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킹해서 BJ들과 친해지기!-154화 (154/193)

< 154화 > 154. 평생 봉사해드릴게요, 사장님♥

팟!

식장의 조명이 꺼지자 웅성대던 속삭임이 잦아든다.

『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인상 좋은 사회자가 가볍게 마이크를 조정하고, 포문을 연다.

『그럼 시작하기에 앞서 간단한 소개부터 시작할까 했는데… 기다리시느라 지친 하객 분들의 하품 소리가 사회석까지 들리네요. 교장선생님 훈화말씀은 생략하고 바로 시작할까요?』

하하하, 낮은 웃음소리가 지나간 뒤,

『좋습니다. 그럼 바로 시작하도록 하죠. 지금 누구보다 긴장하고 있을 신랑, 입장!』

호명소리에 어깨를 바짝 세운다.

본격적으로 들어서기 전에 눈빛과 마음가짐을 정돈한다.

저벅저벅!

이윽고 때가 되자 조명 안으로 들어간다.

만석으로 꽉 찬 웨딩홀 안을, 웨딩카펫을 밟아가며 위풍당당하게 입장한다.

늠름하게 등장해서 주례 선생님에게 반듯하게 인사드리고, 하객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후… 빈틈없이 찼구만.’

하늘에서 내려오는 화려한 조명.

오직 나만을 비추는, 이곳에 떳떳이 서있는 나.

그야말로 나를 위한 날이다.

자신을 가족들에게, 세상에 알리는 기념적인 날이다.

참한 아내를 얻고 단란한 가정을 꾸린다는 맹세를 하는 날.

잘만 되면 그 이상이 될 수도 있고 말이다.

‘제대로 준비됐겠지.’

뒤적뒤적…

앞서 두 번 세 번 확인했지만 무대에 오르자 재차 살펴본다.

정장 안주머니에 반지가 제대로 준비됐는지 살핀다.

네모난 반지케이스의, 부드러운 재질이 손끝에 닿는다.

사실 아내에겐 프로포즈 때 이미 다이야 박힌 금반지를 선물했다.

헌데 어째서인지 결혼식이 다가오자 대뜸 잃어버렸다고 고백했기에 다시 하나 장만했다.

조금 낭비가 아닌가 싶지만… 사실 반지를 건네줄 때 시간이 좀 많이 지난 터라 하나 더 장만하기로 했다.

기왕 벌인 일, 웨딩 규모도 커졌으니 다이아몬드 큰 캐럿으로 통 크게 하나 장만했다.

정아와 함께 그려나갈, 그리고 나의 큰 그림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면 아깝지 않았다.

나를 향한 우렁찬 박수소리가 잦아들자, 다시 입을 여는 사회자.

『자~ 우리 신랑이 예상 외로 담담하고 늠름한 발걸음으로 나왔군요. 그럼 아름다운 신부 분은 어떨까요? 오늘의 진짜 주인공, 신부 입장!』

전체가 암전되고 입장곡이 퍼진다.

흔히 들어본 웅장하면서 아침을 알리는 새소리처럼 산뜻한 곡조와 함께 아리따운 신부가 다가온다.

나에게 인생을 바칠 여성이, 나를 향해서 다가온다.

왼손약지에 빛나는 반지를 끼고 백년가약을 약속할 나만의 여자가 걸어온다.

…그랬을 터다.

─?

─무슨 문제 있나?

─뭐가 꼬였나보네.

웅성대는 하객석.

짧은 입장곡이 끝날 때까지 신부는 등장하지 않았다.

단지 갈 곳 없는 조명이 뻘쭘하게 공기만을 비출 뿐이다.

같은 조명에서 홀로 서있는 나처럼 말이다.

『이거 이거, 신부님이 수줍음이 많나보네요. 다시 한 번 신부 입장!』

노련한 사회자는 스쳐가는 해프닝으로 처리하기 위해 다시 한 번 피아노에 사인을 보내 입장곡을 반주시킨다.

그러나 무소용이었다.

터덕터덕…

단지 이 긴 기다림 끝에 나온 사람은 장인뿐이었다.

곁에 팔짱을 낀 신부는 없고, 손수건으로 이마를 닦으며 혼자서 나에게 무언가를 전하려는 듯,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만으로 설명이 가능했다.

이미 무언가 꼬였다고 눈치 챈 하객들이 더욱 시끄럽게 웅성거렸고, 내 이마에는 식은땀이 조금 흐르기 시작했다.

‘젠장, 무슨 일이 생겼나…?’

주먹을 쥐며 최악의 상황을 염려한다.

아내에게 모종의 불운이 닥쳤을 경우, 주최 측의 대형실수가 터졌을 경우, 심지어 아내가 마지막에 배신했을 경우.

팟!

그러나 내가 떠올린 최악이란 너무나 귀여운 것이었다.

─또 뭐야?

─어디 전기 나갔나?

