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73 결혼식 D-7
“날이 아주 푹푹 찌는구만….”
어느덧 9월조차 달력 끄트머리에 도달해 간당간당한 날.
허나 한여름의 태양은 여전히 팔팔하다.
아스팔트 지면을 걸으면 녹은 양초를 양산시킬 만큼 건재함을 비친다.
그나마 웃통은 깠고, 아래는 사각 수영복이라 간간이 스치는 바람이 고마울 뿐이다.
“흐응~ 과연 푹푹 찌는 이유가 더위 때문일까?”
내 혼잣말을 특유의 콧소리로 받아치는 여성.
시선을 대각선으로 내리자, 연수가 팔짱을 끼고 있다.
가슴에 흐르는 매력적인 땀방울과 함께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아~ 날이 더운데다 어디 유명한 요가 트레이너께서 옆구리에 꼭 붙어있기 때문이겠지.
더운 날에 너무 붙은 거 아니야?”
“이러고 있고 싶으니까♥”
이어지는 매력적인 웃음소리.
“그보다 겨우 유명한 요가 트레이너야?”
“그럼? 여전히 10대 외모로 남자들 홀리는 요망한 여우라 해야 하나?”
“그게 좋겠네♥”
T백에 아슬아슬 몸을 가리는 흰색 비키니.
올라간 초승달 입꼬리와 선글라스 속 가느다란 눈웃음.
무엇보다 남을 홀리는 몸짓 하나하나가 어쩜 이토록 여우랑 꼭 닮았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래도 될까?”
“응? 뭐가?”
“요즘 연수 관련된 뉴스가 부쩍 수상쩍잖아.
아무리 인적 드문 아침이라 해도 괜찮은 거 맞아?”
“괜찮아. 선글라스까지 꼈는데 뭐♥”
꼬옥♥
땡볕에 땀이 줄줄 흐르는데, 더욱 강하게 안기는 연수.
옆구리가 끈적거리지만 이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니 더위는 뒷전이다.
테디베어 안고 있는 아이처럼 콧소리와 함께 이 절대적인 애교에는 거스를 수가 없다.
애정이 치사량을 넘는다.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말이야.”
“응?”
“선화는 어떻게 설득한 거야?
결혼식 일주일 전에 이런 휴가를 다 주다니.”
결혼식 일주일 전이다.
보통이라면 눈코 뜰 새도 없이 바쁜 시기나, 최근 연수가 임신한 탓에 싱숭생숭한지 뜬금 더 배가 부르기 전에 나랑 해변에 가고 싶다고 졸라댔다.
새로 산 수영복으로 유혹하기에 나도 혹했으나, 우리 둘은 전에 지은 전과가 있다.
선화가 결코 가만있지 않을 거라 만류했다.
허나 내 말을 들은 연수는 웃었다.
전날 집에 들이닥쳐 호쾌하게 둘이서 담판을 지었고, 단 1분 안에 결판을 냈다.
그렇게, 여왕님의 보증으로 1박 2일 여행 허락이 떨어졌다.
당시 선화가 짓던 표정을 회상해보면 당연하게도 대인배스러운 너그러운 미소가 아니었다.
이마에 굵직한 실핏줄을 달고 “자, 잘 다녀와 내 사랑~♡”이었다.
도대체 무슨 연금이 이루어졌는지, 아직까지 나는 어리둥절할 뿐이다.
“글쎄?”
질문에 돌아오는 간결한 외마디.
순진무구한 여자아이처럼 검지로 손가락으로 꾹 누르더니,
“잘은 모르지만 우리 고귀한 마님께선 결혼 면사포 확 뺏어버린다고 하면 순한 양이 되더라구?”
“그러니까 그게 무슨 뜻이냐고….”
“비-밀♥”
미소로 대충 얼버무리는 연수.
내 예상으론 다들 모인 야밤에 술에 취해 모종의 내기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거기서 선화가 졌고, 연수는 여왕님의 커다란 약점을 쥐게 된 상태가 아닌가 예상해본다.
여담으로 그 날 밤, 나는 숙취 탓에 기억은 잘 안 난다.
