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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해서 BJ들과 친해지기!-43화 (43/193)

< 43화 > 43. 소유나 매니저 한정아(29세/예비신부) 5년차 연애중♥

한정아가 바쁘다는 건 거짓말이 아니다.

“이만하면 되겠네요.

수고하셨습니다.”

“네, 매니저님도 수고하셨습니다.”

회사 회의실에서 마지막으로 악수를 하고 헤어진다.

성인용품에 관련된 광고계약이 방금 체결됐다.

꽤 거액이라 꼼꼼히 따져보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자랑스러워 할 만한 굵직한 큰일을 따냈지만, 시름을 덜기에는 이르다.

내일은 유나의 굿즈 상품이 어떻게 나왔는지 사전 품평을 위해 업체에 찾아가봐야 하고, 모레는 아이디어 회의를 해야 한다.

‘전부 내가 발의해서 벌인 일들이긴 하지만.’

한정아만큼 열정적이고 발로 뛰어다니는 매니저는 없다.

자신의 방송 실패 때문인지, 일에 대한 강박이 생겨서 할 수 있을 때 최대한 일을 따낸다.

이 인기가 언제 시들지 모르니, 물이 들어오든 안 들어오든 열심히 노 저어야한다는 마인드다.

“읏챠차…!”

회사 건물에서 나와, 바깥에 야경을 보며 기지개를 켠다.

백에서 휴대폰을 꺼내 메신저를 확인한다.

회의를 나누는 사이에 올라온 카톡.

까맣게 잊고 잊던 다른 약속이 하나 또 잡혔다.

최성원 「5주년 기념으로 호텔 예약해놨어!」

특별히 고급와인까지 샀는지 함께 찍어 올린다.

사귄 시간이 오래되다보니 깜짝 이벤트보다는 그냥 다 알려주고 시작한다.

결혼만 안 했을 뿐이지, 거의 가족 같은 관계기 때문에 비밀은 거의 없다.

무엇보다 소중할 수 있는 이와의 약속.

또한 별 기대가 안 되는 만남이다.

벌써 그렇게 됐나.

애인과 5주년.

약지에 낀 반지를 밤하늘에 올려다 본다.

마냥 기쁘다기보단 착잡한 기분이다.

*

“하아… 하아… 후우!”

내 위에 올라탄 남자친구가 거친 숨을 내쉬며 내려온다.

이마에는 땀이 흥건하며, 진한 숨결을 뱉고 있다.

최성원.

사귄지 5년이 된, 약혼한 한정아의 남자친구다.

대학교 졸업할 때, 매니저 일을 시작할 무렵부터 사귀기 시작했고, 오늘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성격이든 뭐든 서로에게 잘 맞는 편이었고, 이 편안함에 익숙해져서 오랜 명맥을 이어온 게 아닐까 싶다.

섹스 후, 짧게 대화를 주고받는다.

“미안, 사실 해외여행 가고 싶었는데 최근에 일이 바빠서.”

“아니, 오늘 다 좋았어….”

꼭 안기며 남친을 안심시켜준다.

그렇게 마치 다정한 연인관계를 연기한다.

실제로 음식은 맛있었고, 와인도 입에 맞았다.

호텔의 야경이 예뻤고, 호텔 안에서 받은 마사지 서비스마저 기분 좋았다.

더불어 애써준 잠자리 스킬도 꽤 괜찮았다.

그러나 몸을 섞는 동안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림이 자꾸만 몰입을 방해했다.

보통 이상이라고 생각한 남친의 그곳도, 자꾸만 비교하게 만든다.

어쨌거나 이대로 남친 품에 안기면서 스르르 하루를 마무리하는 흐름이다.

“쿠우… 쿠우….”

“…….”

남친이 먼저 잠에 빠져들자 한정아는 두 번 확인하고 빠져나온다.

소음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깨금발을 든다.

살금살금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휴대폰을 꺼낸다.

“후우….”

깔끔한 화장실 천장에 한숨을 내쉰다.

붉은색 속옷만 덜렁 걸친 채, 변기 위에 앉는다.

‘계속 그게 떠올라….’

못 참겠다.

남친과의 섹스를 하면서 채선우를 자꾸 떠올렸다.

듬직한 수사자가 번식을 위해서 암컷과 교미하는 동물의 왕국 같은 장면.

그것과 비교하면 남친과의 섹스는 소꿉장난이라고 스스로 낮잡아보게 된다.

뇌리에 강렬하게 씌워진 그걸, 좀처럼 벗겨 내질 못한다.

자신의 본심을 재차 확인하고 싶어져서 따로 화장실로 왔다.

‘금사자TV였지….’

휴대폰에 뻥튀기TV 앱을 열어 빠르게 타이핑한다.

그대로 버튼을 누르자, 로고도 뭣도 없는 평범한 채널이 뜬다.

평범하나 꽤 많은 팔로워와 어마어마한 다시보기 조회수.

