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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해서 BJ들과 친해지기!-134화 (134/193)

< 134화 > 134. 응? 응? 응?

“열어봐. 너를 위한 선물이야♡”

이선화, 윤미나, 나.

셋이 모인 거실 현관문 앞.

아침부터 요란한 택배가 도착하자 우리는 옹기종기 모였다.

일단 크기부터 남다르다.

내 가슴까지 차는 대형박스에 오자마자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받는 수신인에는 선화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이사 때 빠져먹은 물건인가 싶었는데, 선화는 가식적인 웃음과 함께 손을 내밀었다.

미나에게.

“……이게 뭔데?”

“열어봐.”

“그러니까 뭐냐고.”

“열어보면 알잖아?”

선화의 인위적 미소는 언뜻 봐도 함정 뉘앙스를 풀풀 풍긴다.

이사 오고 나와 혼인까지 해 거하게 물 먹은 미나도 슬슬 눈치를 챘는지 경계를 더욱 강화한다.

“흥. 성격 나쁜 년. 또 골탕이나 먹이려는 의도겠지.”

내키지 않지만 거칠게 포장지를 뜯는다.

이미 한집에 같이 살게 된 이상, 선화가 내뿜는 기에 눌리지 않도록 역으로 쎈척을 했다.

어깨 힘 꽉 주고 오기를 부린다.

그렇게 박스의 골판지가 조각나고, 박스 문이 젖혀질 때, 미나의 표정은 썩어갔다.

단언컨대 그것은 흩날리는 골판지 속 먼지 탓이 아니었다.

“……이게 뭐야.”

“뭐긴, 보는 그대로야.”

그 말대로 보는 그대로였다.

보는 그대로 그것은 개집이었다.

사람이 들어갈 만한 사이즈의 개집.

그 누구도 애완동물 하나 안 키우는 집안에 뜬금없이 도그 하우스가 분양됐다.

“이걸 어디다 쓰라고?”

“어디다 쓰긴, 앞으로 너가 살 집인데.”

“집…?!”

부들부들 떨며 되묻자, 여왕님의 빠져들 정도로 매혹적이고 가느다란 눈초리가 답한다.

“멍멍이년한테 사람 사는 방은 사치잖아? 앞으로는 그 개집 속에서 만족하고 살아.”

“보자보자하니까 지금 말 다했냐 이년아!”

“입 조심해.”

이를 갈며 덤비자, 팔짱낀 채 눈 한 번 깜빡이지 않는 카리스마.

그 중압감에 짓눌려 미나의 걷어올린 팔은 천근만근 내려간다.

여왕님의 포스는 동성에게도 예외는 없다.

선화는 원래부터 맹수였다.

침대에서 잔뜩 애교를 빼고 내려온 선화는 남을 잡아먹는 육식이었다.

“이 집안에 계급으로 따지자면 넌 지금 피라미드 밑바닥이잖아? 공생하고 싶으면 고분고분 말을 들어야지.”

“나, 나는 배우 신분이라고! 어디까지나 주인님의 호의로 같이 사는 것뿐이야!”

“그 주인님이라는 호칭 자체가 위아래를 나타내고 있잖니. 거기에 이 놈이 주인님이라면 나도 주인이 된다니까?”

도장 찍은 부부의 관계를 과시하듯 내 어깨에 손을 올린다.

거기에 끼지 못하는 미나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린다.

입매는 웃지만 전혀 웃지 않는 눈꼬리.

분명한 상하관계를 규정짓기 위해서 선화는 한 걸음도 빼지 않았다.

맞닿는 손바닥에 차가운 한기가 오르는 것이, 그야말로 얼음여왕님이다.

‘목이 마르네….’

남 얘기할 게 아니라 정신 똑바로 차려한다.

이 매서운 여자와 나는 이제 법적으로 부부다.

내 만행을 다 눈감아주고 살기로 했으나, 곱게 지낼 생각은 딱히 없나 보다.

굴욕적인 처사로 눈앞에 미나를 휘어잡는 자태가 저 지하 밑바닥으로 내리 꽂던가 운 좋으면 집안에서 몰아내려는 의도가 다분히 보인다.

미나의 오갈 곳 없는 눈망울이 이내 향한 건 나다.

“으으… 주인님….”

“……선화야 잠깐만.”

꼬리를 축 내린 불쌍한 눈빛이 내 옆태를 때리자 끼어들 수밖에 없었다.

