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킹해서 BJ들과 친해지기!-189화 (189/193)

EP.189 에프터 스토리 - 윤미나

“그럼 이번 가족놀이는 미우가 엄마다?”

“음… 어차피 미우는 매일 엄마 역할만 하지 않았어?”

“이번에는 다르다구!

이른 나이에 악플러의 추측성 댓글테러로 아이돌 데뷔에 실패했다가 심신이 지친 와중에 우연히 대기업 면접관인 아빠를 만나서 함께 시골에 내려가 금슬 좋은 부부로 지내는 2남 2녀를 둔, 화목한 가정의 엄마야.”

“미우의 소꿉놀이는 갈수록 디테일해지네….”

“아빠가 전에 너무 뻔하다고 했잖아.

이번에는 미우가 특별히 대본까지 준비했으니까. 자!”

푹신한 알파벳 매트 위에 펼쳐진 둥근 간이테이블 위에서 A4용지를 넘긴다.

크레파스로 삐뚤빼뚤 커다랗게 <아빠랑 하는 가족놀이 대본♥>이 적혀있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핑크빛 하트표시가 여백 없이 가득 담긴 종이다.

참고로 이런 아이템은 글씨가 못날수록 귀여움이 두 배다.

어처구니 없는 실소와 더불어 아빠미소가 안 나올 수가 없다.

“어라? 진짜 대본이 적혀있네?”

“그~ 러~ 니~ 까~! 대본이라구 했잖아!”

귀여운 볼 빵빵하게 부풀리는 미우.

이름만 내세운 대본이 아니었나보다.

구체적인 시나리오는 뒤에 적혀있는지 팔랑 넘기니 연보라색 색연필로 또 한 번 삐뚤빼뚤 끄적인 진짜 대본이 있다.

요즘 애들은 배움이 빠르다고 해야 할지… 나도 슬슬 요즘 애들이라는 단어를 쓸 날이 왔나보다.

나이는 둘째 치고, 아빠가 된지가 한참 오래됐으니 당연하려나.

“좋아 어디보자…

제 1장, 아빠가 집에 돌아와서 엄마에게 뽀뽀해준다.”

처음부터 대사가 아니라 행동지문.

잠깐 뇌정지가 왔지만 나는 바로 테이블을 넘어가서─

쪽♥

“히힛♥”

“좋아, 다음 2장. 엄마도 따라서 아빠에게 뽀뽀해준다.”

“헤헤, 다녀오셨어요♥”

쪽♥

기다렸다는 듯이 내 볼에 다가오는 애들 특유의 수분덩어리 촉촉한 입술.

미우의 향긋한 코코넛향을 가득 느끼며 다음 지문을 읽는다.

“좋아 제 3장, 아빠는 그 답례로 엄마에게 뽀뽀해준다. 음…”

쪽쪽♥

“히힛♥”

만족한 듯 미소 짓는 미우를 따라 웃어준 다음,

“다음 제 4장, 엄마는 그 답례의 답례로 아빠에게 뽀뽀해준다. ……또야?”

“응! 여긴 사랑이 넘치는 집이거든!”

“…집에 오자마자 부부가 뽀뽀만 하고 지내는 거야? 사랑이 과한데.”

아침에 출근할 쯤엔 입술이 닳아있을 것 같다.

앞서 살펴보니 실제로 밑에는 죄다 뽀뽀로 도배되어 있었다.

오늘따라 예쁘다고 뽀뽀, 밥이 맛있다고 뽀뽀, 잘 자라고 뽀뽀. 그냥 뽀뽀.

키싱구라미도 이만큼 사랑이 넘칠 것 같지 않다.

내 심드렁한 지적에 미우는 살짝 기가 꺾인 듯 눈썹을 내리더니,

“웅… 아빤 미우랑 뽀뽀하기 싫어?”

급격하게 풀이 죽은 목소리.

풀썩 내려간 하찮도록 여린 어깨.

속눈썹 깜빡거리며 살피는 내 눈치.

“정말이지… 이렇게 귀여운데 싫을 리가 있나!”

