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킹해서 BJ들과 친해지기!-179화 (179/193)

EP.179 에프터 스토리 - 한정아

“…이러다 골병들겠다.”

비뚤어지게 턱을 바치고 하얀 바탕에 검은 깨처럼 글자가 박힌 노트북을 바라본다.

몇 시간이나 이 자세로 있으니 아예 로뎅처럼 굳어졌다.

드르륵… 드르륵…

중지만 이용해 지루하게 내려가는 마우스 드래그.

기계적으로 디지털 결재서류를 살피고 디지털 사인을 갈긴다.

혁신적인 광고다, 진정한 미래 사업이다, 외국에서 도입된 신기술이다… 정말이지 두뇌에 쥐를 유발하는 단어만 골라 썼다.

심지어 어떤 자료는 영어 원문까지 가져와서 뇌진탕을 일으키는 수준이다.

“으……”

버티다 못해 영영 감길 듯한 눈꺼풀.

환기를 위해 창가로 시선을 옮긴다.

그곳에 펼쳐진 건 고층빌딩의 죽이는 스카이뷰다.

푸른빛 창공에 거치적거리는 경계선 따윈 하나도 없다.

몽실몽실한 구름을 가르는 비행기를 제외하면 어느 무엇도 내 발밑에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말이다.

이런 죽여주는 뷰에서.

오십 명은 누워서 잘 수 있는 이 넓은 사장실에서.

매일 똑같은 짓거리를 하고 있으니 아주 죽을 맛이다.

당장이라도 바깥에 나가고 싶은데 그러질 못하니 속이 터진다.

“에이, 나도 모르겠다~”

탁!

인내심 폭발로 노트북 화면을 덮는다.

눈을 지그시 감으며 상체를 뒤로 젖혀 푸근한 사장의자에 의지한다.

“어쩌면 옛날이 더 재밌었을지도…”

고요한 적막에서 습관적으로 굳어진 혼잣말.

따져 보니 그날 이후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다.

정말 쏜살처럼 시간이 지났다고 본다.

선화와 정식적으로 결혼한 뒤에 펼쳐진 많은 일들.

크고 작은 헤프닝과 갈등.

주요 뉴스는 역시 그거다.

새로 늘어가는 귀여운 식구들이다.

함께 살게 된 집에서 뻑하면 아이 출산소식이 울렸다.

제일 처음 연수가 출산하고, 다음 주자로 선화가. 그 다음은 마치 라이벌에게 질 수 없다는 듯이 이주일 차이로 미나가. 여기에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거의 동시에 출산한 사랑이와 신아영, 그 뒤로 또……

워낙 다사다난하게 많아서 일일이 다 적어내려가기엔 왕조실록이 따로 없겠다.

모든 아이출생과 비화를 한꺼번에 적으면 24시간이 모자라다.

“그래도 남는 건 사진이라더니, 딱 맞네.”

허나 잔뜩 암축된 결과물들은 남아있다.

고풍스러운 중역책상에 세워진 아기자기한 액자들.

스티커사진까지 합쳐서 서른 개가 넘는 사진들이 책상을 가득 메운다.

볼살 통통한 갓난아기 사진과 엄마와 함께 찍은 사진, 그리고 단체로 찍은 사진까지.

한 명당 세트로 세 장씩은 꼭 붙어있다.

“흐흐흐…”

하나씩 살피니 절로 나오는 실성한 웃음소리.

옛날이 좋았다는 말은 당장 취소해야겠다.

책상 위에 가득 찬 이 귀요미 햇병아리들이 있는데, 너무나 불경했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이 이런 건가 보다.

내 자식들 귀여운 얼굴로 실실 쪼게며 힐링하게 된다.

“사장님?”

“엇?!”

멍 때리는 사이에 끼어든 불청객.

비서가 어느덧 문 앞에 서있었다.

각으로 다려진 와이셔츠와 미니스커트, 착 달라붙는 스타킹에 가터벨트를 찬 매력적인 여비서가 올곧게 척추를 피고 대기하고 있다.

사실 직장을 제외하면 비서보단 애엄마 칭호가 더 어울리는 여성이다.

이제 완전히 그림자처럼 나를 전담해서 보좌해주는 정아다.

예전보다 길은 머리칼로 슬쩍 땋아 놨다.

“후우… 또 농땡이 피우는 시간입니까.”

“이봐, 그렇게 말하면 섭섭하지.

힐링이라고 힐링.”

“중증의 딸바보병은 회사의 보스라도 어쩔 수가 없나보군요.”

언뜻 빈정대는 것 같으나 정아는 포근한 미소를 하고 있다.

함께 일한지 어느덧 6년.

정아는 출근하면 사장실에서 꼼짝 못하는 내 고충을 이해하고 있다.

