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화 〉 외전. 천 년 전의 과거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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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반대말은 근심이 아닐까. 인간은 살아서 근심하고, 근심하기 때문에 불행하다.
그리하여 황태자는 생각했다. 자신이 이 세상 모든 인간들의 근심을 짊어지는 존재라면, 그럴 능력과 자질을 지녔다면, 한 사람의 근심을 대신 짊어지는 정도는 일도 아닐 것이다.
황태자는 어머니의 근심을 꼼꼼히 빨아들였다. 모후 소피아 아르첼의 명령대로, 그녀의 다리를 핥았다.
‘행복이 근심이 없는 상태를 뜻한다면, 나는 충분히 어마마마를 행복하게 해드릴 수 있다.
이것이 나의 속죄. 평생을 슬픔 속에서 살아야 했던 어마마마를 슬픔 속에서 건져내는 일.’
황태자의 혀가 황후 소피아 아르첼의 발목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아♡ 멈추지 마. 계속해.”
어머니가 나직이 흘린 교성에, 황태자는 잠시 멈춰섰다.
마지막 선을 넘지 않기 위해 어머니를 진정시키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황후는 계속해서 애무를 요구했다.
거부권은 없었다. 그리고 거부감조차 없었다.
어머니라는 사실만 잊는다면, 황후 소피아 아르첼은 황태자가 만난 여인 중 가장 아름다운 여성이라 할 수 있었다.
“나의 아름다움은 축복인 동시에 저주였단다, 태자. 나를 만난 모든 남자들이 나를 가지기 위해 내 앞에서 무릎을 꿇었지.
그 멍청한 작자들 사이에 네 외할아버지도 있었단다. 아비라는 작자가 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추파를 던졌지.
사내들은 다 똑같아. 너라고 해서 다를까.”
아름다우신 분. 그러기에 불쌍하신 분.
그녀는 너무 아름다운 나머지 황제 아슬란의 전리품이 되었고, 험하게 다뤄지다 정신까지 망가졌다.
그래서 아들을 남자로 보고, 복수의 대상으로 보고, 지배하려 들었다.
“이해합니다.”
중의적인 의미였다. 황태자는 망가져버린 어머니를 이해했다.
그리고 황후 소피아 아르첼에게 욕정한 남자들을 이해했다.
황태자는 추잡한 사내들의 일부가 되어, 그들을 대표해 황후를 맛보았다.
혀와 입술에 닿는 하얀 살결을 음미했다.
은방울꽃의 이슬이 이성을 마비시켰다.
발등과 발목을 핥던 혀가 종아리로 옮겨갔다.
마치 도자기를 핥는 듯하다. 혀에 걸림이 없다. 그러면서 따스하다. 포근한 양털 이불을 덮고 누운 듯이.
연한 종아리살에 황태자는 진한 키스마크를 남겼다.
“더 위로. 그래. 천천히.”
황태자의 이성이 마비되는 만큼, 황후의 교성도 비례해 커져만 갔다.
황태자의 혀는 소피아 아르첼의 무릎 뒤 오금까지 전진했다.
은방울꽃 향기가 진해졌다. 그것은 이슬이 되어 황태자의 마른 입술을 촉촉히 적셨다.
꿀꺽. 갈증이 더 심해졌다.
다시 위로. 옆으로.
침이 은빛 여인의 허벅지를 타고 흘렀다. 혀와 입술이나아가야할 경로를 쭉 그어 표시해 주었다.
목마른 여행객처럼 황태자는 이 얄팍한 침자국을 따라 걸었다.
더욱 깊어진다. 빨려들어간다.
사타구니 안쪽 깊숙이, 마름모꼴의 공간을 발견한 황태자는 이만 멈추었다.
“더 이상 갔다간 돌이킬 수 없습니다, 어마마마.”
이 안쪽은 혀로 핥아서는 안 되는 성역이었다.
“여기까지 와서?”
황후가 다리로 황태자의 목을 휘감았다. 그는 꼼짝없이 갇히고 말았다. 은방울꽃의 치명적인 향기가 더욱 진해졌다.
“그 동안 잘도 도망쳤겠다. 하지만 이번엔 도망 못 가.”
이번에야말로 황제를 내 발 아래에 꿇리리라.
황후 소피아 아르첼의 승리가 눈앞에 다가왔다.
