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킹해서 BJ들과 친해지기!-143화 (143/193)

< 143화 > 143. IF - 여우를 품은 사냥꾼♥

“오케이! 오늘도 다들 수고 많으셨슴다!”

“후우… 다들 수고 많으셨어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선배님들!”

마지막 촬영이 끝나자 세트장에 있던 모두가 연신 고개를 숙이기 바쁘다.

쇼를 진행하는 거물급 호스트가 옆에 있는 동료 연예인에게 인사를 건네고, 연출자와 PD를 독려하며 마무리한다.

다 같이 한 건 해결했다는 느낌으로 파이팅 넘치게 매듭을 짓는다.

“수고하셨어요♡”

나도 이 무리에 끼어서 방송용 스마일로 인사를 한다.

깔끔하게 잘 마무리했다는 개운함이 드는 동시에 이제 이것도 얼마 남지 않았겠거니 상기시키니 시원섭섭하다.

팔을 천장 위로 쭉 펴서 기지개를 켠 뒤, 게스트 테이블에서 일어서는데─

“여, 연수 씨!”

“어머, 피디님.”

총괄하는 메인PD가 부리나케 달려온다.

모자 아래에 긴 머리칼을 휘날리며 세트장 달린다.

“오늘 정말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이번 촬영이 훨씬 잘 뽑힌 것 같아요.”

“그런가요.”

촬영한 방송은 흔한 건강 프로그램이다.

내 이미지를 이용해 PPL홍보가 더 잘 됐거나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호들갑 떨 일인가 싶다.

“방송에 도움이 됐다면 다행이네요. 그럼─”

“저, 저기! 그래서 그런데… 다음 주에도 혹시 스케줄 되시나요. 최근에 연수님 매니저와 연락이 닿기 힘들어서 하하….”

그야 곧 소속사와 계약이 마무리되니까.

느낌이 그렇다 싶더니, 어렵사리 전하는 재섭외 요청이었다.

메인PD님 인맥에다가 옛날이라면 어떻게든 일을 늘리기 위해 무조건 오케이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젠 다르다.

“죄송해요. 근래 처리해야할 일이 많아서요. 일도 줄이는 중이라서.”

“으… 최근에 부쩍 텔레비전 모니터에서 보기가 힘든데, 무슨 사정이라도 있으신가요?”

“후후, 가족 프라이버시라 죄송해요.”

“그럼 하다못해 다다음 주라도…”

“죄송합니다.”

권유가 끈질겨 어쩔 수 없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선다.

골머리 앓듯이 뒷머리 벅벅 긁는 PD님에겐 미안하지만 오늘은 아주 중대하고 급한 볼일이 있다.

***

“흐흐흥♪”

차 안에서 절로 나오는 콧노래 소리.

스포츠카 핸들을 탁탁 치면서 리듬을 탄다.

과연 직감대로였다.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두근대는 희소식을 품으며 귀갓길에 오른다.

‘그리고 보니 곧 2년이 훌쩍 넘어가네.’

벌써 2년이나 된 이야기다.

9살 연하와 화려하게 결혼식을 올렸다.

이혼하면서 거추장스런 웨딩드레스 따윈 다신 안 입겠다고 결심했는데, 그의 입에서 고백을 들으니 그런 안일한 생각 따윈 증발하듯 싹 날아가 버렸다.

넌지시 꺼낸 결혼 얘기와 달콤한 프로포즈에 푹 빠져버렸다.

손가락에 금색 반지가 끼워지고, 머리위에 하얀 면사포가 얹어질 때까지, 나는 사랑에 빠진 10대 소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우리의 결혼소식이 퍼지자, 연예계는 꽤 뒤집어졌다.

자랑이나 자만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내 인지도는 의외로 컸던 모양이다.

딱히 주변에 알리지도 않았는데 결혼 날짜가 잡히자 헤드라인만 뽑으면 소설 하나 완성될 정도로 쏟아졌다.

<충격! 우리들의 영원한 요가 누님, 하연수 결혼소식 발표!?> <난데없이 등장한 신데렐라남의 정체는?>  <무려 9살이나 어린 남자. 과거 이혼녀 하연수의 정체는 연하킬러?> 등등.

단순한 결혼일 뿐인데 자극적으로 내용으로 쭉 뽑혔다.

방약무인하게도 당시 남편이 대외적 신분이 일반인이었기에 대부분 남자가 횡재했다는 내용들이었다.

‘사실 결혼으로 신데렐라가 된 건 난데 말이지.’

식을 올리기 전에, 남편은 많은 부분을 내 편의를 봐줬다.

