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화 > 61. 오빠, 정말 받아도 돼요?
○○○뱅크 신사랑님의 잔고
82,499,574
알바 중에 자꾸 꺼내보게 된다.
인터넷 뱅킹에 찍힌 어마어마한 액수.
20대 사회초년생의 통장잔고 치고는 엄청났다.
설렘 가득한 동시에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
신사랑은 학비를 위해 방송에서 처녀를 팔았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많은 금액이 벌릴 줄은 상상도 못했다.
많으면 1000만원, 못해도 500만원을 기대했다.
헌데 성관계 한 번으로 8000만원에 가까운 거액이 들어왔으니, 세상 물정 모르는 새내기에겐 큰 충격이었다.
2~300만원에서 줄어들면 줄어들었지 평생 쌓이지 않던 통장에 찾아온 대풍년.
이만하면 졸업까지 알바 신경 안 쓰고 학업에 집중할 수 있는 고액이다.
그러나 습관적으로 알바는 나오고 있다.
아직 얼떨떨한, 씁쓸한 뒷맛 때문이다.
아직도 긴가민가하다.
이게 꿈인지, 나중에 덜미가 걸리는 고묘한 사기인지.
왜냐하면 조건이 이상하치만큼 좋았다.
거래를 제안한 채선우는 학비자금을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기꺼이 자신의 몫까지 다 양보했다.
7:3으로 나누기로 했으니 약 2500만원이라는 자신의 커미션을 몽땅 포기했다.
지나치게 신사랑에게 관대했다.
의심이 될 만큼.
“으휴….”
머리가 터질듯 복잡해지자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은 돈이 들어왔으니 된 문제인데, 단순 호의라는 한마디로 정리되기에는 그녀의 총명한 머리가 납득하지 않는다.
뛰어났기에 자꾸만 의심이 갔다.
추리와 망상의 날개를 펼치게 된다.
딸랑!
“어, 어서 오세요! …흐앗?!”
“……?”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하하….”
들어온 손님의 경찰제복에 지레 겁을 먹는다.
경찰관은 알바생 신사랑을 이상한 눈초리로 힐끗 쳐다보곤 같이 온 동료와 함께 안쪽 음료코너로 들어갔다.
“그런데 방금 말한 그거, 정말이야?”
“그렇다니까. 웬 젊은 놈이 벤○ 타고 쌔끈한 여자랑 안에서 땀 줄줄 흘리고 있었어.”
“와 진짜 준네 부럽네….”
뭐라 떠드는 순경들.
안 보일만큼 코너 안속으로 들어가자 가슴을 쓸어내리는 신사랑.
“휴우….”
이러다 공개적 성매매로 대뜸 체포되는 건 아닐지,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
*
늘 그렇듯, 알바를 마치고 카페에서 과제를 푼 다음,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잠도 마다하고 엄마가 나를 기다려주고 있었다.
그렇기에 선물을 건네줄 타이밍도 쉽게 잴 수 있었다.
미리 사뒀던 쇼핑백을 내민다.
“자.”
“이건?”
“엄마 속옷. 많이 낡았잖아. 겸사겸사 안에 돈도 좀 넣었어.”
엄마가 한숨을 쉰다.
“이런 짓 하지 말라니까… 생활비 부족할 텐데, 용돈으로 써.”
“나는 괜찮으니까 받아. 알바 사장님이 일 잘한다고 보너스로 주신 돈이야.”
거짓말을 슬쩍 더한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신사랑의 엄마─ 신아영은 받을 위인이 아니기에 어쩔 수가 없다.
사실 신사랑은 통장에 학자금을 제외하고 살림에 보태고자 엄마에게 모조리 드리고 싶었으나, 이 거액을 해명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몸을 팔았다고 고백하면 십중팔구 남자에게 상처를 많이 받았던 엄마가 울어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조금씩 보탬을 주기로 했다.
