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8화 > 88. 크리스마스에 벌어진 일
『이야~ 오랜만이네요, 선우 씨. 이런 곳에서 다 보고』
저기 님아 깜빡이 좀….
연수가 돌직구로 훅 들어온다.
마이크를 쥐고 있으면서 동네방네 떠든다.
유명 샐럽이 나와 아는 사이라고 떠들썩하게 광고를 한다.
‘뭐야, 너 알아?’
옆에서 속삭이는 선화.
척 봐도 유명인이 진행하는 쇼인데, 공공연하게 이름이 호명되자 놀란 모양이다.
궁금증 증폭으로 살갑게 붙어오는 여친님.
그럴 때마다 연수의 눈매는 더욱 가느다랗고, 날카로워진다.
그리고 의중을 알 수 없는 저 여우눈에 내 등은 흥건하게 젖어간다.
『음~ 잘 안 들리시나? 좀 더 다가가볼까요?』
마이크를 든 연수가 노골적으로 내 앞에 선다.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우리라는 한 점에 몰리자, 화들짝 놀란 선화가 아예 등 뒤로 숨어버린다.
낯을 가려서 숨나 싶었지만, 그게 아니다.
이곳에는 대중들의 눈과 사방팔방 카메라가 깔려 있는 장소.
뉴스에 실릴지, 특집 프로그램으로 나갈지, 유튜브 생중계될지 모르지만 선화가 이 화면에 담겼다간 진짜 스캔들 논란이 점화될지 모른다.
가능성은 미미하겠지만, 워낙 눈에 띄는 스타일이니 잠깐이나마 중계되면 곤란하다.
마이크를 공손히 쥐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연수.
『어라? 동행분이 수줍음이 많으시네요. 그래도 이렇게 사이좋게 착 달라붙어있으신 걸 보면 역시 여자친구신가봐요?』
“예에… 뭐어…….”
『이야~ 정말 예뻐 보이시는데, 간단하게 소개 좀 해주실래요?』
퍽퍽!
정면에서 눈길로 압박하는 연수, 등 뒤에서 물리적 타격을 가하는 선화.
어떻게든 이 주목받는 상황을 타개하거나, 빠져나가자는 신호였다.
“그게, 죄송해요. 여자친구가 방송에 노출되는 걸 꺼려해서….”
내 말에 돌아가는 판이 더 재밌어졌다는 듯, 히죽히죽 웃는 연수.
『아~ 그러세요? 그럼 이런 커플이벤트에 참여하긴 어렵겠네요?』
“그, 그러게요~ 정말 아쉽네요. 강사님.”
무슨 대회인지 모르지만 일단은 맞장구를 친다.
거기다 연수의 호칭을 강사님이라 특정해둔다.
연수와 만난 인연은 필라테스 학원부터였으니, 공식적으로는 이 호칭이 제일 알맞다.
무엇보다 돌아가는 길에 선화에게 변명할 거리가 필요하다.
어떻게 아는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둘러댈 변명거리가.
“그럼… 죄송하지만 다음 기회에 이야기 나눠요.”
자연스럽게 빠지는 흐름까지 이어받는다.
나중에 연수에게 눈총 맞더라도 여기서는 일단 회피다.
이대로 아쉬운 척, 뒤로 돌아서려는 찰나,
『에이, 그래도 유력한 우승후보를 놓칠 순 없죠! 여자친구 분에겐 죄송하지만 잠깐만 빌려갈게요!』
“어? 어어?!”
뒤에 감탄사는 내가 지른 탄성이 아니라, 선화의 목소리다.
등 뒤에 딱 달라붙어 있다가 내가 멀어지자 어쩔 줄 몰라 손을 뻗는다.
연수가 기습적으로 팔짱끼고 날 채갔고, 제지하려던 선화는 카메라 탓에 입을 감추며 뒤로 물러서고 만다.
이때 선화의 얼굴은 그야말로 눈 뜨고 코가 베인, 어안이 벙벙하면서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나는 얼렁뚱땅 넓은 스테이지 위로 오른다.
무대 위에는 남녀로 짝지은 커플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커플단위로 진행하는 소규모 대회인가보다.
『자~ 이것으로 엔트리가 확정됐네요! 오래 기다리셨으니 바로 가볼까요!?』
퍼엉! 펑! 펑!
중계석에 앉은 남자 MC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치자 스테이지에 폭죽이 터진다. …깜짝 놀랬다.
『본격적인 대회에 앞서 몸풀기부터 가도록 하겠습니다! 서로에 대한 애정의 크기를 알려면 이만한 게 없죠? 빼빼로 먹기! 진짜 다 먹진 마시고, 최대한 작은 조각을 내주시면 되겠습니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여성 스텝이 한 분 나와 각 팀마다 빼빼로를 지급한다.
