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화 > 71. 미나의 졸업여행♥
“나, 사실 스키 못 타.”
스키장에 도착하자 선우가 선언했다.
스키복, 스키, 폴.
풀장비를 차고 난 뒤, 새하얀 스키장에서 모인 자리에서 뒤늦게 그런 말을 했다.
그럴 거면 왜 스키장을 왔냐고 물으니 우리가 좋아할 것 같아서 그랬단다.
잘 나가다가 가끔 한 발짝 본인 다리에 걸려 꼭 넘어지는 엉뚱한 구석이 있다. ……그런 점도 좋지만♥
아무튼 상황이 이러해서 선우는 초보자용 코스에서 놀기로 하고, 우리들은 중상급자 코스로 이동하기로 한다.
아쉬웠지만 후들거리는 다리로 본인은 서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라며, 연습한 뒤에 따라온다고 한다.
그 말에 단 한 명만 웃었다.
“그럼 우리는 먼저 간다♬”
“어, 나중에 높은 코스나 콘도에서 만나자.”
“그래♪”
“…….”
당연히 내 남친새끼인데, 짜증이 부글부글 끓는다.
좁쌀만 한 소갈딱지 탓인지, 아니면 선우… 주인님을 모독해서 그런지 모르겠다.
여전히 커플이지만 이정수와 윤미나는 만나는 횟수가 팍 줄었다.
애정? 그런 로맨틱한 감정은 더 남아있지도 않다.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매달리고 있는 터라, 이 불안한 관계가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둘의 관계는 아무 장비 없이 망망대해를 향해하는 배 수준이다.
윤미나는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헤어지고 싶다.
하지만 다른 커다란 감정의 소용돌이 탓에 보류하고 있다.
까놓고 즐기고 있다.
남자친구 두고 바람피우는 스릴을.
채선우가 잠자리에서 매도 할 때마다 속으로 부정했으나, 어느새 진심으로 즐기고 있었다.
최고로 짜릿했던 날은 이사했던 날 이정수 앞에서 몸을 섞을 때였다.
앞에서 대놓고 바람피는 꼴을 보였을 땐 두근두근 댔다.
마음 같아선 아예 답답한 이불을 거두고 보여주고 싶었다.
주인님과 러브러브한 관계를 말이다.
어쨌든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정수와 나머지 잉여들과 중상급자 코스에서 내려온다.
선두로 코스를 한 번 밟고 내려온다.
“오, 미나 정말 잘 타는데?”
“…그런가?”
“완전 대박! 역시 내가 여자 하나는 잘 골랐다니까.”
“…….”
시도 때도 없는 친구들 앞에서 자랑.
저런 닳도록 빨아주는 촉새같은 얄팍한 말투는 질렸다.
처음에는 들어줄만했는데, 이젠 아무런 미동조차 없다.
자신의 심중을 쥐락펴락 해주는 채선우와 비교자체가 된다.
“후우….”
오랜만에 타는 스키는 의외로 즐거웠지만 역시 윤미나 머릿속에는 주인님 생각이 가득하다.
다시 다함께 코스를 도는 척하면서 의도적으로 여길로 샌다.
무리를 따돌려 성가신 이정수를 떼어낸다.
그렇게 초보자용 코스에 올라가 선우를 찾는다.
두리번거리며 인상착의를 떠올리는데, 마침 중턱 구석에 보인다.
잠깐 휴대폰을 꺼내 머리정리를 한 뒤, 다가가는데… 옆에 여자랑 함께다.
‘뭐야?!’
웬 개뼈다귀가 주인님에게 붙어있자 다급히 완만한 턱을 내려온다.
눈길을 가르며 다가갈수록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
“네, 처음에는 그렇게 A자를 만들어서 천천히 내려오세요.”
“이렇게 말이에요?”
“네네, 그렇죠. ……어이쿠. 괜찮아요, 선우 씨. 넘어지면 폴을 세워서 일어나시면 돼요. 다리를 모아서 폴로 땅을 짚은 후……”
아무래도 따로 교습을 받는 중인 것 같다.
