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70 완벽한 결혼준비♥
“방송하는 날인데, 오늘은 방송 안 해?”
침대 위에 누워있다.
한껏 게을러 보이도록 팔로 얼굴을 바치고 남은 손으로 셔츠 속 복근을 벅벅 긁고 있다.
여기에 대기를 한껏 삼키는 하품까지 더하자 정말 한량이 따로 없다.
누가 보면 일 안 하고 쉬는 기둥서방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바빠서 시간 줄였어.”
주말 오전, 안방 안에서 유일한 대화상대인 선화는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있다.
여름이라 끈나시 달린 가벼운 원피스 차림과 평소 잘 안 쓰는 도수 없는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을 치켜 올리고 끼고 마우스를 딸깍딸깍 누른다.
두 눈이 모니터에 띄워진 액셀을 향하느라 당연히 시선은 이쪽을 향하지 않고 있다.
“뭘 그렇게 열심히 하는데?”
“뭐긴 뭐야. 우리 결혼식 예산 알아보고 있지.
참고로 정말정말정말, 저엉말- 초대형으로 치룰 거니까 나중에 오리발 내밀면 안 된다?”
“마음대로 해. 어차피 잔고에 놀아봤자 쓸데없이 쌓이는 걸.”
“흥, 말은 청산유수야.”
어쩐지 진짜 신혼을 준비하는 연인의 대화 같다.
실제로 그렇고, 현실이 그렇지만 가끔 나는 이 그림이 믿기지가 않는다.
1년 남짓한 무척이나 짧은 시간.
어느덧 여기까지 도달했다.
냇가에 띄워진 작은 조약배의 여행처럼 어느새 강을 넘어 대해양에 다다랐다고 보면 되겠다.
그렇게 바다에 다다르자 상상도 못한 오늘날의 청사진.
문득 불쾌한 얼굴로 팔짱낀 선화를 처음 대면했을 때가 떠오른다.
해킹툴 미션이라 무작정 들이대긴 했지만, 결코 이 여자에게 와이프나 마누라라 부르게 될지 몰랐다.
백금발에, 언제나 흐트러지게 피는 장미처럼 가시가 달린 여자.
처음에 존나 떡 못 쳐서 쫓아내기까지 한 여자.
그만큼 드라마틱했다고 보면 되겠다.
“그런데 신혼가면 방송에는 어떻게 말하게?”
“당연히 구라 쳐야지.
병이 도졌거나 가정사정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대충 넘기잖아.”
“너무하네. 그게 후원해주는 팬에 대한 자세야?”
“그럼 여캠방에서 ‘아, 여러분 깜빡 잊었는데 저 결혼해요. 그래서 방송 따윈 내팽겨치고 신혼여행 다녀오려고 해요. 호호호♥’이 지랄 떠냐?”
황당하다는 듯이 비꼬았으나 나는 덤덤하게 받아친다.
“해도 되잖아.
언제까지 감출 수도 없을 거고.”
“……안 돼. 적어도 지금은.
사정이 좀 복잡해….”
커밍아웃 생각이 아예 없는 건 아닌지 애매하게 답변을 피해간다.
금전 탓인지, 인기 탓인지, 아니면 이미지 탓인지 아직은 놓지 못한다.
이유가 어쨌건, 아마 본인이 가장 참기 힘들다고 생각된다.
꾸역꾸역 사생활 감추는 은닉생활은 당연 골 아프니까.
선화는 이 넓은 안방에서 뒷배경은 어떻게든 전에 혼자 사는 집과 흡사하게 꾸며뒀다.
방송 시작 전에 투윈침대의 배게는 언제나 하나로 감추고, 시트는 바로바로 갈면서 콘돔이라도 떨어져있을까 청소를 두세 번 한다.
실수로 누가 들어올지 모르니 당연히 언제나 문단속 철저히 하고, 여기에 철저한 연기와 준비습관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회피한다.
신경 쓸 요소가 한두 가지가 아니니 선화의 고민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내 마누라는 강박이 좀 심한 게 아닐까 싶다.
조금은 편하게 늘어져도 좋을 텐데 말이다.
어차피 정식 결혼하면 이런 생활을 이어갈 순 없을 거고.
“그런데.”
“응?”
“……지금 뭐하는 거야?”
꾸욱♥
선화 가슴에 얹어진, 가득 찬 맘마통 모유를 거침없이 짜고 있는 비매너 손.
대화를 나누면서 천천히 배후로 다가가고 있었다.
선화도 으슥한 나의 인기척을 느꼈겠지만 딱히 마우스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의자에 앉은 자신을 감싸고 덮쳐도 딱히 저항하거나 큰 리액션을 취하고 있지 않다.
