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1화 > 101. 다 잃어서 폐인이 된 BJ요나(강소원 23세/음침해짐)
집 전체에 그늘을 만드는 커튼을 싹 걷었다.
우선 기분 좋은 햇살을 맞이하며 대형 쓰레기봉투에 쓰레기들부터 담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몹시 암담했으나 이 지독하게 음침한 분위기를 역전시키려면 역시 이 더러운 집부터 바꿔야 했다.
땅에 굴러다니는 불결하고 불쾌한 파츠들을 다 정리해야 했다.
그러나 BJ요나는 요지부동이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들어오니 샤워를 하거나 다른 방에 있으라고 해도 웅크리고 앉아있기만 했다.
“야야, 언제까지 죽상으로 있을 거야. 방해되니까 좀 일어서 봐.”
“……너야말로 뭐하는 거야. 멋대로 쳐들어와서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는데, 헛짓 그만하고 꺼져.”
“야… 주변이랑 니 꼴 좀 봐라. 여기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
“상관 마.”
“애초에 왜 이렇게 됐는데? 방송도 쉬고,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손을 바쁘게 움직이면서 겸사겸사 대화를 나눈다.
더 이상 음침한 늪에 빠지지 않도록 대화를 이끌어 나간다.
쓰레기를 담는 내 옆태를 쳐다보는 요나.
크게 감흥 없는 표정으로 뚫어져라 보다가 입을 연다.
“……그리고 보니 딱 너가 오고 나서 그 사건이 터졌네.”
“그 사건?”
“그때 니가 나 강간하고 튀었잖아.”
“가─ 강간까진 아니고! 아무래도 협박을 좀 했다랄까… 뭐랄까.”
“그게 그거지.”
어이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곤,
“아무튼 그 날, 니가 했던 말을 또렷이 기억해.”
“무슨 말?”
요나는 몸을 둥글게 웅크리더니 또박또박 읊었다.
“좆같은 회장 돼지새끼한테 대줄 거면 게임방송 접고 떠나라고. 이럴 거면 아예 벗방이나 성인방송을 하라고.”
“…….”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또 떠올랐다.
잃어버렸던 메모리 속 퍼즐조각이 날아와 꽂혔다.
BJ요나는 종합게임방송 전문 BJ였다.
그 방송 내에 매니저이자 회장이 있었고, 덩치가 큰 돼지였다.
그 회장돼지는 방송 내 친목도모로 권력 아닌 권력이 있었는데, 그 맹점을 이용해 BJ요나와 성관계를 요구했다.
아마 해킹툴을 이용해 영상으로 봤을 텐데, 그야말로 강제로 덮쳐졌던 그림이었다.
“어…… 내 말이 문제가 좀 됐나봐? 상처… 받았어?”
“반대야. 오히려 깨달았어.”
“깨달았다고…?”
“니 말을 듣고 보니 내가 하던 짓이 얼마나 한심한지 깨달았어. 그때 하던 짓이 남자들에게 아양 떠는 여캠방이나 몸 팔아서 돈 버는 벗방이나 다름없다는 걸.…… 따져보면 실제로는 걔들보다 돈벌이도 시원찮으니까 그보다 못하더라고.”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듯 줄줄이 쏟아내는 요나.
입을 열 때마다 입속에서 우울한 에너지가 쏟아져 나온다.
“그,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어떡하긴, 뭘. 당장 관계 끊고, 돼지새끼한테도 더는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했지.”
“그럼 잘 됐네.”
“잘………… 됐다고?”
까딱, 목각인형처럼 소름끼치게 턱선을 비스듬히 사선으로 돌린다.
푸석푸석한 머리카락이 따라서 돌아가는 게 섬찟하다.
아차, 싶었다.
명백한 말실수였다.
이 꼴을 보니 어떤 엔딩을 맞이했을지 눈에 훤한데 말이다.
“그 돼지새끼, 내가 연락을 끊으니까 그야말로 온몸으로 길을 막아섰어. 방송할 때마다 분탕질하고, 차단해도 계정 다시 파서 끈질기게 흔들어놨어. 나무위키에 논란 목차를 지 멋대로 만들고, 나를 꽃뱀 사기꾼이라며 지가 먼저 경찰에 신고까지 했어.”
“그, 그래?”
“지기 싫어서 어떻게든 악다구니로 방송하려고 해도, 시청자 한 명 한 명 쪽지 보내서 내 과거사를 말도 안 되게 비틀고, 부풀려서 욕하더라. 그럴싸한 루머로 꾸며서 욕받이로 만들고, 인성 개차반으로 만들어서 채팅창에는 해명하라며 심심하면 도배됐어. 그 때문에 하루하루 방송은 진행이 안 되고, 빠져나가는 시청자들이 육안으로 보이더라고.”