화려하게 바깥쪽으로 눈가루를 흩뿌리며 옆에 선다.
머리를 흔들어 눈을 털어내고 고글을 올려 여자와 함께하는 선우를 노려본다.
지금 눈매는 송곳보다 날카롭고 가느다랗다.
“……뭐해?”
“응? 미나가 왜 여기 왔어? 다른 애들은?”
“그냥 걱정돼가지고 나만 따로 나왔어. …그보다 이 분은?”
툭, 옆에 턱짓을 한다.
“아, 김윤서 씨고, 나이는 우리랑 같아. 내가 더럽게 못해 보였나봐. 우연히 얘기를 나누다보니 좀 알려주시고 계셨어.”
“아…… 안녕하세요.”
바로 여자 얼굴을 본다.
꽤 반반한 얼굴에 여리여리한 몸을 가졌지만 그렇다.
압도적으로 이겼다.
위풍당당 콧김을 내쉰다.
얼굴 하나로 뜬 SNS스타가 일반인에게 열을 올린다.
“저기,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저는 선우의 그러니까…… 친구에요!”
“예에… 그렇군요.”
“네 그러니까 수고 많으셨어요. 이제부턴 제가 알려주기로 할게요.”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주도권을 가져온다.
둘 사이를 가로막는데, 생판 초면의 여자가 소심하게 저항한다.
“아니… 굳이 그러지 않으셔도 되는데요…?”
이 년이?
“에이~ 그냥 가세요. 그쪽도 일행이 있을 텐데, 민폐를 끼칠 수는 없죠.”
“정말 괜찮은데…… 어? 저기요?”
“자, 그럼 남은 시간 재밌게 노세요!”
웃는 ‘척’하면서 속이 음흉한 계집애를 물린다.
자진해서 떠나가지 않자 등을 밀어서 미끌리게 보내버린다. 저 밑에 어딘가로.
아예 나락으로 떨어졌으면 좋겠다.
계집애가 내려가는 내내 주인님을 흘기자 감히 쳐다보지 못하도록 앞에서 가려버린다.
“흥, 건방진 년.”
“저기… 미나야, 스키 불편해서 못 일어나겠다. 좀 일으켜줄래?”
“어? 으응!”
채선우는 윤미나가 도착한 후부터 쭈욱 넘어진 상태였다.
덩치가 있는 편이라 힘껏 팔을 당겨준다.
“자, 하나 둘─ 우왓?!”
허나 당기는 힘이 너무 쌨는지 일어섰다가 반대로 덮치듯 함께 넘어지고 만다.
눈 한복판에서 누웠고, 그 위에 채선우가 겹친다.
세상이 뒤집혔지만 채선우는 제대로 착지했다.
윤미나 머리맡에 팔을 지탱해 버텨낸다.
덕분에 드라마나 만화에서 볼법한, 남자가 덮치는 클리셰 장면이 만들어진다.
박력 있는 자세에 말없이 숨을 삼킨다.
그 사이, 주인님이 옆 머리카락에 묻은 눈을 친절하게 털어준다.
장갑에 눈이 묻어서 차갑지만 반대로 가슴은 따뜻해진다.
“스키복 입은 미나도 예쁘네.”
느끼한 칭찬을 하면서 다가와 볼에 가볍게 뽀뽀.
“……♥”
단둘이 있을 때는 야한 말투와 야한 행위들을 쉴 틈 없이 반복한다.
하지만 함께 카페를 가거나 사람들 시선이 비치는 밖으로 나왔을 땐, 가끔 이런 무드도 잡아준다.
마치 나를 연인으로 봐주는 스킨십과 손길.
그런 부분이 또 좋다♥
“그런데 방금 저 여자한테 질투한 거야?”
짓궂게 묻자 고개를 돌린다.
