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컬렉션-8화 (8/28)

〈 8화 〉 1. 「No.001 스튜어디스 홍은하」 (3)

* * *

저항할 새도 없었다.

도윤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은하의 옷을 벗겼다. 나이도 어린 게 순진하기만 하다고 얕잡아봤었는데, 의외로 그는 이런 쪽의 경험이 제법 충부한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브래지어 후크를 한 손으로 단숨에 푸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녔으니까.

“왜 그런 표정이야?”

능글맞은 미소를 머금은 그가 물었다. 저와 비슷한 눈높이처럼 느꼈었던 이 스물두 살짜리 청년은 어느새 고개를 젖히고 올려다봐야만 볼 수 있을 정도로 훌쩍 커져있었다. 적어도 은하 본인이 느끼기론 그랬다.

“너도 벗겨줘야지.”

주도권을 잡혔다는 게 이런 것일까. 방으로 들어온 순간부터 하대하기 시작한 그였는데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온순한 초식동물처럼 우스웠던 남자는 어느새 무시무시한 포식자가 되어 자신을 사로잡았다.

“설마, 처음이야?”

“아, 아니거든!”

도윤이 피식거리며 깔보았다. 다분히 계산된 행동이었다. 그러나 자존심에 눈이 멀었던 은하는 그런 저급한 도발에도 발끈하며 손을 내뻗었다. 업무에만 매진했는지라 남자 경험 한 번 없는 것을 능숙한 척 연기했다.

스르륵.

다행히 평상복 차림을 벗기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녔다. 도윤에 의해서 반라가 된 은하가 쭈뼛거리는 기색을 숨긴 채 그의 바지를 잡았다. 얼굴만 반반한 것처럼 보였던 그는 잡지에서도 보지 못했던 근육을 자랑했다.

‘거짓말, 무슨 조각상도 아니고…….’

공연히 입안에 침이 돌았다. 저도 모르게 꿀꺽 삼키게 되었다. 이윽고 하반신의 속옷만 남은 두 사람이 서로를 벗기려 들었다. 공교롭게도 동시에 할 수는 없는 동작이었다. 그래서 순서를 정해야만 했다.

“가만 있어. 내가 먼저 할 테니까.”

도윤이 한쪽 무릎을 굽히며 은하의 팬티를 내려주었다. 이번에는 그녀 차례였다. 똑같이 한쪽 무릎을 굽힌 은하가 이내 다른 쪽 무릎도 마저 굽혔다. 도담한 가슴이 짓눌려 불편했기 때문이었다.

“흥, 성급하긴…….”

말은 그렇게 했어도 정작 성급한 쪽은 은하였다. 야릇하게도 수컷 앞에서 무릎을 굻은 모양새가 된 그녀가 도윤의 팬티를 내렸다. 눈에 띌 정도로 불룩한 크기였다. 그래서 예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튀어나온 물건은 기어이 저를 놀라게 했다.

“꺅……!”

튕기듯 솟아오른 남근이 뺨을 찰싹 때렸다. 길이며 굵기며 무게며 여간하지 않은 탓이었는지 뺨이 아주 얼얼했다. 멍하니 정신을 빼앗기고 있자니 도윤이 말없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연하 주제에 저를 내려다보는 표정이 사뭇 건방졌다.

그리고 한편으론, 어째서인지 오싹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여기서 하긴 좀 그렇지? 침대로 가자.”

현관 앞에 널브러진 옷이 어지러웠다. 그러나 도윤은 개의치 않았고 은하는 그곳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침실로 향한 두 사람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서로를 응시했다. 지긋한 시선이 흥분을 한층 끌어올렸다.

탐욕스러운 도윤의 시선이 제 앞에 선 암컷을 향했다. 흐드러진 머리칼과 고압적인 성격을 반영이라도 하듯 매서운 눈매를, 그러면서도 부드러운 곡선의 얼굴을 가진 여인을 뇌리에 분명히 담았다.

티끌 하나 묻지 않은 피부, 큼직하니 보기에도 좋은 가슴, 병처럼 잘록하고 쏙 들어간 허리, 손에 꽉 차다 못해서 넘치는 엉덩이를 은근하게 훑었다. 끝내는 정돈을 한 건지 원래부터 타고난 건지 고르게 난 음모를 향해 손을 내뻗었다.

“자신 없으면 리드해 줄까?”

도윤이 능청스럽게 물었다. 넋 나간 사람처럼 그의 얼굴과 몸을 보며 황홀해하던 은하는 그 말에 정신을 되찾고 톡 쏘아붙였다.

“우, 웃겨! 어린 게 되게 잘하는 척하네?”

“그럼 네가 할래?”

“못할 것도 없지! 네가 하는 것보단 나을걸!”

“해봐.”

침대에 가볍게 걸터앉은 도윤이 말했다. 머뭇거리던 그의 물건 위로 올라타려던 은하는 곧 이어진 조롱에 흠칫했다.

“뭐야, 전희도 몰라?”

성교육으로 인한 관념은 뚜렷했다. 그러나 경험은 없었다. 실전과는 동떨어진 지식이 그녀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뒤늦게라도 아닌 척 시치미를 떼며 다시 연기를 하려고 했지만, 절 끌어안은 도윤의 돌발행동 탓에 그러질 못했다.

“이리 와.”

우악스러운 손길이 절 사로잡았다.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허리를 에우고 옆구리를 간질였다. 도윤이 은하의 목덜미에 얼굴을 가져갔다. 깊은 숨으로 피부를 간질이고 혀를 살짝 날름거리며 공략했다.