선물과 함께 10만원을 드리는 형식으로는 한세월이지만 일단 작게나마 실천해나가기로 한다.
“나 방에 들어간다? 어차피 태그 다 떼놔서 환불 안 되니까 반품하지 마.”
“정말…”
엄마에게 억지로 선물을 떠넘긴 다음에는 작은 방안으로 들어온다.
이어서 책상에 앉아 카톡을 확인해본다.
아직 돌아오는 소식이 없다.
채선우 「전해줄 게 있으니까 나중에 또 시간 나면 만나자」
또 만나자고 했으면서 사흘째 감감무소식.
실은 일을 받아드리기 전에 ‘나중에 찍힌 영상을 빌미로 협박하는 게 아닐까?’ 크게 염려했는데 괜한 고민이었다.
반대로 쿨하게 나와서 문제다.
답답한 마음에 도리어 이쪽이 연락을 기다리게 된다.
채선우, 예측불허한 인물이다.
“금사자TV라고 했지…?”
그러니 직접 찾아본다.
신사랑이 채선우에 대해 아는 점이라곤 편의점 알바를 한 선배라는 것과 대학교 휴학 중, 지금은 사자탈을 쓰고 야한 방송을 한다는 것 정도.
한정된 정보를 갱신시키기 위해 그의 채널로 쳐들어간다.
휴대폰으로 뻥튀기TV앱을 다운받은 후, 검색한다.
아무 프로필도 없는 채널이 나타나자 클릭하고 다시보기 영상을 하나 틀어서 본다.
영상은 프리미엄 가격으로 꽤 비쌌으나, 수중에 돈이 넉넉했기에 거칠 것 없었다.
『하아아아아앙♥ 이거 굉장해엣!』
“으아아아앗?!”
닌자처럼 민첩하게 소리를 축소시켰다.
그러나 작은 집이 들썩거릴 고성방가였기에 엄마가 다급하게 방문을 노크한다.
“저, 저기… 무슨 일 있니?!”
“아… 아무것도 아니야! 인강 들으려 했는데 이상한 사이트가 링크됐네?!”
“그것 뿐이야?”
“당연하지! …뭐, 뭐가 더 있겠어?”
“……그래 열심히 하렴….”
어떻게든 필사적인 변명을 더해 엄마를 물린다.
묘한 오해를 산 것 같지만, 나가서 주절주절 변명하면 더 수상쩍어 보일 거다.
다시 잠잠해지자 가슴께를 잡고 쓸어내린 뒤, 신사랑은 슬쩍 이어폰 잭을 꼽았다.
5분 즈음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몰입해서 들여다보니 그곳은 신세계였다.
“말도 안 돼….”
여자와 사자탈을 쓴 남자의 거친 뒤섞임.
흔히 야동이라 칭하지만 신사랑에겐 과격한 스포츠를 보는 것 같았다.
실제로 웬만한 야동보다 자극적이다.
가면을 쓴 남자… 채선우는 함께하는 여성을 자유자재로 다뤘다.
음란한 말을 섞어가며 조련하듯이 여성과 열정적인 성교를 했다.
‘여자가 저렇게 적극적으로 해…?’
더욱 놀라운 포인트는 여성의 무브먼트.
점입가경에 접어들자 여성은 금사자 위에서 스스로 허리를 흔들었다.
본인은 넣기만 해도 아팠는데 모자이크 여자는 거기에 올라탔다.
춤을 추듯 골반을 움직이며 손은 머리 뒤로 넘겼다. 마치 복종의 자세처럼.
『하앙! 죠아! 큰 물건 너무 좋아♥』
귓가 시종일관 울리는 여성의 교성.
성지식이 얕은 신사랑에게 여성이 저런 물건에서 움직인다는 것조차 충격적인데, 어느 시점이 되니 여성이 행복한 신음을 멈추지 않는다.
얼굴이 모자이크라 자세히 안 보여도 시종일관 웃는 것처럼 보였다.
