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화 > 46. 금사자TV) -헌팅편- 발랑까진 금발 태닝 날라리들 3P로 참교육시키기♥
모텔 건너편의 어느 한적한 카페 안.
“제 생각에는, 자신에게 변화를 주는 게 효과적일지 모릅니다.”
“자신에게 변화요?”
한정아는 립이 조금 묻은 머그잔을 우아하게 내려둔다.
“여태껏 패턴은 반복됐을 겁니다. 평범한 캐주얼 옷을 입은 남자가 길거리부터 시작해서 여기저기 찔러보다가, 운 좋게 헌팅에 성공해서 처음보는 여성과의 성교를 보여주는 패턴. 시청자들은 초창기의 어설픈 헌팅실력과 거기서 파생되는 헤프닝을 즐기겠죠. 그리고 성공했을 땐 엄청난 크기의 남근과 전혀 초보적이지 않은 능숙한 테크닉에 반전희열까지 만끽할 수 있겠죠.”
“예에…”
모텔에선 흐트러진 모습은 어디가고, 뿔테안경을 세우고 조목조목 짚어주며 나열한다.
체크아웃하면서 수치심도 같이 사라졌는지 여성이 어려워할 수 있는 단어를 또박또박 말한다.
거기에 과연, 내 영상을 봐서 그런지 흐름을 잘 파악하고 있다.
“이 패턴이 반복되면 지루할 순 있지만, 매일 목표하는 타겟이 달라집니다. 그렇기에 조금만 변화를 줘도 신선해질 수 있는 콘텐츠죠.”
“가령, 어떤 식으로요?”
“그렇네요, 옷을 더 멋지게 꾸며보는 건 어떨까요. 유명한 명품과 말끔하게 차려입은 옷, 고급차를 끌고 다니면 여성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습니다. 자연스레 헌팅 성공률이 올라가고,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감을 부여하는 동시에 방송의 투자와 성장을 어필할 수 있겠죠.”
“저 차랑 명품 없는데요….”
“요즘은 기간대여로 빌려주는 곳이 많습니다. 열심히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면 돈이 따닥따닥 들어오실 텐데, 투자라고 생각하시죠.”
그렇긴 하다.
졸부처럼 무작정 모으기만 해선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물론, 아예 다른 콘텐츠를 준비한다는 것도 좋은 생각입니다. 다만, 급격한 변화를 주면 오히려 거부감이 들 수 있으니 따로 준비하시고, 지금은 주력으로 미는 헌팅방송을 개선시키길 추천 드립니다. 제 생각은 여기까지네요.”
분석적인 깔끔한 마무리.
과연 업계종사자다운 시점이 높은 견해다.
방금까지 내 손안에서 놀아나던 여자가 맞나 싶다.
후루룩 깔끔하게 커피 마시는 동작에서 언제 아양 떠는 비성을 냈던 과거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말을 끝맺은 후, 한정아는 어딘가 불안하다는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본다.
다음 말은, 거의 옹알이 수준으로 뭉개서 말한다.
“저… 알려드렸으니, 이제 저와의 볼일은…… 끝난 건가요?”
하면서 슬쩍 테이블 위에 손을 겹쳐서 비비적댄다.
혹여나 “네”라고 답하면 어쩔까 애타는 심중을 나타낸다.
한정아의 능력에 감탄했다가, 이 장면에서 살짝 실소가 나온다.
‘이래야 내가 따먹은 좆집이지.’
대답은 하지 않고, 엉거주춤 일어서서 상체를 기울인다.
곧장 알아먹었는지, 한정아도 피어난 미소로 다가온다.
“하웁… 후움… 움…♥”
늦은 밤이라 한적한 카페 안,
잠깐 차 한 잔 같이 마시는 이 공적인 공간에서 대놓고 딥키스를 나눈다.
반지도 껴있고, 누가 보면 나랑 약혼한 사이인 줄 알겠다.
“또 연락드릴게요.”
“……♥”
여기까지.
여기까지가 한정아와의 지난 대화다.
*
그 조언을 받고 며칠 뒤.
나는 매니저의 조언대로 자신을 한 번 꾸며보기로 했다.
“이 정도면 되겠지?”
고급 세단의 차 백미러로 두 번 세 번 자꾸 확인하게 된다.
