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화 > 54. 가난한 편의점 알바생 신사랑(20세/처녀임) *진짜 처녀
오랜만에 핸드폰 어플을 이것저것 살펴본다.
“이거, 살 기능들이 많네….”
이사를 한 가장 큰 이유는 이것이다.
[함께 즐겨요!] 어플의 업그레이드 기능.
[함께 즐겨요!]에는 아주 유용하게 쓰고 있는 [안면 모자이크] 외에도 구입할 수 있는 부가적인 기능이 많았다.
그 중, 고가에 구입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보자마자 탐났으나, 비싸서 참아왔던 기능이다.
[프라이빗 금사자TV]
*본 기능은 공개적 방송이 아닌, VIP들을 위한 비밀 채널입니다.
*프라이빗 기능을 이용해 방송을 시작하면 앱에서 자동적으로 고급 콘텐츠를 소비해 줄 수 있는 VIP들을 선출해 초대장을 보냅니다.
*여기서 나온 모든 고급영상은 NFT파일로 보관되며, 철저하게 저작권이 귀속돼, 전부 고가에 거래할 수 있습니다.
*(주의) 처음 사용해 보신다면 넓은 공간, 그리고 침대 앞에서 사용해주시길 바랍니다.
살짝 복잡하지만 한 줄 요약하자면 이렇다.
어두운 음지에서 운영되는 VIP채널.
언급되는 NFT파일이 뭔지 조사해보니 원본의 저작권이 보증되는 파일이다.
따라서 이 원본영상을 복제를 해서 팔면, 사이버 세상에 품질이 인정되는… 아무튼 내 머리로는 잘 이해 안 가지만 인터넷판 품질보증서다.
내가, 나만의 명품 AV영상을 찍어 판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프라이빗 금사자TV]기능의 구입가격은 무려 5000만원.
여태껏 모아온 돈이 1억 정도다.
그런데 이사와 보증금을 내느라 3000만원이 나갔고, 이걸 산다면 다시 한 번 잔고가 비게 된다.
그러나 여태껏 돈을 투자해서 손해 본 적이 없었다.
다른 콘텐츠를 준비하는 것도 좋다는 한정아 매니저의 조언도 있었으니 길거리 헌팅이 아닌, 다른 땅굴도 파두면 좋지 않을까 싶다.
거기에 영상을 명품처럼 판매한다니, 든든한 보험 같이 돈이 들어오지 않을까라는 흑심 또한 부정하지 않겠다.
과감하게 구입을 결정한다.
돈이 조금 남기에 은근히 감초 같은, 다른 자잘한 기능들도 함께 구매했다.
헌팅 중 상대의 감정을 색으로 표현해주는 [인사이드아웃](700만원), 타겟 근방에 있는 CCTV와 핸드폰 등을 해킹하게 만들 수 있는 [와치독스](800만원) 등.
다들 유용해 보이니 나중에 써먹어봐야겠다.
○○○뱅크 잔고 7,741,000
폭풍쇼핑을 마치고 보니 다시 지갑이 홀쭉해졌다.
1억이 넘게 있던 잔고가 0을 두 개나 떼고 다이어트를 마쳤다.
뭐, 비었으면 다시 채우면 되지.
허나 여유가 있다.
방송이 워낙 흥하고 있으니 이젠 잔고가 비어도 “이 정도쯤이야”하며 넘긴다.
“아, 먼저 실험부터 해봐야겠다.”
기왕 구매했으니 [프라이빗 금사자TV]를 한 번 써본다.
사용하면 또 무언가 나오는지, 마지막 주의 문구를 보면 넓은 공간에서 사용하라 일렀다.
그 충고를 받아 단독주택으로 이사 왔고, 가장 넓은 거실에 떡하니 침대를 놔뒀다.
“좋아, 그럼 시작.”
실험용으로 [프라이빗 금사자TV]를 가동시킨다.
펑!
“!?”
누르자마자 휴대폰 연기가 나왔다.
흡사 연막탄을 터친 것 같은, 거실에 짙은 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오른다.
그리고 점차 안개가 걷혀가자, 끝에 산신령이라도 나오나 싶었는데… 그보다 더 엄청난 것이 나온다.
딱 봐도 고가로 보이는 다양한 방송장비들.
공중파 방송국에서 쓸 최첨단 방송장비들이 도합 6개나 나온다.
묵직한 스타일의 메인 카메라에, 밑에 바퀴가 달린 고화질 4K카메라 3대, 더욱 생생한 음성을 녹음할 음향장비, 위에서 아래를 찍는 소형 지미집까지.
