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6화 > 96. 연말 광란의 파티
왕게임이란, 플레이어끼리 왕과 시민을 선정해 왕이 나머지 시민들에게 다양한 명령을 내려 즐기는 술자리 게임이다.
숫자가 적힌 숟가락, 젓가락 끝, 제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선출하는데 나영이가 흥 제대로 나도록 절그럭거리는 철제 식기통을 준비됐다.
다만 색다른 룰을 첨가하는지 명령어가 적힌 제비도 지참했다.
보통은 왕의 명령은 왕위에 오른 인물의 창의성이나 장난기에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러면 명령어를 뽑고 수행할 사람만 정해두면 된다.
적힌 문장에 따라 명령의 강도가 결정되니 어떻게 보면 초면에 낯가림 없이 과감한 행위를 할 수 있겠다.
“…네 명이서 왕게임을 하게? 보통 이런 게임은 사람들 넉넉하게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의문을 제기하는 화영이.
“음~ 그럼 화영이 남친이라도 부르지 그래? 그럼 더 재밌겠네.”
“오, 화영 씨는 남친이 있으신가봐요?”
“아… 이, 있긴 하지만…… ……됐다. 옷도 이딴 천조가리로 갈아입었고 이 상황 설명하기 귀찮아.”
“그럼 결정났네. 이대로 시작하자.”
“으음….”
나영이와 혜경이가 부추기자 화영이가 못마땅하게 숟가락통을 붙잡는다.
절그럭절그럭 다함께 철제 숟가락통을 돌리며 구호를 외친다.
““““왕은 누~구?””””
이후에는 각자 숟가락을 하나씩 가져간다.
화투의 패를 확인하듯 조심스럽게 숟가락 끝에 숫자나 왕마크를 확인한다.
“나다! 내가 첫 번째 왕이야!”
방정맞게 외치는 나영이.
첫 번째 왕은 나영이었다.
사방팔방 떠들고 곧바로 제비를 뽑아 명령어를 확인한다.
“어, 어어어……”
하필 다소 애매한 명령어가 걸렸는지 어색하게 한쪽 입꼬리만 올리고 우리를 번갈아본다.
두리번거리며 명령을 수행할 사람을 찾다가 에라 모르겠다 찍듯이 외친다.
“그럼… 1번이 나한테 이거 하기….”
내미는 나무막대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왕의 명령]
-지정된 시민이 왕의 발가락을 30초 동안 핥기
보고나니 실로 애매하긴 했다.
보통 왕게임에서 나오는 명령은 웃기거나 위험한 일, 또는 야한 명령이다.
남이 발가락을 핥는 행위가 웃기거나 야할 수 있겠지만 패티쉬의 영역이라 미적지근하다.
어쨌든 이걸 수행할 사람은,
“씨…발년아.”
1번 숟가락을 공개한 화영이가 창백하게 나영이를 본다.
눈에 실핏줄이 왕창 생겨 당장에 죽일 듯이 노려본다.
“너야?! 왜 너야!”
“너가 1번이라매! 왜 하필 1번을 불러 멍청한 년아!”
“너가 1번인 줄 내가 어떻게 알아! 시… 시끄럽고 명령했으니 핥아!”
왕의 명령은 절대적.
따로 벌칙을 정해두진 않았지만 만약 거절한다면 더욱 험난한 시련이 이어질지 모른다.
오만상을 쓴 화영이지만 치욕적일 뿐, 어려운 미션은 아니라 억지로 수행한다.
돌핀팬츠를 입은 나영이가 쭉 뻗은 발을 내밀자 입술을 까득까득 깨물다가 눈 꼭 감고 핥는다.
“으… 진짜 드러워…!”
화영이가 우유마시는 새끼고양이처럼 혀를 조금만 내서 핥았지만 두 사람 다 진심 괴로워 보여 아무도 지적하진 않았다.
30초는커녕 그 반도 안 돼서 서로 싫다는 듯이 떨어진다.