미나를 두고 선화와 함께 거실 안쪽으로 들어와 코너로 돌아온다.

들릴 듯 말 듯, 낮은 볼륨으로 단둘이 담판을 짓는다.

“저기… 뻔뻔한 소리일지 모르지만 내 기준에선 함께 잘 지냈으면 좋겠어.”

“말 그대로 뻔뻔한 소리네.”

“기, 기왕 함께하게 됐으니까! …좀 친절하게 지내면 안 될까?”

“어머, 잘 지내고 있잖아? 얼마나 잘 보이고 싶으면 족보도 없는 동내 누렁이에게 개집까지 선물해주겠어. 시골이었으면 진작 발가벗기고 밥그릇에 마당에 풀어 키웠지♡”

“그러니까 내 말 뜻 알잖아…… 미나는 남는 시간에 집안일도 도맡으니까 일 많은 선화한테도 나름 괜찮은 희소식 아니야?”

“저 년한테 빨래 맡기면 보복성으로 속옷 전부 빵구낼 걸?”

“그렇지 않아! ……아마도.”

설득하는 목소리에 자신감이 없다.

사실 미나도 욕도 잘 하고 성깔 있는 편인데, 선화의 계속되는 도발에 과연 계속 참을지 장담하지 못하겠다.

“십중팔구 청소한다면서 내 화장대 싹 긁어가서 변기에 처박겠지.”

“아니라니까….”

여자들의 신경전이란 시끄럽고도 요란하다.

뚫린 목구멍에 위액이 역류하듯 쓰리다.

모든 원흉이 되는 내가 필시 중간에 끼여서 중재해야하는 입장이니 참으로 고달픈 일이다.

다행히 선화는 이번에 너무했다 싶었는지 긴 눈꺼풀을 내리깔았다.

백금발 옆머리를 쭉쭉 늘리다가 대답한다.

“후, 아무리 나라고 사람더러 개집에 살라곤 안 해.”

하곤, 어여쁜 눈동자를 치켜뜨며,

“이건 단지 본보기야. 내가 이 집에 온 이상, 앞으로 달라질 거란 뜻이지.”

“…다 떠나서 집은 넓고 각자 방이 있으니 굳이 마찰을 일으키지 말아줘.”

“누가 좆만 잘 관리했으면 이딴 일도 없었겠지.”

“으흠! 으흠! 아무튼 서로 힘 빠지는 싸움은 그만두자. 오늘은 나갈 일이 있으니까 집 개판 만들지 말고.”

“흥, 알았어.”

새침하게 대답하곤, “응?” 머리를 기울인다.

“나가? …어딜?”

‘크윽…!’

추궁하자 속으로 아쉬움을 삼킨다.

개인적 사정이 있어서 부디 자연스럽게 넘어갔으면 했다.

꽤 자연스럽게 끼워넣었으나 검문에 걸리고 만다.

선화에겐 더 거짓말을 하지 않기로 했으므로 슬며시 돌려서 말한다.

“그게 그…… 사람을 좀 만나러.”

“여자야?”

“으, 응! 좀 아는 사람….”

“……지금 이 꼬락서니를 보고도 또 여자 만나러 간다고?”

슬슬 날이 풀리는 마당에 영하로 싸늘해진 눈초리.

미나를 향하던 날카로운 활시위가 내 미간으로 돌아간다.

화살촉 같은 시선이 미간을 향하자 동공을 빙글빙글 돌린다.

이쪽 보라며 멱살을 꽉 쥐어도 차마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하아. 개새끼.”

내 한심한 몰골에 한숨과 욕을 섞는다.

더는 피곤하다는 듯 꽉 쥔 셔츠를 풀어준다.

“됐어. 보나마나 또 좋다고 그 여우년이나 만나러 가는 거겠지.”

“하하하….”

“지금 웃냐?”

“아뇨.”

바로 정색.

언뜻 선화에게선 느와르 조폭 보스 포스도 비친다.

그 기세 그대로 몸을 포개서, 귀에 속삭인다.

“잘 들어. 혼인하면서 일이랑 니 좆같은 바람기까지 봐준다고 했지만, 본래 내 성격대로라면 넌 이미 3번 죽은 목숨이야.”

“……3번이나 죽었어? 언제?”

“듣고 싶어?”

“아뇨.”

알면 위험하다고 내장된 생존센서가 답했다.

이윽고 떨어진 선화가 노려보다가 한숨으로 긴장감을 흘린다.