슥…♥ 스윽♥
책상 아래, 집에 와서 갈아입은 돌핀팬츠를 비비적댄다.
뇌리에 강렬하게 새겨지는 살색 동영상에 공명하듯, 소프트하게 자위할 때처럼 허벅지를 비볐다.
‘너무 달라….’
영상 속, 채선우가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자신과 할 때와 차원이 달랐다.
그땐 채선우가 하나하나 어미새처럼 챙겨주고 부드럽게 이끌어줬지만, 이건 그야말로 섹스.
짐승들의 폭력적인 섹스의 현장이다.
양이 지나치게 많아서 이 뒤는 빨리감기로 보니, 남녀가 계속 체위를 바꾸면서 했다.
형용이 안 되는 정력으로 영상을 롱테이크로 3시간이나 채웠다.
‘……더 모르겠어.’
다 보고 나자, 신사랑의 똑단발 정수리에서 자그마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여자를 거칠게 다루면서 엄청난 크기의 성기와 정력을 가진 남자.
그러면서도 나에겐 부드러운 첫경험을 선사하려던 남자.
더욱 미스터리로 남는다.
‘그래도… 나쁜 사람은 아닌 건 맞겠네.’
어쨌든 채선우가 사기꾼은 아닌 건 맞다.
사실 일전에 채선우와 첫경험을 나눌 때, 신사랑은 영상의 여자만큼 쾌락을 느끼진 않았다.
몸에서 스멀스멀 무언가 신호가 오는 선에서 멈췄다.
아슬아슬 올라오는 찰나 끝났다.
하지만 이 선이 딱 적당했다.
첫경험이라 한 번만 했는데도 그곳이 무척이나 쓸렸다.
처음 해보는 자세와 지나치게 큰 남근 탓에 둔부와 허벅지 안쪽이 당겼다.
그 날은 근육통이 온 것처럼 온종일 몸이 욱신거렸다.
영상처럼 했더라면 학교를 하루 쉬었어야 할지도 모른다.
되돌려보니 최대한 마찰을 줄이려고 바닥에 실크까지 깔아줬던 기억이 남는다.
밑에 피도 닦아주고 최대한 느린 템포에 맞춰줬다.
정리하자면, 성을 파는 자리였으나 나름 상대를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임했다는 거다.
그렇기에 친절하고 배려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에는 납득했다.
‘후…… 일단 잘까….’
자극적인 영상 탓에 바로 잠들진 못하겠지만, 내일 아침 강의가 있으니 자정이 되기 전에 눕기로 한다.
책상에서 일어나는 찰나, 스마트폰 대기화면이 반짝거린다.
채선우 「사랑아 자니?」
채선우 「오늘 결산이 나왔어」
채선우 「K대였지? 전할 말이랑 줄 게 있으니 점심쯤에 찾아갈게」
***
“오, 사랑아! 오늘은 시간 비어?”
수업을 마치고 강의실을 빠져나오는 찰나, 키가 큰 남성이 말을 걸어왔다.
“아, 태준이 오빠….”
속으로 한탄한다.
걸리고 싶지 않았는데 또 걸리고 말았다.
거머리보다 끈질긴 그의 끈기가 참으로 지긋지긋하다.
강태준.
시원한 외모와 함께 키가 좀 크다.
사근사근한 말투와 외모 덕에 인기가 많지만 신사랑은 딱히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도리어 짜증이 난다.
아무런 악감정이 없었는데 지나친 치근덕거림에 질려버린 케이스다.
“죄송해요…. 약속이 있어서 그만 갈게요.”
“응? 무슨 약속?”
“아는 오빠를 만나기로 해서요.”
“에이, 그러면서 또 나 떼어내려고 하지?”
“아, 아니에요! …오늘은 진짜 약속이 있어요.”
“그래? 그럼 내가 약속장소까지 데려다줄게.”
