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8화 > 118. 신사랑 엄마 신아영(37세/미혼모, 귀여움♥)
신아영은 이른 나이에 엄마가 됐다.
집안에서도 낙태를 권장하는 아이, 지금의 사랑이를 고등학교 1학년 때 세상 빛을 보게 해줬다.
차마 뱃속에 생긴 새생명을 외면할 수 없을 정도로 그녀는 감성적이었다.
하지만 원치 않은 임신을 하고 힘든 출산을 거친 뒤 사회로 나왔을 때, 세상은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 무서운 곳이었다.
우선 일을 저지른 아이의 아빠는 당연하듯 도망갔다.
주변의 시선과 압박감에 고등학교는 자퇴할 수밖에 없었고, 육아와 동시에 검정고시를 준비해야했다.
얼마 안 가 자신을 지켜줄 가족들은 동네 쪽팔린다며 단칸방 집을 구해서 쫓아냈고, 좁은 집안에는 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유일한 가족인 사랑이 밖에 남지 않았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그나마 성적이 좋았던 신아영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갔다.
어떻게든 정신 똑바로 차려 사랑이와 함께 힘든 세상을 살아갈 방도를 물색했다.
빠르게 검정고시에 통과했고, 바로 취업준비를 했다.
국가지원금으로 자격증을 따고, 집안에서 마지막 이별 선물로 넣어준 남은 잔고로 처절하게 버텼다.
「당장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 가능할까요?」
“네!”
다행히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취업은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취업 후에 발생했다.
“어유, 신입이 얼굴이 아주 참하네. 엉덩이를 보니 아이 잘 낳게 생겼어~”
그녀의 외모는 첫취업에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길가 아스팔트에 위에 피어난 가련한 꽃은 지저분한 정장 구둣발에 밟힐 수밖에 없다.
검정고시 패스에 자격증 몇 개로는 흔히 말하는 좆소라는 곳밖에 취직이 되지 않았다.
당연한 듯 성희롱이 지나가고, 그녀에게 눈독을 드려 지나치게 집적거리는 상사가 많았다.
어떻게든 아이를 떠올리며 버텼지만 트러블이 없을 수 없었다.
견디고 견디다 도무지 안 될 때는 경력만 채우고 이직할 수밖에 없었다.
친구와 깔깔 떠들고 놀 10대, 인생을 즐길 20대, 안정적으로 변할 30대 초반까지.
한창 빛나야할 젊은 시절 그녀에겐 쉴 틈이 존재하지 않았다.
“아영 씨 제가 도와드릴게요.”
“아…… 고마워요.”
뭐, 당연히 세상이 전부 잿빛만은 아니었다.
좋은 만남이 두 차례가 있었다.
싱그러운 꽃향기가 나는 썸도 있었고, 함께 일하다 호감이 생긴 상대도 있었다.
“엄마 왔어?”
“…….”
허나 그것마저 집안에서 노는 사랑이를 보니 그마저 접기로 했다.
좁은 집구석에서 홀로 블록으로 탑 쌓으며 오매불망 자신을 기다리는 사랑이를 안으며 이번 생은 그저 딸에게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시간과 돈이 들어가는 좋은 인연들은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흐읏…! 하앗! 으응…♥”
하지만 호르몬의 영향은 무시할 수 없었다.
여전히 젊고 혈기 넘치는 몸은 남성의 손길을 원했고, 혼자서 견디기는 힘들었다.
사랑이 나이가 초등학생 무렵 됐을 때, 속옷서랍 맨 밑에 자위도구가 하나둘 생겼고, 스트레스가 쌓일 때마다 자위로 풀었다.
사랑이에게 최대한 들키지 않도록 조심했지만 기분 탓인지 중학생 때쯤 한 번 걸린 기분도 든다.
“엄마, 엄마는 결혼 안 할 거야?”
“됐어. 이 나이에 무슨 결혼이야.”
“정말…….”
가정 형편 탓에 일찍 철 든 사랑이는, 자기 앞가림 할 수 있는 고등학생 이후부터 엄마에게 끊임없이 만남 또는 결혼을 끈덕지게 권유했다.
이따금 흔들리던 신아영은 본능에 귀를 기울이다가도 예전의 악몽과 자신감 결여로 외면했다.
이번 생은 자신의 귀여운 딸과 함께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만족하기로 했다.
그것이 현재다.
“그러니까 선우 오빠, 우리 엄마랑 섹스를 부탁드려요!”
딸의 폭탄발언에 얼굴이 바짝 달아오른다.
잘못 들었나 싶어도 ‘섹스’라는 단어를 세 차례나 들어버렸다.
딸의 남자친구인 선우 씨도 방금 들은 미친 소리인지 마찬가지로 혼이 나가버렸다.
“너, 너 제정신이니?!”