흰 바지와 깔맞춤한 하얀 조끼.
안속에는 검은색 와이셔츠를 덧대서 입었다.
흰색과 검은색의 모노크롬은 지루할 수 있으니, 여기에 과감한 당근색상 자켓으로 상큼함을 더한다.
완벽하다.
자신이 무서워지는 코디 능력이다.
백화점 점원마저 입을 가리고 호호호 웃으면서 감탄한 옷들로 멋지게 조합했다.
나르시스트가 왜 존재하는지 알 것 같다.
거기에 손목에는 블링블링 시계가 빛난다.
내 생에 처음으로 산 명품.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시계에 세계가 깊고 심오해서 대충 추천하는 롤○스 브랜드로 하나 골랐다.
매장에서 덜덜 떨면서 700만원에 일시불 구매했는데, 사고 나서도 마냥 신난다보단 긴가민가하다.
좀 예쁜 거적데기가 내 예전 3달치 월급이라니, 명품은 아직 내게 낯설다.
금속 탓에 팔목이 간질간질한 것도 같고….
사실 기분 내려고 유명 샵에서 머리까지 했지만, 사자탈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 깜빡했다.
아무튼 돈 풀어서 투자를 한다는 마인드로 고급 국내산 세단도 준비했다.
조금 새롭게 꾸민 <금사자TV> 출격준비 완료다.
내 보물 1호가 된 사자탈을 머리에 꾹꾹 눌러쓰고 방송을 준비한다.
<금사자TV>
⊙On Air
차 안에서 방송을 켠다.
오후 2시가 정규방송시간이라, 딱 맞춰서 들어오는 시청자들.
순식간에 2000명이 넘은 숫자에, 바로바로 반응이 온다.
─금하
─금하 (금사자 하이라는 뜻)
─오, 웬 차임?
─오늘은 분위기가 다른데?
─내부 구조 보니까 제노시스인가
“오늘도 안녕하세요~ 보다시피 오늘은 좀 다르게 가보고자 꾸몄습니다.”
─무슨 일 있음?
─손목도 번쩍번쩍 빛나는데?
“아, 다름이 아니라 여러분이 예상 외로 많은 사랑을 보여주셔서, 다른 그림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어떠신가요? 괜찮나요?”
하면서 차 내부 구조를 쭉 둘러봐준다.
─오 뽑았나보네?
─기왕 화끈하게 할 거면 외제차로 하지 ㄲㅂ
“아, 산 건 아니고 리스에요. 돈이 거기까진 안 돼서…”
그래도 거의 새차처럼 번쩍거린다.
─산 줄 알았네 ㅋㅋㅋㅋ
─아 리스는 못 참지 ㅋㅋㅋㅋㅋ
“여러분들, 그래도 이거는 진짜입니다.”
하면서 자부심 넘치게 시계를 들이민다.
─그거 좀 싼 모델 아님?
─대충 컨셉은 알겠는데, 옷은 뭐에요?
─옷 컨셉은 삐에로인가요?
─졸부 아닌가?
─저희 집 앞에 의류수거함에 넣은 옷이 왜 거깄죠?
짓궃게 받아치는 시청자들.
후, 시기하는 댓글인가?
전혀 이상이 없는 패션을 지적하다니, 안타까운 영혼들이다.
이대로 질투심에 눈이 멀어 악성 시청자가 될 수 있으나, 나의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주기로 한다.
이때쯤 만 원짜리 도네로 글이 하나 올라온다.
─다 됐고, 오늘도 여자랑 떡치는 거 얼른 보여주셈 ㄱㄱ
“네, 알겠습니다. 대충 보여드렸으니 오늘도 달려보죠!”
호기롭게 시작하는 오프닝.
사람이 많은 시내를 천천히 둘러보며 타겟을 찾는다.
그런데 처음 생각보다는… 반응이 크게 와닿지 않는다.
시청자의 말대로 아예 훤칠한 외제차로 해야 반응이 제대로 오는지, 국내산 고급세단은 숫자가 많아서 그런지 입질은 크게 없다.
인식이 그냥 시내를 거니는 중형차 정도일 뿐이다.
그래도 지나가다 차 안에서 말을 걸 때 반응이 나쁘진 않다.