그리고 처음으로 무표정한 얼굴에 입꼬리를 씨익 올리고,
“흐흐흐… 팬이 악플러로 돌아서면 제일 무섭다더니, 딱 그 꼴이더라.”
“…….”
쓰레기 담던 손을 멈췄다.
끝까지 경청할 수밖에 없었다.
예상보다 훨씬 더 비참한 엔딩이었다.
마지막 자조적 웃음은 쓸쓸하다 못해 동정이 든다.
“……그래서 방송도 끊고 이 꼴로 지내는 거야?”
“이 좆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방송하겠어. 가족들한테는 대학도 안 가고 어떻게든 성공해보겠다고 떵떵 소리쳤는데, 그냥 인생 끝장난 거지 뭐. 아… 마침 잘 됐네. 왜 왔는지는 모르지만 이따 쓰레기봉투 버리고 나갔다 온 김에 연탄 좀 사다줘.”
무서운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아무튼 세 줄 요약으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1. BJ요나는 내 말을 듣고 나서 돼지회장과 담판을 지었다.
2. 이에 돼지회장은 앙심을 품었고, 온갖 방법으로 방송길을 틀어막아버렸다.
3. 돼지의 러시에 지친 요나는 결국 인방과 멀어져 현재 폐인으로 전락했다.
내가 아무렇게나 싸지른 말이 시발점이 된 모양이다.
악의 원흉은 그 돼지겠으나 결국 따져보면 가볍게 뱉은 말이 엄청난 나비효과를 낳아 이 결과를 만든 것이다.
확실히 책임을 피할 수는 없게 됐다.
악성종양은 그 돼지지만, 어찌됐든 지금은 케어가 필요해 보인다.
“저기, 요나야.”
“……요나? 요나가 아니야.”
“응?”
“강소원. 요나는 방송용으로 만든 가명이야. 기분 더러우니까 그 저주받은 이름은 그만 언급해.”
“어어, 알았어 소원아.”
선뜻 납득한다.
테러리스트를 자극하지 않듯, 조심스럽게 다룬다.
“저… 어쨌든 고생 많이 한 것 같은데, 기분전환 삼아 밥이라도 먹으러 갈래?”
“…협박범이랑 밥을?”
“나는 뉘우치고 있어! 잘못된 일이었다고 뼈저리게 뉘우치고 있으니까… 어때?”
경계심 많은 눈초리.
쥐똥만큼도 내키지 않는지 무거운 엉덩이를 떼지 않는다.
꼬르르르르륵…!
허나 타이밍 좋게 배에서 기다란 뱃고동 소리가 울린다.
대장 속 민망한 하모니였으나 본인은 어떤 표정변화가 없다.
아무래도 배는 고픈 모양이다.
거기에 밥이라는 단어에 반응해 입가에 침이 살짝 고인다.
주변에 너부러진 수많은 컵라면으로 미뤄보아 최근에 그럴 듯한 식사마저 못해본 모양이다.
‘분명 경제적 사정이 열약해서겠지.’
“……정말 사줄 거면 배달로 시켜.”
“그러지 말고 배달 말고 나가서 먹자. 어차피 밥 시켜도 먹을 곳이 없잖아.”
처참한 쓰레기장은 발 딛을 틈이 없다.
청소 중이지만 아직 바닥도, 컴퓨터 책상 위까지 난장판이라 음식을 올려둘 공간마저 없었다.
“칫.”
강소원… 소원이는 이 부분에 어느 정도 동감을 하는지 드디어 흐느적흐느적 일어섰다.
그리고 저벅저벅 장롱에 문을 열어 아무런 겨울철 패딩을 하나 둘렀다.
이때, 장롱 열자마자 만화처럼 쓰레기가 우수수 쏟아져 나와서 놀랐다.
“어…? 그대로 가게?”
몸을 가릴 옷가지는 하나 걸쳤으나 소원이 꼴은 말이 아니었다.
헝클어진 머리끝에 쓰레기가 엉겨 붙은 데다 며칠 세수 한 번 안 한 지독한 몰골.
게다가 한겨울에 돌핀팬츠 덜렁 하나다.
이게 섹시하다기보다는 안 씻은 탓에 그저 미친 여자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문제 있어?”
“아니! 전혀 없지!”
더럽다던가, 혹은 냄새난다는 자존감을 꺾을 소리를 피한다.
어떻게든 이 길잃은 영혼을 갱생시켜야한다.
사람 목숨 하나와 내 전재산이 걸렸다.
***
나는 어떻게든 소원이 기분을 띄워주려 노력했다.
“어때, 드라이브 하니까 상쾌하지?”
맛집 예약해두고 스포츠카로 근처 강변을 쌩쌩 달린다.
역시 음울한 날에는 속도감을 즐기면 최고다.
시원하게 지나가는 주변 경치에 속이 뻥 뚫린다.