참가팀은 나를 포함 전부 열 그룹.
커플당 하나씩인데, 당연히 나는 선화를 두고 왔기에 달랑 혼자다.
따라서,
『마지막 참가자분은 어쩔 수 없이 저랑 해야겠네요♥』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 구나.’
연수가 마이크를 중계석에 내려두고 신난 여우처럼 폴짝폴짝 뛰며 다가온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쪼르르 붙는다.
『아~ 이거 괜찮겠습니까? 남자분, 저런 누님이랑 게임하면 나중에 뒷일 감당 되겠어요?』
MC의 농락에 자그마한 실소가 터진다.
웃기려고 준비한 특별이벤트인 줄 알았는지, 무대 밖 관중들에서 자그마한 실소들이 피어난다.
장담하는데, 저 중에는 결코 웃지 않으실 한 분이 계실 거다.
『어쨌든 이제 시작합니다! 참가자분들은 곧바로 시작해주십시오! 떨어뜨리거나 도중에 손을 쓰면 실격입니다』
MC의 우렁찬 스타트 신호에 맞춰 참가한 커플들이 입을 맞대고 빼빼로를 먹기 시작한다.
반면 내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연수가 당돌하게 쥐고 있던 빼빼로를 뺏는다.
입술에 물고 앙큼하게 흔든다.
“자아~ 우리도 얼른 시작해야지.”
“저기… 이건……”
“왜 그래? 이 정도야 언제든 하던 일이잖아 자기♥”
짧은 문장 속에 자칫 스피커로 빠져나가면 위험할 내용들을 대거 포함한다.
나든, 연수든.
“아니면 나랑은 못하겠다는 건가~?”
“그, 그게 아니라 누가 보고 있어서…….”
“흐응~ 여자친구라고 했나? 자기가 나한테 이 정도 시크릿을 꽁꽁 숨기고 있을 줄 몰랐네.”
“…….”
“예쁘긴 하더라구. 과연 우리 금사자님께선 눈이 높으시더라?”
친근하게 다가와 내 가슴 위에 손을 얹는다.
이 장면만 해도 선화 기준에선 아웃일 텐데, 연수는 한 술 더 떠 까치발을 들면서 교태를 부린다.
연수의 애교세례에도 정승처럼 꼿꼿하게 목을 세운다.
뒷일을 감당하기 위해 버티자, 마법의 한마디 더 덧붙인다.
“음~ 확 질투 나는데 떠들어버릴까?”
귓가에 다가와,
“이 남자가 요전에 자기가 무참하게 범하고 이틀동안이나 안에 가득 사정해줬다고…♥”
“할게! 할 테니까 제발 참아줘!”
“후훗.”
어쩔 수 없이 빼빼로를 입에 문다.
선화가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차마 직시는 못해서 눈을 꽉 감아버린다.
오독오독오독…
과자 갉아먹는 소리와 함께 다가오는 입술.
“(오독오독)”
“…….”
“(오독오독오독오독)”
“…….”
나는 1mm도 움직이지 않지만 연수가 적극적으로 다가온다.
빠른 속도로 다가와 과자 면적이 얼마 안 남은 순간,
“우움 자기야…♥”
“!!?”
대략 수백 명이 보는 앞에서 대담하게 목을 감아오는 연수.
놀라서 화들짝 뒤로 뺀다.
그 반동에 우리를 이어주던 빼빼로는 바닥에 떨어진다.
손톱만큼 남은 빼빼로가.
『아 마지막 10번 참가자, 섹시한 누님의 대시를 뿌리쳤습니다! 아무래도 목숨의 위기를 느낀 거겠죠?』
중계석에 앉아있는 남자MC가 해설을 덧붙인다.
관중석에서 또 한 번 자그마한 웃음소리가 퍼진다.
진짜 목숨이 걸렸으니 다들 닥쳐줬으면 좋겠다.
이 추운 날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는다.
혹시나 싶어서 내려다본 스테이지 밖에는, 푸른색 불꽃이 하나 보였다.
모든 것들 사그라버릴 여왕님의 푸른색 불꽃이.
많은 청중들 속에 선글라스를 벗은 여왕님의 이글거리는 눈빛은 바로 눈에 들어온다.
일단 내려가면 싸대기 정도는 확정인 것 같다.
이 사이 연수는 바닥에 쪼그려 떨어진 빼빼로를 수거한다.
아쉽다는 듯, 물끄러미 자그마한 조각을 보더니 총총 곁으로 다가와 속닥인다.
“이번에는 무효가 됐으니까, 본게임은 꼭 기대할게♥”
본게임은 대체 뭔데…?
두려움 섞인 의문이 생기자마자 남자MC의 성대가 다시 진동한다.