왠지 나를 보고 호호호 이를 가리고 자주 웃는다.
어디서 웃는지는 모르겠다. (당근색 자켓을 둘러보며)
그러다 시청자와 시야를 공유하는 앞면 유리창에서, 의외의 타겟을 하나 발견한다.
금발에 태닝한 여자 둘.
주먹도 들어갈 금색 링 귀걸에 이 추워지는 마당에 크롭티를 입었다.
배꼽에는 당연한 듯이 피어싱이 박혀 있다.
진한 스모키 화장에 백을 들고 있고, 한 명은 호피로 도배를 했다.
다른 한 명은 검은 속옷의 허리끈이 V자로 삐져나온 핫팬츠에 긴 부츠를 신었다.
둘 다 위에는 강바람 불면 브라만 남을 지경이다.
둘 다 컨셉이 확실하다.
딱 봐도 날라리다.
야밤에 마주치면 몸 파는 스트리퍼인 줄 알겠다.
대한민국의 거리에서 그녀들이 지나가는 곳만 LA가 된다.
이 야한 분위기 탓인지, 채팅에서는 긍정적인 검토가 이뤄진다.
─오늘은 저 발랑 까진 여자애들 데려가보자
─범상치 않다. 한 번 매운맛 ㄱㄱ
─오늘 컨셉이 졸부니까 몸 팔게 생긴 두 년들 딱이네 ㄱㄱㄱ
─둘 다 존나 말 안 듣게 생겼다 ㅋㅋㅋ
“여러분, 저런 사람들에게 말 걸기엔 좀 무섭지 않나요…?”
─난 무서운데 님은 무서우면 안됨 ㅋㅋㅋㅋ
─수신료의 가치 ㄱㄱㄱㄱ
솔직히 긴장된다.
여자에게 말 거는 것쯤이야 최근에 밥 먹듯이 했으나, 저들은 종족이 다르다.
여태껏 인간과 엘프에게만 말을 걸었는데, 오크에게 대화를 시도해야하는 그런 기분.
저들에겐 여성의 조신함 따위, 염소 먹이로 준 포스가 흐른다.
채팅창 말대로 태닝한 피부와 진한 마스카라 화장이 말 더럽게 안 듣게 생겼다.
그래도 채팅창이 원하니 아바타인 나는 대세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길거리에 바짝 붙여서 차 속도를 천천히 줄인다.
창문을 내리고 호피무늬 옷을 입고 있는 여자에게 말을 건다.
“애… 애들아 드라이브나 하러 갈래?”
“그래서 그랬는…… 엉?”
둘이 뭐라뭐라 떠들다가 나를 동시에 본다.
3초 정도 그대로 정지해 있다가, “푸하하하하!” 동시에 빵 터진다.
훤히 드러난 배꼽을 붙잡으며 창문으로 다가온다.
“뭐야, 이 인형탈은?”
“지금 꼬시는 거야? 헌팅?”
“옷 봐봐. 존나 웃겨 ㅋㅋ 어디서 주워왔어?”
“와, 차는 새차인데 옷은 누더기를 입었네.”
뭐?
다짜고짜 초면에 내 패션을 디스한다.
참을 수 없다.
“야, 어제 백화점 매장에서 샀거든?”
“이걸 샀다고? 말도 안 돼~ ㅋㅋ”
“오, 그래도 시계는 진짜 같은데?”
“음, 그렇네? 딱 봐도 명품이잖아. 너 혹시 돈 많아?”
“그렇게 많진 않은데…. 사실 인방 촬영중이라 도와주면 출연료를─”
“레알?! 야 시발 방송이래!”
“진짜네? 휴대폰 걸려있어. 와, 숫자 봐. 사람들 존나 많이 봐.”
“시발 재밌겠다. 마침 심심했는데 잘됐네!”
연신 감탄하며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금발 두 명.
내가 제안했지만 사양도 없이 바로바로 내 차에 착석한다.
핫팬츠가 앞에 타고, 호피가 뒤에 탄다.
이윽고 옆에 핫팬츠가 코를 막고 불쾌한 얼굴을 한다.
“아~ 존나 새차 냄새나.”
“서툰 아다가 여자 꼬시려고 막 뽑은 티가 나네. 근데 왜 무드 없이 국산이야?”