“으… 발바닥 축축해서 기분 더러워….”
“(꼬록꼬록꼬록)”
나영이는 불쾌하게 발을 꼼지락거렸고, 화영이는 옆에 맥주를 쭉 들이킨 뒤 가글을 하다가 화장실 세면대에 달려가 뱉었다.
입안을 알코올로 소독한 뒤 화장실에서 나온다.
뿌득뿌득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복수를 다짐한다.
“넌 다음에 두고 봐.”
“두고 보면 숟가락 숫자라도 보여?”
“으… 얄미운 년.”
두 사람의 아웅다웅하는 모습이 진정한 친구 같았다.
어쨌든 식기통이 한 번 더 절그럭거리며 돌아간다.
두 번째 왕이 될 사람은,
“후후후, 넌 뒤졌다.”
치아를 활짝 드러내는 화영이.
승리의 미소로 왕관이 그려진 숟가락을 내민다.
과연 어떻게 골려줄까, 명령어를 뽑는데… 보자마자 표정이 영 좋지 않아진다.
아무래도 또 한 번 애매한 미션이 걸린 모양이다.
“미친… 진짜 걸려도 왜 이딴 게…… 그, 그럼… 3번에게 이걸 하는 걸로….”
외치기조차 민망한지 넓은 나무막대기를 앞에 내민다.
[왕의 명령]
-지정된 시민의 하의에 손을 넣어 성기를 5초간 만지기
─오오…!
세다.
꽤 수위가 있는 패키지였는지 센 명령이 나오자 다들 탄성을 흘린다.
과연 이 노골적으로 음란한 미션을 수행 받을 시민이 누군가 했더니,
“3번은 저네요.”
내가 숟가락에 적힌 3번을 내민다.
덤덤하게 공개하자 이번에는 하필 너였냐는 표정으로 울상 짓는 화영이.
하얀 도자기 피부에 발그스름 생기가 감돈다.
“다, 다른 거! 그냥 벌칙 받고 다른 미션할래!”
“우우~ 그런 게 어딨어.”
“싫으면 그럼 술 원샷하면 봐줄게.”
“나 술 약하다고! 그냥 닥치고 하라는 소리랑 같잖아!”
“맞아.”
친구답게 비난하는 나영이와 웃으면서 받아치는 혜경이.
두 사람의 장난에 화영이가 허둥대자 유하게 권고한다.
“자자, 그냥 재미로 하는 거잖아요. 화영 씨도 놀리지 않을 테니까 부끄러우시면 잠깐만 넣다가 빼세요.”
화영이가 라운드걸 복장으로 갈아입고 나온 공약을 실천한 뒤, 나는 쭉 셔츠와 속옷차림이었다.
화영이 입장에선 이제 좀 적응됐는데, 드로어즈 속에 잠들어있는 이 굵은 기둥을 만져야 한다니, 친구들 앞에서 몹시 남사스러운지 귀엽게 쩔쩔맨다.
그러나 이어지는 흐름을 망치고 싶지 않은지 이번에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으으…” 앓는 소리를 하며 다가온다.
하얀 손을 꼼지락대다가 불쑥 안으로 집어넣는다.
“……!”
막상 넣고 나서는 표정이 그라데이션하게 변한다.
처음에는 질끈 감느라 눈가에 주름이 한가득이었는데, 들어가고 한쪽 눈썹을 꿈틀대더니 이게 진짜가 맞나 싶었는지 눈을 끔뻑대며 주무르기 시작한다.
화영이의 고운 손은 내 거시기 중단을 만지고 있다.
소심하게 손끝으로 톡톡 두드리다가 길들이듯 다가와 크기를 가늠하더니 손아귀에 반도 잘 안 잡히는 굵기에 움찔, 놀란다.
생에 처음으로 경험해보는 굵은 감촉에 감히 손을 떼지 못한다.
아직 모든 것이 신비로운, 호기심 넘치는 아이처럼 주물럭거린다.
