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화 > 68. 금사자TV) -정의구현- 인방계의 가물치, BJ어깡(장지운) 심판
주먹이 부들부들 떨린다.
카메라가 돌고 있는데 환장할 노릇이다.
쿵!
방송할 때가 아니라 벌떡 일어섰으나, 취기 때문인지, 의자가 부실했는지 갸우뚱 옆으로 넘어진다.
─형님 갑자기 왜 몸개그를ㅋㅋ
─저런, 아프시겠네,,,
─우와 덩치가 크셔서 여기까지 진동이 전해지네ㅋㅋㅋ
‘이 시발새끼들이 웃기려는 줄 아나….’
괜히 예민해져서 트집잡는다.
아무리 막나가는 방송이라도 시청자에게 욕을 못하니 으득으득 이를 간다.
망신창이로 일어난 장지운은 휴대폰을 잡았다.
“개인사정으로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이상 BJ어깡이었습니다!”
─행님?
급하게 방종을 시전한다.
약속된 방송시간이 남았지만, 서둘러 겉옷 챙겨 입고 택시를 이용해 집으로 돌아간다.
“나, 나 왔어!”
BJ어깡의 집은 단독주택이다.
방송을 시작하고 빵 뜨자마자 허세 가득하게 살아왔기에 과분하게 큰 집에서 살고 있다.
막대한 월세 덕분에 통장에 돈이 안 쌓이지만, 그건 온전히 장지운의 개인적인 문제겠다.
어쨌든 집이 컸기에 여동생과 동거하는 중이다.
대학교 진학 문제로 고향에서 서울로 올라온 귀여운 여동생에게 기꺼이 쉐어해줬다.
2층에 방을 내주고, 비싼 가구를 사주고, 먹여주고 재워줬다.
여기에 용돈까지 쥐어주니 허리가 휠 지경이다.
그래도 너그럽게 봐준다.
귀여운 여동생이니까.
헌데 이런 애지중지하는 여동생이 불미스러운 사진에 포착됐으니 속이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청아야?!”
집안으로 들이닥치자 막 샤워를 마친 여동생이 화장실에서 나온다.
수건으로 젖은 생머리를 탈탈 털다가 장지운을 발견한다.
“오빠? 오늘 새벽에 온다면서 일찍 왔네?”
탱크톱과 돌핀팬츠의 가벼운 홈웨어 조합.
방금 목욕을 마쳐, 몸에서 모락모락 김이 피어난다.
“…….”
막 목욕을 마친 여동생의 매끈한 몸을 보니 많은 생각이 들었으나, 가장 우선으로 언급해야할 논제는 정해졌다.
“저기, 청아야… 오늘 어디 들렸다왔어?”
“으, 응?!”
다가가자 명백히 수상쩍은 반응.
“대학교 끝나고 바로 집에 왔지? 응?”
“아니… 친구랑 좀 놀다 왔어”
“어떤 친구? 어디서 어떻게 놀았는데?”
“오빠, 가깝거든…? 그리고 얼굴 무서워.”
지적에 조금은 떨어진다.
하지만 눈에 붉게 선 핏대는 지워지지 않는다.
“무슨 일은 없었어…? 정말 친구랑 놀기만 했어?”
“그걸 왜 묻는데? 그런 것까지 오빠한테 보고해야 해?”
“그, 그야 오빠가 걱정되잖아. …청아한테 무슨 일 생기면 아빠한테 구박 받을 거고.”
“아 진짜…… 나도 성인이니까 일일이 보고할 의무는 없거든? 애 취급 좀 그만 해.”
부쩍 날이 선 반응.
더욱 수상쩍다.
유일한 증거가 뒷모습 사진이라 애매하지만, 입었던 옷차림은 분명 전에 몇 번 봤었다.
‘아니면 그냥 좀 비슷한 사람이었나…?’
상황이 명백하나, 장지운은 다른 가능성을 제시해본다.
그러고 싶었다.
진짜라면 마음이 와르르 무너져 내릴 것 같으니까.
차라리 믿을 만한 증거나 동생의 그럴싸한 변명이라도 나왔으면 좋겠다.
그러나 눈에 불을 키고 보고 있으니, 기어코 그 마음이 무너져 내릴 증거를 발견하고 만다.
“야, 너… 목에 그거 뭐야?”
목에 붉은 반점 두 개.
자그맣게 부분적으로 붉게 달아올라 있다.