중간중간 끊겨진 필름에선 팔다리가 잡아당겨지는 온갖 괴상한 일을 겪다가 연수랑 뜨거운 밤을 보냈다는 메모리뿐이다.
불끈♥
그때를 떠올리니 연수 끌어안은 팔과 다른 팔에 힘이 더 들어가고 만다.
“뭐어… 그건 그렇다고 치자고.
그럼 왜 하필 바다야?”
“그야, 자기랑 가고 싶었으니까♥”
“음… 나도 연수랑 해변에 와서 좋지만, 슬슬 배가 나오니 위험하잖아.”
“그래서 자기를 부른 거라구.
듬직한 보디가드로 말야♥”
“겨우 보디가드?”
“물건이 대포만한 보디가드♥”
“하여간.”
쪽♥
“♥”
말을 끝맺음과 동시에 뺨에 뽀뽀.
조금씩 커져가는 연수의 배를 볼 때마다 이상하게 더 끌린다.
내 아이가, 내 완벽한 씨붙이가 거기있다는 만족감인지, 매끄럽게 표현은 못하겠지만 중력처럼 당긴다.
이 매력적인 여자를 더욱 안고 싶고, 더욱 가깝게 있고 싶다.
“그나저나 애엄마라는 사람이 이런 복장까지 하면 곤란한데?”
“……♥”
물컹♥
수영복 사이로 툭 튀어나온 도톰한 엉덩이를 붙잡자 연수는 품에서 키득키득 웃었다.
떡처럼 주물러도 감질맛 나는 이 지방덩어리는, 평생 질릴 것 같지 않은 감각을 선사한다.
슬슬 눈앞에 보이는 모래사장.
근처 호텔에서 나온 우리는, 모래사장까지 가는 무료함을 못 참고 길거리에서 애정행각을 벌인다.
횡단보도 대기하며 근처 상가를 오가는 사람들이 우리를 힐끗 쳐다보지만, 더는 시답잖은 부분은 신경 쓰지 않기로 한다.
“쭈웁♥ 쪼옥- 쪽♥ …더 들어와줘어♥”
연수가 쓴 챙 넓은 밀짚모자 아래에서 진득하게 맛본다.
동시에 엉덩이도 추행하면서 부족함 없이 즐긴다.
“……(꿀꺽)”
어디서 일행을 두고 왔는지, 아님 원래 혼자인지 우리 옆에서 힐끗대는 한 남성.
딸감이 되는지 밑에 수영복 속에서 멋대로 텐트를 친다.
내 여자를 보고 풀발기하지만 뭐, 적당히 무시한다.
어차피 연수는 몸도 마음도 전부 내 꺼니까♥
게다가 연수는 더는 변변치 못한 수컷에는 반응하지 않는다.
가엾게도 이 최고로 맛있는 암컷을 취하는 모습을 좆끝 바들바들 떨며 지켜봐야 할 뿐.
나중에 집에 돌아가서 위로 딸딸이나 치라고 한다.
“……푸후♥”
만족스러운지 입을 떼자, 연수는 작은 탄성을 지른다.
이어서 숨을 잠깐 고르더니, 만족감에 젖은 눈망울로 다시 눈을 마주친다.
“그리고 말야.”
“응?”
“여름도 슬슬 가고 있고, 배가 더 부르면 이런 차림새는 못 입게 되니까 더 지체하면 손해잖아?”
“어차피 나한테는 계속 보여줄 거잖아?”
“그거랑 다른 의미라구…♥”
사실 알고 있다.
연수의 취미인 노출적인 의미다.
“이봐, 내 생각도 해줘.
연수가 야외에서 이런 복장하면 똘똘이가 안 가라앉아 곤란하다고. 야밤이랑 다르게 눈도 많은데.”
“방금까지도 호텔에서 두 번 떡쳤으면서…♥”
남성을 유혹하는 음탕한 여우눈.
이번에는 내 입술에 손가락을 올리더니 번들번들한 붉은 입술을 달싹인다.
“조금만 참아줘. 내 유흥에 잠깐만 어울려주면 되니까♥”
“…연수는 어지간히 이런 걸 즐기는구만.”
“훗♥”
곧이어 횡단보도 초록불이 들어오고, 우리는 길 건너 계단을 내려가 모래사장에 입장한다.