방에 콕 박혀서 성격에 워낙 반대되는 일을 하고 있으니 온정어린 시선이 될 수밖에 없다.

“오늘 결재 마무리 안 되면 야근될 수 있는 건 아시죠?”

헌데 그건 그건지 냉정하게 그어버리는 선.

또각또각 하이힐로 다가와 뒤에 선다.

뒤에서 감시하듯 내려다보는 그 미소의 하중이 너무나 육중하다.

…이래서야 누가 실세인지 모르겠다.

“이봐, 오늘 결재는 너무 빡센 거 아니냐고……”

“나름 중요한 안건을 최소한 해서 엄선을 해드립니다만.”

“일을 대거 나누자니까.

회사에 똑똑한 고학력 간부들을 괜히 고용한 게 아니잖아?”

“그 똑똑한 고학력들이 머리를 싸매서 낸 회사의 방향성과 프로젝트 요약본입니다.아무리 두 번 세 번 검토를 했어도 중대한 사안은 회사 최고오너께서 직접 보고 결정해주셔야죠.”

너무나 FM적인 지적에 내 표정은 침울해진다.

“아 그럼 정아가 좀 해줘어~ 그럼 되잖아!”

그럼에도 꿋꿋이 저항한다.

또 기계처럼 지긋지긋하게 손가락만 움직이기 싫어 애처럼 칭얼댄다.

“이쪽 방면에는 정아가 나보다 훨씬 머리가 돌아가잖아.

빈말이 아니라 진짜 정아가 대리서명해도 된다니까?”

“안 됩니다.”

“왜!”

“대리청정은 헤이해진 조직의 기강이 무너지는 초석이니까요.

아무리 사장님이 저를 믿는다고 해도 그건 그겁니다.”

속눈썹 길이가 다 보이도록 사뿐히 내닫는 눈꺼풀.

몸짓까지 더해 단호하게 선을 긋는다.

정아는 일에 있어선 꽉 막혀있다.

이런 빡빡하 성격과 유능함 덕분에 <금사자'z>가 이런 빌딩까지 점령할 수가 있었지만 너무할 정도로 쥐어짠다.

“사장님,”

캐치 앤 릴리스를 이용하는지 정아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와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등 뒤에서 내 어깨를 꾹꾹 누르며 대화의 명맥을 이어간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십시오.

직장에서 일이 없는 것보단 바쁜 게 낫지 않습니까?”

“그런 식으로 파고들면 할 말이 없지……”

결국은 또 해야 하는가, 천근만근해지는 어깨.

하지만 듣고 보니 그렇다.

무슨 핑계든 결국에는 해야 할 일이다.

책상을 점령한 수많은 액자에서 다시 초심을 되찾는다.

“그래, 태어난 애들 기저귀 값 생각하면 아빠가 힘내줘야지……”

열 네 명의 자식을 둔 가장의 무게.

뒤에서 듣던 정아는 첨언할 말이 있는지 검지에 손가락을 올리며 비음을 끈다.

“음… 사실 기업을 입찰해 판매한다면 아이들 금박 기저귀를 씌워줄 수도 있겠지만요.”

“그런 극단적인 생각은 하지 말자고.

아무리 그래도 애들 직업란에 <아빠 : 백수>면 좀 없어 보이잖아.”

“후후, 그러네요.”

일이 싫지만 은퇴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바지사장 직함이나마 애들한테 멋진 아빠로 있고 싶다.

이제 애아빠가 된 내게 남은 마자막 가오가 아닐까 싶다.

“사장님.”

“응?”

기운을 좀 차리니 이번에는 정아가 귓가에 다가온다.

굳이 둘뿐인 공간에서, 머릿결 스치며 다가와 속삭인다.

‘저도 열심히 일하는 서방님이 가장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달콤한 목소리와 코를 찌르는 향긋한 에센스 향.

연상 주제에 귀여운 애교로 북돋아준다.

과즙 풍부한 표정으로 할 말을 하고 떨어진다.

“참나…”

함께한 시간이 어느덧 년 단위로 넘어서니 정아는 더욱 우연해졌다.

표정이 풍부해지고, 하는 짓이 부쩍 여우같아졌다.

이래서야 내가 여우를 기르는 건지, 여우가 나를 홀리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정장 와이셔츠 소매를 조금 걷으며 힘을 얻는다.

“그럼 또 한 번 힘내볼까!”

“후훗♥”

호기롭게 다시 노트북을 펼친다.

다시 한 번 마우스를 잡고 검토작업을 반복한다.

드르륵… 드르륵…

“…….”

드르륵… 드르륵…

“…….”

드르륵… 드르륵─ 탁!

“응?”