“와앗! 헤헤헤♥”

어차피 다 연기다.

아빠 관심 어떻게든 더 받으려고 대놓고 얄팍한 연기를 시전하는 거다.

그 영악한 태도가 소중하고 귀여워서 달려가 안아준다.

“햐… 정화되네.”

“우웅… 아빠아~♥”

아이를 안으면 형용하기 힘든 기분 좋은 향과 힘이 난다.

특히 미우는 딸내미들 중에서도 애교 스텟에 올인한 덕에 더욱 기운이 샘솟는다.

“자, 거기까지~”

딸내미 놀아주던 중, 들이닥치는 진짜 엄마.

막 둘째 딸을 재우고 돌아왔는지 기진맥진해 보이는 미나가 간편한 긴 바지 차림으로 다가온다.

나는 안아든 미우의 엉덩이를 가볍게 팔로 받쳐주며 미나와 대면한다.

“오, 미유는 이제 자?”

“네, 계속 흔들어서 재웠어요.

혹시나 깨면 맡아달라고 야간 보모분께도 일러뒀고.”

“고생했네. 아예 보모한테 맡기지 그랬어.”

“명색에 제 딸인데 엄마역할은 제대로 해줘야죠…

미우도 슬슬 잘 시간 됐지?”

“싫어! 아빠랑 더 놀 거야!”

엄마가 말만 꺼냈을 뿐인데 팽! 금세 삐진 것처럼 목을 돌리는 미우.

고사리 손으로 어떻게든 내 셔츠를 꽉 잡고 버틴다.

코알라 아빠가 된 기분이다.

반면에 미나는 또 이 패턴인가 싶은지 한숨을 길게 뺀다.

“미우는 아빠 귀찮게 구는 나쁜 아이가 될 거야?”

“아니야!

엄마는 매일 아빠랑 자니까 오늘은 미우랑 잘 거야!”

“야, 나도 매일은 못 자거든…?

아무튼 계속 고집 부리면 선호를 부를 거야.”

“또 선호 오빠!

왜 선호 오빠만 불러. 오빠 오면 매일 귀찮게 군단 말이야!”

“그걸 노린다는 거지….

이른바 어른의 이이제이라는 거야.”

“헹!”

오늘따라 딸과 실랑이하는 미나의 미간주름이 돋보인다.

방금까지 둘째 애와 씨름하느라 탈진한 모양인데, 슬슬 아빠된 도리로 끼어들도록 한다.

“자자, 미우는 다음에 또 놀아줄 테니 그만 자자.”

“아잉! 더 논다니까 아빠는 나랑 놀기 싫어?”

“정말 좋아하지♥”

딸바보 모습 잠깐 비췄다가,

“하지만 미우는 아빠한테 시집온다고 했지?”

“……응♥”

울상 짓다가 방긋 웃는 미우.

아빠의 이상 같은 귀여운 딸, 그녀의 하늘하늘한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어나간다.

“아빠한테 시집오려면 얼른 자서 쑥쑥 자라야하는데, 안 자면 곤란하지 않겠어?”

“잉… 그건 치사해.”

“소꿉놀이는 아빠가 다음에 잔뜩 해줄 테니까, 응?

미우가 쑥쑥 클 수 있게 슬슬 자자.”

“……응.”

어쩔 수 없이 미우는 금세 수긍한다.

입술이 삐죽 나왔으나 순순히 품에 안겨 방까지 동행한다.

“웃챠.”

꽉 안으면 부서질 어린 육신을 침대에 살포시 올려주고 이불을 당겨준다.

마무리 굿나잇 키스를 해주려니 미우가 진지한 눈빛으로 올려다보고 있다.

“아빠.”

“응?”

“나중에 미우가 쑥쑥 자라면 꼭 엄마랑 이혼해야 해? 미우랑 결혼해야 하니까.”

“으응… 고려해볼게.”

“히힛♥”

어른 사이의 ‘고려한다’에 참뜻을 알지 못하는지 곧장 볼을 당기는 웃는 미우.

애초에 결혼은 다른 엄마랑 했지만… 복잡하니 그러려니 넘긴다.