장청아는 미처 까먹었다는 듯이 화들짝 자신의 목을 감춘다.
장지운과 두 발자국 떨어져 손으로 목을 문댄다.
“이, 이건……”
돌발상황에 오랜 버퍼링이 걸린다.
고물로봇처럼 버벅거리다가 반론한다.
“모기야! 학교에서 겨울모기 물린 거야….”
“아무리 봐도 모기 아니잖아! …잠깐만 와봐.”
“아 됐다고! 아빠처럼 귀찮게 할래?”
“야, 너!”
“짜증나니까 주정부리지 말고, 술냄새 나니까 좀 떨어져.”
“청아야! 야, 장청아!”
적반하장 성큼성큼 지나쳐간다.
어깨를 스치고 지나가, 계단 손잡이를 잡는다.
“아 오늘 말 걸지 마.
오빠 오늘 완전 짜증나니까.”
그 말을 남기고 쿵쿵 발 구름소리를 내더니 방문을 꽝! 닫는다.
남겨진 장지운은 분개한다.
꽉 깨문 입술에 피를 질질 흘리며 부들부들 주먹을 쥔다.
‘금사자 이 개새끼!’
휴대폰을 꺼낸다.
검색해서 금사자TV채널을 연다.
“……시발.”
분노에 눈이 멀어 당장이라도 씹어 먹을 기세였으나, 어떻게든 금사자를 조질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자주하는 더러운 짓은 협박, 갈취, 댓글부대 고용인데, 이건 여BJ를 압박할 때나 쓰던 행위다.
코앞에 있으면 냉큼 주먹을 날리겠지만, 정보가 너무 없다.
일단 자신의 감정을 담은 분노의 타이핑을 시작했다.
***
아침이 밝았다.
어제 밤 큰 수확은 없었다.
겸사겸사 진행했던 방송이 흥했고, 그 양아치 여동생을 만족스럽게 따먹었으나, 솔깃한 정보가 없었다.
떡치는 내내 워딩을 이어갔지만 나름 좋은 오빠로 생각한다는 점 외에 별다른 점은 없었다.
그나마 알아낸 건 둘이 동거한다는 정보와,
[암컷타락Lv.4]로 쑤셔주니 좋아했다는 점.
장청아 「오빠 재밌었어요」
장청아 「다음에는 개인적으로 만나요♥」
얼마나 좋았으면 멋대로 이런 톡까지 보낼 정도로 푹 빠졌다는 점이다.
‘역시 야하게 입을수록 공략이 쉽구만.’
그러나 여동생과 잠자리만 가져서는 미션이 해결되지 않는다.
타겟을 지옥구덩이에 빠쳐야한다.
동거한다는 점을 이용해서 공격해야 다음 스텝으로 넘어갈 수 있다.
약점을 발견 못했으니 여동생과는 더 가깝게 지낼 필요가 있겠다.
“응? 메일이 와있네.”
아침의 일과로 이것저것 확인하는데, 메일이 하나 와있다.
방송을 시작했으니 방송용 메일 계정을 따로 파뒀다.
혹시 광고 같은 다른 떡고물이 들어올까 싶어서 채널에 상업용으로 걸어둔 주소인데, 장문의 메일이 도착했다.
클릭하자 피식, 실소가 나온다.
장난 메일이 오면 대충 훑고 넘기는 편인데, 참으로 흥미롭다.
제목: 「이 개새끼야」
내용 :「나, BJ어깡인데 너 어디사냐, 시발새끼야? 방송에서 뭣 모르는 순진한 여자들한테 좆을 놀리고 다니니 좋냐?
당장 주소만 알아내면 니 후장 터치러 갈 거니까 딱 기다리고 있어라. 시발새끼가 미쳐가지고 어딜……(이하생략)
욕 투성이이라 읽어볼 가치도 없는 메일.
BJ어깡의 러브레터다.
길길이 날뛰는 글을 봐서 사칭일 가능성은 없는 것 같다.
내가 여동생을 따먹은 소식을 들었나보다.
“어떻게 알았데?”
대놓고 방송을 했지만, 찍은 영상은 함부로 배포가 결코 불가능하며 모자이크 필터라 새어나갈 리가 없다.
저작권이 철저히 관리된다고 [함께 즐겨요!]앱에 설명으로 나와 있다.
뭐, 어찌됐든 됐다.