서둘러 다가가 만류했으나 오히려 사랑이는 당돌하게 쏘아봤다.
“이제 엄마를 볼 때마다 답답해! 그렇게 누누이 남자 좀 만나고 다니라고 일렀는데 언제까지 혼자 참을 거야!”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하잖니…!”
“이제 내가 못 참아! 참지도 발산하지도 못해서 매일 서랍에 자위도구만 늘고 있잖아.”
“……!!!”
직화로 화끈 달아오르는 얼굴.
“봐, 봤니…?!”
“7개! 고등학교 때 두 개는 고장 나서 버렸지. 중학교 때부터 숫자까지 다 기억하고 있어.”
“으으으……”
딸의 폭로에 홍당무보다 붉어졌다.
아무리 속으로 답답하다고 여겼어도 남자친구 앞에서 엄마에게 치사량의 수치심을 주입시킨다.
착한 딸이었는데, 어지간히 보기 힘들었나 싶다.
뒤 없이 저지른 사랑이도 말하고 나선 부끄러웠는지 눈길을 홱 돌렸다.
“엄마가 나를 위해서 버텼다는 건 알아… 하지만 이제라도 엄마 인생도 좀 찾았으면 한다고! 내가 아니라.”
“……그래도 이 나이에 무슨─”
“그 나이면 요즘에는 젊다고 평가하는 나이야. 그리고 엄마는 얼굴도 예쁘니까 전~혀 문제없어! 그쵸, 오빠?”
“으, 응?”
“우리 엄마 예쁘죠?!”
“어…… 어어! 사랑이랑 똑 닮아서 엄청 미인이셔.”
어떨 결에 바통을 넘겨받은 채선우.
둘을 번갈아보다 진심으로 대답한다.
““……♥””
칭찬에 왠지 쑥스러워하는 두 모녀
신사랑도, 신아영도 꼼지락대는 손을 어쩔 줄 몰라 한다.
“봐… 봤지?! 자신감을 가져, 엄마 아직 쌩쌩하다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럼 뭐가 문젠데!”
“……그래도. 사랑아, 아무리 그래도 이 사람은 너의 남자친구야. 진심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니?”
“어, 엄마가 워낙 주변 남자를 배척해서 어쩔 수 없잖아! 가깝다며 잘 다니던 이전 직장도 또 그래서 옮긴 것 같고….”
정답이다.
직장후배가 집적거려서 또 직장을 바꿨다.
딸애는 눈치가 지나치게 빨랐다.
“그리고 선우 오빠, 완전 잘해! 거의 기계란 말이야.”
“사, 사랑아!?”
“정말 기계처럼 능숙하게 해. 엄마도 함께하면 분명……… 으으♥”
아무리 안면에 철판 깔고 똑 부러지게 밀고 나가려 해도 그 뒤는 생략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고지식한 엄마 개선시키기 위한 길이라고 믿어도 노골적으로 그 질척함을 표현하긴 어렵다.
수치심이 뻔뻔함을 앞지른다.
이때, 신아영이 어질어질해진 머리를 잡고, 다시 냉정을 되찾는다.
“사랑아. 사랑이가 나를 위한다는 건 알겠지만 이거는… 이거는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그럼 이렇게까지 안 되도록 속 편하게 해주던가….”
“좋아, 사랑이가 나를 생각하는 마음은 잘 알았으니까 차차 생각해볼게.”
“또 그렇게 나중으로 미루고…….”
“그래도 어쩔 수 없잖니. 지금 남자를 무작정 만날 수도 없고, 사랑이 남자친구 분께도 실례고.”
“저기.”
어떻게든 유야무야 넘기려는 이때, 덩치에 안 맞게 빼꼼 귀엽게 손을 들고 끼어드는 남성.
딸의 남자친구인 선우 씨가 재롱부리는 곰처럼 손을 들고 있다.
“괜찮으시다면 저는 괜찮은데요….”
“네에?!”
“아, 그게 사랑이 어머님과 노골적으로 그런 걸 원한다는 의미는 아니구요.”
크흠! 목을 풀곤,
“대충 이야기는 알겠으니 사랑이가 안심하도록 남자에 대해 내성을 기르시게 도움을 드리면 어떨까 싶어서.”
“도움이요…?”
“사랑이 말대로 노골적으로 가긴 어렵겠지만 가볍게 함께 노는 정도라면 괜찮지 않을까요? 가벼운 데이트 정도라면 저도 얼마든 가능할 것 같습니다.”
“저는… 사랑이 엄만데요. 나이도 그쪽이랑 엄청─”
“요즘 같은 안티에이징 시대에 나이는 진짜 숫자에 불과하니까요. 그리고 어머님은 정말 사랑이 나이 때로 보이세요.”
“그러지 마세요……♥”
칭찬은 고맙지만, 그래서 더 난처하다.
