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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해서 BJ들과 친해지기!-109화 (109/193)

< 109화 > 109. 시즌 1호 아수라장

거실 정사각형 테이블에 나란히 앉았다.

딱 네 사람이라 변마다 한 명씩 방석 깔고 앉아있으면 됐다.

겨울철이라 난방이 빵빵하게 돌아가고 있긴 한데, 꺼도 문제가 안 될 만큼 후끈하다.

일단 먼저 비지땀이 멈추지 않는 내가 앉았다.

그리고 오른쪽 옆에는 정황이 재밌다는 듯 싱글벙글 웃는 연수가.

왼쪽에는 이건 또 뭔가 싶어 연수를 노려보는 미나가.

마지막으로 정면에는 희번득 흰자가 가득 노출한 선화가 앉아있었다.

하필 선화의 정면이라 속이 얹힐 것만 같다.

“대단해. 금세 한 명이 늘었네?”

“으, 응?”

“그 자랑하는 좆은 자제할 수가 없나봐? 여자라면 무조건 불끈불끈 솟아? 심지어 또 그 크리스마스에 본 년이네? 방송인을 꼬시다니, 재주도 좋아.”

“그게 사실 연수랑은 그게……”

“설마 또 방송에서 만나는 비즈니스 사이라고?”

“……응.”

연수도 미나와 마찬가지로 내 방송에 출연해줬다.

섹파로 시작했지만 관점에 따라선 비즈니스 파트너이기도 하다.

쾅!

주먹으로 내려친 테이블.

그 강한 진동을 따라 심장이 위아래로 들썩인다.

선화가 몸짓을 보일 때마다 수명이 실시간으로 깎여나간다.

“그거면 다 될 것 같아!? 뚫린 입이라고 막 지껄이냐, 이 미친새끼야!”

“진정, 진정해! 잘못 안 했다는 소리는 아니라, 사실이 그렇다는─”

“닥쳐! 더는 못 봐주겠어. 좋은 말 할 때 당장 그 몸 파는 방송 그만둬! 싹 다 정리해!”

자신의 요구를 강요하는 선화.

만약 거절한다면 이대로 끝날 최후통첩을 내놨다.

울긋불긋 핏줄 솟은 손등이, 싸대기를 날릴지 다음 대답에 따라 행동지침을 정할 예정이다.

허나 방송을 그만둘 순 없다.

성인용 방송은 더 이상 멈출 수 없는 레일 위에 올랐다.

투자한 돈도 있고, 기획했던 수많은 계획들이 물거품이 된다.

삐끗하면 헤어지자는 소리가 나오겠지만, 금사자는 더는 포기 못할 나의 일부가 됐다.

꿀꺽.

“선화야 그건─”

각오하고 소신 발언을 저지르려는 이때,

“흐응~ 그쪽 자기는 욕심이 많네.”

연수가 비성을 길게 늘이며 끼어든다.

심기가 매우 불편한 선화의 화륵화륵 불타는 심지를 건드린다.

‘넌 또 뭐야?’하는 얼굴로 돌아보는, 악귀의 얼굴을 한 선화에게 전혀 밀리는 기색 없다.

그저 평온하게 주절주절 수다를 늘여놓는다.

“어차피 혼자서도 감당 안 되지 않아?”

“뭐?”

“나는 도통 감당할 수 없던데… 우리 자기의 정력♥”

쿨럭, 속으로 각혈한다.

과감하고 직접적인 표현에 몸 둘 바 모르겠다.

대뜸 무슨 미친 소린가 싶은지 바르르 떨리는 선화는 긴 눈꺼풀.

“넌 대체 뭐야? 지금 그딴 소리가 왜 나와…?”

“왜 일까~ 그쪽도 한 침대에서 굴러봤으면 느꼈을 거 아니야?”

“……?”

“그 장어 같은 실한 물건이 혼자서도 감당이 돼? 아무리 성욕이 넘치는 여자라도 이런 남자를 혼자서 감내하려면 헐어버릴 걸?”

