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화 〉 1. 「No.001 스튜어디스 홍은하」 (4)
* * *
은하가 들썩거렸다. 허리가 활시위처럼 휘더니 영문 모를 신음을 내뱉었다. 끝내는 아등바등 절 붙잡은 손길로부터 벗어나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흐윽, 하앗, 하…….”
머리가 삐쭉삐쭉 서는 기분이었다. 난생처음 겪는 파과의 경험이 쾌락으로 승화되었다. 끄트머리만 조금 넣었을 뿐인데 그렇다는 것이 사뭇 놀라웠다. 첫 경험은 대개 아프기만 할 뿐이란 얘기를 들었는데 통증보다 쾌감이 앞서는 것도 믿기지 않았다.
말로만 듣던 속궁합이 이런 것일까?
흉측하니 절대 제 안에 들어가지 못할 물건 같았다. 그런데 막상 들어오고 나니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자존심을 내려놓고 표현하자면 기분이 좋았다. 더욱, 그리고 또 마구 해줬으면 싶었다.
“무, 뭐…….”
물론 그녀는 그런 진심을 내색하지 않았다. 이런 낭떠러지 앞에서도 어떻게든 무너진 제 위엄을 수습하려 도발을 해댔다. 이미 저 따윈 상대도 되지 않을만큼 우월한 남자란 걸 알면서도, 어차피 돌이키기도 늦었고 얄밉기도 했으니 조금이나마 수치심을 안겨주려 했다.
“이게, 다야……?”
그래서 은하는 눈물을 찔끔거리면서도 도윤을 비웃었다.
“아니? 뭔가 착각하고 있네.”
총명하고 지적인 그녀의 선택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멍청한 짓이었다. 도윤이 허리를 조금씩 밀어붙였다. 귀두만 간신히 들어간 제 좆을 천천히 올려붙이며 질벽을 긁었다. 바깥으로부터 유입된 공기를 밀어넣고 눅진한 속을 환기시켰다.
찌걱, 쩌억.
아래로 느긋하게 내려와 쉬던 자궁이 줄행랑쳤다. 비좁은 질벽을 장애물로 내놓고 저 위로 잔뜩 겁을 먹은 채 달아났다. 주름진 벽은 그런 자궁을 대신해 오돌토돌한 촉감으로 쾌락을 바치고 사정을 유도했다. 어떻게든 저 위에 닿는 일만큼은 막으려 살신성인했다.
“꺄흐윽, 꺄하악……!”
소용없었다. 은하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확장된 동공이 그녀가 지금쯤 느끼고 있을 쾌감을 시사했다.
“으흑, 흐윽, 이거, 거짓말……!”
급기야 갓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처럼 퇴화한 어휘였다. 단지 도윤의 물건이 반쯤 들어간 것만으로도 그랬다. 은하가 혀를 내밀며 헐떡거렸다. 눈물과 침을 줄줄 흘리면서 어쩔 줄 몰라했다.
“엄살 부리지 마. 아직 움직이지도 않았어.”
도윤이 은하의 가슴을 쥐며 말했다. 아래는 그렇게나 흉폭하기 그지없으면서 위를 향하는 손길은 또 부드러웠다. 마치 건방지지만 사랑스러운 말괄량이에게 다정한 훈육을 건네는 것 같았다.
“심호흡해.”
“후, 히…….”
“더.”
“흐, 헤에…….”
자궁 턱밑까지 다다랐던 물건이 잠시 후퇴했다. 그러다 이내 다시금 오므라든 벽을 가르고 나아갔다. 느긋하고 천천한 움직임이었는데도 어찌나 버거웠는지 은하가 짐승처럼 신음했다. 눈을 거의 까뒤집다시피 하며 늘어졌다.
찌걱, 찌걱.
허리를 왕복할 때마다 움찔거리는 게 귀여웠다. 그래도 아직은 정신을 붙들만한지 눈빛이 살아있었다. 입술을 지그시 깨문 은하가 도윤을 노려보며 애정인지 증오인지 통 모를 감정을 담았다.
“눈 깔아.”
“……!”
“계속 그런 눈으로 바라볼 거면.”
도윤이 싸늘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오랫동안 공들여온 자존심이란 걸 알기에 온종일 그 응석을 받아줬다. 그러나 침대 위에서만큼은 결코 그 건방을 용납할 수 없었다.
“흐윽, 꺅, 읏…….”
슬그머니 빠졌던 허리가 갑작스럽게 진격했다. 겉물과 애액이 뒤섞인 질 속에선 부드러운 자궁 입구가 귀두에 짓눌렸다. 좀 더 위로 올라가거나, 아니면 제게 굴복해 맞이할 준비를 하라며 강요했다.
“아, 알았으니까 그만해…….”
“뭘 알아?”
“눈, 깔게…….”
“아직도 건방지게 명령하는 거야?”
은하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눈물로 인해 옅게 번진 화장이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을 자극했다. 정복욕이었다. 그토록 고고하고 또 도도했던 여자가 이제는 완전히 기가 죽어 애원하는 데서 오는 쾌감이었다.
“부탁은 공손하게 해야지.”
“그, 그만해줘…….”
“반말이 공손한가?”
“이, 이익, 나쁜, 흐앗……!”
도윤이 말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미 풀어질 대로 풀어진 몸이라 더는 신경쓰지 않고 제 페이스대로 왕복 운동을 해나갔다.
찌걱, 찌걱, 찌걱.
앙칼진 신음이 방안을 가득 메웠다. 그렇게 10분 정도를 열락의 구렁텅이에서 헤맨 은하가 울음을 터트렸다. 아프지도 않은데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 이 말도 안 되는 쾌감이 저를 완전히 바꿔놓을 것만 같았다.
