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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해서 BJ들과 친해지기!-50화 (50/193)

< 50화 > 50. 순서가 뒤죽박죽이지만 어쨌든 여친님과 생에 첫 데이트!

선화의 취향은 분명하다.

멋지고, 세련되고, 남들이 안 하는 개성 있는 무언가.

매일 변하는 헤어스타일만 봐도 감을 잡을 수 있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긴 백금발의 색을 지키면서 땋거나 웨이브를 줘서 변형시킨다.

오늘도 평소와 비슷한 듯, 조금씩 다르다.

이선화는 언제나 자신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한다.

한마디로 취향이 명확한 동시에 까다롭다.

함께 지내보니 카페에서 차를 마시더라도 인파가 넘쳐나는 프렌차이즈 카페는 싫어한다는 걸 알았고,

오붓하게 바깥 공기를 쐬더라도 되도록 단둘이 걸을 수 있는, 인적 드문 좁은 길가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기에 이런 까다로운 여왕님을 어떻게 만족시켜줄지 고뇌했다.

함께 손 꼭 잡고 다니면서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앞서 실책을 많이 저질러서 다음 코스선정에는 신중을 가했다.

그러나 부족한 사전지식에 결국 능지가 폭발해 선택한 장소는,

“첫 데이트부터 백화점이라?”

뚱한 표정에 끝에 걸리는 갈고리 의문.

옆에서 낮은 목소리가 새어나오자 숨을 삼킨다.

“……시, 싫어?”

“싫은 건 아니지만, 시작부터 코스 선정에 성의가 없어. 실패하지 않으려는 티가 팍팍 나. 고민 끝에 머리 아파서 대충 선정한 느낌?”

점술사인가.

어떻게 이토록 내 심중을 다 파악하고 있지.

그 말 그대로였기에 승복한다.

“면목이 없습니다….”

“흥, 다음에 또 무성의하게 나오면 가만히 안 둬.”

“……네.”

여친의 패기에 바짝 주늑든 나.

선화는 어깨를 내린 나를 힐끗 살피더니,

“…나, 남친이니까 특별히 봐주는 거다?”

“응? 방금 뭐라고?”

“……시끄럽고 움직여! 멍청아!”

“야야!”

팔을 팽팽하게 잡아당기면서 백화점 엘리베이터를 탄다.

우린 꼭대기층부터 느긋하게 둘러보기로 한다.

선화는 백화점에 들어왔을 땐 툴툴거렸지만, 점점 흥을 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평일 오전이라 인파가 적다는 점이 선화의 만족도를 채운 것 같다.

준비는 없었으나, 역시 백화점은 여자와 데이트 장소로 실패하기 어려운 장소다.

가구를 바꿀 때가 됐다면서 고급브랜드 제품들을 이것저것 살펴보고,

디자인이 예쁜 그릇을 보면서 씻기가 어려운 구조라고 깐깐한 평가한 뒤,

새로 생긴 유명 캐릭터 상품샵도 들렀다.

그중, 선화는 유명 갈기 없는 숫사자 인형을 심도 있게 보고 있다.

점수 따낼 찬스라 다가가서 제안한다.

“롸이언이네. 그거 좋아해? 사줄까?”

“아니, 별로야.”

“…? 근데 왜 그렇게 보고 있어?”

“어떻게 얘만 이렇게 인기가 많나 싶어서. 디자인이 그렇게 예쁜 편도 아닌 것 같은데, 여긴 전부 송충이 눈썹 사자 투성이잖아.”

“그게 왜?”

“이상하니까. 내가 깨닫지 못한 이 상품의 매력이 있는 걸까? 싶어서.”

거참 심도 있는 고찰이다….

“그래도 사자인형은 선화랑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이게 나랑 어울린다고…?”

“인형 꼭 안고 있으니 여자애답고, 귀여워서 좋아.”

“…귀엽다고 하지 말랬지?”

“그게 팩트니까 어쩔 수 없지. 그러지 말고, 사진 예쁘게 한 장 찍어줄 테니까 인형 안고 있어봐.”

“야!”

휴대폰을 꺼내자 인형을 방패삼아 얼굴을 막는다.

“야야, 이제 와서 뭐가 부끄럽다고 그래. 데이트에 흔한 추억 남기기인데, 알아보는 사람 없는 틈에 좀 남겨두자.”