‘요즘 애들은 이런가?’
어쩐지 적극적으로 협조에 나서는 채선우.
딸의 폭주와 남자친구의 호의적 태도에 긴가민가하다.
비정상적인 현상이 연겨푸 겹치자 신아영의 머리는 다시 복잡해진다.
딸의 남자친구랑 데이트라니, 그 개방적이라는 미국에서도 이런 일은 없을 거다.
그리스 신화에서나 나올 막장이다.
꿀꺽.
그러나 코앞에 보이는 튼튼한 근육을 가진 키 큰 남성.
그간 외면하고 살았던 미지의 존재가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현하자 신아영은 마냥 싫은 기분은 아니었다.
아니, 젊은 남성이 다가오니 사실 공중에 다리가 조금 뜬 느낌으로 좋았다.
상식적으로 따지면 전부 잘못된 부분이지만 자신이 억지로 참아온 건 부정할 수 없다.
사랑이를 위해서 이게 옳다고 믿었기에 어떻게든 참아왔다.
허나 딸이 원하는 게 진정한 내 행복이라면.
이렇게까지 등을 떠밀어 민다면.
더 참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럼….”
앞에 포갠 손을 꽉 쥐고,
“딸이 허락한다면 데이트까지만…… 한 번.”
저지른다.
마치 어쩔 수 없다는 듯, 지하 기숙이 꾹꾹 눌러온 본능과 본심이 이끄는 대로 답한다.
사랑이가 태어난 후부터 빗장 걸고 차단해온 남성에 대한 경계심을 조금 푼다.
“그렇다는데, 사랑아?”
여유롭게 사랑이를 바라보는 딸의 남자친구.
유일한 가족에게 최종답변을 확인한다.
승리의 포즈로 주먹을 불끈 쥔 딸의 답변은 정해져있었다.
“선우 오빠, 부디… 엄마를 잘 부탁드려요!”
딸이 엄마를 넘겼다.
***
마음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기에 데이트 날짜는 다음 날로 정했다.
나는 가벼운 복장으로 역 앞에 약속장소에 나왔다.
일단 나보다 기합이 들어간 딸이 꾸며준 대로 입긴 했는데… 평소보다 노출이 있는 것 같다.
딱 달라붙는 니트에 코트.
여기에 핫팬츠를 권했으나 핫팬츠는 너무 과하다고 생각해 극구 거절했다.
따라서 끌어올려 입는 하이웨스트 올려 입은 검은 치마로 마무리했다.
─오오…!
─(꿀꺽)
─혼잔가?
지나가다가 남자들이 쳐다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딸이랑 닮았다고 사랑이가 어릴 적부터 많이 들었는데, 아무리 그래도 이 나이에 너무 주책 맞은 일 같아서 불안하다.
톡톡.
어깨에 닿는 감촉.
“저기요. 혹시 시간 있으신가요?”
“아, 죄송해요! 저는 누구랑 만나기로─”
돌아보니 아는 얼굴이었다.
장난스러운 얼굴로 하얀 치아를 드러낸다.
가슴을 쓸며 안도한다.
“정말… 놀리지 마세요.”
“이야~ 진심이에요. 너무 젊고 예쁘게 꾸미셔서 진짜 사랑이인 줄 알았어요.”
“주, 주책맞죠? 나이 들어서 이런 꼴사나운 옷이나 입고….”
“전혀요? 지금 이대로 시내 한 바퀴 돌면 일대 남자들이 꽁무니 따라오기 바쁠 걸요. 예쁜 대학생 꼬시려고♥”
“으으……♥”
자신감 키워주는 가벼운 립서비스가 장난이 아니다.
딱히 나쁜 의도는 느껴지지 않고 가식 또한 느껴지지 않는다.
여성 앞에서 자신감 있게 리드를 해 기대게 해준다.
딸아이가 호감을 느낀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자, 오늘은 극진히 모시겠습니다.”
매너 있게 내미는 팔걸이용 팔꿈치.
“아….”
신아영은 어쩔까 망설이다가 어깨에 가볍게 손을 잡는 정도에 그친다.
그것만 해도 신아영에겐 위대한 발자국이었다.
‘……정말 크다.’
바로 곁에서 단독으로 바라보는 큰 키와 듬직한 어깨.
나를 배려해주는지, 딸의 남자친구… 선우 씨는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만 거리를 둬서 다가와 준다.
지금 나온 장소도, 만날 시간도 전부 나에게 편하게 맞춰줬다.
늑대가 경계심 많은 양을 길들이듯 천천히 다가와 줬다.
그뿐인데 손끝이 바르르 떨린다.
상대의 호의를, 이성의 호의를 느끼니 머릿속이 전기가 올라온 듯 짜릿하다.
두근두근…♥
이십년 간 멈춘 심장이 미친 듯이 북을 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