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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해서 BJ들과 친해지기!-62화 (62/193)

< 62화 > 62. 오빠, 정말 받아도 돼요?

“저기… 오빠, 지금 어디가는 거예요?”

학교 정문을 빠져나오자 물어봤다.

아직 남은 두근대는 스릴감에 신사랑의 손끝이 바르르 떨린다.

부름에 안전운전하던 채선우는 운전석 돌아볼 여유 없이 답한다.

“응? 딱히 목적지는 없고, 느긋하게 대화할 장소?”

“…그렇군요. 카톡으로 줄 게 있다하셨는데… 뭐가 더 남았나요?”

“아 그거. 뭐, 차로에서 들을 사람 없을 테니 지금 말해도 되겠네.”

옆머리를 조금 긁곤,

“사실 VIP들한테 판매한 NFT 영상 수익도 나왔거든. 다 합쳐서 3500만원 나왔더라고.”

“사, 사사삼천 오─?!”

간 떨어질 뻔 했다.

안 그래도 불어난 통장에 잠을 설칠 지경인데, 아직 남은 정산이 있다니.

그것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액수다.

신사랑은 눈꺼풀을 꽉 감고 고개를 저었다.

“모, 못 받아요. 너무 많아요!”

“엥? 아니, 당연히 사랑이 몫이고, 사랑이가 받아야 정산이 끝나.”

“싫어요. 오빠 껀 안 챙겼잖아요! 그건 오빠가 가지세요….”

“나는 괜찮아. 사랑이 덕분에 파일럿 방송 홍보도 좋았고, 좋은 경험 했으니 다 양보할 생각이었어.”

“제가 안 괜찮아요! 지나치게 제 편의만 봐주시니까 너무 이상하잖아요….”

“아니, 정말 괜찮다니까. …내가 챙기면 한량신이 노할 지도 모르고….”

“한량신?”

되묻자 핸들에 얹힌 손을 휘젓기만 한다.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튼 이건 사랑이 몫이니까 전부 받고 깔끔하게 마무리하자.”

“안 돼요!”

“안 되긴, 전에 받았던 계좌로 넣으면 되지롱~♪”

“더 주면 화낼 거예요!”

“저기… 돈을 떼어먹은 것도 아니고, 약속대로 돈을 줬는데 화내면 곤란하지….”

괴상한 싸움이다.

서로 돈을 안 받겠다고 아우성이다.

진짜 송금했다간 싸움이라도 일어날 심각한 전조마저 스멀스멀 피어난다.

채선우는 신사랑에게 마지막 정산소식을 전해주고, 관계를 청산하고자 찾아왔다.

이런 돌발변수를 만날 줄은 몰랐다.

한량신의 미션 탓에 내가 먹을 순 없다.

또한 처녀 경험은 처음이었고, 가난한 처지를 이용한 불편한 마음에 편의를 봐줬으나, 수상쩍도록 과했나 싶다.

어쩔까 싶었다가, 아이디어 전구가 번쩍한다.

“아, 돈이 안 되면 선물은 괜찮지?”

“네?”

채선우의 물음에 신사랑은 귀엽게 눈을 깜빡거렸다.

*

그대로 백화점으로 들어갔다.

스포츠카는 지하주차장에 주차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자 중앙 홀의 넓은 천장이 우리를 반긴다.

점심시간에 평일이라 한적한 타임이다.

“와아….”

신사랑은 들어오자마자 감탄과 동시에, 넓은 공간에 벗어나지 않도록 채선우의 옷자락을 꽉 쥐었다.

시골에서 갓 상경한 소녀처럼 천장에 샹들리에를 축으로 빙그르르 쭉 둘러봤다.

고급스럽고 세련된 장소에, 눈동자에 별똥별을 옮겨놓은 듯 매료된다.

감출 수 없는 촌스러운 환희.

감탄사 연발에 옆에서 물을 수밖에 없다.

“백화점 처음이야?”

“예!? 다, 당연히 알죠! ………개념정도는. 지나가다 많이 보긴 했는데, 실제로 온 적은 처음이네요….”

여름철 피서로 좋다기에 가끔 에어컨을 쐬러 가볼까 싶었지만 거리가 멀어서 교통비가 많이 들었다.

때문에 차선으로 도서관이나 은행 같은 차선을 택했는데, 이건 비참한 기분이 들기 싫은 이유도 있다.

다른 또래들은 즐겁게 쇼핑하고 노는데, 정작 본인은 문제집을 푼다던가, 아무것도 안 하고 에어컨만 쐰다니 처량하기 그지없다.

