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화 > 64. 은혜 갚을 줄 아는 짐승
“……굿즈 사주신 팬분들과 사인회, 다음 날은 야외에서 게임 관련 코스프레 촬영, 주말에는 애니메이션 감상회 단체참석. 나머지는 정규방송이야.”
“히잉… 너무 많아요.”
유나의 집.
게이밍 의자에 앉은 유나에게 이번 주 스케줄을 전부 읊어주자 듣기만 해도 지치는지 앞으로 엎어진다.
방송용 컴퓨터 책상에 엎어졌는데, 유나의 큰 가슴이 쿠션역할을 하듯 지탱해준다.
예전에는 이런 서브컬쳐 관련된 바쁜 일과를 즐겼는데, 흥미가 식었는지 영 시큰둥하다.
“방송 쉰 벌이라고 했잖아. 다음 주부터는 널널하게 해뒀으니 이번 주까지 참아.”
“네에…….”
나랑 말하는 동안에도 마음이 콩밭에 가있다.
부쩍 일에 대한 만족도와 의욕이 떨어져있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그거겠지.
뿔테안경을 고쳐 잡고 물어본다.
“요즘도 만나고 다니니?”
의중을 떠보자 몸을 움츠리는 유나.
주어는 언급하지도 않았는데 “뭐가요? 누구요? 선우 오빠요? 그럴리가요~ 헤헤…” 주절주절 떠들면서 스스로 자백한다.
당장이라도 혼낼 줄 아는지 지레 겁을 먹는다.
내가 진짜 엄마도 아니고 매일 닦달하고 싶지 않다.
“걱정 마. 잘 따라와 줬으니 더는 태클 걸지 않을 거야. 들키지만 말고, 약속 잘 지키면 만나도 뭐라 안 해.”
“정말요?!”
동안의 얼굴로 한껏 기뻐하곤 가슴을 쓸어내린다.
“다행이다… 사실 가끔씩 놀러 오시거든요. 제 의욕 채워주신다구♥ 언니한테 비밀로 해서 이번 주 내내 마음에 걸렸는데 속이 후련하네요!”
“그러니….”
싱글벙글 천진난만하게 웃는 유나.
반면에 내 안면엔 쓰디쓴 쓴맛이 남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나한테는 연락이 없었으니까.
언제 연락을 준다고 했지만,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다.
그러면서도 유나와는 몰래 만나왔다는 점이 가슴 깊이 박힌 열등감을 찌른다.
‘역시 유나를 만나는 게 더 즐겁겠지….’
자신은 매력이 떨어지구나, 또 한 번 스스로를 자학하게 된다.
단지 소유나가 버거운 존재일 뿐인데, 그날 이후 한정아는 채선우의 관심에 목말라있다.
사실 따져보면 한정아의 한탄은 다소 우습다.
약혼까지 했으면서, 단 한 번 육체적인 관계를 거친 채선우의 연락을 기다린다.
약혼에 5년이나 사귀었으니, 이건 불륜이라 봐도 무방하다.
물론, 한정아 또한 이 부분에서 다소 죄책감을 느낀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남친을 만나는 시간은 따분한 일상일 뿐. 언제부턴가 좋든 싫든 의무적으로 만나는 관계일 뿐이다.
반대로 채선우는 퍽퍽한 삶을 어루만져주는 이슬 한 방울이었다.
그와 몸을 섞을 때만큼은 성가신 결혼 문제나 복잡한 일 문제를 덮어둘 수 있었다.
쾌락에 절여져 스트레스가 확 풀렸다.
우웅! 우웅!
때마침 쥐고 있던 핸드폰이 울린다.
그를 생각할 때 신호가 왔기에, 혹시 싶은 기대감에 확인해봤으나… 이내 실망했다.
최성원 「결혼식에 대해 생각해봤어」
최성원 「상견례는 했지만 역시 다 함께 만나서 날짜를 잡아보는 게 좋겠지?」
최성원, 그녀의 약혼자가 보낸 메시지였다.
안 그래도 실망감이 가득한데 내용은 더 골이 아프다.
결혼식이라느니, 상견례라느니.