“화영 씨?”
“아… 아아아아! 실례했어요!”
이름을 부르자 불쑥 빼버리는 손.
왕이 죄인처럼 고개를 조아리고 제자리로 돌아간다.
겉보기론 셋 중에 가장 까진 것 같으면서 제일 귀엽다.
“야! 어땠어?”
“실제로 만져보니 어때?”
“모모모몰라! 뜨겁고, 크다는 것 외에는….”
팬티를 벗고부터 내 자지에 의구심은 계속됐는지 친구들이 뭉치자 감상을 간결하게 표현한다.
이 간결한 표현이 오히려 궁금증을 증폭시켜 더욱 뜨거운 눈빛들이 내 하반신을 향한다.
“자~ 부끄러우니까 그럼 다음 게임 갈까요?”
박수를 쳐서 시선을 분산시키기.
쏟아지는 관심이 고맙지만 이대로는 내 자지만 근질거리니 환기시킨다.
절그럭절그럭 원형 식기통이 한 번 더 세탁기처럼 흔들린다.
“아, 나다.”
혜경이가 내미는 왕관마크의 숟가락.
나영이, 화영이, 혜경이. 딱 순서대로 돌아간다.
혜경이는 허리를 숙여 나무막대를 하나 뽑고, “흐응~” 비성을 내더니 눈동자를 굴려 슬쩍 나를 봤다.
옆자리에서 힐끗 보고 말았다.
내 손에 쥐어진 번호를.
“그럼 1번이 나한테 이거 해줬으면 좋겠는데?”
[왕의 명령]
-시민 한 명을 선택해 왕을 포함한 다른 시민 누구에게나 1분간 진한 키스를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척, 뻔뻔하게 명령어와 명령을 수행한 시민을 고르는 혜경이.
명령어 자체는 왕게임 단골메뉴였다.
공개적으로 키스.
“1번은 저네요.”
“아… 그러면 어쩔 수 없겠네요♡”
옆에서 짧은 머리를 꼬면서 능청스럽게 말한다.
남녀끼리 쑥스럽지만 사뭇 어쩔 수 없다는 시원스러운 미소까지 더한다.
명백한 사기였다.
명령하기 전에 내 숫자를 봤고, 그 숫자를 정확하게 지목했다.
이 점을 지적한다면 무효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나를 원하다면야 사양할 수 없지.’
허나 마음에 든다.
몸 건강한 미인이 꿈틀대는 내 혓바닥놀림이 궁금하다면야 기꺼이 보여주기로 한다.
“그럼 왕의 명령대로.”
“아……♥”
혜경이는 내 우측에 위치했으므로 바로 비스듬히 상체만 기울여 입술을 겹친다.
구릿빛 피부의, 건강미 넘치는 미인의 어깨를 붙잡고 입맞춤한다.
“우움… 쭈웁…쭈웁쭈웁♥ 하압♥”
확실히 운동을 해서 그런지 근육에 각이 잡혔다.
건강미인답게 혀를 감을 때도 활어처럼 펄떡펄떡 뛴다.
어디 튈지 모르니 강하게 꽉 붙잡고 혀를 어금니 안쪽까지 깊게 넣는다.
“쭈웁…♥ 우움…… 푸하!”
이윽고 떨어지자 진득한 타액이 길게 늘어졌다.
온 신경을 혜경이에게 집중하느라 정확하게 1분이 됐는지, 훨씬 넘었는지는 모른다.
“하아… 하앗…♥”
다만 키스가 끝났을 땐, 혜경이는 딱 박히기 좋은 여자의 얼굴을 하고 있다.
작게 시동마저 걸려버렸는지 양반다리였던 다리가 W자로 주저앉아 방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있었다.
달콤한 딥키스가 끝나자 무언가 아쉽고 부족한 듯이 나를 멍하니 올려본다.
하트로 바뀐 눈으로 말이다.
“자, 이제 됐죠?”