집안이 가난해 써내려간 안타까운 역사 중에 하나다.

“흐음.”

채선우는 대충 지뢰다 싶어서 캐묻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장작 하나를 던져 넣었다.

“오늘은 원하는 만큼 어울려줄 거니까 마음껏 둘러보자. 중간에 갖고 싶은 건 언제든 말해.”

“마음껏…!”

신사랑은 주먹을 꽉 쥐었다.

사양해야한다.

머리는 그렇게 외쳤으나, 청바지 위에 고사리 손은 쥐락펴락 땀이 배어난다.

여기서 멈춘다는 건, 자유이용권 티켓을 끊은 아이에게 놀이기구 타지 못하게 막는 수준의 고문이다.

20년 인생, 순박하고 소박하게 살아온 신사랑에겐 억제된 욕망이라는 것이 있다.

함께 대학교를 빠져나올 때부터 불씨가 붙었다.

“저기… 그럼 조금만 둘러보는 정도로….”

“사도 상관 없대도. 뭐, 일단 위에서부터 천천히 둘러볼까?”

“네!”

혈이 눌린 듯, 욕망이 깨어난 신사랑이 앞장서서 채선우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처음 돌아보는 백화점은 그녀에게 테마파크 그 자체였다.

우리나라에 몇 없다는 유명 카페 사진을 찍고, 각종 과일이 풍성하게 들어간 파르페를 먹어보고, 평소 관심 많았던 곰돌이 봉제 인형을 둘러봤다.

팬터가 그려진 판자 속에 얼굴을 넣었다가 잘 빠지지 않은 채선우 덕에 빵 터지고, 함께 오락코너에서 총으로 좀비를 때려잡고, 평소 읽고 싶었던 교양서적도 두 권 샀다.

물론, 돈은 더치페이.

본인 몫은 착실히 다 냈다.

채선우가 돈을 줘야할 의무가 있다고 설득해도 일절 거부하고 자산이 부담했다.

“고집이 쌔네 사랑이는……”

“오빠야말로 그냥 가지시라니까요!”

“내가 가지면 여러모로 문제가 된대도….”

신사랑의 뚝심 있는 고집은 채선우의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어쨌든 그렇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온다.

여태껏 다 재밌었지만 아직 하이라이트가 남았다.

역시 여성에게 백화점의 꽃은 여성 패션이다.

“되게 예쁘다….”

20대에게 인기가 많은 브랜드 매장.

막 가을의 끝자락인데, 얇은 소재의 검정색 버튼식 원피스가 눈에 들어왔다.

딱 무릎까지 와서 노출이 과하지도 않고, 빵모자까지 세트로 귀엽게 디자인 됐다.

매장을 몇 바퀴 돌았으나 꼭 이 옷에서 멈추게 된다.

곁에서 보던 채선우는 쓴웃음을 짓는다.

어느덧 여성의류 코너에서 한 시간째.

언젠가의 데쟈뷰 같았으나, 동행자가 기뻐 보이니 내색하지 않기로 한다.

그보다 원피스를 갖고 싶다는 티가 팍팍 나서 바람을 잡아준다.

“마음에 드는 것 같은데, 큰 맘 먹고 하나 사보면 어때?”

“예? 아니… 그게 가격이 말이 안 돼서…….”

태그에 걸려진 760,000.

보통 의류보단 곱절 비싸긴 하지만, 채선우는 내심 싼 편이라 생각했다.

이선화의 쇼핑을 도와서 아는데, 백화점에 유명 브랜드 치고는 싸게 나온 가격이었다.

사주고 싶었지만 고집 센 신사랑에게 그런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는 걸, 채선우는 깨우쳤다.

“그럼 입어보기만 해. 시착은 공짜니까 시착이라도 한 번 해봐.”

“……그럴까요?”

고가에 브레이크를 걸고 싶어도 마음에 쏙 든다.

안 그래도 옷장이 허전한데, 이거 하나라도 있으면 근사해질 것 같다.

그렇게 신사랑은 직원의 도움을 받아 탈의실로 향했고, 채선우는 돌아오는 직원을 불러 세운다.

“저기요~”

“네?”

“부탁이 하나 있는데……”

이 틈에 행동개시.

직원에게 말을 걸어 한 가지를 부탁했다.

잠시 뒤, 탈의실에서 신사랑이 나온다.

“……어때요?”