제멋대로 디스하는 날라리 둘.
들어오자마자 우당탕탕 소리를 내면서 조잘조잘 떠든다.
작은 지렁이 미끼를 던졌는데 피라냐 둘이 낚시대를 갈아먹으면서 돌격한다.
─와 오자마자 오디오가 꽉 차네
─ㄹㅇ존나 시끄러움 ㅋㅋㅋㅋ
─두 날라리의 합류에 가슴이 웅장해진다...
채팅창도 거기에 걸맞게 쭉쭉 올라온다.
“와 이거 5000명이나 보고 있어. 뭔데 이렇게 보는 거야?”
“그게… 길거리에서 헌팅해서 모텔까지 가는 성인방송.”
“뭐어?! 이 새끼… 존나 변태네.”
“본인도 쪽팔리니까 인형탈이나 쓴 거겠지. 야 근데 우리는 왜 모자이크로 나와?”
“그렇네?”
화면에 보이는 송출화면에서 자신들의 얼굴이 모자이크 되자 뚱하게 쳐다본다.
멋대로 손부터 뻗어 덧붙인 긴 손톱으로 탁탁 친다.
“야야, 그만해. 요즘 초상권이 문제가 되잖아. 니들 신분 보호해주려고 켠 필터라고.”
“야, 남의 얼굴이 위험물질이냐?”
“새끼가 남의 면상을 무슨 개똥 취급하고 있어. 얼른 꺼!”
“야야!”
지멋대로 가져가서 이것저것 만진다.
“오, 보인다!”
마구잡이로 누르다보니 진짜 필터가 꺼져버렸다.
5000명이 보는 앞에서 셀프로 자신들의 얼굴을 공개한다.
아예 차 앞에 고정시켜둔 휴대폰을 들어 자신들의 셀카처럼 이용한다.
─오! 날라리 얼굴 보인다.
─화장 존나 진하네ㄷㄷㄷㄷ
─ㅗㅜㅑㅗㅜㅑ
─그래도 얼굴은 예쁘네 ㅗㅜㅑ
“야 댓글에 얼굴은 예쁘네래ㅋㅋ”
“시발 얼굴만 예쁜 거 아니거든?”
하면서 앞에 앉은 핫팬츠가 불쑥 자신의 가슴골에 휴대폰을 갖다 댄다.
짝 달라붙은 옷을 팍 열여서 보여준다.
화끈한 쇼맨십에 채팅창 반응이 폭발한다.
탈 안에 폭발적으로 올라가는 채팅창과 계속 카운트되는 시청자 수.
확실히 방송은 흥하고 있다.
잘 되고 있긴 한데, 나의 심기는 몹시 불편하다.
옆에서 시끄럽기도 하고, 신경 거슬리는 짓을 반복한다.
퍽! 퍽!
“야야, 히터에 발 좀 내려….”
“아~ 신경 꺼. 채팅 보느라 시간 없다고.”
“조수석인데 안전벨트도 안 했잖아. 요즘시대에 그러면 잡힌다고.”
“안전벨트 같은 개소리 말고, 닥치고 운전이나 해.”
─ㅋㅋㅋㅋㅋ
─금사자 본인방송 NTR당함 ㅋㅋㅋ
더 도발적으로 부츠로 히터 부분을 콱콱 친다.
이 쌍년이….
참고 참는 중에 휴대폰에서 만원짜리 도네이션이 하나 터진다.
그건 내 인형탈에도 고스란히 출력이 된다.
─니가 받은 날라리다. 악으로 깡으로 견뎌라.
‘얌마! 니들이 원했잖아…!’
원통스러워하는 중에, 뒤에 호피 날라리가 귓가에 바짝 다가와 묻는다.
“그런데 어딜 가는 거야?”
“어… 드라이브 간다고 했잖아…. 산길이나 예쁜 시내나 한 바퀴 돌게.”
옆에서 반발하는 핫팬츠.
“아~ 재미없어. 헌팅할 거면 좀 재밌는 데로 데려가라고!”
“레알 거길 왜 가? 코스선정 틀딱냄새 오지네.”
“그런데 바퀴 터졌냐? 왜 이렇게 느려터졌어?”
리스한 고급세단은 시속 30km를 준수하고 있다.
