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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토미의 태그술사-25화 (25/57)

〈 25화 〉 멋진 사나이

* * *

상당히 괜찮은 계획이 떠올랐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졌다. 당장 내일 군사 지부로 가보기로 했다. 모두들 궁금해했지만, 내일 직접 보라고 말하고 침대에 누웠다.

사실은 그리 거창한 계획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직접 보여주고 싶었다.

맛있는 음식을 잔뜩 먹고 부드러운 침대에 누워 즐기는 여유. 오랜만의 여유였다. 최근에는 항상 대부분 피곤한 상태에서 쓰러지듯이 누워서 잤는데, 오늘은 컨디션이 좋았다.

파티원들은 셋이 모여서 뭔가 즐거운 듯이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다 요새 정신없어서 확인하지 못한 상태창을 확인하기로 했다.

[강단백]

[나이 : 25]

[키 : 177 체중 : 67 성기 : 21cm ]

[성별 : 남]

[능력치 : 힘 : C+ 민첩 : B+ 체력 : B 지능 : S 카리스마 : SS ]

[능력 :

히토미 마스터 ­ 히토미에 존재하는 태그를 외치면 그것이 현실에 적용되어 나타난다.

끝을 모르는 정력 ­ 색욕의 악마인 서큐버스 마저 굴복시키는 미친 정력의 소유자. 체력이 다 떨어져도 계속 섹스가 가능하다

NTR은 싫어(F) ­ 자신의 힘이나 마력을 뺏기는 것에 대해 저항력이 생깁니다.]

[장비 : 레더 아머]

[변경점 : 힘 경험치 +150 / 민첩 경험치 +350 / 지능 경험치 +800

체력 경험치 +470 / 카리스마+600

지능 랭크가 AA+에서 S로 상승하였습니다.

체력 랭크가 CC+에서 B로 상승하였습니다.

민첩 랭크가 B에서 B+로 상승하였습니다]

지능의 폭발적인 상승이 눈에 띄었다. 만티코어와 싸울 때의 영향이 큰듯하다. 랭크도 S가 되어서 보기 좋았다.

힘은 생각보다 많이 오르지 않았다. 마력검의 사용은 힘보다 지능에 영향을 더 미친듯하다. 쓸만한 검을 구하고 싶은걸.

세키돌, 비렌데와의 격한 섹스도 있었고 장거리를 여행한 탓인지 체력도 꽤 올랐다. 처음 스탯에서는 체력이 가장 큰 약점이었기에 맘에 드는 부분이었다.

민첩의 부분은 정체 모를 원숭이와의 전투가 도움이 된 걸까. 돌멩이를 피하느라 정신이 없었으니.

가장 납득이 안되는 부분은 카리스마였다. 엄청난 상승치인데 대체 내가 뭘 했다는 건지. 설마 세키돌과 카리나의 처음을 가져간 게 영향이 있었던 걸까. 매력까지 포함해 너무 포괄적인 스탯이라 아직도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었다.

태그력도 재차 확인할 겸 히토미 마스터의 상세설명을 보기로 했다. 상쾌한 띠링소리와 함께 새로운 창이 열린다.

[상세설명

히토미 마스터 ­ 히토미에 존재하는 태그를 외치면 그것이 현실에 적용되어 나타난다.

본인이 상상할 수 있는 태그라면 어떤 것이든지 구현이 가능하다.

하지만 태그의 사용에는 일정수치의 태그력이 소모된다. 그 태그력이 모두 소모되면 태그력을 충전하기 전까지는 태그를 사용할 수 없다.

태그력을 충전하는 방법은 성행위를 통한 사정이며 유사 성행위도 포함된다. 특수하게 태그력이 많이 차는 상황도 예외적으로 존재한다.

태그력 120/???]

못 보던 설명이 추가됐다. 특수하게 태그력이 많이 차는 상황이라니 이건 또 뭔가.

알려줄 수 있는데도 한 번에 알려주지 않는 느낌. 전생자에게 이런 게임 같은 능력치 시스템을 준 어떤 존재가 있다면 분명히 악취미를 가진 놈이다.

'여신님은 아니겠지? 여신님은 그럴 성격은 아닌 거로 보였는데 말이지.'

현재 태그력이 120. 마지막으로 확인한 뒤로 세 번의 섹스를 했다. 사정은 두 번이었던가. 그렇다면 섹스 한 번에 태그력이 60이나 찬다는 계산. 꽤 많이 차는 거로 느껴진다.

앞으로 태그를 사용하면서 태그력 소모가 얼마나 되나 정확히 점검해봐야겠다.

