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토미의 태그술사-3화 (3/57)

〈 3화 〉 운수 좋은 날

* * *

당장에라도 히토미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만한 능력을 가지고 이세계에 왔다.

하지만 땡전 한 푼 없는 빈털터리 신세. 여신님이 미워진다.노잣돈 정도는 줘도 괜찮잖아?

숙식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본다.

역시 이세계라면 모험가 길드가 정석이다. 아직 초저녁. 늦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주변을 둘러본다. 번화가에 도착했기에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인상이 좋아 보이는 아주머니에게 질문했다.

"저 혹시 이 마을에 모험가 길드가 있나요?"

뻔한걸 물어본다는 표정으로 대답해주는 아주머니.

"당연하지. 지금 바로 맞은편에 보이는 게 모험가 길드야."

그 말을 듣고 맞은편을 바라본다.

간판에 깃털이 달린 신발이 그려져 있다. 아마 그리스 로마 신화의 헤르메스 부츠겠지.망설임 없이 모험가 길드로 돌격한다.

안에 들어서니 여러 테이블과 종이가 붙어있는 게시판들이 보인다. 그리고 길드 중앙 뒤편에 안내데스크가 있다.

길드 안내원으로 보이는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안내원이 상당히 예뻤다.

고운 흑단발에 빛이 나는 듯한 노란빛 눈동자.

거기다 말도 안 되는 크기의 가슴까지. 눈이 안 돌아갈 수가 없다.

"안녕하세요. 헤르메스 길드 노른지부 안내원 시롬입니다. 못 보던 얼굴이신데 처음 오신 건가요?"

미모에 어울리는 약간은 차가운 말투.

"네. 모험가 길드에 등록하고 싶습니다."

"그럼 이 서류에 서명해주시면 돼요."

서류를 읽어보면서도 자꾸만 시선이 그녀의 터질듯한 미드로 향하게 된다. 저런 가슴을 만지면 어떤 느낌일까.

억지로 시선을 돌려서 서류 내용에 집중해본다.

[저희 모험가 길드 헤르메스는 핌베트르 왕국에서 가장 큰 길드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희 길드에 등록 후 다른 길드와는 중복 가입을 할 수 없으며 이를 어길시 패널티가 부여됩니다. 하지만 등록하지 않고 용병식으로 하는 활동은 허용합니다]

이외에도 모험가 등급이 SSS+ ~ F까지 있다는 등 여러 내용이 있었지만 대충 내가 손해를 볼 내용은 없어 보여서 서둘러 사인했다.

"사인 끝냈습니다."

"네. 주의사항도 체크 하셨죠?"

"물론입니다."

"그럼 이걸 받으세요."

F가 새겨져 있는 모험가 배지와 무언가가 든 주머니를 건네는 그녀.

"이 주머니는 뭐죠?"

"지금 길드에서 이벤트를 진행 중입니다. 초보자 지원 차원에서 신규로 등록해주시는 모험가들에게 2골드씩 지급해 드리고 있어요."

2골드라. 아직 이 동네의 화폐가치를 모르지만, 사창가에서의 하룻밤이 1골드였던걸 생각하면 생활비로서의 가치 정도는 있을 거다.

"그렇군요. 제가 사실 핌베르트 왕국에 처음 오게 되었는데 화폐단위가 어떻게 되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브론즈 실버 골드 백금으로 되어있어요. 각 단위마다 100이 다음 단계 단위입니다. 100브론즈는 1실버인셈이죠."

차가워보이는 인상과는 다르게 꽤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시롬.

"감사합니다."

친절한 설명에 인사하고 퀘스트가 붙어있는 게시판을 둘러본다. 게시판의 종류가 다양했다.

토벌 게시판, 생활 게시판, 비밀친구 게시판 등.

'꽤 상세하게 분류가 되어있네? 응? 비밀친구 게시판? 뭐야 이건.'

서둘러서 읽어본다.

[필요 모험가 등급 : 상관없음

남편을 여의게 된 지 5년이 지났습니다. 젊은 나이에 명문가에 시집을 왔는데 너무 일찍 남편을 잃게 되어서 외로워요. 참아보려 했지만 더 이상은 힘드네요.저의 외로움을 달래주시는 분에게 10골드 이상의 보수를 지급하겠습니다. 다만 제가 꼭 만족해야만 해요. 제 만족도에 따라 보상은 달라질 수 있어요.]

혼란스럽다. 이곳은 내가 알던 일반적인 판타지 세계는 아닌듯하다. 성에 대해서 꽤 개방적인 곳인가?

대놓고 이런 내용을 누구나 볼 수 있는 게시판에 써놓는다는 거 자체가 유교문화권에서 살아온 나에게는 충격적이었다.

히토미만 하루종일 보던 나에게 최적화된 곳으로 보내진 건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온다.

아무튼 젊은 미망인과 섹스도 하고 돈도 번다. 이거 완전 도그허니가 아닌가?

현실에서 장르에 가림이 없던 나는 밀프물도 즐겨봤었다.

망설임 없이 이 퀘스트를 수행하기로 한다.

"어? 그 퀘스트를 하시려고요? 초보자에게는 추천해 드리지 않아요."

"왜죠? 문제가 있는 퀘스트인가요?"

"사실 많은 모험가분이 도전한 퀘스트입니다만, 까다롭기로 소문난 부인이셔서 제대로 성공한 분이 없거든요."

