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1화 > 131. ? 결혼했네?
혼인신고.
솔직히 미래에 결혼한다는 청사진은 전혀 안 그려봤다.
스스로 돌아봐도 난봉꾼마냥 눈앞에 보이는 먹음직한 여자 따먹고 다녔지, 그런 진지한 사항은 심각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
“왜? 무슨 불만이 있어?”
“……아니아니!”
허나 내게 혼인신고서를 내민 선화는 시종일관 진지했다.
그래서 요구조건을 받아들였다.
워낙 기습적이라 얼떨떨한 심정으로 현관문에서 혼인신고서를 기재했다.
앞으로도 쭉 방송으로 여자 따먹고 다니겠다는 선언에도 발길 돌려 와준 것만으로 기적이라 더 자극하지 않도록 애를 썼다.
요컨대 여왕님 심기에 맞추려 애썼다.
한편으론 선화의 성격상 감정에 휘둘려 폭주한다 판단했다.
이건 나의 바람기에 엄포를 넣기 위한 수단이라 인식했다.
“혼인신고 접수됐고, 처리 다 완료됐습니다!”
“…….”
뜻밖에도 혼인신고라는 건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는 작업이었다.
본인확인과 신분증만 갖추면 간단한 절차로 패스됐다.
두 사람의 증빙자료와 함께 근처 사무소에서 함께 출석하기만 하면 10분 컷이었다.
‘…어랍쇼?’
머릿속이 혼란한 가운데, 앞에 사무소 여직원이 싱긋 미소를 보낸다.
“두 분 정말 축하드려요. 선남선녀끼리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어머, 그래요? 감사해요.”
“………감사합니다.”
선화는 기쁜 듯이 입을 가리고 호호 웃었고, 나는 얼떨떨하게 그 축사를 받았다.
그렇게 오늘부터 우리는 국가에서 인정하는 정식부부가 됐다.
정말 어느 날 아침에 벌어진 일이다.
***
“그 물건은 저쪽에 두시구요. 아, 화장대는 안방에 두세요. 컴퓨터도 같이요.
그 외에 남는 물품은 거실에 두시면 될 것 같아요.”
서류상 부부가 된 다음 날.
겨우 하루사이에 결정된 혼인을, 선화는 뒤도 안 보고 쭉쭉 밀어붙였다.
이삿짐센터에 연락해서 집안에 물건들을 싹 다 긁어와 옮겼다.
기존에 자리 잡던, 자취방에서 가져온 조그맣던 침대를 대형 폐기물로 버리고, 자신의 엔틱풍 침대를 들여놨다.
거기에 기존에 살던 집은 매매로 내놔서 돌이킬 수 없게 만들었다.
선화는 진심이었다.
그 행동력에 감탄하는 동시에, 나는 아직까지 정신줄이 나가있었다.
때문에 거실에 서서 빠른 속도로 오가는 이삿짐센터 아저씨들을 F1 카레이싱 보듯이 좌우를 번갈아 봤다.
현실이 맞는지 진부하게 볼을 잡아 당겨봤다.
“이게 대체 뭐에요…?”
집안이 시끌벅적해지자 덩달아 미나도 여간 충격적인지 옆에서 멍하니 넋을 놓는다.
미나 입장에선 완전히 선화를 밀어냈다고 판단했는데, 개같이 부활하니 어찌할 바를 모른다.
“야.”
“어…… 어?”
선화가 다가오자 동태눈알로 아이컨택트.
“이 더럽게 큰 침대, 계속 여기에 둘 거야?”
더럽게 큰 침대라는 건, 두 말 할 것 없이 촬영장비와 함께 거실에 둔 방송 아이템이다.
허나 이삿짐 아저씨들의 시선이 있기에 민망하니 최대한 둘러말한다.
“그게… 일적으로 필요해서…….”
“흐응.”
불만스러운 듯 가늘어지는 눈초리.
이윽고 더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 흔든다.
“좋아. 니가 이거 없이는 못 살겠다고 하니까 봐줄게.”
“없이 못 산다는 뜻이 아니라 일 때문이라니까….”
“시끄러워. 넌 발정난 개새끼마냥 반반한 여자라면 눈이 돌아가는 거잖아. 여자라면 좋아서 허리 흔드는 새끼가.”
……예리한 지적이다.
“이미 정조관념 없는 쓰리게인 거 다 알고 하는 거 아니까 구라치지 마라.”
“…알고도 봐주겠다고?”