“흐윽, 흑, 잘못했어…….”
끝끝내 무너진 그녀가 달뜬 목소리로 청했다.
“뭐든 사과할게, 사과할 테니까 조금만 쉬게 해줘…….”
“쉬고 나면 또 신경질 내려고?”
“진짜 미칠 것 같단 말이야!”
“그러게 까불지 말았어야지.”
그의 말이 맞았다. 모든 건 제 잘못이었다. 연하라고 깔보지만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돈 좀 있다고 재수 없게 여기지만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다못해 몇 번이나 주어진 기회 중에서 단 한 번이라도 사과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으리라.
“나, 흐윽, 이런 거, 흑…….”
딸꾹질처럼 박힐 때마다 신음한 은하가 힘겹게 말을 이었다.
“모르는, 꺄흑, 데에…….”
“계속 그렇게 반말해.”
몇 번의 절정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단지 저도 모르게 떨리는 눈꺼풀이 한계의 한계에 다다랐음을 알렸을 뿐이었다.
그토록 소중하게 여겼던 자존심인데, 이제는 저를 괴롭히는 원인일 뿐이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날 줄 몰랐다. 그리하여 은하가 쾌락의 물결 속에 잠긴 이성을 허우적거리며 꺼냈다. 비로소 절 범하고 있는 수컷을 위로 인정하며 빌었다.
“잘못, 했어요…….”
뭇 남성의 구애를 받던 스튜어디스가 한 사내에게 종속된 암컷으로 변했다.
“용서, 꺄흑, 해주세요…….”
탄탄대로를 걷던 커리어우먼이 아양을 대신한 신음으로 굴종했다.
“제발, 흐윽, 이렇게 부탁드릴게요…….”
언제나 자신감 넘치고 주도적이던 여성이 머리를 조아리고 제 자존심을 바쳤다.
“입 벌려.”
“으흐, 헤에…….”
도윤이 길가에조차 한 번 뱉어본 적 없는 제 침을 퉤 뱉었다. 혀끝에 떨어진 제 타액을 보며 은하가 어떻게 반응할지를 살폈다. 행여라도 언짢은 기색을 보이거나 표정을 일그러트린다면 봐주지 않으려던 것을,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가만히 명령을 기다리자 구속을 풀어주었다.
“사과할 준비 됐어?”
“으응, 네에…….”
“뒤로 돌아.”
은하가 힘겹게 몸을 돌리며 누웠다. 먹음직스러운 복숭아처럼 모양 잡힌 엉덩이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일직선으로 쭉 뻗은 기립근을 자랑하며 도윤을 기다렸다.
“엉덩이 들어.”
탐스러운 둔부가 위로 솟아올랐다. 붉은 기가 감도는 분홍빛 틈과 공극이 훤히 드러났다. 손바닥을 쫙 펼친 도윤이 그대로 엉덩이를 쓰다듬더니 거세게 후려쳤다.
찰싹!
베개에 머리를 처박고 있던 은하에게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얼마나 민감한지 이미 질척하고 끈적한 보지에서도 애액이 송골송골 맺혀 물방울처럼 떨어졌다.
뚝, 뚝.
도윤이 다시 한번 삽입을 준비했다. 아까보다 더 수월하고 제 물건에 맞게 변형된 질 속을 가볍게 비집어 내찔렀다, 자궁 입구를 두드릴 때마다 엉덩이를 때리며 반사적으로 느낄 수 있게끔 교육시켰다.
“맞을 때마다 까불어서 죄송하다고 빌어.”
은하가 머리를 작게 까딱거렸다. 말할 힘조차 없었던 그녀는 단지 이 미칠듯한 쾌락에서 어서 빨리 헤어 나오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태도와 마음가짐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던 도윤은 연달아 그녀의 엉덩이를 후려쳤다.
찰싹, 찰싹, 찰싹!
이어서 꾸짖었다.
“쉬기 싫어?”
“흐윽, 흣, 아녀어…….”
이맘때쯤이면 취기도 가셨을 텐데 꼬부라진 혀가 참 귀여웠다. 은하가 헐떡이면서 도윤에게 말했다. 마치 발밑에 있는 노예가 저 위의 주인에게 경외를 담듯 고했다.
“맞을 때마다, 까불어서 죄송하다고 빌겠습니다…….”
“시작해.”
단번에, 그리고 너끈하게 자궁을 찌른 도윤이 손을 들었다. 주제도 모르고 건방지게 대들던 암컷에게 애정을 담은 매질을 선사했다.
“꺄흣, 흐읏!”
찰싹!
“안하고 뭐해?
찰싹!
“까불어서…….”
찰싹!
“죄송, 합니다아…….”
찰싹!
“까, 불어서…….”
찰싹!
“죄송합, 니다…….”
찰싹, 그리고 찰싹, 또 찰싹!
“흐으, 꺄으, 아으…….”
완전히 나가떨어진 은하가 영문 모를 신음만 반복했다. 그제야 사정감을 느낀 도윤은 그녀의 머리채를 손에 휘어감았다. 목 다칠 일 없게 일어서라며 주의를 준 뒤 힘껏 잡아당겼다. 그렇게 길들여지지 않은 준마를 길들이듯 완전하게 사로잡았다.
“따라 해.”
끝내는 힘찬 사정과 함께 최고조에 달한 순간을 만끽하려 주문을 건넸다.
“사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정, 해주셔서, 감사합니, 다아…….”
여념 없는 정복감이 몹시 기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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