전부 버튼 하나를 누르자마자 튀어나온다.
점점 더 실현 불가능한 기술만 보여주는구만….
부들부들 전율한다.
이제는 진짜 이 시스템을 주신 한량신이 존재한다고 믿을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에 알림과 함께 설명이 추가돼 읽어본다.
[-알림-]
[프라이빗 금사자TV]를 구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특전으로 방송 촬영용 최첨단 장비들이 지급됐습니다. 유용하게 사용해주길 바랍니다.
*각종 장비를 위치에 걸맞게 설치만 마치면 최첨단 방송장비들이 자동적으로 촬영을 시작합니다.
*자동적으로 AV촬영 그 이상의 역동적인 촬영이 가능합니다.
*[프라이빗 금사자TV]로 촬영을 시작하면 출입이 통제돼, 그 누구도 촬영 공간 안에 들어오지 못합니다.
“와, 이젠 대신 촬영까지 해준다고?”
혹시나 해서 카메라 앞에서 움직여보니 목이 따라온다.
내가 왼쪽으로 가면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가면 오른쪽으로.
모션을 감지하는 자동센서가 달렸는지, 알아서 따라온다.
이젠 많은 카메라가 다양한 각도에서 나를 비춰준다.
이래서야 찍을 때 퀄리티가 좋아질 수밖에 없다.
그나저나 아무도 들어오지 못한다는 건 뭐지?
마지막 줄에 적혀있는 출입이 통제된다는 설명.
왜 있는 건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촬영을 수월하게끔 만들어둔 것 같다.
“좋아, 그럼 이 영광스러운 방송에 첫 게스트는 누가 좋을까나~?”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연락철르 둘러본다.
처음 떠오르는 건 이미 야방 경험이 있는 하연수, 다음으론 소유나였다.
언더 아이돌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는 소유나는 난이도가 있겠지만, 매니저 한정아를 잘 꼬드긴다면 넘어올 수 있을 거다.
어느 귀여운 섹파를 고를까 행복한 고민에 빠진 사이, 휴대폰이 까톡! 울린다.
마침 하연수가 연락을 줬나 싶었지만, 전혀 의외의 인물이다.
편의점 사장님 「선우야, 지금 도와줄 수 있니?」
전에 일하던 편의점 사장님이다.
읽었다는 표시를 기다렸는지 줄줄이 달린다.
편의점 사장님 「내가 다른 볼일 있어서 급하거든」
편의점 사장님 「지금 매장에 신입 알바가 있는데, 다른 알바가 무단으로 잠수타서 교육시켜줄 사람이 없어」
아니 그럴 시간 없는데요….
큰 돈줄이 될 수 있는 방송 촬영을 구상중인데, 편의점 알바라니.
「저 다른 일자리를 구해서요」
「죄송합니다... 사장님」
거절의 의사를 내비쳤으나, 사장님은 끈질겼다.
편의점 사장님 「오늘까지만 어떻게 안 되겠니?」
편의점 사장님 「아무리 그래도 신입 혼자서는 불안하고, 아는 연락처 중에 너만큼 믿을 사람이 없어서 그래...」
편의점 사장님 「오늘은 특별히 시급 2배로 줄게. 응?」
끈질기게 매달리는 사장님.
으… 부탁하는 사장님 얼굴이 떠올라.
반백수 시절은 몰라도, 땜빵 알바는 앞으로 할 시간이 없다.
방송과 여자 탓에 최근에는 운동할 시간도 아까울 정도로 바빠졌다.
그러나 편의점 사장님과는 오래도록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힘들었던 시절, 폐기 도시락을 챙겨주시고 용돈도 주셨다.
언제나 알바 입장에서 챙겨주신 천사표 사장님이다.
시급 2배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지만, 세상에는 의리라는 것이 있다.
「알겠습니다. 지금 갈게요」
「그리고 부담스러우니 그냥 일반시급으로 주세요」
편의점 「고ㅏㅁㅂ다!」
정말 급하셨는지 오타를 그대로 보내신다.
***
“어때, 포스기 사용법은 대충 익혔지?”
“네!”
“솔직히 바코드만 찍으면 다 되고, 세부적인 설정은 웬만해서 건들 필요 없어.”
“네!”
“카드는 손님 들어오면 내가 시범 보여줄 거고, 남은 빈 시간에는 물건 채워 넣거나, 바닥청소 잠깐 하면 돼.”
“네!”