“그래. 어차피 이런 사업까지 저지른 이상 넌 통제불능일 것 같으니까. 대신.”
묵직한 한마디를 덧붙인 뒤, 내 가슴팍을 콕 찍는다.
“앞으로 내 앞에서 거짓말 하거나 여자 또 숨겼다간 죽도록 쥐어 짜일 줄 알아.”
…핸드폰에 등록된 여자 공개하면 졸도하겠는데.
한 방에 멸망의 세컨드 임팩트까지 줄 순 없으니 고개를 끄덕인다.
동시에 핸드폰을 뒷주머니로 감춘다.
“그러니까 너.”
다행히 선화의 관심사는 옆에 미나로 옮겨갔다.
“…뭐.”
지목 당하자 경계태세.
적수에 맞서 꼬리를 바짝 세우자 선화도 한 성깔하는 입장에서 눈빛싸움에서 밀려나지 않는다.
“후우.”
허나 곧이어 양보하듯 한 발자국 물러선다.
송곳보다 날카로운 눈빛을 감추고, 가식적이나마 웃어 보인다.
“앞으로 잘 지내보자고♡”
“……?”
“니 년도 결국 이 똥개새끼가 좋아서 매달리고 있는 거잖아? 그렇게 좋아하면 방송할 때만큼은 빌려줄게.”
“빌려줘…? 니가 뭔데 주인─ 으흠! 선우를 빌려주네 마네야.”
주변에 아저씨들 눈치를 보고 쏘아 붙이는 미나.
하지만 이미 준비태세를 마친 여왕님 용안엔 스크래치조차 나지 않는다.
“어머, 못 들었어? 이제부터 법적으로 내 거거든. 결혼했어.”
“결혼?!”
“…크흠! 크흠!”
옆에서 홱 노려보자 격한 헛기침.
워낙 눈 깜짝할 사이 진행됐기에 혼인했다는 빅뉴스를 전해줄 틈조차 없었다.
단지 미나는 홧김에 이사 온다고 판단했는지 적잖은 충격을 받는다.
이 일격을 노렸는지 여왕님이 가식적인 웃음 그대로 옆에서 팔짱을 낀다.
“그래. 평생 내 거니까 앞으로 평생 내 허락 받고 만져.”
“우, 웃기지 마!”
“지금 반항해? 너, 방송에서 무슨 노예마냥 주인님 주인님이라고 했지?”
“………그, 그게 왜?”
주변에 남들이 들으면 어쩌나 안절부절.
“이 개새끼가 주인이면 결혼한 나는 안주인이 되는 거잖아? 그렇담 너도 서열상 내 말에 복종해야지. 계약서까지 썼으니 당연한 거 아니야, 몸종년?”
“……(뿌득)”
선화는 나를 전면에 내세우고 호가호의로 미나에게 불을 질렀다.
사실 선화가 호랑이 그 자체라 내 위세를 빌릴 필요도 없지만, 언젠가의 복수처럼 마음껏 약올린다.
언제나 복수는 달콤한 법이다.
두 여자가 한 남자를 둘러싼 갈등.
그야말로 아침 막장드라마 같은 구도다.
솔직히 예쁜 여자들과 엮이는 질투와 치정은 남자의 로망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위가 쓰리다.
두 여자의 신경전 탓이 크지만 다른 이유도 존재해서 그런 듯 싶다.
“……저기, 일들 해주시죠.”
실시간 벌어지는 막장드라마에 흥미가 많았는지 주변에 이삿짐 아저씨들이 일하는 시늉만 내고 움직이질 않는다.
입술 떼고 지적하자, 그제서 땀을 닦는 척 눈치를 보다가 어영부영 다시 시늉을 낸다.
막장은 보는 입장에서만큼은 꿀잼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
“앞으로 알겠지? 허락 없이 딴 년이랑 붙어먹으면 죽을 줄 알아. 이것도 니가 그딴 좆같은 일에 돈은 많이 버니까 최대한 봐준 거라고.”
“아무렴 그렇지….”
“그러니까 헌팅 방송인가하는 그딴 저질 컨텐츠는 접어. 배우로 고용했으니 집안에 거머리마냥 붙어사는 그 걸레년이면 충분하잖아.”
“그, 그건 차차 생각해보고. 시청자들이 아직 원할지도 모르니까…….”
찌릿 화장대에서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자 목을 꺾는다.
이 돌린 시점에는 낯선 풍경이 가득하다.
