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킹해서 BJ들과 친해지기!-67화 (67/193)

< 67화 > 67. 금사자TV) -정의구현- 인방계의 가물치, BJ어깡(장지운) 심판

[정의구현]에는 상대를 처리할 구체적인 방법은 제시하고 있지 않다.

타겟을 어떻게 지지고 볶을 지는 온전히 내 판단에 달린 것 같다.

그러니 굳이 사법부의 힘을 빌려 형사처벌 받지 않아도 어떻게든 몰락만 시키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너무나 간단한 일이다.

[블랙마켓]으로 전화번호와 약점을 해금시키면 뚝딱이니까.

그간 해킹툴은 업그레이드를 많이 거쳤고, 유용한 앱이 많이 얻었으니 누워서 떡 먹기다.

‘하는 김에 그 가오충이 재기 못하도록 잘근잘근 밟아두면 좋긴 하겠네.’

속전속결.

망설일 것 뭐가 있겠는가.

전화번호를 해금시키고 놈의 약점을 확인한다.

약점은 단돈 만원에 해금이 됐는데, 경험상 보통 이런 것들은 어처구니없는 곳에서 약점이 등장했었다.

이번에 등장한 건,

“……사진이네?”

장지운과 어떤 여자가 다정하게 찍힌 사진이다.

둘이 붙어서 싱글벙글 웃으며 찍혀있다.

장지운은 여전히 역겹게 생겼고, 옆에 여자는 상큼하게 예뻤다.

반신이라 정확한 신장은 모르겠지만 키가 꽤 큰 예감이 들고, 스타일리쉬하게 차려입었다.

그 외에 다른 특별한 점은 못 느끼겠다.

아무래도 돈으로 꼬신 여자친구나 신입BJ와 찍은 사진이 아닐까 추측된다.

이게 왜 약점이지?

의아했으나 아래에 설명이 첨부됐기에 읽어본다.

[설명: BJ어깡(본명 장지운)과 그의 여동생 장청아]

눈가가 가느다랗게 찌푸려졌다가 이내 크게 트인다.

F1 경기를 보듯이 좌우를 홱, 홱 번갈아 보게 된다.

시발 이게 같은 남매라고?

유전자를 개조시켰거나 호빵맨처럼 목을 뗐다 붙였나 의심이 든다.

유전자 몰빵 수준이 아니다.

닮은 꼴 하나 없이 영 딴판으로 노는데다가, 키는 여동생 쪽이 상대적으로 더 커보인다.

사진 제목은 남매가 아니라 돈 주고 만나는 커플이 어울린다.

…기적이라고 해야 하나?

0.01% 확률.

진짜 만에 하나라고 하는 가챠에 성공한 수준이다.

물론, 내 여친님이랑 비교했을 때, 백조 앞에 오리였으나 옆에 곰보빵과 비교하면 선녀가 따로 없다.

태어났을 때 부모님이 종교를 믿거나 복권을 사지 않았을까 싶다.

“좋아, 기적으로 태어난 여동생이 있다는 건 알겠는데…… 왜 여동생이 약점이냐고?”

동생이 예쁘니까 하던대로 자지로 따먹고 능멸해야 하나?

늘 하던 대로 생각했으나, 이내 고개를 젓는다.

그렇게 간단할 것 같진 않다.

물론, 자그마한 복수는 되겠지만 여동생을 건들기만 해선 장지운의 파멸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보아, 돈독한 관계임은 맞는 것 같지만 그 정도로 타산이 맞지 않다.

한 발자국 더.

아니, 파멸이라고 할 만큼 더 크게 망쳐야한다.

[블랫마켓]을 이용해 장지운의 핸드폰 번호를 해킹한다.

그간 업데이트 덕분에 해킹에 성공하면 전화번호부를 염탐하거나 사진 갤러리에도 침입할 수 있다.

핸드폰 주인과 동등한 권한으로 완전히 지배할 수 있게 되었다고 보면 되겠다.

가장 확실한 약점이 될 사진 갤러리부터 뒤져본다.

“……별 거 없네?”

범법행위를 많이 저지른 놈이라 구린 자료들이 쏟아질 줄 알았는데, 의외로 없다.

젊은 여자들과 함께 찍은 인증샷 얼굴사진들만 즐비하고, 그렇고 그런 내용은 없다.

마치 본인은 떳떳하다는 듯 비밀번호가 걸려있는 자료마저 없다.

‘겉보기랑 다르게 의외로 신중한 스타일인가본데.’

영 건질 게 없어 전화번호부를 뒤져본다.

그나마 유용하게 쓸 수 있을 장청아라는 이름을 발견한다.