“가져가렴. 네가 그토록 바라왔던 이 어미의 사랑을.”
금기가 허물어졌다. 결코 발을 들여서는 안 되는 금절의 영역에 황태자가 들어섰다.
살짝 젖히고, 핥아본다. 금단의 맛. 비밀의 화원 속 터부를.
마시면 마실수록 목이 마른 어머니의 사랑. 황태자는 불같이 욕망하게 되었다.
“후후훗. 간지럽구나. 태자.”
부르르 떨며 황후는 가랑이를 좁혔다. 황태자는 점점더 집요해지더니, 안쪽 깊숙한 곳까지 황후의 꿀을 핥으려 혈안이었다.
“아아♡”
황제가 내 발 아래 있도다. 황후도 열락에 빠져들었다.
“언제까지 핥기만 할 거니?”
조이던 다리를 풀어 황태자를 놓아주었다. 금단의 쾌락을 맛본 황태자는 놓아주어도 달아나지 않았다.
“어마마마.”
스스로 황후의 품에 뛰어들었다. 황후를 침대 위에 눕히고 몸을 포갰다.
욕망을 꺼내들고 그의 금기를 어머니의 꽃잎에 대고 비볐다.
넣기 전에 황태자는 마지막으로 물었다.
“이런 짓을 벌이지 않아도 저는 어마마마의 소유였습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하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외로우니까. 이렇게 빳빳이 세워놓고는 무엇을 망설이는 거지? 태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의 유혹이었다. 세 번의 망설임이 황태자의 자제력을 증거했다.
칭찬받아 마땅한 자제력이었으나 불가항력이었다.
황후가 황태자를 감싸 안는 것으로 자제심은 완전히 무너졌고, 황태자는 빨려 들어갔다.
휘감아왔다. 황후가 품은 근심처럼.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어마마마! 어마마마…….”
황태자는 어머니를 부르며 울었다. 그리움과 충족되는 사랑과 죄책감에 파묻혀 끅끅거렸다.
그에게 남은 한 줌의 이성이, 추잡하게 허리를 흔드는 황태자를 비난했다.
“아아♡ 태자. 나의 사랑스러운 황제.”
황제 아슬란은 죽었다. 이제 황제는 나다. 그 말인즉슨, 황후를 손에 넣어도 된다는 뜻이다.
불붙은 금기가 더욱 속도를 올렸다.
참을 만큼 참았으니, 폭발하는 것도 당연했다. 피가 몰려 더욱 커지고 단단해졌다.
“더♡ 더어♡ 너라면 괜찮아.”
황후는 손을 깍지껴 잡았다. 황태자가 안겨주는 들뜬 충격을 소화해냈다.
“어마마마. 어마마마.”
실감이 안 난다는 듯 황태자는 황후의 실체를 확인하려 들었다.
어머니의 은빛 머리카락을 만져보기도 하고, 어머니의 젖을 빨아보기도 했다.
대담하게 허리를 애무하다가도, 그 동안의 섭섭함을 담아 엉덩이를 꽉 하고 꼬집기도 했다.
황태자가 보채는 대로, 어머니의 동굴이 요동쳤다.
이제 한계였다.
아들의 부푼 욕망을 알아챈 황후는, 황태자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소름끼쳐♡ 이 패륜아♡.”
황태자는 놀라 굳어버렸다. 하지만 탁 하고 쏘아져버린 정액은 이미 어머니의 자궁으로 스멀스멀 기어 들어가고 있었다.
***
“오늘은 많이 늦었네? 황태자. 걱정했어. 또 황후에게 불려갔다며?”
저녁조차 거른 채, 황태자는 황후와 긴 시간을 함께 했다.
황태자비가 걱정스럽다는 듯 황태자를 들여다 보았다.
황태자의 얼굴엔 절망처럼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차라리 다행이었다.
침울한 그 모습에, 황태자비 위나 아르페지나는 황태자가 금단의 선을 넘었다는 사실을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듯했다.
“모렐이 그러던데. 신하들 앞에서 뺨까지 맞았다면서? 다른 데는 괜찮아? 옷 벗어 볼래? 약 발라줄게.”
위나가 황태자의 옷깃에 손을 댔다. 황태자는 흠칫 놀랐으나 평온을 가장했다.