그런데 화면이 닫히고 만다.

이번에는 내 싫증이 아닌, 여인내의 가녀린 손으로 차단된다.

무슨 변덕인지 정아가 상체를 숙여서 노트북을 덮어버렸다.

“저기, 사장님…?”

정확한 서술을 하지도 않고 말이 짧아진 한정아.

“야, 너 설마,”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부쩍 길어졌다.

겸연쩍은 표정, 흐르는 공기, 살짝 상기된 뺨만으로 눈치를 챈다.

“흐읍?!”

나는 냅다 두 손가락을 넣었다.

붉은 립스틱이 묻은 도톰한 입술에, 일자로 합친 검지와 중지를 육봉처럼 거침없이 찔러 넣었다.

“우응… 쭈웁- 쭈웁♥

하아… 으응♥”

그러자 정아는 아기처럼 쪽쪽 빨기 시작한다.

노트북 덮느라 앞으로 몸을 숙인 자세 그대로 젖가슴을 비벼대며 몸을 흐느적흐느적 균형을 잃어갔다.

부들부들♥

쑤셔준 손가락에 혓바닥을 굴려가며 골반을 떨었다.

“자, 여기까지.”

“하아!

하아, 하아… 하앗♥”

“이봐, 직장에서 느닷없이 스위치가 들어가면 어떡해.”

“그, 그게……♥”

방금까지 똑 부러지게 나와놓고선 우물쭈물댄다.

“내가 야근이면 정아도 남잖아.

애엄마가 돼서 집에 기다리는 정현이랑 소현이를 보고 싶지 않나봐?”

“으음…♥”

지적에 난처한 얼굴을 한다.

허나 곧이어 부끄러움따윈 무릎 쓴 상기된 뺨으로 내게 속닥인다.

“죄송해요♥

분명 엄마로썬 실격이지만…… 엄마도 가끔 이러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

내 등에 안긴 채, 윗입술을 핥으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변호하는 정아.

고혹적인 눈빛이 마치 불가항력에 저항하는 건 어리석다고 변명한다.

스스로 스커트 안에 굵직한 허벅지를 부비는 암컷행동에서 먹음직한 수컷이 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사정한다.

그러나 전혀 설득력이 없다.

찌걱♥ 찌걱♥

“가끔?

둘이 있을 때마다 툭하면 발정나면서 뭐가 ‘가끔’이냐고.”

“……♥”

꼴리는 스커트 사이로 손을 찔러 넣었다.

이어서 뱀이 스멀스멀 기어가듯이, 혀로 살결을 핥듯이 안을 더듬었다.

벌써 습해진 보지 속에서는 이미 준비가 됐다고 알린다♥

“그런데,”

“앗…!”

스윽…

추행하던 팔을 거두자 눈에 띄게 실망하는 안면근육.

“정말로 해야 할 일이 많잖아.

지금 이 분위기로 휩쓸리면 새벽퇴근이라 안 돼.”

“그치만…”

“이게 다~ 어느 옹고집 비서가 사장이 다 검토해야한다고 해서 벌어진 일 아닌가?”

“그게…… 오, 오늘!

그래요 오늘만큼은 저도 결재 도와드릴 테니까, 그러니까─”

“이봐, 자기 욕망이 앞서면 금세 문턱이 낮아져도 되는 거야?”

쑤복♥

“흐읏?!”

쮸걱쮸걱♥

“흐으응… 죄성… 죄송합니다아…♥”

다시 한 번 기습적으로 보짓살을 찔러주자 뭍으로 나온 연체동물처럼 무너져 내리는 위세.

비서를 잔뜩 애타게 몰아붙이는 사장님 플레이.

씨익.

그 꼿꼿하던 허리가 꺾이고 바들바들 떠니 만족스러운 콧김이 나온다.

성추행하는 손끝의 감각만으로 즐거워 이대로 더 즐겨볼까 싶었으나, 귀가시간이 더 늦어질 수 있으니 오늘은 이쯤에서 봐주기로 한다.

“그럼, 평소대로 ‘조금’만 즐겨볼까?”

“아♥”

일어서서 정장 겉옷을 벗는 제스처를 취하자 정아의 꼬리가 마구 흔들린다.

바지 속에서 불끈 솟은 늠름한 사장님 좆을 보고 어서 평소처럼 보지 따먹어줬으면 하는 선망의 눈빛을 보낸다.

평소의 스마트한 이미지는 어디가고, 진득한 침까지 한 줄기 흘리며 흐트러진다.

“우리 귀여운 비서의 잘 익은 엄마보지 또 개봉해볼까?”

“♥”

사실 그렇다.

나도 서류 결재하는 지루한 작업보단 이런 전개를 백 배 천 배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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