현생에서 스마트폰을 보다가 잠들듯이, 상태창 능력치를 보며 히죽거리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

늘어지게 아침잠을 잔 후 간단히 식사한 후 곧바로 군사 지부로 향했다. 군사지부의 위치는 마을 주민들에게 물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라이오넬의 번화가에서는 좀 멀리 떨어진 구석에 위치해 있었다. 그리 오래 걷지 않아 군사 지부의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걱정되는 부분은 있었다. 만약 우리의 정체가 탄로 난다면 큰일이 날것이다. 한 명은 마족인 서큐버스였으니들킬경우 바로 공격을 받을 것이고, 한 명은 대륙에서 거의 절멸하다시피 한 엘프이기에 지나친 관심을 받을 것이다.

평소 후드를 쓰고 다니는 에린델이라 엘프임을 들킬 일이 없었으나, 노른 여관에서 잠이 덜 깬 에린델이 그냥 나오다가 엘프의 귀를 들켜서 소란스러워진 적이 있었다.

환술로 자신의 뿔과 날개, 그리고 꼬리를 가리는 비렌데는 들킬 일이 없겠지만, 혹여나 군사 지부에 그런걸 꿰뚫어 보는 사람이 있을까 걱정됐다.

"들어가도 괜찮겠지? 혹시 우리 정체가 들킬까 봐 걱정이네."

"주인. 나 못 믿어? 내 환술은 일류야. 고위 마족이나 현자급 마법사가 아니라면 내 환술이 들킬 일은 없어."

"믿지, 우리 유능하신 서큐버스님을 의심하는 게 아니야. 혹시나 그런 사람들이 있을까 싶어서지."

"괜찮아. 단백, 걱정하지 마. 마족은 여기 있을 수가 없고, 현자급 마법사는 대륙을 통틀어서 마법사의 탑 이외에는 없는 거로 알아. 게다가 거긴 중립국이라서 웬만하면 타국에 관여 안 하기로 유명하고."

에린델까지 나서서 날 안심 시켜 주었다.

"좋아, 가자고."

더는 망설이지 않고 라이오넬 군사 지부 안으로 들어갔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입구에서 우릴 막아서는 경비병.

"모병 광고를 보고 왔습니다."

"모병 때문에 오신 거라면 이쪽으로 오십시오."

경비병은 한 막사로 우리를 안내해주었다. 옆에는 넓은 공터가 있었고, 막사의 크기는 모병을 위해 간이로 만든 듯 크지 않았다.

막사 안으로 들어가니 젊은 병사 몇 명과 조금 피곤해 보이는 지적인 인상의 중년의 군인이 있었다.

"라이오넬 군사 지부 인사담당관 란체스코 라고 하오. 모병 지원을 하러 오셨소?"

"그렇습니다."

"옆의 여성분들도 같이 지원하는 거요?"

"같이 지원합니다. 성별에 제한이 있었나요?"

"그런 건 없소. 확인차 물어본 것이오. 능력만 있다면 성별은 상관없지."

이세계의 세계관은 확실히 내가 알던 중세시대의 느낌과는 많이 다르다. 여자도 군인이 가능하다니. 물론 모병지원서에 성별얘기가 없었기 때문에 가능할 거라는 생각하에 온 것이지만.

"입대를 위해서 간단한 테스트를 거쳐야 하오. 바로 해보겠소?"

"물론입니다. 어떤 테스트죠?"

"밖으로 나와보시오."

그는 막사 밖의 넓은 공터에서 설명을 계속했다.

"여기서 전투용 돌(Doll)을 상대해야 하오. 돌을 넘어트리거나 돌이 들고 있는 목검을 떨어트리게 하면 성공이오."

그가 손짓하자 막사 옆쪽에서 허수아비 같이 생긴 인형이 걸어 나왔다. 겉보기에 상당히 약해 보여서 나는 그만 작게 웃고 말았다.

"허수아비 같이 생겼지만, 만만히 볼 수 없을 거요. 웬만한 성인 남성 정도는 가볍게 이기는 인형이니까."

나에게 경고하는 란체스코. 하지만 이곳에 와서 강한몬스터를 꽤 상대해본 나였다. 허수아비 따위에 콧방귀도 안 끼는 건 당연한 일.

"바로 시작하면 됩니까?"

"그러시오."

그가 던져주는 목검을 받고 자세를 잡았다. 허수아비는 란체스코가 사인을 주자 바로 나에게 달려들었다.

검을 아래쪽에서 위로 빠르게 휘두르는 허수아비. 마치 검 끝을 숨기는듯한 동작이었던데다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였다!

­터억

목검과 목검이 부딪치는 소리. 당황했지만 간신히 막아냈다. 방심해서 당할뻔했지만, 훨씬 빠르고 강한 세키돌과 훈련을 해온 나였다. 이 정도 속도에 반응 못할 리가 없었다.

허수아비는 멈추지 않고 바로 강한 연격을 이어나갔다. 오른쪽, 왼쪽, 위아래 가리지 않는 다양한 검격.

적극적인 파상공세에 방어에 집중했다. 확실히 예상보다는 훨씬 빠르다. 가볍게 보고 덤벼서 이 녀석에게 당한 사람이 상당히 많을 거 같았다.