조심스럽게 황태자비와 손을 포개며, 그녀의 호의를 거절했다.
“나는…… 괜찮아.”
황태자가 입은 튜닉 셔츠의 안 쪽은 멍 대신 키스 마크가 가득했다.
결코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이었다.
“하지만 황태자…….”
“앞으로. 이런 일 없을 거야. 어머니랑은 화해했어.”
자신의 체질을 적극적으로 사용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황후 소피아 아르첼의 상처와 아픔을 모조리 빨아들였다.
어머니께서 내일 어떤 변화를 일으킬진 모르겠으나, 적어도 오늘보다는 덜 불행하실 것이다.
대신 황태자가 불행해졌다. 거진 20년짜리 수모와 회한이었다. 안 그래도 깨어지기 일보 직전의 영혼으로, 황후의 탁하디 탁한 증오를 빨아들였으니.
부서질 것 같았다. 황태자는 자신의 최후를 더욱 선명히 예감하게 되었다.
아마 남은 수명이 1년이 채 되지 않을 것이다. 1년 뒤엔 낡은 조각상처럼 정수리부터 쪼개지며 깨어질 것이다. 타버린 재처럼 바람에 흩어져 사라질 것이다.
이제 황태자는 자신의 죽음에 진심으로 대비해야 했다. 위나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황녀 아스트리아의 아기, 클로비스 플랑섀넌을 양자로 입적할 계획이었다.
이를 알게 된 위나는 어떻게 반응할까. 아스트리아를 싫어하는 만큼 격렬하게 분노하겠지.
예전의 표독스런 악녀로 돌아가, 황태자를 괴롭힐 지도 모른다.
‘화를 내도 이해할게. 위나 아르페지나. 본래 자기 것이라 생각한 것을 빼앗기는 것만큼, 괴로운 일도 없거든.’
카이사리아의 미래를 위해, 결코 미뤄둘 수 없는 결정. 황태자는 간신히 첫 마디를 뗐다.
“위나. 할 말이 있어.”
“음. 심각한 표정을 보아하니, 나쁜 소식인가 보네. 그런데 황태자. 그 전에 먼저 전하고 싶은 소식이 있어. 좋은 소식이야.”
황태자는 나쁜 소식을 전하길 뒤로 미루고, 좋은 소식부터 먼저 듣기로 했다.
“나……. 임신한 것 같아.”
혹여나 싶어, 임신이 확실해진 이후에 이 소식을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황태자가 침울해 하니.
위로하는 겸, 좀더 일찍 임신 사실을 알렸다.
“아.”
비로소 황태자는 안심하였다. 긴장의 끈이 탁 풀려서는. 다리를 가눌 수 없어 황태자비를 껴안고 주저앉았다.
“다행이다…….”
아르페지나 가문의 비호가 있다면, 어린 황손은 안전히 자라날 수 있겠지.
재상 루진이 삼촌이고, 모렐 재무관이 대부가 되어 줄 테니까.
욕심없고 정직·성실한 두 신료가 어린 황손이 바르게 자라나도록 도울 것이다.
카이사리아의 미래는 이로써 지켜진 것이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다면, 좀더 빨리 소식을 전하는 건데.
황태자의 거듭된 감사에 위나는 얼굴을 수줍게 붉혔다. 그러면서 한 편으론 걱정되어, 슬쩍 황태자를 떠보았다.
“분위기 깨서 미안한데, 황태자. 저기…… 아까 내게 하려던 말은 뭐야?”
“이젠 전할 필요가 없어진 말이야. 공허한 헛소리지. 너만 있으면 돼. 무사히 네가 나의 아이만 낳아준다면, 나는 무척이나 행복할 거야.”
사랑이 식었다. 다른 여자를 새로이 황태자비로 올리고 싶다.
이딴 개소리가 나올까봐 먼저 선수를 친 것이었는데.
사실 위나 아르페지나는 황태자가 율리아, 에스텔과 내연 관계를 지속하고 있단 사실을 알고 있었다.
심지어 오늘 황태자가 자신의 모친과 살을 섞었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괜찮아, 황태자. 내가 너의 첫 번째이기만 하다면, 전부 용서할 수 있어.
언제나 나를 바라봐줘. 사랑해, 황태자.’
위나는 질투심을 곱게 접어 던져버렸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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