“…….”

설득하니 스르륵 인형을 내려놓는다.

이내 발그스름 뺨을 홍조로 물들이며 대꾸한다.

“싫어. 나만 찍으면 불공정하잖아.”

“그럼 어쩌게?”

“사진 찍을 거면, 너도 같이 찍어…♥”

슬쩍 변화구를 줘서 다정한 연인샷을 역제안하는 여친님.

진짜 귀여워 죽겠네.

여친님의 말씀대로 다가가서 셀프 카메라 화면으로 바꾼다.

선화는 다급하게 선글라스를 벗고, 휴대용 파운데이션의 거울로 얼굴을 살핀다.

아무 문제없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내게 붙어서 찰칵! 소리 나게 사진을 내며 열애 중이라는 인증샷을 남긴다.

인형을 안은 채 새침하게 찍힌 여왕님.

함께 찍힌 사진을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차를 마시고, 함께 돌아다니고, 인형샵에서 사진 찍기.

이게 여친 사귀는 맛이구나 싶다.

같이 찍은 사진들은 모아서 나중에 카톡으로 공유하기로 한다.

“그럼 다른 장소도 둘러보자.”

“자, 잠깐 기다려 봐. 가기 전에 이거 좀 사고 가자.”

산다는 물건은 다름 아닌 들고 사진 찍었던 사자인형이었다.

“마음에 안 든다며?”

“그랬지….”

“그럼 왜 사?”

“그야……”

우물쭈물 말을 끌더니,

“……너가 어울린다고 했으니까 한 번 사볼까 해서….”

소중한 듯이 인형을 꼭 끌어안는 선화.

아 내 여친 진짜 귀엽네!

꼬옥♥

“야, 사람들이 보잖아…♥”

“내 여친, 내가 안을 뿐인데 남들이 뭔 상관이야.”

“♥”

선화가 인형을 안 듯이, 나는 다가가서 선화를 안아줄 수밖에 없었다.

프라이드 탓에 아닌 척 굴지만, 은근히 애교 덩어리다.

더구나 품안에 꼭 들어오는 알맞은 촉감과 좋은 바닐라 향.

치사량으로 올라오는 귀여움에 심쿵사 해버릴 것 같다.

바깥이라 스킨십이 여기까지 허용된다는 점이 원통스럽다.

“네, 갈기 없는 사자 롸이언 인형 3만 7천원입니다.”

“내가 사도 되는데….”

“그냥 있어. 내가 너보다 돈이 없다고 해도 이것 하나 못 사주겠냐?”

“……♥”

남친으로서 인형을 사줬다.

여왕님이 옆에서 꼭 끌어안고 좋아하니, 매우 보람찬 소비다.

이 작은 인형이 3만 7천원이라는 점은 좀 의아하지만.

그 다음은 푸드코트에서 함께 늦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의류 코너로 넘어간다.

관심분야인 패션이 나와서 그런지 참새가 방앗간을 함부로 지나치지 못한다.

…문제는 너무 지나치다는 점이다.

“어때?”

“예뻐.”

“그럼 이건?”

“엄청 예뻐.”

“이건 어떤데?”

“헥토파스칼 예뻐.”

“장난치냐?”

“……아뇨.”

탈의실 안에서 새 옷을 입은 채, 노려보는 여왕님.

대답이 무성의하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참새가 방앗간에 머문 지 2시간 반이 지났다.

겨울이라 백화점 창문에선 벌써 어둑어둑해지고 있다.

처음에는 선화의 예쁜 치장을 보면서 나도 눈이 만족이 됐지만, 까탈스러운 선화는 디테일에 신경 쓰느라 옷에 맞는 소품까지 하나하나 골라 족히 30분이 넘어간다.

나한테 예쁜 모습을 보여주고 확인하고 싶은 심정은 알겠는데, 옷을 너무 많이 봐서 슬슬 무슨 차이인지도 모르겠다.

“야 근데… 더 사도 들고갈 공간이 없어.”

거기에 내 몸은 어느덧 쇼핑백으로 도배했다.

내가 칭찬해준 옷은 대부분 구매를 결정했기에 아까 산 사자인형을 포함, 도합 13개의 크고 작은 쇼핑백이 내 손과 팔, 목에 걸려있다.