갑작스레 식장이 전체적으로 암전된다.

나를 향한 다가오는 장인의 얼굴과 나를 비추는 조명마저 사라졌다.

남은 불빛이라곤 예식장 정면, 벽면에 위치한 커다란 모니터뿐이었는데, 여기에 나오던 꽃밭 배경이 바뀐다.

꽃밭에서 익숙한 얼굴로 말이다.

『시발… 존나 좋아 시발!』

『으응…! 읏…! 아……♥』

『허리 들어! 들라고 시발년아!』

『시끄러… 좀 적당히 해!』

『닥치고 보지 대라고 창녀새끼가 시발!』

품위 없게 욕을 뱉는 남성.

거기에 더 볼품없게도 나체였다.

나잇살로 찐 배불뚝이 몸에다가 여자의 머리채를 물건처럼 잡고 뒤에서 허리를 흔들어대고 있다.

─뭐, 뭐야 저게!

─얘얘, 눈 감아!

─누구야! 애들도 있는데 당장 꺼!

─잠깐만, 저 얼굴은 혹시……

포르노다.

남녀 둘이 몸을 겹치는 장면인데 여성의 얼굴은 모자이크 되어있으나 남성은 그렇지가 않았다.

팟!

다시 정수리를 비추는 조명 한 줄기.

애석하게도 그 가려지지 않은 얼굴은 현재 식장의 모두가 볼 수 있는 얼굴이다.

지금 불빛 속에 서있는 오늘의 주인공이다.

최성원은 넋을 놓고 보다가 뒤늦게 얼굴을 가렸다.

자신에게 꽂히는 시선들을 피해 눈알을 굴린다.

흔들리는 동공을, 주변의 시선을 요리조리 피해간다.

‘시발… 대체 저건 뭐야, 시발! 나는 저런 증거를 남긴 기억이 없다고!’

속으로 욕을 해도 상황이 달라지는 건 없다.

싹 벗어버린 적나라한 영상은 계속해서 재생되고 있다.

짝! 짝!

『하… 시발년! 헐렁한 보지가 한번 따먹고 버리기 딱 좋네!』

『야! 말 자꾸 함부로 할래?』

『무슨 상관이야 시발년아. 그냥 평소 하던대로 허리나 들라고』

『시발… 너 몰래 중간중간 결혼반지 뺀 거 봤다고. 확 꼰지른다!?』

『? 해봐. 어차피 내 돈 주고 만나는 거잖아. 돈 필요 없어?』

『이 개새끼…!』

『주는 용돈만큼 닥치고 대주는 거나 집중해. 그럼 푼돈으로 좀 더 즐겨줄 테니까. 그리고 니 말대로 나 약혼해서 책임 안 지니까 피임은 알아서 하라고』

『시발…… 으읏! 읏…!』

퍽퍽퍽퍽퍽퍽퍽!

포르노가 뿌려지는 것도 문젠데 대화내용은 더욱 싸구려다.

천박한 달의 뒷면을 가감 없이 비추고 만다.

“자네……”

무언가 말을 전하려던 장인이 카펫 위에 덩그러니 멈춰 선다.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손끝이 떨리고 눈은 부엉이처럼 동그랗게 떠있다.

“비, 비켜!”

“허억!?”

하지만 당장 최성원의 돌아간 눈동자에는 멍청한 장인의 얼굴 따윈 들어오지 않는다.

급하게 얼굴을 가리고 달리느라 장인의 어깨를 치고 지나간다.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가면을 싹 벗어던지고, 웨딩홀 스태프에게 고성을 지른다.

“야 얼른 꺼! 얼른 끄라고! 모니터랑 시발 이 좆같은 조명까지 다 꺼!”

“저, 저희도 수습하고 있는데… 관리실에서 통제가 안 된다고 할까…”

“그럼 조명이나 빨리 꺼!”

“그게, 조명까지 멋대로……”

“무슨 개소리야! 병신년아! 그럼 코드를 뽑아!”

“아, 알겠습니다!”

“당장해!”

“네네!”

여성 스태프는 최성원의 고함소리에 부리나케 달려 나간다.

당황했는지 최성원의 호통에 겁에 질렸는지는 알 수 없다.

후우웅…

곧이어 전원을 내렸는지 힘없는 소리와 함께 완전한 암전.

파앗!

이윽고 다시 전원이 들어오자 웨딩홀에는 스포트라이트 조명대신 형광등이 전부 켜졌다.

서로의 얼굴을 완벽하게 확인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난장판의 현장을 완전히 목격할 수 있었다.

서둘러 애들을 데리고 나가는 부모.

이 헤프닝에 어색하면서도 넌지시, 내심 흥미진진하게 구경하는 구경꾼.

시작하기 전부터 자다 깨서 뭐가 사태파악이 안 되는 몇몇.

무엇보다,

“““……”””

자신이 치고 간 장인을 부축하며 신랑을 노려보는 신부측 인사들이 있다.