“그러실 필요는 없는데….”
“자자, 사양하지 마. 같이 걸을까?”
얕은 거짓말로 여기는지 철거머리처럼 졸졸졸 옆에서 따라온다.
실제로 너무 지나쳐서 몇 번 블러핑을 써먹었더니 이젠 신사랑의 의견 따윈 아예 무시해버린다.
그러나 이건 강태준의 일방적인 태도 탓이 크다.
상대가 뻔히 거절하는 의사를 알고 있음에도 지긋지긋하게 들러붙는 껌딱지.
남의 말을 듣지 않는 막무가내라 만인에게 친절한 신사랑마저 질려버린 남자다.
“저기저기, 사랑이는 종강하면 겨울에 놀러갈 계획 있어?”
“아뇨, 알바할 계획 외에는 딱히……”
“잘됐네. 그럼 선배들이랑 같이 2박 3일로 스키 타러 갈래? 여자애들도 많고, 딱 한 자리가 비어서 사랑이만 오면 돼.”
“죄송해요. 놀러다닐 돈이 없어요.”
“에이~ 사랑이 주머니 사정은 다 알고 있지. 올해는 오빠가 특별히 쏴줄 테니까, 어때?”
본인 기준 상큼한, 신사랑 기준 느끼한 윙크.
“그런 빚을 질 수는……”
“나참, 선배로써 후배 챙기는 것뿐이니까 부담 갖지 말고─”
“야!”
얇은 목소리에 바닥을 향하는 고개를 든다.
눈가가 찌푸려진다.
설상가상 엎친 데 덮친 격, 더 최악을 만났다.
어떻게든 속보이는 권유를 뿌리치며 강의실 건물을 빠져나왔는데, 바깥에 지옥의 간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김혜미, 박수영.
강태준과 마찬가지로 학년 선배님들인데, 둘 다 강태준에게 관심이 많다.
아닌 척 굴어도 그런 태도가 누가봐도 드러난다.
음지의 소문에 의하면 둘 다 친구 이상 연인 미만 관계라고도 한다.
“너 또 태준이한테 치근덕대고 있어?”
“진짜 적당히 좀 해라. 꼴 같지도 않은 여우짓 열 뻗치거든?”
“아니 저는─”
“야야, 그만해. 내가 권유하고 있던 거야. 이참에 친해지자고 스키장 같이 갈 건지 물어보고 있었어.”
박수치며 어느 나라 왕자님처럼 끼어드는 강태준.
“엥?! 재를 왜 데려와?”
“맞아. 오면 사사건건 돈 빌려달라고 구걸할 거 아니야?”
“선배~ 커피 살 돈이 없어요오~ 선배~ 저녁 낼 돈이 없어요오오~ 기분 잡치기 딱이네.”
둘은 미리 짠 듯이 쿵짝을 맞춰서 디스했다.
전혀 닮지도 않은 성대모사까지 더한다.
뿌극…!
신사랑은 이를 물며 내지를 곳 없는 주먹을 꽉 쥔다.
김혜미와 박수영.
둘은 신사랑 집이 가난하다는 사실을 알고 얕잡아 본다.
그게 몹시 화가 난다.
강태준을 사이에 두고 멋대로의 치정싸움 드라마를 걸어오는 것도 지치는데, 대놓고 집안을 무시한다.
둘 다 그렇게까지 잘난 집안 태생도 아닌데 말이다.
아직까지 두 사람 입에서 신사랑의 편부모 욕이 안 나온 게 신기할 정도다.
애매하게 선을 지킨다.
“자자, 그만해. 다들 친해지면 좋잖아.”
능글맞게 중간에 서서 중재하는 강태준.
사실 신사랑에겐 여선배 둘보다 가식적인 강태준이 최악이다.
강태준은 이 둘을 고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여선배 둘을 자신을 몰아세우는 악녀로 만들어, 슬쩍 자신에게 기대게 유도하고 있다.