수줍게 새옷으로 갈아입은 신사랑.

머리에 빵모자와 밑에 슬림한 버튼식 원피스. 볼륨감 있는 가슴 덕분에 더욱 라인이 돋보인다.

채선우는 보자마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야~ 딱 사랑이 옷이었네. 이거 안 사면 옷이 서운하겠다.”

“비, 비행기 태우지 마요….”

“진심인데 뭐 어때.”

당연히 진심이었다.

신사랑은 비주얼부터 먹어준다.

신장이 작아 귀요미 스타일이다 뿐이지 비율과 옷맵시가 충분히 받쳐줘서 웬만한 옷은 소화해낸다.

옆에서 직원 또한 거든다.

“네, 손님 무척 잘 어울리세요. 인형 같아요.”

“그, 그런가요?”

함께 나서서 칭찬해주자 쑥스러운 듯이 양손을 공손히 모은다.

“좋아, 잘 어울리니까 그대로 나가자.”

“네? 가려면 갈아입고 가야죠. 입어봤으니 갈아입고 올게요.”

“아니, 기다려봐. 그게… 내가 잘못 알았나봐. 여기선 시착이 안 되고, 입으면 꼭 사야한다고 그러네?”

“예?! 그런 게 어딨어요…?”

“여기에선 있나봐. 그쵸, 직원님?”

“네, 방금 그렇게 바뀌었답니다. 호호.”

“후,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사랑이가 안 받던 돈으로 긁었어. 괜찮지?”

마지못해 어쩔 수 없이 그랬다는 말투로 덧붙이는 채선우.

딱 봐도 삼류연극이었다.

집으면 사야한다니, 옷 쌓아두고 파는 도떼기시장도 아니고 그럴 리가 없다.

직원과 미리 입을 맞춘 티가 났다.

마음에 드는 게 빤히 보이는데 받지를 않으니 수를 쓴 거다.

“…….”

그리고 이 수는 먹혀든다.

연극까지 꾸미니 꼼짝할 수 없었다.

이렇게까지 정성을 들였는데 또 떼쓰고 거절했다간 상대를 무안하게 만들 뿐이다.

사양하면 오히려 실례가 되는 행동이다.

게다가 입어보니 마음에 쏙 들었다.

처음 느끼는 고급스러운 옷의 감촉, 사이즈까지 꼭 맞다.

입 벌리고 떠먹여주니 더는 자신을 속이기도 힘들다.

어쩔 수 없이 못 이기는 척, 이대로 채선우의 시나리오에 넘어가기로 한다.

“알겠어요…. 그럼 벗어둔 옷 좀 가지고 올게요, 오빠.”

“오케이, 그럼 매장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아, 그럼 담을 쇼핑백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채선우는 잠깐 나가있고, 직원과 신사랑이 함께 탈의실을 향한다.

이윽고 둘이 남았을 때, 옷을 담아주던 직원이 속삭인다.

“후후, 센스있는 남자친구 분을 두셨네요.”

“네? ……나, 남자친구 아니에요….”

“그래요? 두 분 무척 잘 어울리시던데. 센스도 있으시고, 잘 챙겨주시니 누구한테 뺏기기 싫으시면 얼른 잡으셔야겠네요. 호호.”

“……♥”

그저 영업용 립서비스.

순둥이 신사랑도 그 정도는 간파했지만 몹시 설렜다.

남자친구란 단어에 콩닥거린다.

여태껏 이 단어에 로망을 갖거나 가슴을 울린 적은 없었다.

이 애틋한 감정은 전혀 느껴본 적 없었다. 짧은 시간에 이런 작은 이벤트까지 준비해서 소녀의 감성을 흔들어두니 마음이 일렁인다.

감정에 동요가 생길 수밖에 없다.

대학교 선배 강태준이랑 정반대다.

넘어갈 때까지 도끼로 수없이 찍으며 못살게 구는 게 아니라, 따스한 햇살이 나무 전체에 내리쬐듯, 자신에게 아낌없이 영양분을 공급해준다.

그렇기에 원하든, 원치 않든 호감의 열매가 맺혀진다.

자신의 학자금 문제를 해결해주고, 선물명목으로 처음으로 백화점을 데려와줬고, 온종일 어울려줬다.

거기에 우연이긴하나 학교에 차로 달려와 위기에서 구출까지 해줬다.

여태껏 자신의 외모에 반한 남성은 많지만, 자신의 입장을 고려해 이토록 꼼꼼하고 친절하게 다가와준 남자는 처음이다.