“““…….”””
우리가 공유하는 대기의 질은 또 바뀌었다.
게임 시작 전이 밝고 화기애애한 초록빛이었다면, 이제는 진한 핑크색.
코로 숨 쉬는 것만으로도 야릇한, 마치 위험한 환각제에 홀리는 것처럼 다들 나에게만 주목하고 있었다.
“자, 저만 왕을 안 해봤으니 다음 게임 가볼까요?”
운을 띄우자 셋은 그저 아무 말 없이 수저통을 흔들다가 숟가락을 받아갔다.
순서대로 왕을 한 번씩 했으니 이제 내 차례였다.
“아…… 저네요.”
하지만 운이 안 따르는지 왕은 나영이가 한 번 더.
정신이 멍해진 것처럼 주저하다가 나무막대를 하나 뽑았다.
그리고 혜경이가 했던 것처럼 아예 대놓고 내 숟가락을 보곤 명령어를 공개한다.
“그, 그럼 2번이랑 함께하고 싶은데….”
[왕의 명령]
-지정하는 시민과 같이 한 방에 5분간 함께한다.
(이때, 왕은 시민에게 뭐든 시킬 수 있다)
꽤 다양하고, 위험한 가능성으로 번질 명령어가 나왔다.
2번은 나라는 사실을 공개하자, 다 알고 있었던 나영이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섰고, 나는 왕을 호위하면서 방안으로 들어갔다.
구조상 가장 안쪽에 위치한 나영이의 방에 들어간다,
명령어는 아마 폐쇄적인 공간에 단둘이라는 의미일 테니 두 사람이 보지 못하도록 문은 닫아놓는다.
단둘이 되자 오히려 어색해진 나영이가 낯을 가리기 시작한다.
왕이면서 그저 침대에 덩그러니 앉아 쭈뼛댄다.
“음~ 아무 일도 안 시키나요?”
“엣?!
다가가서 나란히 침대 위에 앉자 척추를 쭉 펴는 나영이.
“그, 그그그그그게 막상 여기에 오니 머리가 하얗게 돼서… 정말 팬이었거든요. 금사자님의….”
“그렇군요. 영광이네요.”
숨 넘어갈 듯 이 높은 텐션은 거짓말일 수가 없다.
야방을 하면서 팬이라는 게 생길 줄 몰랐다.
이렇게 귀여운 여성팬이 말이다.
그렇기에 서비스정신을 더해준다.
“그럼 나영 씨는 왕의 신분이니 나영 씨를 위해 서비스를 해드릴까요?”
“서… 서비스요?”
“괜찮아요. 가만히 계시면 알아서 다 해드릴게요.”
“아…♥
나는 탈을 쓴 얼굴을 가져갔다.
홍조가 드러난 귀여운 얼굴은 기다렸다는 듯 입술을 벌린다.
기꺼이 두 팔 벌려서 내 뱀 혀를 받아들인다.
촉촉한 구강을 탐하면서 손은 보지에 가져다 댄다.
돌핀팬츠 위에 슥슥 문지르다가 손을 불쑥 넣고 보지를 문지른다.
“아… 아앙…♥”
단둘이 있을 때부터 기대됐는지 벌써부터 녹진녹진하다.
주어진 시간이 짧으니 바로 작업을 시작하기 위해 입술을 뗀 다음, 곧바로 쑥 바지를 내려서 보지를 공개한다.
저항 하나 없이 여성의 음부가 대기 밖으로 나온다.
“우으… 부끄러…♥”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나영이.
내가 온다는 소식에 왁싱까지 했는지 모공 하나 안 보이는 귀여운 백보지다.
정확히 내 취향은 아니지만 어쨌든 준비했다는 마음이 갸륵하다.
혹시나 싶어서 [암컷타락Lv.4]는 켜두고 오길 잘했다.
“자, 그러면 바로 왕님께 서비스 들어갑니다.”