꼬옥♥
가녀린 발끝이 뜨거운 모래가 닿자마자 몸을 기울이고 팔짱을 더욱 강하게 둘러맨다.
이건 “앗! 자기, 나 발이 뜨거웟!”의미가 아니라, 보이는 시선이 늘어나자 흥분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자신을 향한 눈길을, 두근두근 날뛰는 에너지를 내 어깨를 감싸며 억누르는 중이다.
─와……
─…시발.
─……(꿀꺽)
임신했어도 전혀 변함없는 요가로 가꿔진 두툼한 허벅다리.
수영복에 집혀서 툭 튀어나온, 찹쌀떡이 생각나는 꼴리는 엉덩이.
출렁거리는 젖가슴 속 유륜이 비칠 듯 말 듯 아슬아슬 가리는 마이크로 비키니.
특히 사기적인 몸매에 입혀진 과감한 비키니는 이목을 당기기 충분하다.
자신이 잘 가꾼 몸매를, 동성끼리 온 칙칙한 무리든, 애인 있는 남자든. 인정사정없이 도발한다.
“하아아…♥”
그렇게 웅성거림과 함께 욕정에 불타는 남자들의 뜨거운 시선을 받으며 해변을 가른다.
아슬아슬 음부와 젖가슴만 가리는, 간신히 출입이 허용될 음탕한 수영복으로 남들에게 몸을 과시한다.
부들부들…♥
안전장치로 함께 온 내게 한껏 의지하며 흥분을 억제한다.
당장이라도 처박고 싶은, 꽉 찬 꿀단지를 엎어둔 먹음직한 몸매를 떨기까지 한다.
물론, 연수는 임신 중이라 배가 살짝 나와 있다.
허나 안목이 있으면 이것이 똥배가 아니라는 것쯤은 쉽게 눈치 챌 수 있다.
또 오히려 임신한 임자있는 몸이라는 걸 알면서도, 못 따먹을 감나무가 더 매력적인 법인지 남자들이 꼿꼿이 세운 자지를 풀지 못한다.
변변찮은 수컷들의 사각 트렁크 수영복 속, 하찮은 좆물방울이 바닥에 뚝뚝 떨어지는 모습을 상상하니 참으로 불쌍하다.
“자, 우리 사모님 꿀피부 상하지 않도록 썬크림 좀 바를까?”
“♥”
억눌러왔던 노출과 우월함을 한껏 즐겼는지 신나서 쫄래쫄래 따라오는 연수.
구매한 파라솔아래에서, 깔아둔 돗자리에 우아하게 앉는다.
“그럼 잘 부탁해요♥”
“맡겨주세요 사모님.”
“후훗♥”
한쪽 무릎을 세우고 모델처럼 누운 쭉 뻗은 다리에서 돌쇠처럼 대꾸하자 기쁜 듯이 꼼지락대는 몸.
“하핫, 간지러!”
“이봐, 너무 움직이지 말라고.”
“그치마안~♥”
발바닥부터 꼼꼼히 발라주자 허벅지를 부비는 연수.
꼴릿한 골짜기를 마구 부벼댄다.
…안 그래도 인내심으로 꾹꾹 누른 풀발기 상태가 터질 것 같으니 참아줬음 한다.
그렇게 살결을 타고 올라간다.
허벅지에 비해 너무나 가느다란 발목을 타고 올라가자 나오는 예쁜 종아리.
허나 무릎 위에는 믿겨지지 않는 굵기의 두툼한 허벅지.
만지자마자 썬크림이 부족하지 않을까 겁난다.
여태껏 닳도록 만져댄 허벅다리인데 손끝에 닿을 때마다 새롭다.
…꿀꺽.
두툼한 질감.
행복을 가져다주는 굵기.
꾹 눌러도 곧바로 원상복귀 되는 아름다운 탄력.
당장이라도 파묻히고 싶다.
연수 보지에 다이빙해서 보짓물 쭉쭉 빨아먹고 허벅다리에 키스 마킹하고 싶다.
이 음란한 몸뚱이의 주인이 누군지, 임신한 뱃속에 다시 한 번 부륫부륫 확인시켜두고 싶다.