모르면 손수 여동생 따먹힌 사진을 익명의 문자로 보내주려고 했는데 수고가 덜렸다.
이렇게 동생을 아끼는 모습을 확인했으니 분명 해답이 있다.
혹시나 싶어서 BJ어깡의 메일주소까지 해킹해봤으나, 메일주소에도 별 다른 정보가 없었다.
따라서 이 메일주소를 이용할 방법은 딱 한 가지다.
“정성껏 썼는데 답장은 해줘야지.”
*
제목: 「ㅋ」
내용: 「ㅋ」
기다리던 답장의 내용은 이랬다.
분노의 감정을 담아 길게 받아적어줬으나 금사자는 그저 비웃었다.
열 받게 성의 없이 초성으로만 보냈다.
“이 놈이 보자보자하니까…!”
부들부들…!
참지 못해서 쥐고 있던 최신형 휴대폰을 거실 소파에 던져버린다.
그러나 힘조절 이슈로 소파 조금 위, 벽면에 부딪혀 뒤로 넘어가고 만다.
십중팔구 액정이 깨졌을 거다.
“씨발!”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다.
“……뭐해?”
거실에서 헛짓을 하는 사이, 2층 계단에서 내려오는 장청아.
오늘도 과감한 노출 패션으로 대학교 갈 준비를 마쳤다.
‘…저렇게 입으니까 눈에 띄지!’
안 그래도 민감한 와중에 거슬린다.
언제나 탐탁지 않던 부분이다.
“청아야… 이제 겨울인데 옷이 너무 짧지 않니?”
말싸움을 벌인 뒤, 어젯밤은 그 이후로 한마디도 안 했다.
가끔 물을 마시러 내려오더라도 본 척 만 척 했다.
그런데 화해 무드가 조성되기 전에 다짜고짜 패션을 지적하니 장청아 표정이 경멸로 일그러진다.
“뭘 입든 내 마음이잖아?”
“오빠 말 좀 들어봐. 그런 옷 입고 다니면 남자들이 어떤 시선으로─”
“아, 진짜 사고방식 틀딱같네. 오빠 방송에서도 여자 홀라당 벗기고 나오잖아.”
“그, 그건 다른 이야기잖아….”
“뭐가 다른데?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면 집 나가버린다?”
참다참다 오빠를 협박한다.
사실 앞뒤가 안 맞는 협박이다.
집세부터 생활비까지 전부 장지운이 부담하는 상황에서 장청아가 집을 나간다는 건 멍청한 자멸이다.
그만큼 오빠가 자신을 아낀다는 사실을 알기에 튕기는 배짱싸움.
방송에선 여자 끼고 노는 오빠가, 자기 입김에는 꼼짝 못한다는 걸 안다.
집안의 예쁘고 귀여운 막내니까.
“그럼 나부터 나간다? 버스 탈거니까 오늘은 태워줄 필요 없어.”
한껏 으름장을 질러놓고 나가려 했다.
“……금사자TV라고 들어봤어?”
“!”
그러나 장지운의 질문에 문고리 앞에서 멈추고 만다.
장지운이 붉으락푸르락 씩씩 변모한 얼굴을 억누르며 줄줄이 나열한다.
“오빠가 마당발이라 들은 소문인데, 그놈 조심해. 헌팅방송을 한다는데, 젊은 여자 꼬셔다가 더러운 짓 하는 걸 찍는다더라. 나중에 그걸 협박용으로 쓴다는 아주 악독한 새끼니까 오빠 말 믿고 꼭 기억해둬.”
장청아의 가슴이 뜨겁게 뛰었다.
어제도 그렇고, 분명 무언가 아는 뉘앙스였다.
직선으로 들어오진 않았지만, 커브를 틀면서 민감한 주제를 훑었다.
그대로 정지해 있는다.
차분하게 심박수가 진정하기까지 기다린다.
다음 말을 신중하게 고른다.
여기서 모범답안은 ‘그런 사람 모른다’다.
하지만 진정하고 나니 울컥한 마음이 든다.
왠지 모욕당한 울컥한 마음 말이다.
“……들어봤는데, 나쁜 사람은 아니던데?”
전혀 예상 못한 한마디.
그것이 총알처럼 장지운의 귓구멍을 관통한다.
“뭐…… 뭐, 뭐뭐뭐?!”