『몸풀기 게임을 확인해본 결과, 4번 참가자분들이 가장 작은 빼빼로를 만들었군요. 두 분께는 각자 문화상품권 만원씩 증정해드리고, 이제부터 본게임에 들어가겠습니다! 무려 최신형 은하폰과 1년간 커플 요금제 할인이 걸렸습니다!』
펑! 하고 또 한 번 터지는 폭죽.
이후 남자 MC는 PPL이 아니라 대놓고 최신형 은하폰 성능들을 나열하기 시작한다.
이제 보니 크리스마스 축제에 맞춰 대기업에서 광고를 준비한 모양이다.
『자, 이만하면 설명은 충분하겠죠? 그럼 이 엄청난 상품을 쟁취하실 행운의 커플은 누구일지 기대가 되는데요. 종목을 공개합니다, 공주님을 안고 오래 버티기!』
공주님안기.
말 그대로였다.
여성을 안고 발이 땅에 닿지 않도록 오래 버티는 단순한 게임이다.
연수 정도라면 30분도 거뜬히 안고 있을 자신이 있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다.
이 자리에서 이기고 지고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나는 이미 실시간으로 지고 있으니까.
골 아프게도 또 한 번 접촉이 큰 이벤트다.
선화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안 봐도 비디오.
‘그나마 연수가 두꺼운 옷을 입어서 다행인가….’
그 생각을 하자마자 속내를 읽었다는 듯, 바로 행동하는 연수.
“후, 롱패딩이 좀 무거우니까 이기려면 빼고 해야겠지?”
─오오오!
관중석 남정네들의 뜨거운 반응이 나온다.
하얀색 두터운 롱패딩 안에는 평소의 간단한 필라테스 복장이었다.
연수의 사기적인 몸매가 드러나는 그 복장이다.
“영차♥”
야시시한 살갗을 보인 채, 내게 폴짝 뛰어 공주님자세로 안겨온다.
아까 내가 떨어지느라 실패한 목까지 슬쩍 감고, 다정하게 몸을 붙인다.
가슴골 보이는 야릇한 복장에 동공에 지진이 일어난다.
“여, 연수야… 춥지 않아?”
“응? 나는 아무런 문제없는데♥”
코앞에 여우의 가느다란 눈웃음.
『자, 전원 준비된 것 같군요. 그럼 지금부터 시이~ 작!』
“잠깐…!”
얼렁뚱땅 시작해버린다.
휘슬이 불리자마자 두 팀이 탈락했고, 나는 어정쩡한 자세로 버티고 있다.
이건 버티기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 내적갈등이 몹시 심하기 때문이다.
이, 이렇게 된 이상 못 버티는 척, 조기탈락이라도 노릴 수밖에!
팔에서 힘을 빼자 더욱 곤란하게 몸을 안겨오는 연수.
“웅… 자기, 설마 나를 떨어뜨릴 작정은 아니지? ……자기 체력은 다 알고 있으니까, 떨어뜨렸다간 각오해.”
사늘한 경고의 메시지.
이제 노골적으로 떨어뜨렸다간 연수가 실망할 거다.
분명 나중에 이보다 큰 보복을 당할 것이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내 수명 단축되어가고 있는 것도 사실.
진퇴양난.
지금 이보다 적절한 사자성어는 없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안정적인 자세로 연수를 들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코 즐기고 있지 않다고 시인하기 위해 표정은 딱딱하게 굳힌다.
“우리 자기, 이마에 주름이 많아졌네.”
“……”
“고민거리가 많나봐? 누나가 상담해줄까?”
다 알면서 골린다.
검지손가락이 이마에 주름을 짚다가 관자놀이, 볼을 타고 입술까지 내려온다.
연수의 엉덩이와 등을 받쳐 주느라 어찌 제지하지도 못한다.
선화한테 뒤지게 맞을 업보가 차근차근 쌓여가고 있다.
하지만 선화가 거리가 멀었기에, 연수에게라도 자초지종 오해를 푼다.
“저기… 미안. 여자친구 있다는 거, 숨기려는 의도는 아니었어.”
“어머, 왜 사과를 해? 화난 것처럼 보여? 그냥 재밌어 보여서 장난치려는 것뿐이야.”
그게 문제라고….
여전히 식은땀을 벌벌 흘리는 나의 이마를 닦아주고, 쿡쿡 웃다가 어딘가를 힐끗 살핀다.
어느 곳을 지긋이 보다가 다시 속닥인다.
“지금 자기 여자친구가 어떤 표정 짓고 있는지 보여?”
“……별로 알고 싶진 않네.”
“창백한 얼굴로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어. 자기를 엄청 좋아하나본데?”
“그만큼 무대 내려가면 죽을 확률이 높겠지….”
