속 섹스가 가능하다

NTR은 싫어(F) ­ 자신의 힘이나 마력을 뺏기는 것에 대해 저항력이 생깁니다.]

[장비 : 레더 아머]

[변경점 : 힘 경험치 +100 / 민첩 경험치 +200 / 지능 경험치 +700

체력 경험치 +600 / 카리스마+1000

체력 랭크가 B에서 B+로 상승하였습니다.]

힘과 민첩 등의 경험치는 크게 얻지 못했다. 확실히 입단 테스트에서 인형이나 미하일과의 전투는 길지 않았기에 별다른 영향이 없었던 모양.

그에 반해 지능은 또 엄청난 상승을 보였다. 샌드웜에게 날린 고위 마법들이 영향을 많이 미친 것 같다. 하지만 랭크 변화는 없는 것 같다. 아마도 S랭크부터는 쉽게 올릴 순 없는거겠지.

체력은 유일하게 랭크 상승이 있었다. 그럴 만하다. 미하일에게도 뚜드려맞은데다, 탈진할 만큼 마법과 태그를 써댔으니 또 한 번 신체의 한계에 도전했다.

그러나 최고의 상승치는 카리스마였다. 이 녀석은 대체 알 수가 없다. 미하일과 왕에게 인정받은 게 영향이 있었나? 아무튼 많은 경험치를 얻는 것 자체는 기분이 상당히 섹스하다.

남은 태그력을 확인하기 위해 히토미 마스터의 상세설명을 연다. 상쾌한 띠링소리와 함께 열리는 설명창.

[상세설명

히토미 마스터 ­ 히토미에 존재하는 태그를 외치면 그것이 현실에 적용되어 나타난다.

본인이 상상할 수 있는 태그라면 어떤 것이든지 구현이 가능하다.

하지만 태그의 사용에는 일정수치의 태그력이 소모된다. 그 태그력이 모두 소모되면 태그력을 충전하기 전까지는 태그를 사용할 수 없다.

태그력을 충전하는 방법은 성행위를 통한 사정이며 유사 성행위도 포함된다. 특수하게 태그력이 많이 차는 상황도 예외적으로 존재한다.

에인션트급 이상의 몬스터에게는 대량의 태그력이 필요하다.

태그력 20/???]

못 보던 설명이 추가됐다. 에인션트급 이상의 몬스터에게는 대량의 태그력이 필요하다? 샌드웜에게 슬라임 변형태그가 먹히지 않은 이유인듯하다.

140의 태그력이 있었는데도 불가능하다면 대체 얼마나 많은 태그력이 필요한 건지. 가장 쉽게 적을 무력화 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등급이 높은 괴수에게는 사용이 어려운 태그가 되겠군.

마치 누군가가 나를 꼭 보고 있는 것 같은 조건이었다. 너무 쉬운 모험이 되지 않게 막으려는 듯한 악의가 느껴진다. 기분 탓이겠지만.

태그력도 상당히 많이 사용했다. 20밖에 남지 않았다니. 초집중, 긴장 상태에서 내 생각보다 더 많이 태그를 남발한 것 같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으면 해치우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 샌드웜은 강했다.

내 회심의 화염 마법들을 그렇게 쉽게 파훼할 줄 몰랐으니까. 마법의 단계를 나타내는 서클. 서클로 표현하자면 가장 강한 10서클은 아니지만, 대략 7서클 이상급의 마법이었을 것이다.

내 능력에 자신이 넘쳤던 나머지 호기롭게 샌드웜을 잡는다고 나섰지만, 여차하면 그냥 한 끼 먹잇감이 되어버릴 수도 있었다.

다소 기분파적인 면이 강한 내 성격을 조심하고 자제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맘대로 잘 안 되겠지만.

"대장님,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해?"

침대에 누워 생각에 잠겨있는 내 옆에 세키돌이 다가와서 물었다.

"아, 그냥 이것저것. 곧 전선으로 가게 되기도 하고. 생각할 거리가 많네."

"고민하는 대장님도 멋져."

"세키돌의 눈에는 내가 항상 멋있어 보이는 걸까?"

"응. 당연하지!"

주저 없이 대답하는 강아지 같은 세키돌을 쓰다듬어 주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

침대에 누워서 상태창을 보고 있었는데, 어느새 눈을 뜨니 아침이었다. 비렌데도 역시 어제는 피곤했었는지 간밤에 날 건드리지 않았다.

마왕군과의 전선으로 가기에 남은 시간은 6일.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장비를 준비하고, 떨어진 태그력을 잔뜩 채우기 위해 섹스를 해야 한다. 그것도 가능하다면 나와 처음하는 여성과.

꽤 늦잠을 자 배고팠지만, 아침도 먹지 않고 곧장 길드로 향했다. 현상금을 수령하고 무기만 사고 바로 돌아올 생각이었기에 동료들에겐 금방 다녀온다고 말했다.

빠른 발걸음으로 헤르메스 길드 라이오넬 지부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여러 명의 안내원이 인사를 한다. 하지만 다른 곳은 쳐다보지 않고 자주 듣던 차분한 목소리의 주인공 쪽으로 곧장 향했다.

"어서 오세요. 헤르메스 길드입니다."

"어제 샌드웜 잡고 왔습니다. 늦은 밤에 도착해서 지금 왔네요."

역시 놀란 토끼 눈이 된 시롬.

"정말 잡으러 가셨던 거에요? 장난인 줄 알았는데."

"네, 여기 마석도 가져왔죠."

두껍고 길쭉한 노란빛의 마석. 그 영롱한 자태에 매료된듯 주변의 안내원들과 모험가들도 구경하러 몰려들었다.

"샌드웜의마석이라고!? 형씨, 진짜야?"

"화,확실히 저런 마석은 본적이 없는데? 엄청나게 커."

아무도 거대 샌드웜의마석은 본적이 없는지, 신기하다는 반응뿐이었다.

"샌드웜의마석은 저도 처음봐서, 길드장님께 확인을 해야 할 것 같아요. 괜찮으시겠어요?"

확인을 해야겠다는 시롬. 아무래도 정말 그녀도 처음 보는 것 같다.

"네, 물론이죠."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는데, 같이 2층으로 올라가시겠어요? 아니면 기다리실래요?"

"같이 가시죠. 그편이 더 빠를 거고, 길드장님이 어떤 분인지 궁금하기도 하군요."

"알겠어요. 이쪽으로 오세요."

그렇게 시롬을 따라서 헤르메스 길드 2층으로 올라갔다. 그녀가 입은 치마가 살랑거릴 때마다 보이는 새하얀 다리가 어제 일로 지친 나에게 치유를 해주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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