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6화 > 116. 사랑 받고 싶은 사랑이♥
“그러니까 작용 반작용에 따라 미는 힘과 밀리는 힘이 같으니 이 값은……”
대머리 교수의 지루한 강의.
그런데도 강의실에서 점멸하는 눈동자들은 반짝거린다.
그건 필시 머리에 반사되는 빛 때문이 아니라, 강의실 맨 앞좌석에 활짝 피어난 꽃 한 송이 덕분이다.
푹신한 양털이 드러난 코트에 포근하게 받쳐 입은 니트.
공교롭게 니트가 딱 달라붙는 스타일이라 굴곡진 몸매가 다 드러난다.
밑에는 데님핫팬츠에 검은 스타킹으로 마무리.
흔한 여대생 패션인데 그녀는 빛이 난다.
중력처럼 강의실 안에 남정네들의 시선을 모조리 끌어당긴다.
천장 조명에 반사돼 빛나는 그녀의 찰랑찰랑한 단발머리 뒤통수를 불멍 때리듯 바라본다.
“흐흥~♬”
여기에 딱 알맞은 적당한 화장.
기초화장에 붉은 립으로만 포인트를 준 화장이다.
그러나 딱 이 기본만 지키니 그 누구보다도 화려했다.
이것이 대학생 신사랑의 현주소다.
명문대를 다니는 신사랑은 더는 미(美)를 감추지 않았다.
두 손 꽉 쥐고 꽁꽁 싸매오던 힘을 해방시켰다.
원석 같은 미모를 보석으로 가꿔 자연스럽게 내줬다.
‘원래는 저렇지 않았는데….’
그녀를 바라보는 남자 선배, 강태준은 신경질적으로 전공서적 위에서 펜대를 굴린다.
신사랑에게 대놓고 호감을 표시한 대표적 집적남인 그는 불만이 가득했다.
강태준은 이 때묻지 않은 보석의 가치를 진작부터 알아봤다.
그렇기에 신학기 MT에서 만나자마자 덕지덕지 침을 발라뒀다.
대놓고 대시를 해서 주변에 경고했다.
얼마나 과하게 들이댔냐면 슬쩍 사귄다는 소문까지 냈을 정도다.
당시 신사랑은 공부에 알바로 바쁘다고 피했지만 강태준은 포기하지 않았다.
키에다가 얼굴까지 받쳐주겠다, 넘치는 자신감으로 백 번이라면 백 번 찍어서 넘길 작정이었다.
‘그런데 왜 이상한 새끼가 끼어들어서….’
그러다 계산착오가 났다.
어느 날 사랑이 곁에 등장한 남자.
다부진 근육질 남성 채선우.
그 근육몬 새끼는 갑자기 끼어든 걸로 모자라 둘은 전에 관계를 과시했다.
심지어 코앞에서 사랑이 몸을 더듬기까지 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대놓고 추행을 하자 사랑이는 부끄러워만 할 뿐 감히 그 손을 쳐내진 않았다.
그 불결하고 음탕한 손을 그저 묵묵히 받아들였다.
이로서 둘은 보통 관계는 아니라는 걸 예상할 수 있다.
…아니.
사실 이 정도면 예상이 아니라 확신 수준이다.
전부 강태준의 개인적인 바람일 뿐. 이미 신사랑은 채선우의 손아귀에 넘어가 갈 때까지 가버린 거다.
‘닥쳐, 닥쳐!’
강태준은 그런 현실을 외면한다.
멋대로 뇌리에 새겨지는 느글거리는 상상을 떨쳐내려 애쓴다.
여자들 물건처럼 마구 후리고 다니던 그에게 신사랑만큼은 특별했다.
다른 여자들과 놀아나가도 마지막에 먹을 메인디시. 이른 나이에 결혼까지는 아니더라도 오랫동안 빨아먹을 사탕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빼앗기다니.
질투심과 분노로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심지어 이렇게 함께 수업을 들을 땐 집중이 안 된다.
“이상. 다음 수업에도 다들 늦지 않길 바랍니다.”
그렇기에 강의가 끝나자 강태준은 신사랑에게 돌격한다.
“어… 사랑아 오늘 점심 같이 어때?”
“그래, 그러자. 선배들이 쏠게!”
“사랑이를 위해서 오늘은 기꺼이 최대한도 3만원 푼다!”
그런데 미처 다가가기도 전에 늑대무리가 몰려든다.
하필 공학이라 강의실에는 남자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근처에서 꽃향기를 맡고 취해버린 남정네들이 너나할 것 없이 주변에 득실댄다.
“웅~ 죄송해요. 선약이 있어서♡”
하지만 스마일로 단칼에 거절하는 신사랑.
늑대들의 대시를 손쉽게 차단한다.
“그,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하하…”
부드럽고도 단호하게 거절하자, 더는 붙일 말이 없었다.
직선을 이기는 유려한 곡선에 다들 머쓱하게 물러선다.
신사랑은 달라졌다.
외모만큼이나 변모한 이성을 대하는 거칠 것 없는 태도.
더는 예전에 남자 상대하기 어려워 어버버대던 신사랑이 아니었다.