“그럼…… 이제 허리로 올라갈게.”
“응♥”
그래도 꾹꾹 참고 올라간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해변에 사람 많은 곳에서 덮칠 순 없다.
안 그래도 이 얄팍한 선글라스로 유명세를 가리는 중인데, 뉴스에는 임신의혹마저 불거지고 있으니 이 선은 참아줘야 한다.
찰박찰박♥
선크림을 크게 쭉 짜서 연수 배부터 문질러준다.
내 딸이 코 자고 있을 배를 정성스럽게 문지른 후에 더 위로 옮겨간다.
“으응…♥”
가녀린 어깨와 가슴께 부근을 번들번들하게 만들어주자, 기분 좋은지 얕은 신음.
이 기세를 타고 메인디시인 비키니 속 젖가슴을 마사지한다.
우리 사이에 더 거릴 것 없으니 구석구석 정성껏 주무른다.
주무른다.
주무른다.
주무르는데……
“으……”
결국 손이 멈추고 만다.
내가 젖가슴에 손을 넣고 부들거리자, 이상함을 감지한 연수가 한쪽 눈을 뜬다.
질려버린 내 얼굴을 보더니 윗입술을 핥아 요염하게 입맛을 다시더니 배시시 웃는다.
“흐응~♥ 우리 자기, 못 참겠어?”
“여, 연수가 이렇게 안달나게 해놓고 어떻게 참으라고…. 진짜 인내심 한계다.”
“자기 정도되는 물건 가진 남자가 못 참아?”
“윽…!”
주물주물♥
누가 보는 눈이 있을지 모르는데, 과감하게 내 좆을 만진다.
그늘만 쳐줄 뿐인 파라솔 아래에서, 아디다스 브랜드의 짧은 사각팬츠 수영복 끝을 주물거린다.
내가 연수의 몸을 잘 알고 있듯이, 연수 또한 나를 잘 알고 있다.
기분 좋은 촉감에 하마터면 한심한 신음을 발사할 뻔 했으나 꾹 참고 허세를 부린다.
“사, 상대가 연수라면 절대 못 참지…♥”
“자기는 말을 참 잘한다니까♥”
시시덕대는 토크에 만족했는지 연수는 힐끗 옆으로 눈길을 보낸다.
그리고 마치 우연히 발견한 것처럼 어느 한 포인트를 가리킨다.
“그럼 저기로 옮길까?”
빨간 매니큐어를 칠한 손끝이 가리키는 곳은 모래사장 끄트머리.
바로 암반이 있는 지역이다.
불규칙하게 나있는 암반이 호텔에 비하면 가까운 거리긴 하나, 이건 마치……
“호텔이 아니라, 저기 야외에서…?”
“저기가 더 가깝잖아.
자기도 참을 수 없는 모양이고♥”
“무섭구만… 연수는 여기까지 예상했나보네.”
“흐응~ 무슨 소릴까?”
모르쇠 연기하는 가증스런 여우.
어쩌면 이렇게 나를 제대로 갖고 놀아주는지 모르겠다.
꾸욱♥
“앙♥”
나도 더는 못 참고 연수 보드라운 젖가슴 꾹 쥔다.
질척한 선크림을 가득 묻히며 선언한다.
“각오하라고. 여우가 약 많이 올려서 잔뜩 화난 상태니까♥”
“으응~ 여우 뱃속에는 어떤 수컷 새끼 임신 중이니까 살살 부탁해요…♥”
“아으… 진짜 꽉 깨물어주고 싶네.”
“♥”
쿵짝이 잘 맞는 두 남녀.
결혼식은 선화랑 올리지만 솔직히 속궁합은 연수가 최고인 것 같다.
“얼른! 얼른 가자♥”
사실 연수도 흠뻑 젖은 상태였는지 곧바로 일어서서 이동한다.
이제 남들이 신고하거나 말거나 워낙 무시한다.
들켜서 디스X치에 실리든, 연예인 뉴스 헤드라인에 걸리든 다 꺼지라고 이른다.
연수가 곤란하다면 고소미를 시전하면 그만이다.
어차피 예전부터 내 여자니까.
더는 상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