“지, 질투는 무슨…! 그냥… 나도 충분히 가르쳐줄 수 있으니까….”
“이거, 여친도 아니면서 관리하면 곤란한데~”
“…….”
장난처럼 말했지만, 차라리 진짜 여자친구였으면 좋겠다.
졸업이 다가오고, 연예계 쪽으로는 나가지 못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이정수를 택했으나, 채선우와 만날 때마다 후회가 된다.
이정수와 사귀지 않았으면 이런 기묘한 인연이 없었겠지만 몹시 아쉬운 선택이었다.
그런 사이 주인님이 스키복 안쪽의 목덜미를 훑는다.
개방된 야외에서 아슬아슬한 스킨십을 즐긴다.
“하아… 미나 보니까 또 꼴린다. 스키 배우기도 어렵고, 그냥 숙소에서 미나 보지나 존나 따먹고 싶네.”
“그러니까 둘이 오자니까….”
발그스름 붉어지는 볼.
내심 아침에 집에서 나올 때 바라던 코스였다.
상대가 채선우라면 일주일 내내 같은 방에 갇혀 있어도 좋을 거다.
“후… 저녁까지 참지 뭐. 콘도에 숙소를 왜 3개나 잡았겠어.”
떨어져서 씨익 이를 드러내는 주인님.
윤미나에겐 달가운 소식이다.
각자 2인실인 3개의 방.
방 하나는 다른 친구 둘이, 다른 방 하나는 물주로 돈을 댄 채선우, 나머지는 커플끼리 쓰기로 정했다.
따라서 언제든 혼자 있는 채선우 있는 방을 찾아갈 수는 있다.
하지만 사실 여기에는 큰 장애물이 있다.
둘이 밀회를 하려면 반드시 조건 하나를 달성해야 한다.
“……정수 있잖아. 걔가 계속 감시할 텐데?”
이정수의 존재.
이제는 그저 성가신 방해꾼처럼 부른다.
그 성가신 눈길을 피하는 스릴이 있지만, 오늘은 같은 숙소를 써서 피해갈 방법이 없다.
채선우가 턱을 쓴다.
그리곤 무심하게 한마디를 던진다.
“어떻게든 되겠지.”
“……?”
낙천적으로 한마디만 하고 일어서서 장감을 내밀었다.
*
들썩들썩들썩…
“후우…!”
“…….”
숙소의 침대 위.
몸에 올라탄 남성이 허리를 흔든다.
그간 한풀이 하듯이 허리를 흔든다.
스키를 원 없이 타고 술자리를 잠깐 가진 뒤, 방에 돌아가서 밤일하는 중이다.
하지만 대상은 이정수다.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간 너무 변명을 하면서 피해 다녔다.
단둘이 있는 공간에서 한껏 오른 취기로 집요하게 졸라대느라 징징거리는 소리를 더는 듣기 싫었고, 또한 체력을 빼두기 위해 응했다.
체력을 빼둔다면 골아 떨어졌을 때, 방을 옮겨갈 수가 있으니까.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작전이었다.
‘시발 적당히 좀 해라!’
그러나 길어지는 뒤섞임 시간.
이정수는 이 시간을 오랫동안 참아왔기에 사정감이 차오를 때마다 최대한 느릿하게 움직였다.
이는 채선우와의 섹스를 봤기에 여자가 즐길 시간을 준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길다고 해서 무조건 좋지가 않다.
윤미나는 이미 마음이 떠났고, 아래는 전혀 느낌이 오지 않는다.
여태껏 최고를 겪었는데, 이런 늙다리들이나 할 섹스에 만족할 순 없다.
그저 이정수와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개를 돌리고, 주먹을 쥐었다.
이제 다른 남자와 몸을 섞으니 불쾌해질 뿐이란 걸 알았다.
주인님을 배신하는 기분이고, 전혀 즐겁지 않다.
말 그대로 지루한 시간일 뿐이다.
“꺼억!”