<장청아♥>

‘남매끼리 토나오게 하트가 왜 붙어…?’

장지운의 핸드폰에 건질 게 없으니 아무래도 이쪽에 실례를 해야 할 것 같다.

“아저씨, 여동생과 면담 좀 하겠습니다~”

[장지운의 여동생, 장청아의 핸드폰을 해킹하겠습니까?]

[Yes / No]

당연히 Yes다.

***

─형님 안주는 맞으십니까?

─안 먹으면 식습니다, 팍팍 좀 드세여

─벌려진 고놈들, 참 맛있게 생겼네요 흐흐...

BJ어깡의 개인방송.

간만에 여자도 안 끼고 포장마차에 조개 안주를 구우면서 술먹방을 한다.

심심하지만 가끔 넋두리를 할 수 있는 방송이다.

“여러분도 먹고 있죠? 자, 적십시다 짠~”

카메라 렌즈에 맞춰서 술잔을 부딪치고 벌컥 들이킨다.

그리곤 세상이 이렇다, 저렇다.

야구선수 욕을 하거나 정치얘기를 주절주절 떠들기 시작한다.

거나하게 취한 아저씨가 나와서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하는데, 봐주는 시청자가 1872명.

장지운의 콘크리트 시청자를 보여준다.

─그나저나 요즘 커뮤니티에 어깡님 욕만 달려서 서운하네요~

얼큰한 술자리에 딱 좋은 화두가 올라온다.

또 한 잔, 허세 가득하게 들이키고 답한다.

“아이 뭐, 제 욕이 어디 한두 번입니까? 콘셉트다 뭐다 해도 욕할 분들은 욕하는 거죠. 여러분도 신경 쓰지 마세요.”

─크~ 대인배

─역시,,, 멋지십니다,,

그냥 쉬어가는 코너 같지만 사실 이건 계산대로 진행되는 방송이다.

가끔 이런 방송해주면 시청자들이 진정성이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상호간 속내를 털어놓고 말한다고 착각하므로, 이때 그럴사한 취중진담 몇 번 뿌려주면 진심으로 믿는다.

BJ어깡은 이런 식으로 인정을 팔아 이미지를 희석시켰다.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을 이런 식으로 감성팔이를 해서 유야무야시켰다.

은근히 지능적으로 방송을 굴려왔다.

─그런데 행님~ 청아는 안 나옵니까?

─저도 가끔 보고 싶습니다,,,

─오빠가,,, 외롭게 술 혼자 먹는데 안 튀어나오는 버르장머리,,,

─동생분 충분히 예쁜데 방송이라도 데뷔시키죠~

이윽고 성가신 질문이 나오자 장지운은 휴대폰에 손사새를 친다.

“여러분들, 마음은 다~ 아는데, 걘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아직 애기인데 벌써부터 부담주면 어떻게 합니까?”

─가끔씩만 나오니 서운하니까,,,

─용돈도 많이 주시던데, 동생분이 매정한 거 아닙니까?

“자자, 제 방송이니까 저한테 집중해주세요. 이쪽으로 이야기가 새는 건 좋지 않으니 채금(채팅금지)시킬게요.”

─그래 방장님 싫어하는데 그만 합시다.

─그래여 선을 지킵시다 행님들

방송에서 동생이 언급되면 황급히 화제를 전환시킨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늙다리새끼들이, 청아 나오면 음흉한 시선으로 훑어보게?’

우습게도 장지운은 자기 시청자들이 어떤 놈들인 줄 알고 있다.

자기 방송 컨셉에 맞춰 여자가 나오면 몸밖에 안 보는 음흉한 놈들이다.

아직 30대지만 노안인 자신을 아바타로 내세워서 대리만족하는 아저씨들이 많다.

본인도 그걸 알고 있다.

그렇기에 경계한다.

8살이나 차이나는 귀여운 여동생이다.

방송에서 인정이든 양심이든 다 팔았지만 여동생만은 어떻게든 지켜야한다.

가식으로 덮여있는 호스트에,

가식으로 덮여있는 시청자들이다.

*

장청아의 핸드폰에서 타겟의 약점을 캘 순 없었다.

허나 장청아 일거수일투족을 알 수 있는 기회였다.

사진과 SNS계정을 훑어 어느 대학교를 다니며, 어디서 활동하는지 분석할 수 있었다.

장청아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노는 것 좋아하는 흔한 대학생.

자신의 삶과 청춘에 충실하다는 증거로 쓸데없는 걸 SNS에 올리길 좋아하고, 타인의 관심을 즐긴다.