슬슬 이런 이야기들을 꺼내기 시작한다.
도대체 그때 무슨 생각으로 청혼을 받아드렸는지 모르겠다.
분명 아무 생각이 없었던 거겠지.
우웅!
한숨을 쉬는 사이, 진동이 한 번 더 온다.
아직 할 말이 있나 싶어서 확인했더니… 발신자는 최성원이 아니다.
채선우가… 카톡으로 메시지를 하나 보내왔다.
그것도 1:1대화방으로.
‘왔다아…♥’
속으로 방방뛸 듯이 기뻤으나 꾹꾹 눌러 참는다.
자그맣게 진동하는 두 손가락으로 바로 답장을 보낸다.
한 자 한 자 정성들여 평소다운 차분한 텍스트로 답변하고 나자, 기쁨의 날숨을 쉰다.
남친과 막 사귈 때도 이런 소녀감성은 아니었다.
답장을 보내고 여운을 느끼는 사이, 책상에 앉아있는 소유나를 힐끗 훔쳐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본다.
“저기, 유나야.”
“네?”
“혹시 지금 메신저로 연락 온 거 있니…?”
“웅? 메신저요?”
내 말을 듣고 유나는 책상에 폰을 끌어당겨 톡톡 두들겨 카톡을 연다.
메신저의 스크롤을 위아래로 내리더니 머리를 갸웃거린다.
“어…… 아무것도 안 왔는데요?”
“그, 그래?”
소유나의 천진난만한 대답에 한정아는 주먹을 불끈 쥔다.
이로써 성립된 채선우와 단둘이 밀회.
어쩐지 처음으로 이겼다는 느낌이 들었다.
***
새롭게 장만했다는 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약속일정이 잡혔을 때, 한정아가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유명 브랜드 속옷가게였다.
많은 야시시한 란제리 중, 그녀가 평소라면 절대 안 입을 스타일로 하나 구매했다.
이유야 뻔하다.
잘 보이고 싶었다.
채선우에게.
“그러니까 거실은 촬영장소라 생각하시면 되고, 그래서 침대를 1층에 뒀어요.”
“그렇군요….”
“나머지 방은 게스트룸으로 쓸까 생각중이고, 이쪽 남는 방을 어쩔까 싶은데……”
그러나 오자마자 기대는 박살났다.
우선 채선우는 보답을 하고 싶다는 명목으로 초대했다.
덕분에 일이 잘 풀렸다고, 호들갑 떨며 한정아를 찬양했다.
상다리 부러지도록 가득 차린 밥상을 대접하고, 백화점에서 샀다며 소정의 선물을 건넸다.
그리고 집안을 안내해주는 중인데, 넌지시 그런 뜻이 묻어난다.
이후로도 더 조력을 부탁한다는 뉘앙스가.
한정아의 뛰어난 프로듀싱 능력을 믿고, 양질의 어드바이스를 원하는 것이다.
‘후우….’
아무에게도 닿지 못하는 한숨.
능력을 인정받은 거야 좋지만, 한정아는 다른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갔으면 했다.
이제 모르는 남남이 아니니까 거들어줄 순 있겠지만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역시 자신은 매력이 떨어지는가 또 두더지처럼 파고들게 돈다.
옷도 평소보다 좀 신경을 썼는데, 못 알아봐주는 것 같아 서운하다.
“자, 그럼 2층으로 가볼까요?”
“그러죠….”
튼튼한 나무제질 손잡이를 잡고 2층으로 위치를 옮긴다.
스윽♥
이때, 골반을 감싸는 커다란 손.
“아?”
“아~ 여기 계단이 미끄럽거든요. 스타킹까지 신으셨으니 미끌어질까 해서.”
“그, 그렇군요.”
억지가 섞였으나 분명 그가 감싸주니 안정감이 있었다.
“2층은 아예 구상이 없거든요. 먼지가 쌓이기 전에 뭐라도 채워놓으면 좋은데 역시 여기도 게스트룸이……”
허나 다 올라와서도 손을 떼진 않았다.
2층에 방을 소개하면서도 골반에 자석처럼 착 붙은 손을 떼지 않는다.