할 일도 없겠다, 앞에 여자가 내 여자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얌전한 와이프를 추행하고 있다.
모유수유해줄 맘마통 쥐고 커진 똘똘이를 등받이에 문지른다.
“여태껏 뭘 들었어? 나 이거 일 끝내야 한다니까.”
“알아. 계속해.
이쪽은 이쪽대로 볼일 볼 테니까.”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왜 시도 때도 없이 발정이 나서─”
쪽♥
“으응…♥”
능숙하게 목덜미 키스♥
뭐라 하든지 마음껏 떡처럼 주무른다.
오직 남편에게만 공개되는, 순한 실크 원피스 속 하얀 속살을 팔레트 삼아 내 색의 물감을 첨가시킨다.
스멀스멀 스며들듯 팔로 살결을 기어가 허벅지 사이까지 파고든다.
꾸욱-♥ 꾹♥
“아♥ 으, 으읏…♥”
위는 착하게 노브라 상태였으나 보지가래기는 착실히 입고 있다.
그 상태로 툭 튀어나온 두툼한 보지를 누르면서 애무한다.
검지로 살살 긁으며 준비됐나 확인한다.
주륵♥
대답은 언제나 YES♥
보지를 추행하자 내심 잔뜩 기대되는지 혈액이 몰린다.
뻘써부터 축축한 내 전용좆집이 내게 조갯살을 벌린다.
정정. 내게‘만’ 벌린다.
남편은 언제나 환영해주는 지조 있는 여왕님.
다소곳하게 앉아있던 정직한 허벅다리가 점점 벌려진다.
무드에 맞춰 곧장 검지와 중지 겹친 굵은 손가락으로 사전답사한다.
쮸꺽…♥ 쮸걱♥
남편님 굵은 좆 맞이하기 위해 아주 꿀떡꿀떡 잘 삼키는 백보지♥
“기, 기다려……”
그런데 선화는 어떻게든 떨리는 손으로 마우스에서 손을 놓지 않았다.
쓸데없이 에너지 낭비하는 프라이드와 오기로 어떻게든 나를 무시하려고 노력한다.
본래 자기를 물건처럼 다루는 행위를 혐오하지만 결혼 후 머지않아 선화는 이제 그러려니 놓아버렸다.
워낙 이런 식으로 많이 덮치다보니 몸에 익어버렸다.
축축♥
손끝에 묻어버린 발정난 마누라 보짓물♥
이제 완전히 나에게 길들여진, 슬쩍 만져도 스위치가 올라가버리니 기특하다.
“선화도 흐름 탔으면서 뭘 그렇게 버텨.
고집 부리지 말고 침대로 올라오라고.”
“으흣…♥
나중에 상대한다니까… 최소한 이거, 이것까지만 저장하고……”
쮸븁♥
“핫…! 아앙♥”
“할 수 있으면 계속 참아봐.
나는 선화 찌찌랑 보지로 계속 놀 거니까.”
“너 진짜아아……♥”
여왕님이 앙칼지게 위를 쏘아 올려본다.
*
퍽퍽퍽퍽퍽퍽퍽퍽♥
“아앙! 으응♥
지, 진짜앙…♥ 얼른 결혼준비해야 하는데…!”
“이것도 결혼준비의 일환이잖아.
남편이 제대로 사내구실하는지 확인해봐야지. 웃챠!”
“앙♥ 앙♥ …하앙♥
맨날천날 좆 세우고 떡치면서 무슨…!”
“그래서, 남편님 자지가 실해서 좋지?”
“……알겠으니 계속해♥”
더는 될 대로 되라인지, 후배위로 박히는 엉덩이를 높게 쳐든다.
팬티 뒤를 젖히고 왕복하는 굵은 자지맛을 한껏 음미한다.
옆으로 봤을 때, 푸딩처럼 흔들리는 뽀얀 우유통 자랑하면서 자지즙을 짜낸다.
“츄웁… 츄츄♥ 하아… 더 깊게♥
어느 순간이 되자 못 참겠는지 허리를 세우고 상체를 살짝 비틀어 키스를 요청해온다.
내 볼을 붙잡고 본인이 알아서 얼굴을 튼다.
보지 시원하게 푹푹 박히면서도 입술까지 훔쳤으면 좋겠는지 귀여운 핑크빛 혀로 꽈배기를 꼰다.
옛날 같은 가식은 도대체 어디 갔는지 적극적으로 섹스에 임한다.
진짜 내 애엄마가 되기 위해 힘을 내고 있다♥
“푸하!”