“그냥 지나가다가 봤는데, 재밌고 유쾌한 사람이었어. 악독한 정도는 아니던데….”
장청아가 금사자를 두둔하자 장지운은 황당해서 입을 반쯤 벌렸다.
실제로 장청아 입장에선 실제로 만남이 나쁘지 않았다.
잠자리가 몹시 훌륭했고, 끝까지 매너 있게 해줬다.
약속대로 돈도 떼먹지 않았고, 자신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다 들어줬다.
허나 오빠 말대로라면 자신은 악독한 새끼랑 잠자리를 가진 게 된다.
그야말로 나쁜 놈에게 돈 받고 몸을 대준 꼴이 된다.
참을 수 없다.
“너 진짜 제정신이야!?”
“그냥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잖아.”
“미쳤어? ……아니면 진짜 만난 거야? 그, 그그새끼랑 방송에서 해했다고?!”
“오빠 진짜 미쳤어?! 그냥 지나가다가 봤다고 했잖아!”
확 쏘아보고,
“그리고 오빠도 그런 방송하면서 그런 짓하는 거 다 알거든?”
“장청아!”
쿵!
꾹꾹 눌러온 화가 폭발한다.
달려들어서 현관문 벽면에 붙여 어깨를 꽉 누른다.
하필 이때, 장청아가 헐렁한 긴 팔 셔츠를 입고 있던 터라 넥이 쭉 벌어졌고, 브라 끈과 함께 속살이 비쳤다.
셔츠 안에 감춰져있는 하얀 속살이.
“……(꿀꺽)”
장지운이 그걸 보고 침을 삼킨다.
홧김에 벌였다가 굉장히 민망한 구도가 만들어졌다.
신장이 상대적으로 좀 더 작았던 터라 코앞에 보이는 그걸 뚫어져라 바라봤다.
고등학교 입학 때부터 느꼈지만, 나이차가 나는 여동생은 몹시 잘 자랐다.
꽃봉오리가 활짝 피어나듯 어엿한 한 명의 여성으로 성장했다.
훌륭하게 만개한 꽃에 눈길을 빼앗긴다.
팍!
오빠가 오랫동안 안 떨어지자 거칠게 옷을 훔치는 장청아.
경멸을 넘어서 증오로 들어섰다.
“저기… 이건……”
“앞으로 내 몸에 손 대지마… 또 한 번 이러면 아빠한테 다 말해버릴 거야.”
“…….”
끼익… 쾅!
그대로 집을 나가버린다.
장지운이 감정적으로 일을 벌린 탓에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
그 일이 있고, 사흘이 흘렀다.
갈 곳이 없어 가출은 안 했지만 이제 매일 저녁 늦게 돌아오는데다 말도 안 섞고, 자신을 무시한다.
질풍노도의 사춘기의 남매처럼 서로 완전히 틀어져버렸다.
그러나 감시를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자신과 거리가 더 벌어진 이상, 금사자와 또 접촉이 있을 거라 판단했다.
눈 뜨고 당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핸드폰에 위치추적을 붙였다.
가족열람이라 알림도 안 뜨니 실시간으로 여동생의 위치를 체크한다.
주말에 다른 신입BJ와 방송이 있어서 조바심이 났지만 이것 덕분에 안심할 수 있었다.
‘후, 오늘은 진짜 집에만 있나보네.’
집에만 있는 걸 확인하니 안심한다.
폰을 두고 떠날 수도 있지만 이따금 미세하게 움직이는 화살표를 보면, 그건 아닌 듯싶다.
“오빠, 뭐해요? 한 곡 뽑아보세요.”
“어, 어어…”
쭉쭉 빠진 신입BJ가 마이크를 건네자 받는다.
원래라면 평소대로 신입BJ와 부비부비 성추행 즐기고 놀았겠지만 영 흥이 안 난다.
일단 카메라가 돌고 있으니 대충 먹고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뭐야?’
막 안 좋은 일 덮어두고 흥을 내기 시작했을 무렵.
1시간 반 전에 액정이 깨진 핸드폰에 문자가 와있었다.
번호가 안 찍힌, 익명의 메시지.
대수롭지 않게 확인해보니… 핏기가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내용 없이 달랑 사진 한 장이 있다.
거기엔 장청아가,
자신의 여동생이,
자신이 사준 침대 위에서 알몸으로 엎어져있다.
사용된 콘돔 5개가 허벅지 위에 올려진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