내 시내 최고 속력이 60km/h인데, 오늘은 특별히 68km/h까지 인심을 쓴다.
창문에 기대 근처 풍경을 구경하던 소원이가 나지막이 한마디 더한다.
“…차가 좋네. 니 거야?”
“어? 아니. 내 건 아니고, 개인방송 때문에 빌린 건데.”
“협박범이 이제 방송까지 하는 거야?”
“어쩌다 보니….”
“도대체 얼마나 버는데?”
대놓고 물어보자 난처해졌다.
하지만 거짓말 잘할 자신이 없어서 솔직하게 분다.
순순히 억소리 나는 금액을 불자 소원이는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옆태를 흘겼다.
“……누군 땅바닥에서 구르다가 나락으로 떨어졌는데, 남 등쳐먹던 협박범 새끼는 잘 나가는구나.”
“운이 좋았어! 운이 좋아서 그랬어!”
“그래, 누군 운이 더러워서 뜨지 못했지. 몸까지 대주고 돈도 못 벌었고.”
“우와! 음식점 다 왔다! 벌써부터 군침이 싹 도네!”
노골적으로 음식점으로 화제를 전환한다.
유명 양식집인데, 미리 예약을 해둬서 바로 입장한다.
소원이의 복장 탓에 가게 내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으나, 어쨌든 식사는 할 수 있었다.
“어때, 맛있지?”
“……컵라면보다 백배는 낫네.”
“그래그래, 스테이크도 주문했으니까 천천히 다 먹어.”
“그래, 최후의 만찬으로는 딱이겠다.”
“재수 없는 소리는 그만 하고….”
얼마나 굶주렸는지 스테이크를 2인분 더 추가로 주문해야 했다.
배부르게 밥을 먹고도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기분전환 삼아 영화관을 데려가고, 녹음에 정화되길 바라며 수목원을 한 바퀴 돌아봤다.
어떻게든 때묻은 음침함을 지워주기 위해 백방 노력했으나 이미 찌든 때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하루 종일 노력했으나 쉽게 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이 환상의 똥꼬쇼는 다음 날까지 이어진다.
“휴, 청소 끝났다.”
“…….”
“자자, 너도 힘든 건 알겠는데 궁상 그만 떨고 일어서야지.”
“됐어. 시끄러우니까 얼른 연탄이나 사와.”
“무서운 소리 그만하라니까…. 자아~ 오늘은 유원지라도 가볼까?”
소원이는 어떻게든 방구석에서 나가지 않으려 했지만, 밥을 미끼로 어떻게든 질질 끌고 또 함께 외출했다.
억지로 웃기기 위해 슬랩스틱마냥 바보 같은 행동도 반복하고, 우중충한 기운 날아가도록 차 뚜껑 열고 햇볕을 쬐어줘 비타민 D흡수를 촉진시켰다.
그러나 헛수고였다.
“오늘도 그 상태야…?”
“…….”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다를 게 없었다.
삶에 의욕이 없는 꼴이 머리 위에 파리라도 날릴 것 같다.
마치 첫날로 돌아가듯, 반복되는 하루에 두 손 두 발 들게 생겼다.
소원이는 밝아질 기미가 눈곱만큼도 안 보였고, 방구석에서 쪼그려 앉아서 자기한탄과 연탄만 찾아댔다.
간곡하게 부탁해서 어떻게든 목욕까진 시켰으나, 아무리 외면을 바뀌어도 우울한 내면은 씻어내질 못했다.
“안 되겠다.”
역시 내 장기는 서로 핥아주는 시시껄렁한 위로가 아니다.
쑤욱!
코앞에서 옷을 벗었다.
소원이 앞에서 냅다 팬티바람이 됐다.
뜬금없이 스트립을 하자, 여기에는 조금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응한다.
“옷은 왜 벗어?”
“지금부터 너랑 떡칠 거야.”
“미쳤어…?”
“조금. 너 때문에 나까지 우울해질 것 같아서 사단을 내야겠다.”
“………그래, 어쩐지 친절하다 싶더니 그럴 목적이었구나. 어차피 남자새끼들이 다 그렇지 뭐….”
어떤 비난을 듣던지 강행한다.
이대로는 진전이 없다.
어떻게든 어르고 달래주고 노력해도 랠리포인트처럼 반복될 뿐이다.
이렇게 된 이상 믿은 건 [암컷타락Lv.4].
더불어 여태껏 쌓아온 테크닉을 첨가해 쾌락을 주입해야 한다.
넣고 주무르고 쑤셔서 반드시 행복하게 만들어주겠다.
떡치기 전에 이런 결심을 하긴 처음이네….
팬티에 잠들어있는 구렁이를 흔들며 눈에 초점을 잃은 음침녀에게 다가간다.
그나저나 이 정도면 합의섹스 맞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