갑작스러운 19금 토크에 선화의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그, 그딴 게 왜 나오냐고! 나는 지금 사귀는 남녀 사이에 깨진 신뢰를 말하고 있는 거야!”

“후, 진부해.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뭐?”

스윽♥ 스윽♥

슬쩍 상체를 기대와 내 어깨를 문지르는 연수.

지금은 때가 좋지 않다고 고개를 가로로 흔들어도 요염하게, 사랑스럽다는 듯이 솟은 근육을 어루만진다.

“신뢰다, 두 남녀의 관계다. 그렇게 서로를 속박할 필요는 없잖아? 이런 늠름한 야생마는 오히려 자유롭게 풀어주는 편이 속이 편할 걸?”

“…제정신이야?”

“세상 살아본 내 개인적인 의견은 그렇다는 거지. 이해해달라곤 생각 안 해.”

“………일단 기분 더러우니까 그 더러운 꼬리부터 치워.”

“싫은데♥”

선화를 골리듯 찰싹 옆에 더 살갑게 달라붙는 연수.

당장 내 좆에 머신건을 갈기고 싶을 만큼 화가 났지만 눈앞에서 염장 지르는 꼴은 보기 싫은 모양이다.

이를 뿌득뿌득 간다.

무엇하나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자 속이 뻥하고 터질 것 같이 어깨가 부들부들 떨린다.

“그리고 그쪽 말대로 하면 본인만 불리해질 텐데?”

“……또 뭔 개소리야?”

“만약 그쪽 주장대로라면, 일단 우리 자기가 저 탈을 써.”

하며 척, 거실 침대 위에 놓인 방송용 사자 헬멧을 가리킨다.

“그리고 방송을 키고 나랑 몸을 섞으면 그쪽은 우리에게 아무런 터치도 못한다는 거잖아? 그쪽이 언급했던 구두계약상으로도 아무런 문제없지?”

“…….”

날카로운 지적에 찰나의 정적이 인다.

분한 듯이 꽉 주먹을 쥔다.

하얗고 작은 주먹이 테이블 위에서 달달달 떨린다.

대충 이야기를 주워듣던 연수가 싹 다 합쳐서 필살기를 갈겼다.

제대로 약점을 파악해 단도직입적으로 깊숙이 찔렀다.

그곳은 미나가 찔렀던 맹점이기도 하다.

듣고 보면 분명히 그랬다.

선화와 내가 약속했던 조건에 의해 방송 내 행위들은 용서받을 수 있다.

그걸 몹시 직설적이고 극단적으로 표현하자 강력한 무기가 됐다.

다소 억지는 섞였지만 연수의 주장은 말이 된다.

전부 선화 본인이 남겨둔 화근이니까.

자신이 만든 논리적 허점에 곤혹스러운 듯 눈썹을 구부린다.

어떻게든 공격할 무기를 찾아본다.

“그건…… 그건 방금 다 취소했어.”

하지만 막기 급급했기에 어설픈 반격 밖에 나오지 않는다.

“흐응,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네?”

“시, 시끄러! 주변에 웬 잡것들이 설치는데 다 들어줄 필요는 없잖아!? 그리고 애초에 나랑 내 남자친구 관계인데 너희 두 년이 뭐라고 끼어들어?”

“그러니까 나는 학교 동창이자, 선우의 비즈니스 파트─”

“넌 닥쳐 사이버창녀야.”

“아… 이 씹년이 보자보자 하니까 진짜…!”

티격태격하는 개와 고양이.

선화가 이성을 잃어버리자 연수는 아이들의 재롱을 보듯이 입을 가리고 쿡쿡 웃었다.

더 여유 있게 상대를 몰아넣었다.

“보기와 달리 강압적인 여자네. 그렇게 남자 머리 꼭대기 위에서 조종하고 싶어?”

“뭣?!”

“아무래도 상대를 속박하고 싶어서 안달났나봐?”

“속…… 박!?”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분개한다.

이건 선화가 가장 질색하는 말이었다.

여왕님 프라이드에게 전혀 반하는 단어, 속박.