“잘 부탁해요…♥”
이 순간을 고대했다는 것처럼 황홀한 얼굴.
흑심 가득한 수컷에게 촉촉해진 보지를 내밀었다.
***
두 사람이 한 방에 들어간 지 10분이 넘었다.
게임 중에 함께 방에 들어가서 나오질 않는다.
따라서 지금 방에 머리를 대고 귀를 기울이는 건 그러니까… 너무 오래돼서 걱정돼서 이러고 있는 거다.
결코 관음하고 싶거나 변태라서 그런 게 아니다.
“야, 뭐라도 들려? 부스럭대는 소리만 들리는데.”
“……글쎄.”
힐끔 옆을 살피니 무언가 몹시 나른해진 혜경이.
혜경이는 얼굴이 완전 바뀌었다.
아까 왕게임으로 키스를 나누고부터 눈꺼풀이 게슴츠레해졌고, 열병이라도 시달리는지 평소의 기운 넘치는 텐션이 아니다.
키스 한 번에 성격이 변해버렸다.
……솔직히 인정하긴 하겠다.
그 금사자 탈이 팬티를 내렸을 때부터 파티의 장르가 바뀌었다.
야방을 한다기에 단순 변태인 줄 알았는데, 나영이 말처럼 저 남자는 무언가 달랐다.
그야말로 온몸에서 남성페로몬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다.
‘게다가 안속으로 만져본 그 말도 안 되는 크기에 뜨거운 촉감….’
왕게임 탓에 문란한 파티가 되어버렸지만 어느새 나도 동조되고 있었다.
어떤 상황이, 무엇이 더 벌어질지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뻔히 남친이 있는데도, 그런 자잘한 것 따윈 신경 쓰고 싶지 않다.
『호옷, 오오오오오오오옷♥』
““!!!””
방에 귀를 대던 우리는 몸을 움츠렸다.
방문사이로 나오는 건 여성의 명백한 신음소리.
심지어 잘 아는 친구의 처음 들어보는 하이톤이라 심장이 벌렁거린다.
이윽고 발걸음과 함께 기척이 다가오더니, 방문이 덜컥 열린다.
금사자가 도청하던 족제비 둘을 내려다보며 방긋 웃는다.
사실 탈 안이라 잘은 모르지만 그런 느낌이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게임을 계속 할까요?”
그는 그대로였다.
여전히 검은색 팬티차림에 굵은 물건은 그대로였다.
다만 그 뒤에 나영이가 침대에 벌러덩 누워져 있었다.
조신하지 못하게 가랑이를 벌리고, 한심스럽게 누워있다.
바지는 제대로 입었지만, 허벅지 안쪽에 투명한 액체가 흐르는 것 같았다.
필시 무언가를 하고 바지를 다시 올린 거다.
“흐헤… 흐헤엣…♥”
거기에 풀어진 얼굴로 하얀 천장을 향하는 뜨거운 숨소리.
거친 숨소리를 뱉는 나영이는 몹시… 음탕하고, 야했다.
‘미, 미쳤어….’
아무리 술김에 하는 야시시한 게임이라고 해도 분명 선을 넘었다.
여기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윤곽이 보인다.
“…….”
허나, 아무 말 없이 침묵한다.
무얼 했는지 대충 예상이 가지만 옆에 혜경이도, 나도 태클을 걸지 않았다.
점점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이 치킨게임을 멈추고 싶지 않았다.
“자~ 나영 씨는 시간이 걸릴 것 같으니 먼저 가서 마시고 있읍시다.”
“네, 네에….”
“네♥”
금사자는 이제 우리 둘 사이에 껴서 슬쩍 팔걸이까지 건다.
적당한 뻔뻔함과 상황에 맞출 줄 아는 유연함.
확실히 그는 여자를 다룰 줄 알았다.
움찔♥
굵직한 수컷의 팔뚝에 근육이 경직된다.
겨우 몇 시간 함께했을 뿐인데 안속이, 배꼽 안쪽이 울리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