“후… 어차피 방송하면 이것저것 설명할 게 많으니까 눈에 안 띄는 편이 낫겠다. 니가 있어봤자 저 년이랑 또 붙어먹겠지.”

나지막이 ‘그건 또 죽어도 싫네….’ 속삭인다.

“…그럼 나가도 될까?”

“이제 방에 들어갈 거니까, 당장 꺼져.”

“알겠어!”

혹여나 마음이 바뀔까 선화의 뺨에 뽀뽀를 해두고 간단하게 채비한다.

현관문을 나서면서 미나에게도 싸우지 말라고 당부한 뒤, 버드키스를 마지막으로 집을 빠져나갔다.

어영부영 어떻게든 집안을 나올 수 있었다.

“더 늦기 전에 가야하는데….”

중얼거리며 마당 앞에 주차된 스포츠카에 급하게 시동을 켠다.

왜 이렇게 서두르냐 싶지만 오늘은 꼭 나가봐야했다.

일은 아니지만 사람의 생사가 걸린 문제다.

그간 미나와 혼인신고로 시끄러워 잊고 지낸, 더 방치하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그녀에게 액셀을 밟으며 달려간다.

그래도 규정 속도는 다 지켰다.

***

강소원 「왜 안와?」

강소원 「왜 안와?」

강소원 「왜안와왜안와왜안와? 진짜 안 올 거야?」

강소원 「그것보다 왜 문자 안 보는 거야? 안 보면 어떻게 된다고 말했지?」

강소원 「이젠 봤는데도 대답이 없네?」

강소원 「선우 이런 식으로 나올 거야?」

강소원 「이대로 콱 죽어도 괜찮다는 거네? 나한테는 선우 밖에 없다고 했는데 이런 식으로 나온 거네??」

「다ㅏ ㅇㅘ가」

「다 와 가. 그러니까 좀 기다려줘...」

강소원 「응♥」

이것이 운전 중에 소원이와 나눈 카톡 내용이다.

…참고로 1분도 안 돼서 연결되는 내용들이다.

덜컥!

“선우야!”

아파트 문을 열자마자 맨발로 달려와 엉긴다.

셔츠 옷깃을 꽉 잡고 뺨을 부비부비 비빈다.

“왜 이제 왔어? 나 죽는 꼴 보려고 그랬어? 응? 그런 거야? 손목 확 그어버려도 불만 없겠네? 유서에 선우 이름 적어도 괜찮아? 응? 응? 응?”

품안에서 속사포로 쏟아낸다.

키도 큰 편이면서 떨어지면 곧 죽을 사람처럼 옷자락 찢어질 듯이 꽉 쥔다.

잔뜩 헝클어진 머리에 하이라이트를 잃은 음울한 눈빛.

그 뒤에 보이는 쓰레기장은 며칠이나 배달음식에 의존했음을 의미한다.

자주 찾아왔을 땐 깔끔해졌는데, 찾아오는 주기가 늘어지자 다시 던전 상태로 돌아가 버렸다.

슥슥슥♥

일단은 헝클어진 머리를 빗겨준다.

본래 찰랑찰랑 보드라운 웨이브 머리를 쓸어주면서 안정시킨다.

혹여나 거부반응을 보이거나 밀어내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기에 처음에는 소원이 기분에 맞춰준다.

“헤헤헤♥”

꼭 안아주자마자 기분이 풀리는 소원이.

귀를 쫑긋대며 단단한 가슴에 얼굴을 파묻는다.

“늦어서 미안. …그런데 집안 꼴이 뭐야. 깔끔하게 지내고 있으라고 했잖아.”

“선우가 안 오니까… 불안해서 벽지 뜯고 있었어♥”

“나쁜 습관이니까 하지 말랬잖아. 나중에 집 나갈 때 곤란해진다고….”

어쩔 수 없이 오자마자 집안 청소부터 한다.

꼭 붙은 소원이가 떨어지자 함께 정돈한다.

워낙 난장판이라 적당한 분리수거 후, 한 번에 50L쓰레기봉투 두 묶음에 다 담아서 정리한다.

마무리로 청소기와 걸레로 바닥을 민다.

“후… 청소는 대충 마무리된 것 같네. 뒷정리는 내가 할 테니, 소원이는 이제 샤워 좀 해.”

“웅… 귀찮은데.”

내키지 않는지 쭉 삐져나오는 주둥이.

머릿결이 푸석푸석해진데다 청소하느라 집안 먼지까지 뒤집어썼으면서 버틴다.