아무튼 미우 이마에 입을 가볍게 맞춘 뒤에 거실로 나오니 미나가 소파에서 머리를 짚고 있다.

자연스럽게 그 곁에 다가가 어깨를 감아주자 따라서 자석이 당겨오듯 머리를 기댄다.

쌕쌕 작은 숨결과 함께 작은 푸념을 시작한다.

“정말… 늦둥이 한 명 생겼다고 집안이 시끌벅적해졌네요.”

“그래도 누구처럼 연달아 낳는 것보단 낫지…

그나마 나이차 나는 딸내미니까 귀엽지 않아?”

“귀엽지만 벌써부터 칭얼대는 게 미우처럼 어리광쟁이가 아닐까 싶어요.

미우는 당신이 미유 돌보러 가면 질투 나서 빽 소리나 치고… 대체 둘 다 누굴 닮았는지 원.”

주물주물♥

대화를 나누던 와중에 어느새 파고든 손깍지.

꾸물꾸물대는 가녀린 손마디가 위로해달라는지 내 손등을 가볍게 문지른다.

“어리광이 누굴 닮았는지는 말 안 해도 알 것 같은데 뭐.”

“후후♥”

이 세심한 애교가 누굴 닮았는지는 뻔하다.

미나가 더욱 기댈 수 있도록 어깨를 내어준다.

딱 붙어서 마누라의 달콤한 샴푸향을 느끼며 속삭인다.

“오늘은 지쳐 보이니까 슬슬 들어가 잘까?”

“음… 그건 틀리죠 주인님♥”

단둘이 되자 습관이 되어 튀어나오는 주인님.

주인님이라 부를 때 미나의 표정은 순식간에 변질된다.

손바닥 뒤집듯, 여우처럼 변해버리는 매혹적인 눈빛.

슥슥슥♥

슬쩍 상체를 숙여 셔츠 안으로 보이는 큼직한 맘마통 골짜기를 보이고, 내 허벅지와 좆 근처를 매만지며 불을 지핀다.

나이가 들고선 미나도 연수만큼이나 영악하게 머리를 쓴다.

어떻게 내 가슴에 어떤 장작을 넣을지, 어떻게 하면 더 달아오를지, 나에 대해서 잘 파악하고 있다.

“지쳤으니까 충전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 싶어요♥”

“나참, 나름 봐주려했는데 어쩔 수 없네…

그럼 왈가왈부 시간 끌지 말고 함께 들어가자고♥”

“앗♥”

벌떡♥

품안에 안아든 미나.

이대로 마누라를 보쌈해서 안방으로 들고 납치한다.

정확하게는 그러려던 찰나에 안긴 미나가 옷깃을 꼭 잡았다.

“그, 그런데 말이죠 주인님.”

“응?”

“오늘도… 그거 찍어요. 네?”

“또?”

살짝 미우가 잠든 방 인기척을 살핀 뒤에,

“애들 막 잠들었는데 저번처럼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문 안 잠갔으면 대참사였다니까.”

“오늘은 최대한 소리 죽일 테니까…♥ 네? 네에~?”

여성스럽게 보이도록 살짝 볼을 짚은 손.

품안에 안자마자 머리를 부비며 아이처럼 잔뜩 어리광을 피우는 미나.

“하… 완전히 엄마 실격이구만.”

“후후♥”

꾸욱♥

안아든 나의 커다란 손이 가감 없이 미나의 젖통을 탐하자, 품속에서 눈시울을 기울인다.

흐트러진 셔츠 안에, 검은 맘마통가리개를 보이며 시시덕댄다.

“지금은 엄마가 아니니까…♥

주인님만의 귀여운 암캐잖아요?”

씨익.

“정말, 애들보다 귀엽단 말이야.”

“♥”

쪽♥ 쪽♥ 쪽♥

귀여운 암캐에게 가득 영역표시♥

하기야 그렇다.

내가 만든 암캐의 독한 취향이니까 끝까지 책임질 수밖에 없다.

언제나 날 위해 대접해주는 맛있는 좆집을 쿵쿵♥ 두드려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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