닥치는 대로 급한 불은 껐으나 그 뒤에 남은 잿가루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서 그대로 서있는다.

“장인어른….”

“………됐네.”

손을 내밀었으나 뿌리쳐 일어선다.

이윽고 가족들과 함께 자신을 스쳐지나가는 대목에서 모든 것이 끝났음을 알린다.

심지어 객석에 남아있는… 가족들의 시선마저 경악에 질려있다.

아무도 몰래 이중생활을 즐기던 최성원 인생이 반은 끝장난 날이다.

***

“이걸로… 됐을까요?”

“후… 뭐가.”

“선우님을 믿고 동조했지만… 굳이 크게 일을 벌이지 않았어도 되지 않았을까, 해서.”

“이봐 다 해놓고 무슨 소리야. 녹음한 거 들어봤잖아? 정아는 내 덕에 대형지뢰 하나 피한 거라고.”

“그래도 긁어 부스럼을 남기는 사례가 될지도……”

“나 못 믿어? 뒤처리까지 다 신경 썼으니 걱정 말라고.”

슥슥♥

“……네♥”

안심시켜주듯 나의 옆머리를 결을 따라 넘겨주고,

“그리고 말이야, 그게 아니더라도 해보고 싶었거든.”

“…? 어째서?”

“재밌잖아. 통쾌하고.”

단순하다 못해 어이없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씨익 웃는다.

장난에 성공한 어린아이처럼 해맑다.

“정말이지… 짓궂으시네요…♥”

거기에 따라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따금 보여주는 의외의 면모가 그를 더 신비하게 만든다.

하와이.

본래 신혼여행으로 예정돼 있던 하와이의 고급호텔.

이곳에서 그와 휴양을 보낸다.

오붓하게 호텔에서 알콩달콩 몸을 섞는다.

결혼식을 다 망쳐두고 단둘이 배덕감을 만끽한다.

살갗을 맞대며… 둘만의 유희를 즐긴다♥

“우… 저도 있다구요. 없는 사람 취급하지 마세요!”

둘이 손깍지 끼고 무드를 즐기고 있을 때, 옆에서 노려보는 유나.

…사실 유나도 따라오고 말았다.

결혼식에서 문지기로 도와주는 대가로 따라오겠다고 떼를 썼기에 어쩔 수 없었다.

“우웅… 오빠, 너무해요. 유나랑도 놀아주기로 했잖아요.”

“아 미안미안.”

“헤헤♥ 그럼 이제부터 제 시간♥”

“좋아, 정아와는 즐겼으니 이제 유나랑도─”

꽈악♥

그가 손깍지를 풀자 허벅다리를 들어 실한 허리를 감싼다.

풀린 손으로 승모근을 감싸며 넘어가지 못하게 막는다.

그야말로 독점을 하고 싶다는 암컷의 몸짓.

여성으로써의 수치심을 버리는 동작이었으나, 그러고 싶었다.

사장님이라면 내 어리광을 받아줄 걸 알기에…♥

“어쩔 수 없네.”

“♥”

몸에서 떠나려고 하다 다시 가득 들어오는 온기.

위에서 눌려주는 좋은 무게감과 단단한 근육이 안정적으로 몸을 받쳐준다♥

“언니가 아직 부족한 모양이라 유나는 기다려줘야겠네.”

“치… 언니 욕심쟁이.”

“오늘은 정아를 위한 날이니까. 봐주자고. 웃챠!”

“하응…♥”

허리를 조금 들어주자 자세가 좀 더 안정적으로 변한다.

이로써 조금이라도 더 그와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럼 유나랑 키스, 유나랑 키스라도 해주세요!”

“나 참.”

핑크머리가 볼륨감 있는 몸매로 끈질기게 엉겨오자 결국 입술은 뺏기고 만다.

“쭈웁…♥ 추릅, 춥♥”

뻔히 보는 앞에서 둘이서 키스를 즐기는 남녀.

꾸욱♥

그럴수록 단단한 몸을 더 세차게 끌어안는다.

가슴 쪽 볼륨감은 밀리지만, 그가 좋아하는 두툼한 허벅지를 써서 그의 마음을 돌린다.

가질수록 욕심이 난다.

이렇게 엉켜있어도 그의를 더 독차지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찌봅찌봅♥

그렇기에 우수한 최고급 정자를 뽑아내기 위해 스스로 허리를 흔든다.

앞으로 더욱 사랑을 받기 위해 스스로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한다.

온몸을 던져 그의 사랑을 받기 위한 훌륭한 암컷이 되기 위해 힘을 쓴다♥

띠링♪

이때, 왠지 탁자 스탠드 아래에 있던 그의 핸드폰에서 알림음이 한번 울린다.

“으응♥ 아… 아♥”

고개를 돌려 살짝 돌아보고, 다시 섹스에 전념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