하긴 세상만사 그렇게 쉬울 리가 없다. 쉽게 완료할 수 있는 퀘스트라면 이미 이 게시판에 없겠지.

"괜찮아요. 저 자신 있거든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시롬. 히토미 마스터인 나를 몰라서 짓는 표정이겠지.

긴가민가 하고 있는 시롬에게 주소가 적힌 퀘스트 용지를 받아 들었다. 자신감에 찬 얼굴을 보이며 길드를 나선다.

퀘스트 용지에 주소를 확인한 후 곧장 그곳으로 향한다.

[노른 6번가 97­4]

주소만 보고도 찾아가기 쉽게 마을에 곳곳에는 표지판이 잘 세워져 있었다.

'이 곳인가?'

마을 대부분의 집은 규모가 작았는데 유독 이 집만큼은 크기가 상당하다. 정원도 있고 정확한 평수를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저택.

게시판에서 본 것처럼 명문가에 시집간 건 확실한듯하다. 마침 정원에 메이드로 보이는 사람이 있었고 바로 말을 걸었다.

"길드에서 퀘스트를 받고 왔습니다. 지금 바로 수행할 수 있을까요?"

멀리서도 들릴 수 있게 큰 목소리로 말했다. 내 소리를 듣고선 나에게 다가오는 메이드. 가까이서 보니 꽤 어려 보인다.

메이드는 날 힐끗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아 퀘스트하러 오셨군요! 마님께서 언제나 퀘스트 관련으로는 문을 열어주라 했어요. 들어오세요~"

조금 신이 나보이는 발랄한 메이드를 따라서 대문을 지나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휘황찬란한 장식들과 미술품들로 가득한 거실에 도착했고 퀘스트를 맡긴 사람으로 보이는 여인이 있었다.

"마님, 퀘스트를 하러 오신 모험가예요~"

"어서오세요. 전 이 집의 주인인 에리나 폰 허브예요."

허리 끝까지 내려오는 갈색 머리가 잘 어울리는 고급스러운 미인이었다.

밀프를 기대한 나에겐 생각보다 젊어 보이는 느낌도 들었지만, 아무튼 기대 이상의 미인.

"안녕하세요. 신입 모험가 강단백입니다."

"강?단백? 이상한 이름이네요. 어릴 적 즐겨보던 책에 나오는 동방의 나라에 있을 법한."

동양과 서양의 개념이 있는 이세계로 보내진 듯하다. 흥미롭군. 우리나라도 있는 건가?

"자세히는 몰라도 조부가 그쪽에서 오신 걸로 듣긴 했습니다. 하하하."

자연스럽게 얼버무린다.

"마침 저녁 시간이라 저녁이 준비되어있는데 같이 드실까요?"

"네. 저도 식사를 하지 않아서 배고팠는데 좋습니다."

식당에는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훌륭한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주로 편의점 도시락으로 식사를 때우던 나에게 과분한 음식들.

사양할 것도 없이 신 나게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고기와 야채 그리고 약간의 술로 배를 채우고 나니 조금 나른해졌다.

"퀘스트는 조금 쉬신 뒤에 하기로 해요. 쉴 곳은 메이드 레룬이 안내해 드릴 거예요."

"모험가님 이쪽으로 오세요~"

들을수록 귀여운 목소리의 그녀. 얼른 따라가도록 한다.

레룬을 따라간 곳은 고풍스러운 침대가 있는 커다란 침실이었다.

"쉬고 계시면 이따가 마님이 오실 거에요. 그럼 편안하게 쉬세요!"

꾸벅 인사를 하고 나가는 레룬.

가지말고 나랑 놀자고 할뻔했다. 메이드물도 엄청나게 즐겨보는 장르였거든. 하지만 퀘스트를 위해 가까스로 참아내고 침대에 누웠다.

어떤 태그를 사용해야 에리나를 만족하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깜박 잠이 들었다.

****

아랫도리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누군가가 날 쓰다듬는 듯한 느낌.

정신을 차려보니 여러 명의 여자들이 알몸으로 나를 덮치고 있었다.

하렘만화에서나 볼법한 말도 안되는 상황이었고 나는 당황스러웠다.

동시에 여럿의 여자들에게 만져지니 감당할 수 없는 쾌감이 몰려들었고 몽롱해졌다.

내 위에 올라타 있던 여자가 내 성기를 잡고 삽입하려 한다.

그 느낌이 기대되는 순간­

잠에서 깼다.

아 시발 꿈. 잠깐의 기분 좋은 꿈이었다. 꼭 야한 꿈은 하려고 할 때 깨더라고. 모쏠아다인 나에게 야한 꿈은 늘 이런 식 이었다.

'으?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거지?'

나도 모르게 잠깐 졸았던 거 같은데 얼마나 시간이 흐른 지는 예측이 안 됐다.

그렇게 비몽사몽하고 있는 사이 에리나가 다가왔다.

"잘 쉬고 계셨어요?"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시야를 틀었다.

오 지저스 맙소사. 그녀는 몸 안쪽이 비치는 하얀 잠옷을 입고 있었다.아름다운 허리 굴곡. 존재감을 과시하는 골반.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가슴까지.

엄청난 몸매에 잠시 숨 쉬는 것을 잊어버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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