그렇기에 더 닦달하진 않는다.

짐꾼으로서 충분히 노력해주고 있기에 선화도 내가 슬슬 지친다는 사실을 인지한 모양이다.

“…조금만 참아. 이것만 입고 갈 거니까.”

“고마워. 백화점 나가면 좀 살겠다.”

“흥.”

드디어 끝이라니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여친 기다리는 무수한 남친들을 배려했는지, 매장 근처 등받이 없는 벤치에 앉는다.

쇼핑백을 잠깐 내려두고 시큰둥하게 탈의실을 노려본다.

만날 때 지각부터 많은 실책을 많이 저질렀으니, 남친으로서 어쩔 수 없는 패널티라 받아드렸다.

달갑게 받아드리려고 했지만, 쇼핑백 들고 구경만하자니 몸이 곯겠다.

…잠깐. 처음에 실수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노력해줬잖아?

그럼 선화가 뭐라도 보답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사건의 발단은 이런 관점이었다.

게다가 데이트니까 나도 함께 즐겨야 하는 거잖아?

되짚어보니 조금 억울하다.

자신의 논리에 설득당하자, 벌떡 일어선다.

보상심리를 발동시켜 곧장 행동에 옮긴다.

선화가 닫아둔 탈의실 앞에 쳐들어간다.

벌컥!

과감하게 문을 열어젖힌다.

내가 곁에서 지켜보고 있기에, 방심했는지 탈의실 문을 잠그지 않았다.

“어? ……야, 야?!”

원래 입었던 니트 원피스 등에 지퍼를 채우는 도중에 당황한, 적나라한 선화의 얼굴.

비명을 지르려는 순간, 입에 손가락을 갖다 대고 좁은 탈의실 안에 함께 들어간다.

‘쉿. 소리 내면 직원이 올 거야.’

‘야, 미, 미미미쳤어?! 여길 왜 들어와!’

‘선화가 빈정 상한 것 같아서,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자세히 봐주러 왔지.’

‘개소리 말고 나가 미친놈아!’

‘싫어.’

‘뭐? …읍!?’

입술을 겹쳤다.

작게 바동대는 손목을 잡고 꼭 입술을 마주한다.

탈의실 벽에 붙이고, 여왕님의 앵두입술을 느긋하게 탐한다.

“후웁… 추웁…… 으응, 웃! 하아… 추릅, 흐으응…♥”

여왕님이 얌전해지는 건 금방이었다.

긴 키스타임이 이어지자, 얇은 교성이 나온다.

기습키스였지만 옷은 입고 있다.

거기에 둘만 있는 은밀한 장소라 안심했는지 천천히 남친에게 몸을 맡긴다.

허나 여왕님의 경고대로 가슴과 엉덩이는 만지지 않는다.

팔을 허리를 감고 그저 연인다운 키스만 나눈다.

이윽고 떨어지자, 선화가 조금 야해진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키스 많이 늘었네?”

“배우면 잘 한다니까.”

“고작 며칠만에 너무 능숙해졌는데… 나 말고 다른 여자랑 연습한 건 아니지…?”

“다, 당연히 아니지! ……그보다 또 할래?”

“……흥.”

그저 눈을 감을 뿐, 답은 하지 않는다.

귀여운 여친님의 앙탈에 다시 한 번 진한 키스를 나눈다.

서로 손깍지를 꽉 잡고 사랑을 확인하기 위한 키스를 나눈다.

혀를 섞고, 달콤한 타액을 나눈다. 구석구석을 핥아준다.

“하, 하지 마. 이런 곳에서 꼭 해야 해?”

“약속대로 이상한 곳 만지는 건 아니잖아.”

“그렇지만 꼭 이런 곳에서…… 하응…♥”

귓바퀴를 물고, 목덜미를 빤다.

우윳빛 피부를 쪽쪽 빨아서 붉은 키스마크를 새겨준다.

여왕님에게 내 여친이라는 상징적인 심볼을 박아준다.

“후우, 기분 좋다. 이제 나갈까?”

“…….”

조금 시동이 걸렸는지 아쉬워하는 눈치.

그러나 여기에 오래 있을 수도 없고, 슬슬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니 암묵적인 동의를 한다.