주물주물♥
슬그머니 만지기 바쁘다.
주절주절 떠들면서 어느새 엉덩이로 옮긴 손이 밀가루 치대듯 반죽을 시작한다.
“……♥”
그런데도 한정아는 싫지 않았다.
지하철 치한의 성추행 수준이었으나 만져줄 때마다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던 기대감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오히려 그런 애매한 터치보다 더 직접적으로 와줬으면 하는, 예비신부로써 괘씸한 열망을 품고 있었다.
사실 채선우는 내내 의식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시작된 거다.
무언가가.
“아, 그리고 보니 말 안 한 게 있었네요.”
잔뜩 기대하고 있는 이때, 채선우가 한정아를 돌아보며 낮게 읊조린다.
“오늘 속옷 존나 꼴리는데, 새로 샀어요?”
그 말을 듣자 기쁨이 솟구쳤다.
여자로서 정성껏 단장한 몸가짐을 알아봐줬다는 것이 너무나 기뻤다.
그것도 채선우에게 말이다.
슥슥슥슥♥
이제 대놓고 자기의 바지 속 성난 물건으로 치마 입은 한정아의 엉덩이를 문지르기 시작한다.
동시에 한정아의 귓바퀴를 물었다.
“으응…♥”
“이거 오늘은 제가 대접해 드리려했는데, 매니저님이 더 맛있는 걸 가져오면 어떡합니까.”
“죄, 죄송해요….”
“돈도 꽤 벌었으니 매니저님 주머니에 보답하려고 했는데, 한껏 차려입으셨으니 이쪽 주머니로 괜찮겠죠?”
“♥”
내 배를 툭툭 치면서 그가 씨익 웃는다.
저질스러운 조크였으나, 따라서 배시시 웃어버린다.
안경 아래에 달콤한 미소가 스며든다.
*
지적인 이미지에 잘 어울리는 하얀색 블라우스와 검정색 정장치마.
오늘은 특히 치마가 짧다.
덕분에 자칫 보일 듯 접히는 엉밑살이 씰룩댄다.
맘마통은 평범하지만 하반신은 연수만큼 훌륭하다.
위로 솟은 멋진 힙이 만져달라고 성원하고 있다.
거기에 오늘은 가터벨트.
뿔테안경과 정장치마, 가터벨트 조합이라니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음란 여교사 같은 차림새에 똑똑한 매니저님을 좀 더 성추행하면서 놀고 싶었지만 내가 못 참겠다.
“쪽…! 쪽쪽♥ 후웁… 츄웁츕…♥”
키스를 하면서 옷을 훌렁훌렁 벗긴다.
복도에 자켓, 블라우스, 치마까지 던져준다.
“하아… 시발 매니저님 몸 꼴려.”
“♥”
스트립을 끝내자 더 엄청났다.
맛있는 몸을 감싸는 검은색 란제리가 대기중이었다.
반투명한 검은 천과 얇은 끈이 몸을 횡단한다.
나에게 잘보이기 위해 막 산 신제품 티가 팍팍 난다.
한정아는 솔직하다.
겉보기엔 딱딱해보여도 몸은 음란하고 정직하다.
교육시킬 필요도 없이 알아서 꼴리는 속옷마저 챙겨입는 영특한 암컷이다.
어쨌든 달아오른 여체를 식기 전에 따먹어야하니 서두른다.
애무를 하며 2층에 제일 끝방에 데려간다.
“후웁…! 하아… 저기, 침대는 1층에 있지 않나요?”
“후, 매니저님이랑 섹스하기 바쁜데 어딜 내려가요. 대신할 장소가 있으니 괜찮아요.”
끝방은 책상과 책장이 있는 방이다.
좁은 원룸에서 가져온 짐뿐이라 거의 텅 빈 수준이지만 일단은 서재로 구상해뒀다.
“웃샤.”
곧장 책상에 매니저님을 올려둔다.
이 지적인 공간에 한정아를 걸쳐두자, 완전히 녹아든다.
서재에 어울리는 안경과 튼실한 힙, 거기에 꼴리는 가터벨트를 입은 한정아는 마치 나만의 비서 같았다.