과감한 노출로 좋아요를 수집하고, 매장에서 사치와 행패 부리는 영상으로 어그로를 끈다.

어떻게 보면 내면은 지 오빠랑 똑같다.

커뮤니티까지 뒤져보니 오빠의 방송에도 꽤 노출이 됐다고 한다.

하지만 장지운은 매체에 노출이 탐탁지 않은지 여동생이 나온 영상들은 다 짜르고 지운다고 한다.

방송에 초청하는 딴 여자들의 인생은 다 조지고 다니면서 막상 가족은 소중하다, 이런 뜻인가 보다.

어찌됐든, 이렇게까지 애틋한 관계를 봤을 때 분명 장지운을 심판하는 키는 장청아가 확실하다.

어떤 캐릭터인지 알았으니, 이 이벤트에도 분명 반응이 올 거다.

“오, 예쁜 여성분 또 발견!”

일반인 채선우가 아니라 헬멧을 쓴 금사자 채선우 상태.

방송을 도중 대학로를 거닐다가 우연히 장청아를 발견한 ‘척’ 한다.

관심 받고 싶은 장청아는 차림새부터 달랐다.

하이웨스트로 끌어올려 입은 미니스커트에 하얀색 바탕, 금발여성 그림이 그려진 셔츠.

미니스커트는 진짜 조그만 접히면 바로 팬티가 반겨줄 수준이고, 긴 팔 셔츠가 하늘하늘한 크롭탑 형태라 바람에 날린다거나 만세를 한다면 브라가 비칠지 모른다.

여기에 하이힐은 당연하고, 한겨울인데 스타킹 없이 각선미를 오롯이 노출시켰다.

겨드랑이에는 미니백이 끼워져 있다.

장청아의 첫인상은 가볍다였다.

내 헌팅 경력에 의하면, 이런 노출이 과격할수록 쉽게 넘어왔었다.

전에 날라리들처럼.

적당히 인파가 몰린 길거리에 친구와 나란히 서서 테이크아웃 커피를 빨던 장청아가 내 탈을 보고 게슴츠레 눈을 뜬다.

“뭐야?”

“아, 헌팅방송이라 예쁜 여성분을 찾고 있었거든요. 방금 찾은 것 같네요.”

괜한 거짓말보다 그냥 툭 까놓고 말한다.

헌팅방송이라 밝히자 옆에 친구는 슬며시 카메라에 안 보이도록 물러섰고, 장청아는 내 멘트에 여유롭게 피식 웃으면서 답한다.

“휴대폰 치워줄래요? 친구가 불편해하는 것 같아서요.”

“걱정 마세요. 얼굴은 모자이크 필터로 다 걸러내고 있거든요.”

“……무슨 소리에요?”

바로 송출화면을 확인시켜준다.

화면을 바라보는 얼굴이 모자이크로 짤린다.

의심스러운지 셀카봉의 휴대폰을 접사했으나 분명 모자이크 필터가 적용돼 있었다.

긴가민가한 표정.

이런 하이테크는 처음 봤겠지만 실제로 보이는 게 이러니 믿을 수밖에 없다.

“…세상에, 이런 기능이 있었어요?”

“더 신기한 거 보여줄까요?”

“네?”

“마술로 오늘 처음 보는 미인분께 제 마음을 담은 사진을 전송해볼게요. 하나, 둘, 셋!”

마술사의 손동작을 따라해 핸드폰이 있을 백에 기운을 넣는 척 한다.

그러자 곧 장청아의 백이 진동했고, 문자를 확인하더니 깜짝 놀란다.

“우와, 장미사진이 왔어. 어떻게 했어요?”

“뭐든 진심을 담으면 가능하죠.”

“우와, 레알 개신기해. 야야, 이거 와서 봐봐!”

“…뭐야? 짜고 쳤지?”

“진짜라니까!? 나 전혀 모르는 번호야.”

경계하던 옆에 친구까지 합세해 호들갑을 떤다.

정말 마술 같겠지만 장청아 핸드폰은 해킹했고, 미리 대기하던 문자만 전송하면 되니 내겐 쉬운 일이다.

이 뒤로 장청아에게 준비했던 띄워주는 작업멘트를 뿌린다.

헌팅으로 늘어난 말빨을 이용해 구슬리고,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녹였다.

허나, 이대로 떡방까지 가는 건 어떠냐고 알리니 표정이 반전된다.

“재밌으신 분인데, 그건 좀……”

아무래도 외부노출은 다소 우려되는지 넌지시 출연을 거절했다.

많이 겪었고, 당연한 반응이다.

그러나 놓칠 내가 아니다.