어설픈 작업에 넘어가지 않자 강태준은 안도했다.
동시에 울컥, 한 번 더 화가 난다.
지나치게 능숙해졌다.
꼭 곁에 누군가 생긴 것처럼 똑 부러지게 행동한다.
또 한 번 혹시, 설마 싶어 자꾸만 그놈의 얼굴이 떠오른다.
불쾌한 망상이 뇌를 망가뜨린다.
어쨌든 사랑이가 강의실을 빠져나와 복도로 나가자 따라붙는다.
공학관을 빠져나와 단둘이 될 기회를 노려서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저… 사랑아 잠깐 대화 가능할까?”
최대한 경계심을 안 가지도록 차분하게 깐 목소리.
“선배님이랑 할 말 없는데요.”
유독 나를 대하는 태도는 더 쌀쌀맞다.
어쩔 수 없다.
전에 입을 험하게 놀렸고 급발진을 한 번 했기 때문에 감당해야할 처사다.
“저… 미안. 저번에는 너무 감정적이게 돼서.”
“됐어요. 딱히 되새기고 싶지도 않고.”
“그래도 사과는 해야 할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해서 그런데 사과 좀 받아줄래?”
“그러죠 뭐.”
즉각에 돌아오는 무성의한 답변.
본심 따윈 안 느껴진다.
얼마나 싫은지 걷는 내내 눈길 한 번 안 준다.
호감도가 회복될 기미가 전혀 안 보인다.
‘다 그 새끼 때문이야….’
그렇다면 좋다.
내가 올라가지 못한다면 남을 깎아내리면 된다.
“으흠! 그럼 사과했으니 말인데, 전에 만난 그 남자…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비밀을 말하듯 목소리를 깔아 속삭이기.
“조심하다니요?”
“그야 척 봐도 수상하잖아. 사랑이는 아마 순진하게 돈 때문에 만나는 것 같은데, 그런 사람들은 보통 꾼이라고. 꾼.”
“꾼이요?”
“그러니까 사기꾼.”
“…….”
“지, 진짜라니까! 처음에는 어디서 빌린 수상한 스포츠카로 돈 많은 척 다가와선 돈을 뿌리다가 나중에 급하니까 빌려 달라거나 보증이니 수표니 뭐니─”
“그만하시죠.”
등골이 싸해지는 칼바람 융풍.
“알지도 못하면서 다 안다는 듯이 험담하니 불쾌하네요.”
신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당돌하게 아래에서 위로 쏘아본다.
대학교 같이 다니는 이래로 처음 보는 표정이다.
어디서 들은 소리로 MSG를 치긴 했으나 개인적으로 그 놈이 수상쩍은 건 사실이다.
젊은 나이에 그런 스포츠카를 타고 명품치장 했으면 재벌 2세 아니면 사기꾼이다.
적어도 내가 아는 상식선에선.
“무, 물론 나는 잘 알지 못하지만 조사해보면……”
“하… 선배한텐 정말 질리네요. 어쩜 사람이 끈질기고 비열하기만 한지… 변하질 않네요.”
“아니야! 좀 과장은 했지만 진심으로 사랑이가 걱정되는 거야.”
“진짜 스토커로 신고하기 전에 그만 가주실래요?”
어떻게 혼을 빼놨는지 맹목적으로 따르고 있다.
이쯤되면 사이비종교에 빠진 신도 수준이다.
“사랑아 제발 들어줘. 난 정말 너를 생각해서─”
“아… 선우오빠♥”
필사적으로 회유하려 했지만 하트표로 꽉 찬 두 눈동자는 더는 나를 보고 있지 않았다.
마치 사람이 바뀐 것처럼 180도 달라지는 꿀 떨어지는 목소리.
혹시나 싶어서 돌아서니 역시 그 근육질이 있었다.
“여~ 안 늦었지? 명문대라서 그런가, 몇 번을 와도 잘 적응이 안 되네.”
“그래도 매일 딱 맞춰서 와주시네요…♥”
“그러게. 사랑이 찾는 탐지기라도 있나봐.”
“정말~♥”
자석이 붙어버리듯 바로 옆에 찰싹 붙어버리는 두 남녀.
사랑이는 당연한 듯이 주머니에 손을 꼽고 있는 그 놈에게 붙었다.
니트에 드러난 가슴이 닿도록 꽉 안았다.
이 과정에서 순간 나는 무시됐다.
그야말로 질투유발, 인내심 참기다.
“그런데… 그쪽은 또 사랑이 에스코트라도 해주셨나?”
짧게 대화를 나누고 나를 노려보는 선우라는 놈.
마치 귀찮은 파리 쫓듯이 노려본다.
“…….”
인지되니 그것도 나름 문제였다.
이 괴물 같은 놈은 전보다 한 층 더 벌크업이 된 것 같다.
분명 키는 비슷한데, 등빨에서 확연하게 차이난다.
주먹보단 법이 가까운 사회이긴 하나, 이런 짐승새끼가 코앞에서 위협하니 눈을 깔 수밖에 없다.
“으응~ 그냥 가요. 놀 시간 바쁘니까.”