그렇게 입을 떼자, 우리를 이어주던 침이 길게 늘어난다.
그러다 툭, 선화의 머리칼과 어깨에 겹쳐 떨어진다.
입과 뷰지에서 풀풀 풍기는 암컷향을 즐기다가 입꼬리를 올린다.
“내 마누라는 솔직할 때가 제일 예쁘다니까♥”
“……♥”
“그럼 당장 마누라 달달한 보지맛 제대로 볼까?”
삐걱삐걱삐걱삐걱삐걱♥
“읏!?
하앙♥ 흐응, 흐으으으응♥”
허리를 잡고 제대로 자궁을 조준한다.
성난 물건을, 마찰조차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 흥건한 좆집에 왕복시킨다.
왕자님과 키스를 위해 척추를 폈던 여왕님은 본격적으로 뒤치기를 시작하자 곧장 네발 상태로 기었다.
명암으로 확연히 드러나는 등배근과 들썩이는 견갑골을 보이면서 내 힘을 온몸으로 견디고 있다.
“끝까지 닿앗…! 더, 더 쌔게 쳐줘 선우야…♥”
아니, 그녀도 이제는 그저 즐기고 있다.
신뢰하는 부부답게 의심 따윈 다 버리고 오롯이 나와의 섹스를 즐긴다.
“당연히 그래야지♥”
“오옷, 호오오오오오옷!”
찹찹찹찹찹찹찹♥
여기에 기분에 따른 천박한 신음조차 더 마다하지 않는다.
보지떡 쳐줄 때마다 시트 위로 흐르는 뚝뚝 국물의 양이 장난이 아니다.
하얀 등.
그 위에 춤추는 투명한 땀방울.
땀에 젖어 촉촉해진 백금발.
쪽♥
“♥”
모든 요소가 사랑스러워 나도 모르게 상체를 기울여 뒷덜미에 키스한다.
풀발기로 마누라 자궁 약탈하는 행위로는 부족해 등, 어깨, 뒤통수에 쪽♥ 쪽♥ 쪽♥ 무차별적인 키스세례를 날린다.
이때, 자세를 안정시킬 겸 시트를 붙잡고 있는 선화의 손등에 손을 올리자,
“……좋아♥”
행위에 따른 우연이었으나, 선화는 손깍지 끼자는 의미로 받아들였는지 바로 주먹 쥔 손을 풀었다.
그대로 뒤로 떡치는 우리처럼 손등을 감싸며 깍지를 끼자, 옆태로 보이는 선화가 헤실헤실 얼굴 근육이 풀어져서 웃고 있다.
“쮸웁♥ 쯉♥ 아아……♥”
그게 또 사랑스러워 다시 키스모드로 바꾼다.
이번에는 짐승의 교미자세로 고개만 틀게 만들어 기다란 혓바닥을 반질반질한 입술에 쑤셔 넣었다.
“사랑해… 선우야 사랑해♥”
키스하며 솔직하게 사랑을 고백하는 선화.
헌데 내 혀는 너무나 바쁜 나머지 아래로 답가한다.
큥♥ 큥♥ 큥♥
“아♥ 아♥ 우웅… 응♥”
귀두로 자궁문 두드리는 츄츄로 대답하자 만족했는지, 흐트러진 표정이 녹을 듯 늘어진다.
쿠퍼액을 마누라 좆집에 살짝 흘리며 질구를 두들기자 더는 야릇한 섹스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다.
찔걱찔걱찔걱찔걱♥
“♥”
“♥”
창문으로 들어오는 정오의 화창한 햇살.
쾌적한 온도로 실실 바람을 내뿜는 에어컨.
여기에 뜨겁고 가쁜 숨결을 내뿜는 내 아내.
최적의 환경에서 최적의 뷰를 바라보니 요도가 저릿하다.
뻑뻑뻑뻑뻑뻑뻑♥
더는 참지 못하겠는지 멋대로 스퍼트를 내며 힘찬 부랄매질과 함께 좆집을 때린다.
더는 참지 못하고 암컷을 강하게 속박해서 교미에 힘을 쏟는다.
그렇게 위에서 아래로 우리 피부가 거의 완벽히 겹쳤을 때,
뷰룻! 뷰룻뷰룻뷰룻뷰룻♥
힘찬 아기씨들이 꿀럭꿀럭 나온다.
여느 때의 섹스패턴과 다르게 마지막에는 신음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채워진 데칼코마니처럼, 딱 붙어서 절정과 여운을 함께 즐기고 있었다.
부들부들부들…♥
단지 떨리는 부위는 선화의 하얀 허벅다리와 내 튼실한 허리였다.