여태껏 많은 남자들을 울려왔고, 흠모했던 감정들을 길가 쓰레기통에 내다버린 선화가 감히 남자에게 휘둘린다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망언이었다.

애초에 나의 만행을 용서해준 것도 포옹심이 넓어서가 아니라 지기 싫어서이다.

남에게 얽히기 싫은,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다.

“나는 절대 그런─”

“흐응… 저런 여자친구라니, 자기가 괴롭겠다. 딱히 관심은 없지만 만약 내가 저 자리였으면 그냥 방목해줬을 건데. 오히려 풀어두고 같이 즐길 자신도 있어…♥”

아예 이쪽으로 넘어와 살포시 얼굴을 기대는 연수.

“나, 나도! 나라도 절대 주인─ 선우를 내버려뒀을 거야. 응!”

이에 질세라 미나도 왼쪽에서 넘어와 팔을 감싼다.

무슨 선착순으로 여자친구라도 뽑는 자리 같다.

“미안한데, 내가 만든 좋은 시간 방해하지 말아줄래?”

“그쪽이야말로 나보다 나이 훨씬 많아 보이는데, 젊은 사람끼리 놀게 아줌마는 꺼져줄래요?”

“…좀 건방지네.”

“……너희 다 돌았어?”

마지막 선화의 전율하는 목소리는 묻혔다.

미나와 연수가 서로 노려보기 바빠서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목청을 높이기 바빴다.

“그쪽은 대체 선우랑 무슨 관계에요?”

“말할 수 없을 만큼 비밀을 많이 공유한 관계♥”

“아줌마, 나잇살 먹고 주책 부리지 마세요. 비밀이라면 이쪽이 더 많은데.”

“흐응, 솜털 보송보송해서 무슨 맛이 있겠어. 우리 자기는 숙성된 고급진 와인을 좋아해서♥”

“그쪽은 와인이 아니라 식초겠죠.”

“……정말 말 함부로 하네.”

양쪽 사이에 끼어 듣고만 있다.

여태껏 가만히 듣고만 있던 내가 저지해도 문제고, 가만히 있어도 문제였다.

우려했던 대로 결국 개판이 됐다.

서로 쑥덕쑥덕대기 바쁜 시장바닥수준 난장판.

“아 좀 닥치라고!”

그것을 정리하는 선화의 샤우팅.

깜짝 놀란 연수가 마치 천박하다는 듯이 입술을 감춘다.

“어머, 또 남자 속박하려고 한다.”

“아니라고! 나는… 나는 상식적인 말을 했을 뿐이야 이 사이버창녀들아!”

분개해서 나오는 진심어린 목소리.

비정상들 밖에 없는 이곳에서, 정말 속 터진다는 지긋지긋한 한풀이였다.

하지만 이미 비정상이 판치는 이곳에서, 일차원적인 견해는 연수에게 일절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또 노련하게 받아친다.

“그래? 그럼 그쪽이 집착을 하는지 안 하는지 한 번 테스트해볼까?”

“테스…트?”

계속해서 여우에게 끌려 다니자 이제 무슨 소리가 나올지 경계한다.

털을 바짝 곤두세우고 연수의 의중을 뚫어보려고 한다.

하지만 가늘게 뜬 여우눈은 가까이서 관찰했던 나조차도 속내를 파악하기 힘들다.

“어때?”

“……테스트가 뭔데.”

“보면 알지. 어때, 그쪽도 낄 거야?”

“……?”

선화에 이어 능숙하게 미나까지 끌어들이는 연수.

“좋아 기다려봐.”

암묵적 동의를 했다고 판단했는지 내게 선물해준 차키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온다.

방송 경험치를 허투로 먹은 게 아닌지, 능숙하게 이끌어간다.

“사실 자기랑 하려고 했는데, 참가자가 늘어날 줄 몰랐네♥”

진심으로 이 상황자체를 즐기고 있는지 재밌다는 듯이 방실방실 웃는 연수.

연수 손에 들린 물건은 러브젠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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