“흣, 읏…….”‘

순진무구한 처녀의 신음이 흘러나왔다. 더 이상 이곳에 있는 건 잘나가는 커리어우먼이 아니었다. 출세가도를 달리는 항공사 승무원도 아니었다. 그저 저보다 어린 연하의 남성에게 지배당할 길만 남은 암컷이었다.

“다리 벌려.”

도윤이 허벅지 안쪽을 두드리며 명령했다. 귓가를 파고드는 중저음이 몹시 강렬했다. 도무지 거부할 수 없었다.

천박하니 어깨보다 더 다리를 넓게 벌린 그녀가 이어진 그의 손길을 맞았다. 방금 전까지 대들었던 게 무색하게 슬그머니 겉만 훑는 손놀림에도 벌벌 떨며 매달렸다.

“알아둬, 이렇게 하는 거야.”

음란한 손장난이 시작됐다. 질척거리는 애액을 윤활유로 삼은 도윤이 은하를 천천히 무너트렸다. 더는 도도하고 멋있는 여성을 연기할 수 없게끔, 다른 사람 앞에서라면 또 모를까 제 앞에서만큼은 한낱 암컷에 불과하단 걸 각인시켰다.

찌걱, 찌걱.

능숙하긴커녕 처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거센 조임이었다. 성교통을 앓지 않으려면 이런 수축을 잘 풀어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대목이었다.

“고개 숙여.”

도윤이 은하의 머리를 잡아당겼다. 그렇게 그녀의 몸에 검지를 살짝 집어넣은 채로 입을 맞췄다. 행여나 이럴 때 상처를 내지 않도록 다듬은 손톱은 뭉툭한 손가락과 어울려 훌륭한 쾌감을 선사했다.

“흣, 하악…….”

움찔거리는 모습이 어찌나 색정적이던지. 입을 맞추고 있는 탓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은하의 호흡이 흐트러졌다. 곧 도윤에게서 떨어져 스스로를 추스르려 들었다. 그러나 제가 사로잡은 암컷을 놔줄 생각이 없었던 그는 되려 그녀를 옭아맨 채 헐떡이게 만들었다.

“으읏, 흣, 하아…….”

빳빳했던 몸이 점점 부드러워졌다. 곧았던 허리도 뱀처럼 흐느적거리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발그레하던 뺨이 더욱 붉어졌고, 뭇 본능적으로 바라기 마련인 수컷의 우월한 모습에 발정하기 시작했다.

갈라진 틈 사이로 넣은 손가락이 반들거렸다. 그 밑의 팔뚝까지 질질 흐른 애액이 또 더없는 반증이 되었다.

“침대로 누워, 천천히.”

도윤에게 매달린 은하가 그대로 들린 채 침대로 누웠다. 글썽거리던 눈가가 얼마나 집요한 괴롭힘이었는질 대신 말해주었다. 일방적인 애무였고, 처녀임을 짐작해 배려한 동작이었음에도 그랬다.

“이제 좀 주제 파악이 돼?”

“……흣, 읏.”

은하가 촉촉한 눈빛으로 도윤을 노려보았다. 치켜올라간 눈썹이 아직도 죽지 않은 그녀의 자존심을 대변했다.

“흐, 흥! 모르겠는데?”

참 대단한 고집이었다. 하긴 그럴 자격이 있는 인물이기는 했다. 하얀 시트 위로 늘어진 머리카락, 인상 깊을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 누운 채로도 형태가 무너지지 않는 가슴, 무엇 하나 꿀리지 않는 미녀가 존재한다면 바로 여기 있었으니까.

“왜? 너야말로 꼴려? 못 참겠어?”

도윤이 한방 얻어맞은 표정으로 멈칫했다. 이렇게 궁지에 몰렸으면서도 저런 객기를 부리다니, 어느 정도 제가 유도한 것이긴 했지만 그래도 어이가 없었다.

이건 마치 절 즐겁게 해주려고 안달한 사람 같지 않는가.

아니, 그런 사람이라도 이렇게까지 호승심을 불러일으키진 못할 것이다.

“교육이 필요하겠네.”

“하, 뭐래! 야동을 너무 많이 본 거 아냐?”

은하가 조소를 머금었다. 도윤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 위에 올랐다. 육체미가 현신한 듯한 그의 상반신은 그야말로 고혹적이어서, 취기와 뒤섞여 꿈을 꾸는듯한 느낌을 만들었다. 일찌감치 내세웠던 자존심만 아녔더라면 기꺼이 제 몸을 즐겁게 내줄 수 있을 정도였다.

“잘 봐, 이제부터 이게 네 안으로 들어갈 거니까.”

갈라진 틈 위에 무언가가 턱 맞닿았다. 슬그머니 시선을 향하고 보니 팔뚝 같은 무언가가 있었다. 검붉은 기운이 감돌고 핏줄이 툭툭 불거진 것이 몹시 험상궂었다.

“……자, 잠깐만.”

은하가 당혹감을 금치 못하며 침대 머리맡까지 움직였다. 도윤은 그런 과정조차도 유희의 일부로 여기며 그녀를 쫓았다. 두 팔목을 단단히 붙잡고 술기운 가득한 제 암컷의 뇌리에 똑똑히 새겼다.

“숨 크게 들이마셔.”

“그, 그런 거 안 들어가……!”

“다는 어렵겠지. 그래도 충분히 풀어놔서 반절은 끄떡없을 거야.”

입구에서부터 댄 물건이 배꼽을 넘겼다. 기겁한 은하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애무한 탓에 나름대로 뻐근해진 도윤은 기어이 그녀를 관통했다. 굵직한 귀두로 비좁은 질 속을 파고들었다.

쩌억.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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