좋은 오빠라는 감정은 확정적이었으나, 벌써 그 이상을 넘어간 것 같다.

친절한 직원의 도움으로 쇼핑백에 오늘 입었던 옷을 담고 나온다.

미안하니 선우 오빠에겐 쇼핑은 이쯤하면 되겠다 전하고, 다시 차로 돌아온다.

“자, 그럼 집으로 데려다줄까? 아, 오늘 알바 있어?”

“오늘은 없어요….”

“오케이, 그럼 집으로!”

“오, 오빠!”

목적지가 집으로 확정되기 전에 서둘러 막는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운을 띄운다.

전하고 싶은 말은 많고, 머리가 뒤죽박죽이지만 즉석에서 저지른다.

“도도돈 말인데요!”

“아 응. 이제 받을 마음이 생겼어?”

“그게…… 돈을 안 받는 대신 오빠랑 만나면 어떨까요?”

“나를 만나다니?”

“그러니까 그 돈은 오빠가 가지시고 대신 저랑 만나는 거예요…. 그러면 괜찮지 않을까요…?”

“…뭐가 괜찮은 거야? 그거 원조교제잖아. 그것도 앞뒤가 역전됐네. 사랑이가 나를 돈 주고 만나니 좀 이상하지 않아…?”

“…….”

풀어쓰면 그렇게 된다.

어떻게든 시간을 벌기 위해, 혼란스러운 머리에서 튀어나온 임기응변이라 엉터리 제안이었다.

부실한 논리였지만 이 만남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서다.

이대로 집으로 가면 채선우와 다신 만날 일이 없을 것만 같았다.

이제 막 소녀의 가슴에서 호감의 씨앗이 피어났는데, 그건 싫었다.

다시 머리를 골똘이 굴리는 이때, 채선우가 박수를 짝! 친다.

“아! 그럼 이건 어때? 이 돈으로 같이 노는 거야.”

“같이 놀아요?”

“서로 안 받으려니 공동으로 쓰자는 거지. 만날 때마다 우리 둘의 유흥자금으로. 어때?”

“유흥자금…!”

신사랑은 딱 적절하다 싶어서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채무관계는 원하지 않고, 오늘 함께 하는 일과는 즐거웠다.

이게 이어진다면 하루하루가 너무 벅찰 거다.

무엇보다 이로써 계속 만날 구실이 생겨났다.

“좋아, 그럼 그렇게 하기로 하자고.”

“그, 그리고 또!”

“또?”

다시 자동차 시동을 걸려다 멈춘다.

멀뚱히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채선우.

계속 만날 수 있는 오작교를 놨으나, 직원이 바람을 불어넣은 후부터 마음에 불이 붙었다.

이대로 집으로 가기가 싫다.

그렇기에 치약 짜내듯 용기를 짜낸다.

“저… 남자에 대해 잘 모르니까… 오빠가 오늘부터 알려주면 안 될까요…? 당연히 이건 돈을 받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저번에 해보니 경험이 많이 부족한 것 같으니까… 그러니……”

애기 옹알이 수준.

더군다나 횡설수설했다.

하지만 채선우가 교제하는 사람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정식적인 교제를 원하는지도 모르겠다.

기묘한 만남으로 이뤄졌고, 사귀는 사이는 아니니 이런 식으로 이끌어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채선우는 금세 분위기를 읽었다.

쓰담쓰담♥

어렵게 고백한 사랑이의, 간신히 목을 덮는 귀여운 단발머리를 쓰다듬어준다.

부드럽게 결대로 쓸어준다.

처음 당해보는 행위에 털이 곤두서는 느낌이다.

마음에 있는 남자에게 쓰다듬 받으면 이런 기분이구나, 몹시 좋았다.

“정말 나랑 만나도 괜찮겠어?”

“네! …아니, 오빠가 아니면 싫을 것 같아요…♥”

“음… 좋아, 사랑이가 남자에 알 수 있도록 이것저것 알려줄게.”

“오빠…♥”

귀여운 공주님을 짐승이 덮치듯, 다가온다.

둘의 신장차이는 대략 한 뼘 반이 났다.

신사랑은 다가오는 듬직한 어깨와 입술을 마다하지 않는다.

“쪽… 하웁… 후움…♥”

차에서 나누는 가벼운 키스.

온몸이 짜릿하고 달콤한 감촉이 첫키스인가 싶었다.

그러나 따져보면 첫키스는 방송에서 진작 끝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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