왜 꼭 돈 많은 사장님이 안경 끼고 엉덩이가 큰 여자를 비서로 두는지 잘 알겠다.
이 좁은 공간 안에 매니저님과 함께 있으니 아랫도리가 불끈 솟는다.
허나 세상에는 순서가 있는 법.
“그럼 오랜만에 만난 매니저님 보지 맛부터 볼까요?”
“……♥”
꼴리는 속옷이 아까우니 한쪽으로 젖히기만 한다.
아직 예쁜 핑크빛에다가 주변정리만 해둔 털난 보지.
재회하자마자 혓바닥으로 크게 핥아준다.
내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칭찬의 스티커로 보지에 마크를 새겨준다.
“쭙쭙… 매니저님 보지 달콤해… 깨끗한 거 보니 그때 이후로 안 쓰셨나보네요?”
“흐음…♥ 이… 일이 바빠서…”
“이렇게 예쁜 보지 바빠서 안 쓰면 거미줄 쳐요. 떡치고 싶었으면 언제든 절 부르면 됐잖아요.”
“먼저 연락을 주신다고 하시기에….”
“제가 연락 안 하면 말라 죽으실 생각이었어요?”
“그건 아니지만……”
“매일 몸으로 뛰어다니면서 의외로 수동적이시네. 매니저님 발정날 때마다 언제든 치료해드릴 테니까 여기로 찾아오세요.”
“네…♥”
대화를 나누는 동안 애무를 마친 보지는 녹진녹진 습해졌다.
쪽♥
“하앙♥”
딱 먹기 좋게 촉촉해져, 위에 톡 튀어나온 클리에 뽀뽀하고 바지를 벗는다.
불쑥!
툭 튀어나온 볼기와 란제리, 가터벨트 탓에 자지는 이미 한계까지 커져있다.
영특한 매니저님을 어서 따먹고 싶다고 아우성친다.
남친 탓에 평소 약을 먹는다고 했으니 콘돔따윈 필요 없다.
바로 삽입하기 위해 방금 꺼낸 따끈따끈한 좆을 음순에 슥슥 문지른다.
“저기 잠깐….”
“예? …아직 순서가 남았나요?”
“반지… 반지 좀 뺄게요.”
당장 처박고 싶어서 안달났는데, 한정아가 반지를 보여준다.
사실 깜빡 잊고 있었는데, 본인이 굳이 언급한다.
실소가 지어진다.
“이거, 매니저님도 슬슬 바람섹스 즐기는 법을 알았나보네요.”
“……아니… 손잡을 때 불편하니까요….”
“뭐가 됐든 좋아요. 저 미칠 것 같으니까 어서 벗어두세요.”
고개를 끄덕이곤 스스로 왼손 약지의 반지를 벗는다.
시야에서 안 보이도록 저 구석으로 치운다.
이로써 한정아는 일시적이나마 약혼한 신부가 아니게 됐다.
단순히 바람섹스를 즐기기 위해서, 다른 뛰어난 수컷에게 맛있는 보지를 대접해주는 천박한 한정아가 됐다.
벌써부터 다 덮어두고 즐기는 불륜섹스를 즐기는 법을 깨우친 거다.
쪽♥
“♥”
점점 여자다워지고 있는 매니저님의 볼에 뽀뽀를 한 번 해준다.
기분 좋은지 안경 아래에 뺨이 발그스름 장미색으로 물든다.
이제 다시 섹스를 즐기기 위해 자세를 고쳐잡는다.
굵은 핏줄이 새겨진 고추를 자궁으로 조준한다.
“그럼 이제 저한테 따먹힐 준비는 다 된거죠?”
“네♥”
“그럼 들어갑니다~”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싱글벙글 웃으면서 가랑이를 활짝 벌리는 한정아.
스타킹과 가터필드의 검은 줄에 패인 도톰한 허벅다리 살이 몹시 꼴린다.
분홍조개를 뻐끔거리며 자신에게 향락을 심어줄 수컷을 기다린다.
쑤복!
“하앙, 아아아아아앙♥”
구속에서 해방되는, 실로 아름다운 여성의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