“남은 팁이라면 도시락 폐기는 남으면 가져가도 되고…… 아, 사람 없는 시간에는 휴대폰 마음껏 써. 여긴 사장님이 너그러워서 대부분 봐주시거든.”
“아…… 그건 요령 좀 싸이면 참고할게요. 아하하….”
첫날부터 빠졌다고 보여 지기 싫은지 귀엽게 웃어 보인다.
실제로 귀엽기도 하다.
신사랑.
아직 대학교 1학년 새내기라고 한다.
키가 평균보다 조금 작은 귀요미 스타일.
헤어는 똑단발이다. 앞머리는 눈썹 위까지 덮고, 나머지는 턱 아래까지 덮는 똑단발.
거기에 가슴에는 볼륨감마저 있다.
순진무구 귀엽게 생겨선 가슴은 또 잔뜩 나와 있다.
소유나 만큼은 아니나, 한 단계 아니면 두 단계 아래로 추정된다.
가지런한 치아와 보조개 웃어줄 땐 치유되듯 남정네들 마음 사르르 녹는다.
사장님이 숙고해서 고른 알바생이란 걸 잘 알았다.
일단 외모부터 손님들 끌어 모으게 생겼다.
여기다 알려주면 착착 배울 만큼 영리하고, 일일이 기운차게 대답할 정도로 착실하다.
귀엽고 똑똑하고 착한 스타일. 무엇하나 빠짐없다.
인계를 받을 때 은근슬쩍 “이름에 사랑이 들어간다고 둘이 사랑에 빠지면 안 된다? 하하하”라고 웃으신 이유를 알겠다. ……부디 아재개그는 자제해주셨으면 좋겠다.
뭐, 아마 예전에 나라면 정말 사랑에 빠졌을지 모른다.
함께 알바하면서 아이는 몇 명 낳을지, 첫째 이름은 뭐라고 지을지 상상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요즘은 여자를 수 없이 만났고, 여친이 생긴 덕에 그저 의젓한 선배 포지션을 지킬 수 있었다.
“…….”
“……."
가르쳐줄 건 다 가르쳐주고, 함께 손님맞이하는 시간이 되자 대화가 끊긴다.
어색하게 서있기도 뭐하니, 사수가 나서서 물꼬를 틀어본다.
“그런데 대학은 어디 다니고 있어? 아, 이런 말 하면 실례인가?”
“괜찮아요! 저기 그게… K대학이에요.”
“우와, 명문대잖아?! 그런데 이 동내에선 좀 멀지 않아? 왜 여기서 알바를 해?”
“지하철 몇 번 갈아타야 하지만… 집이 이 근처라 주말에는 더 편하거든요. 아, 오빠는 어디 다니시는데요?”
“명문대 앞에서 말하긴 너무 후져서 그렇네… □□대학교.”
“에이, 거기도 유명하잖아요! 어디보자… 군대 갔다가 복학하셨으면 지금 3학년이세요?”
“아니 지금은 사정상 휴학 중인데, 학교보다 다른 일을 좀─”
삐뽀!
“어서 오세요!”
자동문 알람음과 함께 손님이 들어와서 잡담을 그만둔다.
몸에 밴 습관으로, 반사적으로 인사를 건넨다.
신사랑… 사랑이도 똘똘한 신입답게 바로 일하는 자세를 고쳐 잡는다.
“시발…”
들어와마자 욕하는 손님.
일단 여자다.
한낮에 안 어울리는 가슴이 푹 파인, 화려한 원피스를 입은 20… 30대? 여성.
하이힐에 어깨에 브라끈이 훤히 드러난 것이 어딘가 가벼워 보이는 패션이다.
옆에 사랑이는 신입답게 의욕적으로 똘망똘망 눈을 뜨고 있으나, 나는 위험을 직감해 눈가를 꿈틀거렸다.
일전에 이곳에 일하면서 많은 진상을 상대해본 내 직감이, 위험한 년이라는 신호를 준다.
이 일대에 술집이 많아서 화류계 쪽에서 종사하는 여성이 좀 있다.
거기에 저 알바생을 깔보는 저 가느다란 눈초리는,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먹어 보지 않아도 알 만큼 많이 봐왔다.
“아, 무얼 도와드릴─”
화장 떡칠한 여자는 곧장 계산대로 직행하더니 사랑이에게 만 원짜리를 휙 던졌다.
웃는 사랑이 얼굴에 만원 지폐가 팔랑팔랑 내려온다.
이윽고 화류계 여성은 성질 부리며 이렇게 말했다.
“야, 담배 하나 가져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