하지만 나 강단백, 마왕을 잡을 남자다. 이런 인형에게 질 수는 없지.

허수아비가 또 검을 휘두르려 자세를 잡는다. 그리고 검을 휘두르는 찰나. 그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갑작스레 한 보 앞으로 전진해 내 목검으로 공격을 막고 인형의 다리를 걷어차서 넘어트렸다.

"오호, 자네 센스가 있는 모양이군. 영락없이 당하는 줄 알았네만."

나와 허수아비와의 전투를 본 란체스코가 손뼉을 치며 감탄했다.

"이 정도로 놀라시면 안 됩니다. 허수아비 열 마리를 동시에 상대해보는 건 어떨까요?"

나의 갑작스런 제안에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자네가 싸움에 자신 있는 건 알겠다만, 열 마리를 동시에 상대할 수 있는 건 왕국 직속 검사 정도는 되야 가능할걸세."

"제가 가능하다면, 그만큼 대우를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허세가 가득한 친구였구먼. 이상한 소리를 할 거면 돌아가게."

그는 내 말이 허세라고 생각했는지 다시 막사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나는 그의 팔을 붙잡고 말했다.

"지금 왕국이 위기에 처해있지 않았습니까? 저 같은 인재를 그냥 포기하시는 건 직무 태만 아닙니까?"

"뭐? 직무 태만? 20년 동안 단 한 번의 결근 없이 성실히 군에 임해온 나에 대한 모욕일세!"

그는 내 말에 기분이 상했는지 언성이 높아졌다.

"그럼 10마리를 상대해보시게. 대신 이기지 못한다면 비용을 청구할걸세. 인형들이 움직이기만 해도 마력석의 내구도가 소모된다네."

그렇게 말하고 그가 명령하자 병사들이 10마리의 허수아비를 준비시켰다.

"대신 저도 목검이 아닌 제 전력을 써도 되겠지요?"

"가능할 리가 없겠지만 할 수 있다면 뭐든 해보시게."

허락은 받았다. 망설임 없이 보여줄 수 있겠군. 주변 마나의 농도는 짙지 않다. 최대한 자신의 마나를 끌어쓴다.

"매직 웨폰 : 소드 (Magic Weapon : sword)"

마력검을 상당히 높은 출력으로 소환했다. 키메라들을 상대했을 때 보다 마나의 농도가 짙었고 더 커졌다.

한 번에 달려오는 10마리의 허수아비들. 나는 신체 강화마법까지 걸고 자세를 잡았다.

­슈와아아아

단 한 번 가로로 크게 마력검을 베었다. 휘두르는 순간에 마력을 더 흘려보내 검의 길이가 순간 채찍처럼 길어졌다.

10마리의 허수아비는 모두 두 동강이 났다.

"우와아아!"

"저게, 말이 돼?"

"와아, 대장님 더 강해졌어."

구경하던 병사들과 파티원들이 감탄했다. 란체스코도 처음에는 입을 벌리고 놀랐지만, 금세 화를 냈다.

"아니, 자네! 이게 얼마짜린 줄 알고 두 동강을 내는 거야!"

강한 모습을 인상 깊게 보여주고 대우를 받으려고 한 내 계획이 실패한 것 같아서 우울해졌다.

****

모병용 허수아비 10마리를 한 번에 두 동강 낸 희대의 사건. 라이오넬 군사지부 역사상 이런 일은 단 한 번도 없었고, 결국 이일은 군사 지부장에게 보고됐다.

인사담당관인 란체스코선에서는 수습할 수 없었던 일인 모양이다. 결국 다른 파티원들의 테스트는 미뤄지고 나는 군사 지부장 앞에 끌려가다시피 해서 오게 됐다.

"자네가 허수아비 10마리를 한 번에 두 동강 내버렸다고?"

수염때문에 나이가 있다는걸 알 수 있었지만, 얼굴 자체는 젊어 보이는 강직한 인상의 지부장. 조금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조금 과했나 보군요."

"확실히 과했지.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자네는 원래 뭐 하는 사람인가?"

"그냥 평범한 모험가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마왕을 잡을 용사가 되겠지만요."

"핫, 마왕을 잡아? 자신감이 넘치는군."

실소를 하며 나를 얕잡아보는 눈빛을 하는 그.

"그렇게까지 자신이 있다면 나와 직접 겨뤄볼 텐가? 통과하면 내 확실한 대우를 약속하지."

"괜찮으시겠습니까? 살살하진 않을 겁니다."

"하하! 오랜만에 혈기가 끓어오르게 만드는 친구로군. 당장 밖으로 따라 나오게."

말을 하자마자 바로 문을 박차고 나가는 그는 꽤 화가 나 보였다.

하지만 나는 계획대로 되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 미소를 지으며 그를 따라나섰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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