기꺼이 내 요청대로 방송일과 벌였던 사업을 접었고, 나와 상극이자 서툰 집안일을 기꺼이 도맡아줬다.

워낙 활기가 넘치는 그에게 무리한 요구였으나 그렇게 안 하면 불안해서 못 참았다.

늠름한 숫사자가 바깥으로 나서면 또 무슨 일을 벌일까 노심초사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내게 이런 집착이 있는 줄 몰랐지만… 남편은 기꺼이 그 마음을 알아줬다.

“오! 어서와.”

그런 남편을 떠올리며 액셀 꾹꾹 밟고 한 걸음에 달려온 집.

도어락을 열자마자 사랑하는 이가 반긴다.

“다녀왔어♥”

다정하게 마중에 입꼬리가 설설 올라간다.

햇수로 2년이 지났는데 빠짐없이 나오는 남편♥

“오늘은 왜 이렇게 늦었어? 게다가 왜 차로 마중 나오지 말라했고?”

“으응, 사정이 있어서.”

“음~ 수상한데. 어디서 나 몰래 바람이라도 피는 거 아니야?”

실실 웃으면서 농담조로 말한다.

슥♥

그 심술 맞은 입을 손가락으로 막는다.

“집에 이미 최고가 있는데 내가 바보야?”

“맨입으로 무슨 말을 못하겠어. 증거를 보여줘야지.”

“후후♥”

투욱.

명품 숄더백을 현관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진다.

캣워크로 다가가 발끝을 들어 그에게 안긴다.

“추웁춥♥ 쭈웁… 쪽♥”

그에게 목을 감고 진득한 키스.

다른 것 다 제쳐두고 오직 거기에만 집중한다.

결혼 후에도 스킨십이 전혀 줄지 않는다.

햇수로 2년이 넘어가나 여전히 신혼 분위기가 가시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다♥

“후우…♥ 그런데 유정이는?”

“자고 있지. 엄마 오기 전에 딸 재우는 게 내 특기잖아.”

“정말…♥ 이러다 엄마 얼굴도 잊겠어. 젖을 먹인지가 언제지도 잊겠네.”

“이유식 잘 먹고 있어서 괜찮아, 그리고 연수 맘마통은 내가 대신 마셔주면 되지. 이미 그렇게 합의된 거 아니야?”

“욕심쟁이♥”

입꼬리를 올리자 이제 반대로 그가 달려든다.

쪽♥

“♥”

질리지도 않고 내 몸 곳곳을 물고 빤다.

다른 어리석은 수컷들에게 경고하듯, 자신의 마크를 새긴다.

이런 부분들이 여전히 나의 가치를 상승시켜준다.

사실 결혼 전에 염려했던 일은 꽤 많았다.

푹 빠져서 결혼했지만, 애써 외면한 위험한 암초들이 있었다.

우선 자신이 너무 자유분방하다보니 아이가 태어나면 귀찮게 여기진 않을지.

또 남편이 다수의 자녀를 원하고 있으나 막상 태어나면 뒷일을 모른 체하진 않을지다.

아, 물론 여기선 아이가 태어나고 성욕이 줄어드는 것도 포함이다.

하지만 전부 군걱정이었다.

태어나서 안아본 딸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귀여웠다.

칭얼거려도 조그마한 손가락만큼 하찮은 발버둥이었고, 아가페적인 사랑으로 보듬어줄 수 있었다.

거기에 남편은 나보다 한술 더 떠 딸에게 푹 빠져서 살고 있다.

온종일 딸과 단 둘이 있다보니 아예 육아가 특기가 돼선 아이용품을 이것저것 신중하게 고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식으로 아빠가 되고나서 더욱 책임감을 갖게 된 게 아닐까 싶다.

쭙쭙쭙♥

“으응, 응…♥”

아이 줄 모유를 뺏어먹는다는 점만 빼고♥

모유 이야기를 하다 보니 못 참겠는지 현관문에서 스포츠브라 속으로 얼굴을 파묻는다.

정말 애처럼 힘차게 쭉쭉 빨아 마신다.

진짜 모유가 나온 이후, 내 젖을 물때만큼은 딸과 같은 애가 된다.

남편의 성욕은 줄질 않았다.

유정이가 배에 있을 때도 틈만 나면 덮쳤고, 출산 후에 붓기를 뺄 때까지만 제외하면 쉴 틈 없이 나를 침대 위에 눕혔다.

주변 친구들은 성관계 결혼 직후 급속도로 빈도가 줄었다고 아우성인데, 이쪽은 혼자서 성욕을 감당하는 게 일일 정도다♥

“응 ,으응… 자기야… 잠깐만.”

하지만 당장은 전할 말이 있어서 자제시킨다.