“시발! 진짜.”
“아 미안미안….”
게다가 아가리에서 알코올 냄새까지 나서 최악이다.
말 그대로 혼자만 즐기는 자위시간 수준이다.
“옷, 온다온다온다! ……후우!”
“…….”
그러다 어느 순간 혼자 흥분해서 멋대로 허리를 흔들고 가버린다.
오늘은 처음으로 두 번을 하더니, 그대로 옆으로 쓰러진다.
한계가 왔나보다.
취한 탓에 얼마 안 가 벅벅 배를 긁으며 곯아떨어진다.
“존나 싫어….”
윤미나는 욕을 하면서 샤워실에서 가볍게 몸을 씻었다.
콘돔을 썼지만 몹시 불쾌해서 그곳을 손가락으로 긁어낸다.
모락모락 욕실의 김과 함께 빠져나오니 새벽 2시.
세상이 고요해진 시간.
다 함께하는 술자리가 길어져서 너무 늦게까지 시간을 허비했다.
채선우가 기다리다 못해 자고 있을지 걱정되는 찰나, 전등 아래에 폰이 반짝인다.
채선우 「문 열어봐」
!
주인님의 메시지.
보자마자 허겁지겁 호텔에서 나눠주는 가운만 두르고 문을 연다.
그러자 거기에는 마찬가지로 가운을 입고 있는 채선우가 서있었다.
‘아… 주인님!’
‘여, 정수는?’
‘마침 지금 곯아떨어졌어요.
이대로 주인님 방으로 가죠♥’
드디어 고대하던 순간이 왔다.
늦은 새벽에 헛간의 쥐들처럼 밀담을 나눈다.
그대로 방을 빠져나온다. 정확한 표현은 그러려고 했다.
허나 발을 떼는 순간에 주인님이 팔을 뻗어서 지나가는 길목을 막았다.
‘어딜 가게?’
‘예? 그야 주인님 방으로…’
‘기껏 찾아왔는데 거긴 멀잖아. 여기서 즐겨야지?’
‘!!?’
채선우가 하얀 건치를 드러내며 말한다.
방금 이정수가 잠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이건 너무나 위험한 제안이다.
양날의 칼도 아니고 칼의 손잡이마저 칼날이 박힌 메리트가 없는 행위다.
‘하, 하지만 그건 좀…….’
‘안 하게? 분명 재밌을 건데?’
채선우는 능글맞은 웃음으로 몸을 붙여 윤미나를 점점 방 안으로 다시 집어넣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가운의 허리띠를 풀고, 바로 드러나는 란제리 속옷들을 맞이한다.
꿀꺽.
침을 삼킨다.
‘진짜 들키면……’
‘들키면?’
‘큰일날 지도 모르는데…….’
‘그래서?’
뻔뻔하게 되물으면서 윤미나를 애무하기 시작한다.
등 뒤에서 자고 있을 남친.
눈만 뜨고 있으면 이걸 볼 수도 있다.
두근대는 스릴에 손끝이 바들바들 떨린다.
‘응? 미나는 남친 앞에서 떡칠 준비를 마친 것 같은데?’
‘……♥’
주인님이 거침없이 나의 그곳에 커다란 손을 얹는다.
속옷을 입었음에도 그 뜨거운 손길이 전해진다.
그렇게 건조하던 몸이 두툼한 손가락 두 개가 얹어지자 금세 젖어든다.
손길과 짜릿한 제안에 내 몸은 이미 달아올라 버렸다.
‘꼴리는 속옷 탓에 못 참겠으니까 일단 빠구리부터 치자. 들키면 그때 생각하고 즐겨보자고.’
‘네…♥’
바로 엉켜서 키스로 서로의 타액을 나눈다.
남친이 앞에 있는데 대놓고 간음한다.
애초에 내게 거부권은 없었다.
상대는 주인님이니까.
그리고 나도 원한다.
이 듬직한 남자와 스릴 넘치는 섹스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