이사 온 첫날, 선화의 살림살이는 대부분 안방에 들여놨다.
워낙 큰 방이라 귀중품들 대부분을 수용할 수 있었으나, 그 탓에 내 물건은 다 옷만 빼고 위층으로 옮겨간 탓에 내 집이 맞는지 어색해졌다.
그러나 나쁘진 않아서 신기하기도 하고, 새롭기도 하다.
무엇보다 바뀐 특이점은 이 넓은 방에 이제 두 명이 함께 산다는 사실.
이제 저 화려한 화장대 앞에서 치장하는 여왕님이 있을 거다.
그것도 보통 여왕님이 아니라 이제 내 아내가 된 여왕님이.
타고난 패션센스를 뽐내며 치장하고 있을 터다.
“뭘 그렇게 봐?”
“……잠깐만.”
서류상으론 부부.
아직 그 사실만으론 알쏭달쏭해 실체인지 확인하듯 다가간다.
꼬옥♥
뒤로 백허그해서 안아본다.
팔 안쪽으로 여왕님의 풍만한 가슴을 꾹 누르면서 목덜미를 훑는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여체를 느껴본다.
“……♥”
선화는 아무 저항도 하지 않았다.
당연히 그러하다.
이제 내 아내니까.
여자친구일 때도 많이 하던 일이지만 이제 부부니까 마음껏 해도 되는 스킨십이다.
이제 진짜 내거가 된 거다.
불끈!
그렇게 판단하자 발정이 나버린다.
그대로 집요하게 목덜미와 아랫배, 바로 보지까지 손으로 만지면서 자극한다.
즐겨 입던 치파오 형태의 금색 드래스.
그 옆트임에 파고들어 보짓살을 꾹꾹 누른다.
파트너가 따라서 발정나도록 전염시킨다.
“하아… 선화야. 선화야….”
“……왜 갑자기 발정 나고 지랄이야. 등에 딱딱한 거 닿잖아.”
“선화가 아내가 됐잖아. 흥분되는 걸 어떡해.”
“아, 아내라고 하지 마.”
아직 어색한 호칭인지 겸연쩍게 넘기는 선화.
거기에 더욱 자극돼서 몰아붙인다,
혓바닥으로 목 뒤를 핥고, 손으로 가슴과 음부를 애무한다.
아예 얄팍한 보지가리개에 파고들어 손으로 찌걱찌걱 질척한 둔부를 시추한다.
“으응… 아… 아앙…♥”
열심히 자극해준 보람이 있게 귀여운 교성을 흘린다.
육봉을 비비면서 암컷에게 쾌락을 주입시키자 금세 반응이 온다.
쑤실수록 손가락에 강한 점성의 애액이 느껴져 선화 눈앞에 펼쳐준다.
자신의 몸에서 나온 부정할 수 없는 부산물들을 제시한다.
“선화도 이제 준비가 다 된 모양이네♥”
“♥”
볼은 발그스름해졌지만 부끄러워하는 티가 아니다.
더는 거리낌 없이 몸을 이쪽으로 돌린다.
“쪼옥… 쪽♥ 츕츕…♥”
그대로 연인… 아니, 부부다운 키스.
이 촉촉하고 달콤한 입맞춤만으로 자지가 승천할 듯이 솟는다.
입술을 맞본 뒤, 기꺼이 화장대에 앉은 여왕님 밑에 무릎을 꿇는다.
능글맞은 웃음으로 아래에서 위를 쳐다본다.
“부부가 된 기념으로 오랜만에 보빨부터 꼼꼼하게 해줄까?”
“……그러던지.”
퉁명스럽게 대꾸하면서도 가랑이는 활짝 벌린다.
젖혀진 원피스 안에 잠든, 허벅다리에 걸린 보지가리개 위 분홍빛 꽃잎을 나에게 보인다.
그야 이제부터 나는 남편이니까.
앞으로 평생 나만이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쪽♥
“아♥”
코를 박고 쭉쭉 빨아주자 몸에 익은 동작으로 내 머리통을 꽉 잡는 선화.
쭈우우우우웁♥
“하아… 하아아앙♥”
시동을 걸어 보짓물에서 나오는 흥건한 물줄기를 맛있게 빨아주자 금세 입꼬리가 올라간다.
씹물을 뱉으면서 보지를 문대기 시작한다.
어쩌다보니 결혼하게 됐고, 신혼도 안 간 알콩달콩 부부섹스 첫날이 그렇게 개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