굶주려서 달려든 야수의 프라이드를 해치지 않도록 살살 다독인다.

“뭐야, 한창 달아올랐는데 막는 법 있어?”

“으응, 싫다는 게 아니라, 오늘 전할 말이 있어서.”

“이거 계약 위반이라고. 결혼 전에 아이들 쑴뿡쑴뿡 낳아주기로 했잖아. 언제 11명 채울 거야?”

…아직까지 진심인가보다.

지금부터 1년 단위로 끊어도 힘들 것 같은데, 쌍둥이 확률 높이는 주사라도 맞아야하나.

어쨌거나 그런 생각이라면 내가 지금 전하는 소식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훤히 보인다.

“그게 말이지……”

“?”

조심스럽게 검지 하나를 올린다.

그럼에도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 돌리는 그를 위해 조심스레 입술을 연다.

“생겼어. 1개월째…♥”

“뭣?!”

“어쩐지 느낌이 오는 것 같아서 오늘 산부인과 들렸다 왔는데… 확실하다네♥”

깜짝 뉴스를 듣자마자 남편은 손발을 어쩔 줄 몰라 했다.

감정적 동요에 용솟음치는 완력을 어떻게 풀어야할지 모른다.

집안을 우당탕탕 돌아다니면서 세레머니를 할지, 창문 열고 동내방내 자랑할지, 그것도 아니면 푸시업을 하면서 진정할지.

뇌에 혼란이 온 것 같았으나 이윽고 그가 취한 행동은 단순하고 뻔했다.

꼬오옥♥

“♥”

그저 나를 안아줬다.

결혼 후에 전혀 줄지 않은 근육과 듬직한 덩치로 꼭 감싸준다.

“축하해! 정말 잘 됐잖아!”

“후후♥”

“딸이래? 이번에도 연수 닮은 귀여운 딸이겠지?! 아… 아직은 안 나오나.”

“성별은 적어도 반년은 지나야 제대로 확인되지.”

흥분해서 그런지 횡설수설한다.

그러다 더는 자신의 혈기를 못 참겠는지 불쑥 무릎을 굽힌다.

“더는 안 되겠다… 웃샤!”

“어머♥”

무릎과 등을 받쳐서 번쩍 안는다.

안정적이고 듬직한 보쌈에 나도 모르게 절로 가슴팍에 얼굴이 기울어진다.

“그럼 특별한 기념일이 됐으니 얼른 침실로 갈까?”

“정말…♥ 그럴 생각이었던 거야?”

“그럼 왜 딸을 오기 전에 계속 재우겠어. 매일 진창 박아대는 보람이 있었네.”

“으응… 그래도 안정기도 있으니 조금은 피해야하지 않을까?”

배를 문지르며 묻자, 남편은 서운하다는 듯이 코웃음을 친다.

“내가 초짜로 보여? 오늘부터는 마님을 위해 특급 서비스지. 기념일이니 오랜만에 마님이 좋아하는 목줄도 꺼내야줘야겠네.”

“……♥”

역시 모든 부분이 나와 맞다.

깨진 그릇의 파편이 꼭 들어맞듯, 최고의 반려를 찾아버렸다.

구속 따윈 질색하던 나를 안정적인 결혼생활에 연착륙시킬 수컷은 이 남자밖에 없었을 거다.

속궁합부터 시작한 이 만남이 꿈같은 결혼생활.

내가 미숙한 부족한 부분을 언제나 남편이 채워준다.

“자기야…♥”

어느 시점에서 그를 부를 때 이용한 칭호.

유정이 아빠라고 하면 무드가 깰 것 같아서 아직도 꿋꿋이 부르고 있다.

“입 아픈 말이지만… 앞으로도 잘 부탁해♥”

그에게 안길 때마다 여전히 나는 아이의 엄마가 아니라 여전히 여자로 있게 된다.

투박하면서도 섬세한 손길에 아직도 가슴이 부르르 떨린다.

쪽♥

“♥”

남편도 그 성지 같은 무드를 깨지 않는다.

응석을 다 받아줘 가볍게 나를 입술까지 배달시키곤 귓가에 속닥인다.

“앞으로 평생이라 해야지.”

“……♥”

그대로 운동화도 안 벗기고 침실로 들어갔다.

여성을 번쩍 안고 이동하기까지 신사적이었으나 침대에선 전혀 신사적이지 않은 모습이 기다린다.

‘남은 뉴스는 천천히 말해주도록 할까♥’

아이소식 외에도 아직 전하지 않는 뉴스들이 많다.

앞으로 함께할 시간은 넘쳐나니 단둘이 잠자리에서 하나하나 풀어나가면 충분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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