어떻게든 예쁜 아기 수정에 성공시키기 위해 남편과 아내가, 부부끼리 힘쓰고 있다♥
선화와 떡친 과거 경험 중에 가장 로맨틱한 체험이 아닐까 싶다.
“으응♥”
“♥”
몇 분 간 키스도, 손깍지도 풀리지 않았다.
싼 직후에도 우리는 사랑의 크기를 확인하듯이 잉꼬부부처럼 달라붙어 있었다.
나는 이때 불그스름한 선화의 얼굴을 만끽했다.
살짝 오른 홍조에 취한 듯 흐트러진 눈빛, 그러면서 오로지 님을 향하는 동공.
사랑에 빠진 여성의 얼굴이라 하긴 훨씬 부족할 만큼 야하고, 누구보다 아름답다.
“………푸하!
하아! 하아! 하아!”
곧이어 산소공급을 위해 입을 뗀다.
할짝♥
나는 아직 못내 아쉬워 등에 찰싹 붙었다.
땀방울을 핥아 마시며 선화에게 속삭였다.
“모처럼 이니까 오늘은 침대에서 나가지 말고 부부끼리 즐기자고.”
“………응♥”
쮸걱♥
자지가 다시 불끈 서자 두근거리는 뷰지♥
곧이어 선화가 익숙하게 몸을 돌려 얼굴 바라보는 대면좌위로 즐긴다.
오직 나만이 이 아름다고 음란한 여왕님을 주말에 마음껏 독차지할 수 있었다.
***
“그나저나 선화도 살짝 풀린 구석이 있네.”
“뭐가?”
끈적한 섹스 몇 판이 끝나자 탁상시계가 오후 3시를 조금 넘겼다고 알린다.
조금은 흥분이 가라앉은 우리는 침대에 누운 채, 서로를 향한다.
함께 곁잠 자듯이 서로 얼굴과 몸매를 오가며 부부대화를 이어간다.
물컹물컹♥
참고로 나는 선화의 부드러운 맘마를 심심풀이로 만지고 있다.
“들어보니 큰 게 빠졌잖아.
모처럼 결혼식인데 그래서 되겠어?”
“? 뭐가 빠져?
하객 배치도 끝냈고, 결혼식 치룰 호텔 예약도 해뒀고, 드레스랑 턱시도 빌릴 집도 알아뒀는데.
전에 상견례까지 다 했잖아?”
선화는 하나하나 꼬집으며 내 대흉근에 카운트하듯 하나하나 적어나갔다.
허나 내가 말한 중요한 요소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아니 더 큰 개념으로 봐. 인간이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필수요소니까.”
“야, 쓸데없는 퀴즈시간 그만하고 빨리 말해.
밑에 잡아 뜯기 전에.”
쓸데없는 사족이나 복잡한 퍼즐은 싫어하는지 선화가 본인 손으로는 감싸지지도 않는 커다란 바주카를 꾹 쥔다.
슥슥♥
허나 잡아 뜯는다는 협박치고는 살살 부드럽게 어루만져주고 있다.
말과 행동이 다른 점이 또 선화의 매력 포인트다.
나는 여왕님 뜻대로 더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간결하게 한 음절을 부른다.
“신혼집.”
간결할 세 글자의 울림.
사람이라면 꼭 필요할, 결혼하는 부부라면 꼭 있어야하는 필수요소다.
“집?”
선화는 듣고도 아직 이해가 안 가는지 되묻기만 한다.
“그래. 결혼식까지 했는데 다녀올 때 반겨줄 근사한 신혼집이 있어야 하잖아?
신혼여행 갔다 와서 살 집은 있어야지.”
“집 있잖아. 바로 여기.
……아님 뭐야? 집주인이 방 빼래?”
혹여나 사정이 있어 쫓겨나는 건가 싶어서 눈꺼풀을 빠르게 여닫는 선화.
그 순진한 표정을 보고 씨익 웃는다.
아무래도 깜짝 선물을 공개할 타이밍은 지금인가보다.
***
다음 날.
“여긴……”
답지 않게 휘둥글 떠진 두 눈.
놀란 토끼눈이 딱 이렇지 않을까 싶다.
“그간 모은 돈이랑 전부터 좀 당겨서 준비하고 있었어.
짓다보니 점점 일이 커져서 말이야. 그래도 예약한 결혼식 날짜는 두 달하고 더 남았으니 얼추 맞을 거야.”
“잠깐. 이 높이는 뭔데… 무슨 새로운 왕국 건설하냐?”
말은 그러면서도 올라간 입매는 감출 수 없다.
고결한 왕비님께 걸맞는 궁전을 대령하자 잔뜩 들떠서 손발을 부들부들 떤다.