“우웅~ 죽으면 곤란하지. 자기는 내 삶의 낙인데♥”
가냘프게 어깨를 잔뜩 좁히고 안겨오는 연수.
배시시 웃는 소리가 달콤하고도 치명적이다.
그저 어두운 밤하늘을 바라보며 어서 이 행복하고도 끔찍한 시간이 지나가길 기도드릴 뿐이다.
이런 사이에도 품속에서 꼼지락대는 연수는 가슴에 글씨를 쓴다.
“근데, 장난은 좀 쳤어도 정말 화나지 않았어.”
“이렇게까지 벌여놓고…?”
“난 더한 것도 할 수 있는데? 게다가 난 다 알아. 자기가 여자 욕심 많은 건 방금 증명됐으니까… 아마 숨겨둔 여자도 많겠지?”
뜨끔, 했다.
마른 목에 침 삼키느라 목젖이 들썩인다.
그것만으로 대답은 대신할 수 있었다.
“이거 참 질 나쁜 남자에게 걸렸네…♥”
“그, 그게 어쩌다보니까……”
“그러니까 사과할 필요 없대두. 본래 인기 있는 남자는 더 갖고 싶고… 매력적이거든.”
닿을 듯 말 듯 목덜미 근처에 다가와 숨결을 불어넣는다.
농밀하고, 달콤한 숨결을.
“게다가 저런 애의 질투 섞인 시선을 받으니 나도 덩달아 젊어진 기분이라 좋네♥”
그렇다.
연수는 진짜 즐기고 있었다.
내가 곤란해 하고, 선화의 마음이 화륵화륵 타오르는 이 아찔한 상황을 즐기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오자 나도 이젠 버티기가 힘들다.
공주님안기 자세를 버티기 어렵다는 게 아니라, 품속에서 속삭이는 연수의 여우짓을 참기가 힘들다.
물론, 선화의 사우론처럼 감시하는 눈빛도 문제지만 연수가 계속해서 몸을 흔든다.
탐스러운 허벅지를 붙잡고 있는데, 발정난 고양이처럼 살랑살랑 흔들며 유혹한다.
“으응… 추워라. 일만 아니면 이대로 자기한테 따뜻하게 안기고 싶다♥ 자기도 그렇지?”
“…….”
게다가 지속적으로 속삭이는 가느다란 교성.
꼴리는 필라테스 복장을 입은 채, 가냘픈 자세로 웅크린다.
의도적으로 배고픈 짐승에게 먹음직한 먹잇감을 흘려주듯, 무방비한 자세로 꼬신다.
대중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몹시 위험한 시도를 한다.
‘미치겠네 진짜…!’
참지 못할 정도로 근질거리는 가랑이.
안 된다. 이 상황에서 발기까지 하면 끝장이다.
속으로 애국가를 제창하며 이 악물고 하늘을 바라본다.
악으로 깡으로 버틴다.
존슨을 어떻게든 봉인시킨다.
연수가 손장난 치고, 피가 베어나오도록 입술 물고 버티는 인고의 얼마나 지났을까,
『시합종료!』
무대에 울리는 구원의 목소리.
『아, 이게 웬일입니까! 우승자는 마지막 10번 참가자! 커플 동반 게임에서 커플로 참가하지 않았는데, 우승을 차지해버렸습니다! 다소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네요』
그만 떠들어! 내 목숨을 가지고 놀지 말라고…!
“흐응….”
품속에서 속삭이던 연수가 시시하다는 듯이 내려온다.
드디어 유혹의 시련에서 벗어난다.
길었던 업보의 시간이 끝나고, 숨통이 확 트인다.
곧바로 통지표를 받은 아이처럼 조마조마 선화를 찾는다.
어떻게든 버텼으니 정상참작이 될지 모른다.
내려다본 관중 속에서, 무표정하게 나를 노려보는 선화.
짧게 입술이 달싹거린다.
‘넌. 죽. 었. 어.’
악역레슬러처럼 엄지로 목까지 긋는 여왕님.
어떻게든 죽음을 피할 순 없었나보다.
…나름 노력은 했잖아?
그래도 선은 넘지 않았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생각에, 손 싹삭 빌며 해명하기 위해 터덕터덕 스테이지를 내려간다.
“응 어디가?”
이때, 연수가 멈춰세운다.
“……대회 끝났잖아. 가야지.”
“아니지. 자기가 이겼잖아.”
연수는 바닥에 던져둔 롱패딩을 수거한다.
하얀 롱패딩을 팔에 걸치고, 살랑살랑 빵댕이를 흔들면서 무대 뒤로 걸어간다.
“우승자님, 상품증정을 위해 따라와 줄래요?”
어두운 세트장 뒤에서 까딱까딱 손짓으로 나를 부른다.
여우의 장난은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