허나 팔목 냄새를 맡아보고 얼룩진 셔츠를 살핀 뒤 자기가 봐도 심하다 싶은지 이내 수긍한다.

그렇게 명령대로 욕실에 들어가…진 않고, 내게 다가와 은밀히 제안한다.

“그럼 선우야, 나랑 같이 씻을까♥”

“아니… 나는 쓰레기봉투 버려야하고 왕창 쌓인 설거지도 해야 해.”

“우웅… 그런 건 나중에 하면 되잖아. 같이 하면 마음껏 만져도 되는데… 전에도 욕실에서 오래 했잖아♥”

수치심 없이 과감하게 내 손목을 당겨 가슴에 댄다.

큼직한 빨통을 주물럭거리게 만들며 돌핀팬츠 속 씹을 치댄다.

우습다.

몸이 정갈하지도 않은 여체따위 딱히 관심…… 있다.

분명 소원이는 사흘 정도 안 씻은 몰골이다.

허나 타고난 젊음인지 피부는 매끈매끈하다.

여기에 발육 또한 훌륭하다.

커다란 맘마통 뿐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두툼한 허벅다리는 만져도, 만져도 질리지 않는 질감을 준다.

갈등하며 셔츠 위에 젖을 주물거리다가 유혹을 뿌리치듯 내친다.

“아… 안 돼! 오자마자 떡만 칠 순 없어!”

뭐 대단한 결심이라고 그렇게 소리친다.

“……싫어?”

그러자 안면이 다시 사늘하게 싹 식어버리는 소원이.

“그거, 소원이랑 하기 싫다는 뜻이야?”

“아니… 그 뜻이 아니라─”

“이 주씩이나 방치해놓고 몸도 섞기 싫다는 거야? 벌써 마음이 떠나간 거네? 그런 거야? 그런 거지?! 응? 응? 응?”

급발진에 무섭게 뜬 사백안.

휙휙 바뀌는 감정에 당혹스럽지만 여기에 대한 해답은 하나뿐이다.

꼬옥♥

몸으로 보여준다.

베어허그로 약간 압박이 느껴질 정도로 꼭 안아준다.

내 전신에 닿는 부드러운 지방은, 순간 경직됐다가 이내 커피의 각설탕처럼 사르르 풀어진다.

“흐으응♥”

만족스러운 신음.

“나쁜 뜻이 아니야. 단지 소원이랑 몸만 섞는게 아니라 다른 일도 하고 싶다는 뜻이야.”

“그런 거야? 진작 말하지♥ 응♥ 그럼 알겠어♥”

달콤한 어휘면 3초 만에 태도가 돌변하니 무섭다.

하지만 그걸 내색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느긋한 스마일을 내건다.

“그럼 씻고 있을게♥ 나왔을 때 없으면 죽어버릴 거야♥”

무서운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거, 걱정하지 말고 씻어.”

“응!”

이 대화를 끝으로 소원이는 욕실에 들어갔다.

제대로 안에서 샤워기 소리가 나자, 그제서 나는 느슨하게 목에 카라를 푼다.

‘점점 심해지는 구만….’

소원이가 밝아지고 있다.

방송할 때처럼 밝고 명랑한 모습을 보여준다.

허나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근처에 있을 때다.

떨어지면, 그것도 장시간으로 길어진다면 소원이는 금세 우울해진다.

손톱을 물어뜯으며 불안해하고, 벽지를 뜯으며 공황증세를 보인다.

그야말로 몹시 불안정한 상태다.

이해는 한다.

더는 가족에게 손 벌릴 수도 없고, 이제 의존할 곳이 나뿐이라 이마저 잃으면 안 된다는 필사적인 의존증세일 거다.

소원이에겐 시간이 필요한 거다.

‘그래도 이대로는 안 돼….’

내막을 알지만, 점점 버거워지는 것 또한 사실.

거기에 나는 결혼까지 했다.

상황이 점점 막장으로 치닫는데 이 상태로면 답이 없다.

내 목이 떨어지거나 사지가 분리돼 하나씩 나눠갖기 전에 서둘러 소원이의 상태를 원래 궤도에 올려야 한다.

“좋아, 우선은 쓰레기부터 버리고 올까.”

대형 쓰레기봉투를 양손에 하나씩 쥐고 비장하게 문 밖을 나선다.

더 늦기 전에 소원이를 개조해야 한다.

오는 내내 그 생각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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