그 굵직한 어깨를 당기며 긴장한 분위기를 풀어주는 사랑이.
나를 위해 말리는 것 같지만 전혀 아니다.
표정이 개운치 않다.
아까 대화 탓인지 그야말로 벌레 씹는 얼굴이며, 거기에 내포된 의미는 딱 ‘이번까지만 봐준다.’였다.
굴욕적이나 전에 맞은 기억 때문에 옆구리가 욱신거려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몸은 정직하게 쭈그려졌다.
“오늘은 어딜 갈까?”
“오빠라면 어디든 좋은데요.”
“그러니까 매일 그 말이면 결론이 나질 않는다고.”
“히힛, 저는 진심인데요♥”
이젠 대놓고 알콩달콩 대화를 나누며 계단을 내려가는 남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애초에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와, 또 새 차에요?」
「어쩌다보니」
“…….”
멀어져가는 등 뒤를 바라보며 어떻게든 꼬집을 꼬투리를 잡고 싶었으나 계단 아래에 들어오는 다른 스포츠카.
기존에 몰고 다니던 스포츠카가 다른 브랜드 신형으로 바뀌어 있었다.
흠집 잡고 싶어도 흔하게 볼 수 없는 몇 대 없는 한정품에 완벽한 새 것이었다.
***
오늘은 사랑이와 스케이트장, 영화관에서 놀았다.
아 정정.
영화관에선 사랑이 허벅지랑 가슴 만지느라 정신없었다.
구석탱이 맨 뒷좌석에서 조명이 꺼지니 팝콘 주워 먹으면서 만졌다.
“음… 으응♥”
대놓고 성추행이었으나 사랑이는 저항 하나 없이 내준 보드라운 허벅지와 큰 빨통을 내줬다.
꼴리는 핫팬츠 사이에 손바닥으로 보지를 비벼도 어두운 스크린에 반사되는 조명에 야릇하게 웃었다.
“정말… 오빠랑은 영화는 못 보겠어요♥”
“미안미안. 역시 카라멜팝콘보다 이게 더 맛있더라고.”
크게 움켜쥐는 엉덩이.
핫팬츠에 끼는 살집이 예술이다.
“오빠 변태…”
“그 변태짓 마음껏 하려고 모텔까지 왔지.”
“정말…♥”
그 때문인지 또 모텔에 조기출근했다.
해도 떨어지기 전, 사랑이와 함께 입실한다.
“그나저나 염색한 머리 잘 어울리네.”
“아! 알아보시겠어요?”
“이렇게 대놓고 바꿨는데 어떻게 몰라. 만나자마자 그 이상한 놈 때문에 칭찬할 기회를 놓친 것뿐이라고.”
“헤헤.”
칭찬에 들뜬 사랑이를 더 강하게 끌어안는다.
관리하는 암컷에게 영역표시를 제대로 해둔다.
사랑이가 변해가는 속도는 놀랍다.
만나기 전만 해도 검은 머리에 피어싱 하나 없었는데 하루하루 변해간다.
화장이 자연스러워졌고, 옷의 노출 또한 과감해졌다.
몸을 섞을 때도 적극적이게 됐고, 스킬도 늘었다.
점점 성숙한 여자가 되어가고 있다.
순진한 처녀였던 사랑이가 변해가는 모든 과정을 느낄 수 있어서 영광이다.
곁에서 만지고, 빨고, 박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후… 사랑이 정수리에 향기 좋다.”
“부끄러워요 오빠…♥”
삑!
부끄럽다면서 자기 손에 쥐어진 카드키로 서둘러 모텔 문을 개방.
“하아… 선우 오빠♥ 츄릅… 츕♥”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진득하게 입을 맞춘다.
귀엽게 까치발을 들고 최대한 내 키를 따라잡아 혀를 섞는다.
나랑 진심섹스하고 싶어서 엉겨 붙는 암컷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이윽고 떨어지자 사랑이에게 그걸 요구했다.
“자, 그럼 사랑이의 진심을 들어볼까.”
“오빠… 이거 꼭 해야 해요?”
“섹스하기 전에 자주 하던 거잖아. 사랑이가 해줄 때마다 자지가 불끈 솟는단 말이야.”
“정말루 변태…♥”
변태라고 매도하는 사랑이는 시시덕 웃었다.
핑크빛 혀를 빼꼼 내밀어 핥는다.
이윽고 손을 아래로 모아 배꼽에 하트를 그린다.
나와 빠구리 한 판 뜨기 전에 나만을 위한 주문을 외운다.
“그럼… 선우오빠, 오늘도 사랑이… 많이 사랑해주세요♥”
요염하게 눈을 가늘게 뜨면서 나를 유혹하는 사랑이.
벌써부터 취한 것처럼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벗은 내 근육을 바라보는 가느다란 눈동자마저 하트로 변한 기분이다.
불끈!
자지가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본다.
이보다 꼴릴 수 없다.
“자지 불어터지겠다….”
“헤헷.”
“웃샤!”
“앙♥”
그대로 사랑이를 번쩍 들어 보쌈한다.
끌어안아서 침대로 인도한다.
귀여운 암컷을 이뻐해 줄 생각에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