보통 여기서 더 재롱을 떨어줘서 여자들이 넘어오나 속전속결을 위해 딜을 건다.

“협조해주면 출연료로 500만원 줄 수 있고, 만족 못하면 추가로 300만원 더 추가시킬 수 있는데, 그만두실래요?”

방송은 잠깐 꺼두고, 친구와 떨어진 곳에서 슬며시 제안한다.

액수를 듣자마자 눈빛이 달라진다.

“돈을 주신다구요? ……게다가 한 번에 그렇게나 많이?”

“엔터테이너니까요. 감사의 의미로 원래 출연료는 지급해드리고 있고, 그쪽이 마음에 들어서 더 얹어드리는 거예요. 화제성이 있을 거니까. 싫으시면 다음으로 넘어가야하니 지금 말해주세요.”

정공법이 어려울 때 십중팔구 통했던 돈의 힘.

SNS에 올려진 사진들에 의거하면 장청아는 사치가 심하다.

용돈을 받더라도 대학생 신분으로서 이런 큰돈을 만질 기회는 흔치 않다.

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액수에 솔깃할 거다.

결정 못하겠는지 손가락만 부빈다.

무브먼트를 보여주지 않으니 먼저 나선다.

“마음 이해합니다. 자리가 부담스러우면 그냥 넘어가죠.”

“저, 저기…!”

주저하던 장청아는 친구를 힐끔 살피더니 내 귓가에 속닥인다.

발그스름 얼굴을 물들이고 의사를 전한다.

“………신분보장은 되는 거죠?”

빙고♬

“네, 직접 확인하셨잖아요. 신분은 100% 지켜드립니다.”

“그쪽이 보증해주는 거예요?”

“마술로 폰에 전화번호까지 드렸잖아요. 여태껏 사고도 없었고, 정 불안하면 선불로 500만원을 미리 드릴게요.”

“음… 그렇게까지 말하시면…”

“야, 진짜 하게?”

어느덧 곁으로 다가온 친구.

다섯 보 이상 떨어졌었으나, 이야기를 듣고 있었나보다.

장청아는 친구의 황당한 눈길을 흘기면서 대답한다.

“괜찮아. 방송에 엔터테인먼트라잖아.”

“진심이야? 이거 까놓고 돈 받고 몸 파는 거잖아.”

직언하자 콧방귀를 끼는 장청아.

“야, 이 오빠가 출연하는 배우라고 했거든? 그냥 인생 경험 쌓는 이벤트 중에 하나잖아. 방송이니까 사고날 일도 없고, 이런 전문 배우도 있는데 뭐.”

“머리에 꽃 꽂았어? 그냥 돈 몇 푼 탐나는 거잖아. 이거 너희 오빠가 알면 어쩌려고 그래?”

“아 진짜…. 오빠는 상관없잖아.”

비난에 이어진 오빠의 언급에 정색한다.

애틋한 만큼 지긋지긋하게 들볶이는 게 있나보다.

돈에 눈이 멀었는지 반대로 쏘아보자 친구가 졌다는 듯이 물러난다.

“……그래, 맘대로 해라. 그럼 나 먼저 집에 간다.”

“어. 가.”

무성의하게 친구를 배웅하는 장청아.

사리 분별이 분명한 친구다.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좋은 친구를 뒀는데, 애는 이 모양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어쨌든 내 입장에서는 일이 수월하게 풀린 거다.

“그럼 이동할까요?”

“네!”

함께 길거리를 걷는다.

딱 어깨동무하기 좋은 장청아의 높은 어깨에 팔을 걸고, 근처 모텔로 들어간다.

자, 그럼 신호탄으로 아저씨가 애지중지하는 여동생 맛 좀 볼까.

가면 속에서 입맛을 다신다.

가물치사냥 시작이다.

+++

─형님, 이거 낮에 다른 방송에서 찍혔는데, 청아 아닌가요?

‘아 시발놈이 그만하라고 해도 계속 어그로 끄네.’

기껏 주제를 바꿨더니 채팅창에 파란색 링크까지 건다.

성가신 시청자를 직접 강퇴하기 위해서 클릭했으나, 팻 핑거 때문에 아이디가 아니라 링크가 클릭된다.

그 링크에는 사진만 딱 하나 업로드됐는데, 앞태가 아니라 뒤태였다.

금사자 탈 옆에 어깨가 걸친 너무나 익숙한 뒤태.

매일 같은 집에서 보던 뒤태다.

그게 어떤 모텔 앞에서 찍혀있다.

…………뭐?

생방송인데 얼굴이 주전자처럼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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