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토미의 태그술사-1화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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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감독님, 저 섹스가 하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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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섹스하고 싶다~'

오늘도 어김없이 내 머릿속을 가장 많이 지배하는 말이다.

나는 강단백. 대한민국의 흔한 25세 백수다.

일반인들과 조금 다를 게 있다면 히토미 마스터라는 것.

히토미가 뭐냐고? 알잖아? 성인만화 사이트.

웬만한 작가와 장르들을 섭렵하고 있어서 커뮤니티에서 상당한 활약을 했다. 질문 글에 대답을 좀 해주다 보니 어느새 사람들이 날 히토미 마스터라고 부르더군.

일과의 대부분을 성인만화를 찾아주고 보는데 쓰다 보니 머릿속에는 야한 망상만이 늘어가는 나날이었다.

'진짜 한 번만 해보고 싶다. 나도 잘할 수 있는데!'

어디 가서 말하긴 부끄럽지만 사실 나는 모솔아다 였기에 할 때의 느낌이 너무나도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게다가 몸은 쓸데없이 건강해서 주니어는 시도 때도 없이 서곤 했다. 덕분에 애꿎은 휴지만 축내는 인생.

조금 전에 본 이세계 물 만화에 나오는 엘프가 너무 예뻤다. 주인공 놈이랑 하기만 하면 어떤 여자든 주인공을 사랑하게 되어버리는 그런 스토리였는데 주인공이 너무 부러웠다.

나도 하렘마스터가 되어 저런 엘프랑 마구 하고 싶다. 그치만 여자도 돈도 없는 내게 그저 희망 사항일 뿐.

오늘도 왼손 양과 스킨십을 하면서 마음을 달랠 뿐이었다. 그렇게 의미 없이 하루를 보내고 저녁 시간이 다가왔다.

편의점 알바를 최근에 잘리는 바람에 매끼 식사 때우는 게 곤욕이었다.

편의점에서 알바할 때는 폐기 도시락이 상당히 쏠쏠했는데.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손님이 줄어서 결국 잘리게 됐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아무튼 배꼽시계는 울리고 뭐라도 먹어야 한다.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고 집 근처에 편의점에 나갈 준비를 한다.

'여름이 다 되어 가는 건가? 7시가 넘었는데 춥지가 않네.'

초여름의 산뜻한 저녁 공기를 쐬니 우울했던 마음이 조금은 달래지는 듯 하다. 배가 고팠기에 발걸음을 재촉해서 서둘러 편의점으로 향한다.

길 하나만 건너면 바로 편의점이 있다. 평소 같으면 차가 꽤 다니는 도로인데 오늘따라 한가하다. 무단횡단은 잘하지 않는 편인데 오늘따라 그냥 건너고 싶어진다.

'그만큼 배가 고프시다는거지~'

배가 고프다는 핑계를 대면서 빠르게 도로를 가로지른다.

그 순간 상당한 속도의 트럭이 날 반긴다.

주마등이 스친다.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 건가. 아직 섹스도 못 해봤는데!

괜히 안 하던 짓을 했더니!

"끼이이이이이익­."

트럭이 내 눈앞에서 간신히 멈춘다.

다행히 대형트럭이 아니라 1톤 정도의 소형트럭이었다. 제동거리가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야 이 미친 새끼야, 신호 똑바로 보고 건너!"

흥분한 트럭 기사님이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연신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고 뒷걸음질했다.

'생각해보니까 트럭에 치였어야 했나? 이세계로 갈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트럭 기사님이 알면 환장할 생각을 속으로 하면서 건너기 전의 길가로 돌아간다.

그 순간

'쾅!'

어? 나 지금 치인 건가? 인지할 틈도 없이 엄청난 속도로 다가온 택시에 치였다.

트럭을 피했지만, 트럭에 가려있던 날 보지 못한 총알택시에 치여버린 거다.

'아 이럴 거면 차라리 트럭에.'

같은 이세계 오타쿠 같은 생각을 한 게 내 삶의 마지막 순간이었다.

***

"일어나세요. 일어나세요!"

기분 나쁠 정도로 엄청나게 밝은 빛이 덮치는 느낌이 들어서 눈을 떴다.

'뭐지, 나 살아있는 건가?'

"아뇨. 당신은 죽었습니다. 이곳은 죽은 사람의 영혼이 오게 되는 곳이에요"

살아생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을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가 내게 이상한 말을 하고 있다.

"누구세요? 그리고 전 방금 말도 안 했는데 어떻게 제 생각을."

내 머릿속을 읽혀 당황한 나는 물었다.

"쉽게 설명하면 저는 여신이에요. 죽은 자의 영혼을 다시 태어나게 해주는 환생의 여신."

믿기 힘든 소리를 아나운서 뺨치는 정확한 발음으로 하는 그녀.

"아니 환생이라는 게 진짜 있는 거였나? 믿기 어렵지만 기쁘네요. 사실 미련이 많았거든요."

"사실은 그 강렬한 미련 때문에 환생하시는 거에요. 아무나 환생이 되는 것도 아니거든요."

나를 쳐다보면서 사뭇 진지하게 얘기한다. 분명 미련이 많이 남긴 했는데 말이지. 특히 어떤 행위 때문에.

"그럼 제가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히 삶에 대한 미련이 남았던 거군요?"

"아뇨. 삶에 대한 미련은 별로 없으셨는데, 특정 행위에 대한 강한 사념이 느껴졌습니다."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말하기 꺼리는 여신님. 그걸 놓치지 않고 냉큼 물어본다.

"특정 행위? 그게 어떤 건가요?"

"잘 아실 텐데요. 굳이 되물으시다니 짓궂으시네요."

대답해주지 않는 여신님. 아쉽다. 이렇게 아름다운 여신님에게 상스러운 말을 듣고 싶었는데.

"사실 잘 알고 있죠. 그런데 이세계 물 소설이나 애니메이션을 보면 이런 경우 환생자에게 혜택이 있는 걸로 아는데, 그런 게 있을까요?"

내 말을 듣고 여신님은 약간 놀라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네. 잘 알고 계시네요. 미련이 남았는데도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을 위해서 다음 생에는 잘해보라는 의미로 원하시는 능력을 하나 주고 있습니다."

"무야호­! 원하는 능력이요?"

"무, 무야호? 아무튼 원하시는 능력이 있으신가요?"

"물론 있죠. 저랑 섹스하면 여자가 제 것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신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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