겉치레로 감싸주는 척을 하지만, 언제나 앞에 두 년이 할 말은 다 하게 내버려 둔다.
셋을 경쟁에 붙이면서 결국에 자신에게 마음이 기울게끔 유도한다.
인간의 탈을 쓴 짐승.
졸렬함의 극치다.
지옥 같은 이 공간을 빠져나가고 싶은데, 선배들에게 완전히 찍혀버릴까 참을 수밖에 없다.
강태준은 군대도 다녀온 복학생이라 휴학 외에는 피할 방도가 없다.
질끈 문 입술에서 답답한 신사랑의 심정을 알 수 있다.
빠앙♪
“오, 찾았다. 사랑아~”
이때, 누군가 짧게 차의 크락션을 울리며 이목을 당겼다.
고개를 돌려보니 캠퍼스 계단 아래, 차로 갓길에 임시로 주차한 스포츠카가 보인다.
번쩍번쩍한 직사광선에 빛나는 차 안에 채선우가 있다.
해맑게 고가의 시계를 찬 손을 흔들고 있었다.
“…선우 오빠?”
“어, 어? ………오빠?”
신사랑이 상대를 이름으로 부르자 옆에 강태준이 움찔, 떤다.
“아~ 미안. 명문대는 처음이라 구경하느라 늦었어.
그래도 우연히 찾긴 찾아서 다행이다. 지금 바빠?”
“아뇨 바쁘지는……”
“그럼 잘 됐네. 어서 타. 단둘이 할 이야이가 있거든.”
부름에 신사랑은 선배들의 눈치를 봤다.
부티나는 채선우의 등장에 마치 주변이 석화된 것 같다.
일단 강태준은 채선우의 등장에 몹시 혼란해 한다.
둘이 무슨 관계인지, 파악하듯 “어…? 오빠?”를 반복한다.
부디 친오빠라고 믿고 싶겠지만 사랑이는 집안이 가난했기에 저런 스포츠카를 탄 오빠는 상식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여선배 둘 또한 마찬가지다.
뜬금없이 고가의 스포츠카를 탄 남성이 나타나자, 신사랑을 깔보고 괄시하던 패악질을 멈췄다.
친근하게 이름까지 불러주니, 신분이 달라진 신데렐라를 바라보는 계모의 눈초리 같았다.
당황해서 어항 속 금붕어처럼 눈을 꿈뻑댄다.
신사랑은 슬금슬금 계단을 내려와 스포츠카 옆자리에 탔다.
차에 대해선 일자무식이나, 이건 너무나 유명한 포르○제품이었다.
스포츠카라 내부가 몹시 화려하다.
“저기 계단에 서있는 사람들은 선배님들이야?”
“네에….”
“죄송합니다, 사랑이 좀 빌려갈게요~”
“““…….”””
채선우는 그 말을 남기고 액셀을 밟았다.
다만 RPM올라가는 소리만 요란하지, 속도는 빠르지 않게 안전운전하며 빠져나갔다.
신사랑은 그 옆에 앉아서 양손을 꼭 모았다.
왠지 가슴이 뛰었다.
채선우가 전과 다른 스포츠카를 탔는지 의문을 제쳐두고, 이 모든 과정을 지나오면서 묘한 욕망이 자신을 사로잡혔다.
시공일관 성가시게 굴던 강태준이 넋이 나간 K.O녹다운 얼굴이 됐고, 그를 따르는 여성들은 한마디도 못한 채, 숨을 삼켰다.
자신이 뭘 한 것도 아닌데, 비싼 차와 함께 등장한 채선우 덕에 묘한 우월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사이드미러로 뒤에 남겨진 이들을 본다.
아직 그 자리에서 병찐 얼굴로 떠나가는 우리를 끝까지 쳐다본다.
두근두근
신사랑이 생에 처음 느낀 신데렐라급 반전 희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