최고속력 60km구간에서는 오히려 위험할지도 모르겠다.
허나 어쩔 수가 없다.
차에 탑승한 후부터 내 팔은 핸들에서 10시와 2시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장롱면허란 말이야…… 면허 딴 지 4년이나 돼서 긴장된다고.”
“야 장롱면허래ㅋㅋㅋ”
“시발 헌팅보단 개그맨이 어울리네ㅋㅋㅋㅋ”
“아~ 증말! 차선 끼어들려면 집중해야하니까 좀 조용해 달라고!”
“싫~어. 니가 헌팅 꼬셨으니 계속 웃겨봐.”
“그래, 사자탈 알바야 헌팅하다가 생긴 웃긴 썰이라도 풀어봐라.”
소중한 보물 같은 탈을 태닝한 손가락으로 꾹꾹 누른다.
뒤에서는 운전석을 부츠로 뻥뻥 찬다.
운전에 집중하는 나를 내내 못살도록 만든다.
빠직.
그렇게 참다가, 인내의 한계에 도달했다.
한정아 매니저의 조언대로 다른 코스준비까지 했으나, 이 망나니 놈들에겐 못 써먹겠다.
바로 근처 모텔로 목적지를 변경한다.
모텔의 어두운 지하주차장에 주차한다.
시동을 끄고, 옆에 핫팬츠 날라리가 가지고 놀던 내 휴대폰을 뺏는다.
“그러니까 모니터 안이라고 걸레라 막말하지 말고, 이 변태새끼들─ 아!”
“자, 여러분 언제나 그렇듯 방에서 다시 켤게요. 잠시만 안녕.”
그렇게 부리나케 방송을 종료한다.
내 휴대폰을 가지고 놀던 날라리와 뒤에서 폰질하던 날라리가 집단반발한다.
“야! 방송을 왜 꺼! 방송 때문에 따분한 운전도 참아주고 있었는데!”
“어? 어딘가 했더니, 바로 모텔을 오네? 이 미친새끼.”
원성을 듣자 하나하나 대꾸해준다.
“방송은 방에 들어가서 다시 켤 거고, 니들이 얌전하지 않으니 어쩔 수가 없잖아.”
“그렇다고 길거리에서 바로 모텔을 와? 인기 좀 있다고 우리가 막 대줄 것 같아?”
“아~ 김새. 존내 노잼. 난 갈래.”
“나도 간다 이런 병신같은 방송.”
날라리들의 집탄이탈을 감행하려 하자, 거래를 제시한다.
“각자 천만 원 줄게.”
거액을 배팅한다.
시작부터 높은 금액을 부르자 둘 다 움찔떤다.
“니가 천만 원 준다고?”
“그래, 방송 출연료로 천만 원. 어때?”
“……정말이지?”
돈은 당연히 탐나는지 바로 얌전해진다.
“대신, 조건이 있어.”
“하, 그럴 줄 알았다 등신.”
“성급하게 굴지 말고 들어봐. 간단해. 방에 들어가서 나올 때까지 ‘나 지쳤어요~’나, ‘내가 졌어요~’ 징징대는 소리만 안 하면 쿨하게 현찰로 보내줄게.”
“……고작 그것뿐이라고?”
“그래. 할 거야? 나는 둘도 좋고, 한 명만 남아도 좋아.”
낮게 목소리를 깔아 무게를 잡는다.
신나게 떠들던 둘은 슬며시 눈길을 주고받는다.
고개를 끄덕여 암묵적인 합의를 마친다.
그렇게 우리 셋은 사전계약을 하고, 차에서 나와 모텔 안으로 들어왔다.
모텔직원에게 방을 배정받고, 카펫이 깔린 복도를 걷는다.
내가 앞장서고, 둘은 뒤를 따라온다.
가면서도 수근거림을 멈추지 않는다.
“흥, 지가 얼마나 대단하다고 그딴 조건을 걸어?”
“그러게 레알 웃긴 새끼네. 뭐, 호구 뜯어내면 우리야 좋지.”
“시발 보나마다 까보면 고추도 존나 작겠지 ㅋㅋ”
비난일색인 둘의 대화는 반쯤 무시한다.
그저 묵묵하게 [암컷타락 Lv.4]를 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