위풍당당하게 솟아있는 층고 높은 건물.
서울에서 떨어져 주변에 감시당할 만한 공간 없이, 이웃조차 없이, 잔디밭 위에 홀로 우뚝 서있다.
허나 아직 완공은 아니다.
외관만 번지르르하게 완성됐을 뿐, 주변 곳곳에 철골들과 건축자재들이 널브러진 것이 그것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 해도 선화의 머릿속에 이미지가 그려질 거다.
하얀색 벽돌과 함께 화려하게 꾸며질 내부가.
나와 함께 살 멋진 궁전이.
사실 대출 더 땡기면 서울부지도 가능하겠으나 대도시에 이런 건물이 올라가면 세간에 주목 받을까봐 좀 떨어져 나왔다.
기존의 집도 좋긴 했지만 아무래도 월세로 빌려 살고 있고, 신선한 느낌이 없으니까.
거기다 먼 미래를 생각하면 더 넓은 집이 필요하다고 판단됐다.
“무슨 축구 뛰어도 될 잔디밭에 외국 바비큐 파티할 테라스, 커다란 수영장까지……”
함께 천천히 둘러보며 행복회로를 잔뜩 굴리는 선화.
날 기분으로 하얀 벽돌 담장을 만져보다가 우뚝, 걸음을 멈춘다.
“……잠깐.
이만한 크기라면 멍멍이 포함해 주변무리까지 다 오는 거지?”
여기에 대한 대답은 먼저 스마일로 미리 알려준다,
“그야 둘이 살기에는 너무 넓으니까♬”
“칫.”
“역시 그랬나…” 팔짱을 끼고 아쉬운 듯이 고개를 튕긴다.
허나 그런 사소한 일로 기분이 다운되기에는 너무나 화려한 외관이라 건물 외곽을 보고 빠르게 계산기를 두들긴다.
그렇게, 자신이 미래에 취할 이득을 미리 가져간다.
“일단 제일 큰 방은 내거야.
그리고 두 번째로 큰방은 내 전용 방송실로 쓸 거고, 여기에 내 전용 화장실에 내 전용욕실까지 독차지. 아! 식탁 의자는 나만 특별한 걸로 쓸래.
다른 년들 불평불만은 들어주지 않음. 우리 신혼집이니까 당연히 괜찮지?”
좔좔 막힘없이, 결코 물러날 수 없다는 듯이 우기는 선화.
그런 선화가 귀엽다.
아기고양이가 빨래더미에서 버둥거리며 야옹거리듯, 깨물어줄 만큼 귀여워 백허그로 감싼다.
“당연히 전부 선화꺼지♥
선화가 마음껏 다 선점해둬.”
“……흥♥”
만족스러운 콧김을 내쉬는 여왕님.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싶은 욕심 많은 여왕님이다.
저 밑 빠진 욕심을 가득 채워주고 싶은 것도 어쩌면 남자의 욕망 중 하나겠다.
게다가 여왕님이 최고로 기분 좋은 이때,
내가 요구할 타이밍도 이때다 싶어 하나 첨언한다.
“대신, 선화도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줄 거지?”
“부탁?”
“응. 부탁.”
나는 곧바로 그 부탁을 밝혔다.
내 품에서 듣던 선화는 귀를 의심했는지, 혹은 이명을 들었는지 미간에 주름을 가득 잡는다.
그 좋던 기분이 싹 식을 만큼, 대단히 무례한 요구였다.
“너 미쳤어……?”
“몰랐어? 원래부터 미쳤잖아?”
“이 새끼가 진짜…… 말이 되는 짓을─”
“다 함께 사는 건 말이 되고?”
“이 미친놈이 잔뜩 뻔뻔해져선…
아 진짜! 진짜루우우우!”
답답한 듯이, 짜증이 났는데 그 짜증을 표현하고 해소 못하듯이 몸을 비튼다.
그런 선화를 가볍게 제지하며 위에서 아래로 아이컨택트한다.
“딱 한번만 해주면 선화 원하는 거 다 해줄 거니까.
선화도 날 위해 해줄 거지?”
“으… 으으으……!”
허락할 수밖에 없을 거다.
받은 게 있으면 반대로 그만큼 돌려주고 싶은 선화의 강박 섞인 성격.
이미 선화에 대해선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나다.
이 심통난 얼굴이 벌써부터 무슨 대답을 할지 미리 알고 있다.
“아 정말! 미워죽겠어 너!”
“그럼 허락한 거다♥”
“나쁜 새끼! 미친 새끼이이!”
그렇게, 결국 허락을 받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