“응?”

“아?”

“어?”

우리가 함께 탈의실에서 나오는 타이밍에 지니가던 여직원과 눈이 마주친다.

백화점 탈의실에서 함께 나오는 남녀.

그렇고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구도다.

현장에서 포착됐기에 눈 가리고 아웅할 수도 없다.

퍽! 퍽!

선화가 팔꿈치로 내 옆구리를 연타하자 대표로 나서서 변명한다.

“그, 그게… 지퍼가 잘 안 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좀 도와줬어요.”

“네네! 맞아요!”

“아…… 네에….”

“제, 제품이 정말 마음에 드네요. 이 원피스 좀 좀 결제해줄래요?”

“그러죠.”

적당하게 둘러대고, 선화가 원피스를 내민다.

우리는 서로의 눈길을 피하며 직원을 따라간다.

그러나 선화가 원래의 니트 드레스로 갈아입어서 어깨라인을 포함, 목덜미가 훤히 드러나 있다.

그리고 그 목덜미에는 내가 박아놨던 키스마크가 있다.

하얀 피부에 선명히 드러나는, 압도적인 존재감의 키스마크가.

“으, 으흠!”

“?”

선화는 깜빡 잊어버린 눈치나, 여직원이 키스마크를 보고 얼굴을 붉게 물들인다.

우리를 번갈아 쳐다보며 눈치를 살핀다.

“아~ 모기가 물었나보네. 거참 겨울 다와 가는데, 모기가 많네요. 하하….”

“그러게요, 하하하….”

“……모기?”

선화가 결제하는 동안, 모기 잡는 시늉을 한다.

땀 뻘뻘 흘리면서 헛짓거리로 의심하는 시선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서둘러 백화점을 나온다.

멀리까지 돌아다니느라 타고 온 차가 멀리 있어 시내의 야경과 함께 좀 걸어야했다.

“…….”

밖으로 나오니, 나를 빤히 쳐다보는 여왕님.

들고 있는 백 때문에 롸이언 인형만 본인이 들고 있다.

본인 대신 남친이 쇼핑백을 도배한 모습을 보고 마음이 켕기는지 사과한다.

“저기… 미안.”

“응? 뭐가?”

“오늘 나름 즐거웠는데, 따져보면 나는 사준 게 없잖아. 내 옷만 잔뜩 샀고……”

“나는 상관 없는데? 많기만 하고 무겁진 않아.”

“너는 뭐 안 필요해?”

“아니, 없어.”

“정말? 하나쯤 뭐 사주고 싶은데….”

처음에 화도 풀렸고 선화도 나름 백화점 데이트를 백배 즐긴 모양이다.

나도 준비 안 한 첫데이트 치고는 즐거웠다.

남친으로서 선화가 곁에서 함께 즐겼다.

옷 쇼핑은 좀 길었지만, 진한 키스로 보상 받았다.

이제 와서 필요한 게 없냐고 묻는다고 해도……

아!

아이디어 전구가 번쩍 빛난다.

“다 떨어져서 사야하는 필수품 하나 있다.”

“어? 뭔데뭔데.”

기꺼이 보답하고 싶은지 옆에서 깡총 다가오는 여친.

그 귀여운 여친에게 다가가서 속닥인다.

은밀하게 입꼬리를 올리고, 입술을 달싹거릴 때마다 선화의 얼굴이 붉어진다.

“그런 건 니가 사! 미친놈아!”

“야야, 사준다며.”

“그, 그그그런 걸 의미한 게 아니잖아?”

“아니, 슬슬 어두워지고, 그건 꼭 필요하잖아? 아니면 오늘은 집에 같이 안 갈 거야?”

“아니 그건……”

“나는 선화를 위해 기쁘게 짐까지 들어주는데 그것 하나 못 사줘? 너무하네.”

의도적으로 어깨를 축 내린다.

동시에 쇼핑백을 올리며 들이밀며 생색낸다.

육안으로 보이는 고된 노동의 현장에 죄책감이 좀 드는지 여왕님이 초조하게 입술을 잘근잘근 문다.

“아~ 다 해줄 것처럼 하더니 안 사주네~”

“…….”

“돈도 별로 안 드는 건데, 예쁜 여친이 첫데이트라고 나를 착취만 했네~”

“알겠다고, 사줄 테니까 입 닫아!”

“그럼 근처에 편의점이 있나 살펴볼까요~♬”

바로 태세전환.

능글맞게 웃는 나를, 여친님은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흘겨본다.

“…너는 날 놀리는 게 재밌는 거지?”

“소중한 여친님에게 그럴 리가.”

쇼핑백을 든 채로 여친의 어깨를 감는다.

마침 전방 코너에 흔해빠진 편의점이 하나 있었다.

***

-누군가의 시각-

그저 계산대에 앉아 멍하니 폰을 바라보는 젊은 남자.

편돌이 알바생의 일상이자 의무로 시간 때우기를 수행중이다.

그나마 사람 한적한 시간.

이대로 퇴근까지 앞으로 영영 손님 따위는 안 왔으면 좋겠다고 빈다.

띠링♬

“어서오세요….”

그러나 결국 이 평화는 깨지고 만다.

아무 영상을 틀어뒀던 폰을 내려두고 맥 빠진 목소리로 인사한다.

오오?!

그러나 들어온 손님을 보고 눈이 번뜩 뜨일 수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일할 의욕이 생겨난다.

예쁜 백금발.

거기다 세련된 스타일의 패션은 남정네의 시선을 스펀지가 수분 흡수하듯 빨아버린다.

선글라스를 꼈지만 오뚝한 코와 핑크빛 도톰한 입술만 봐도 언뜻 봐도 예쁠 거라는 확신이 든다.

들어온 여자 손님은 두리번거리다가 육안으로 안 보이는 사각에 들어가더니 어떤 물건을 고른다.

“아이 진짜….”

찾는 물건이 잘 없는지 신경질적으로 중얼거린다.

CCTV로 봤더니, 생활용품 코너라 스타킹이라도 고르는 줄 알았다.

그러나 어떤 물건을 찾고, 계산대에 가져왔을 때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이거 주세요!”

바로 콘돔 무더기.

그것도 한국에선 잘 나가지 않는 XXL 특대형.

심지어 개당 4개씩 들어있는 걸 3개나 가져왔다.

진심인가…?

이런 콘돔을 실제로 구입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

그것도 여성이 말이다.

애초에 남자의 허세나 물풍선 대용으로 장난칠 때나 살 물건이다.

바로 바코드를 찍기보단 합리적인 의심부터 한다.

“저기요….”

“예, 예?!”

“이거 정말 쓰실 건가요…?”

그러자 확 붉어지는 얼굴.

여자를 놀리거나 성희롱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그게, 이런 제품은 개봉 후에 환불이 힘들어서 제대로 확인을─”

“이거 맞아요! 시, 시끄럽고 계산해 달라구요!”

“아, 네네! 18000원입니다.”

버럭 소리치자 결제를 해준다.

그러자 허겁지겁 백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2만원을 주고, 콘돔들을 전부 가방에 담는다.

“수고하세요!”

거스름돈조차 안 받고 빛의 속도로 사라진다.

하이힐로 성큼성큼 자동문 바깥으로 나가자마자 투닥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으으… 진짜! 다음에 이런 짓거리 시키면 죽는다!』

『왜, 선화도 재밌었잖아?』

『뭐가 재밌어! 계산대에서 사이즈 확인시키는데… 쪽팔려 죽는 줄 알았어!』

『뭐, 제대로 사왔네. 그리고 봐봐, 이거. 밖에서 찍은 선화가 콘돔 고를 때 사진─』

『야이 미친놈아!』

『기다려, 나 옷 들고 있잖아! 바, 발로 차지 마!』

남친이 바깥에서 보고 있었는지 그런 투닥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드라마 속 남녀 주인공이 사랑다툼을 하듯이, 싸우면서 멀어진다.

정말 싸우는 것 같지 않고, 서로 장난친다는 느낌이다.

시발… 어떤 놈이면 저렇게 생긴 여친이 콘돔 심부름까지 해주냐?

게다가 사이즈도 맞게 사간 모양이다.

정신승리를 하려해도, 상대는 좆마저 큰 놈이다.

고개를 떨구고 마는 편의점의 남자.

운 좋게 2000원 꽁돈을 벌었으나, 몹시 현탐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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