첫영상부터 30만을 기록, 본방에 들어가자 그 후에 좀 더 늘어났다.

야방에서 개국하자마자 이런 조회수를 찍은 건 이 인간이 유일할 거다.

허나 재생버튼에서 망설인다.

아직 같은 방 안에 있는 최성원.

이걸 누른다면 오늘 애써준 남친을 배신하는 기분이 든다.

허나 한정아는 한계에 내몰렸다.

두 번이나 봤고, 자꾸만 머리에 그 물건이 떠오른다.

궁금하다. 참지 못하겠다.

자신을 속이기 싫다.

‘최신 걸 볼까….’

유료영상에 풀영상은 꽤 가격이 나갔으나, 과감하게 결제한다.

먼저 헌팅을 하는 도입부부터 시작된다.

아무래도 헌팅이다보니 초반부에는 야한장면보다는 거리뷰가 많다.

여자한테 번번이 까이는 건 물론, 지나가는 유치원생들이 마스코트인 줄 알고 몰려들거나, 까진 고등학생에게 시비 털리는 어이없는 헤프닝이 많다.

웃기긴 하지만, 이걸 보려고 한 게 아니니까 중간쯤으로 건너뛴다.

『하아아앙♥』

“으앗!”

중반부로 넘기자 갑자기 튀어나온 노골적인 살색.

더불어 큰 신음소리에 황급히 정지버튼을 누르고 소리를 줄인다.

…….

숨을 죽이고 바깥의 공기를 살폈으나 다행히 곤히 잠든 듯하다.

안도한 한정아는 다시 재생을 누르고, 말똥말똥한 눈으로 영상을 살핀다.

얼굴이 모자이크라 잘은 안 보이지만 갈색 웨이브를 넣은 여성이 상대로 나온다.

그리고 금사자 가면이 뒤에서 이 여자를 강압적으로 어깨를 누르고 허리를 흔든다.

……역시, 훨씬 커.

그 굵은 걸, 탐욕스럽게 마구 집어넣으며 여성을 유린한다.

『어이, 혼자 가버리면 안 되지』

『그치만… 너 벌써 몇 번째야…♥』

『길거리에서 한 약속대로 기분 좋게 해주고 있잖아.

출연료도 두둑히 챙겨주니까 허리 힘 주라고!』

『도, 돈은 필요 없으니까 조금만 쉬었다가……』

『한참 보지 따먹고 있는데 쉴 틈이 어딨어! 으럇!』

『히이이이잇!』

거칠게 더 바싹 허리를 붙이는 금사자.

확실히 그때의 그다.

목소리는 프로그램을 쓰는지 달랐지만 물건의 크기도, 하는 말투까지 흡사하다.

반면 길거리에 섭외한 여자의 가슴은 좀 작았으나 허리가 잘록한 슬렌더.

모자이크라 얼굴은 안 보이나, 잘게 잘려진 모자이크가 왠지… 웃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의 유나와 같이.

“아…으응……”

그때와 같은 충동.

반사적으로 허벅지 사이를 비비적댄다.

휴대폰을 안 쥔 손으로 속옷 사이를 젖히고, 입구에 손가락을 가져다댔다.

『자자, 나도 갈 것 같으니까 이번 위기만 잘 넘기라고!』

『흐잇… 온다, 또 신호 온다!』

『갈 거면 얼마든지 가! 휴대폰 배터리 다 닳을 때까지 보지 따먹을 테니까!』

『온다, 온다아아아아앗♥』

영상은 점입가경에 들어섰고, 채선우는 더 격동적으로 움직인다.

탈진한 여자의 몸을 마음껏 물고 빨고, 훑으며 자신의 흔적을 남긴다

모텔의 침대가 흔들리고, 덜덜 떨리는 여자의 하반신에서는 비 오듯이 주륵주륵 내린다.

조작이거나 짜인 대본이 있을 수가 없는 장면.

마치 관찰카메라 같은 구도로, 원테이크 영상으로 계속 진행된다,

원숭이마냥 해대서 영상은 아직 2시간 27분이 남아있다.

“아… 흐응……♥”

자신이 저 여자라는 상상으로 검지와 중지로 클리토리스를 비빈다.

그렇게 연인과의 5주년,

한정아는 호텔 화장실에서 금사자TV를 영상을 보며 자위하며 보냈다.

***

며칠 뒤.

채선우에게 다시 연락이 와서 약속을 잡았다.

먼저 온 그의 맞은편에 앉아, 대면한다.

나도 모르게 홀린 듯이 멍하니 얼굴을 보게 된다.

“저… 제 얼굴에 뭐가 묻었나요?”

“에? ……으흠! 아, 아닙니다.”

한정아는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그날 이후, 밤마다 그의 방송을 보면서 잠든다.

자꾸 떠오르고, 잠이 안 와서 헌팅 영상을 틀게 된다.

남녀가 거칠게 몸을 섞는 그 영상을.

당연히 수음까지 동반한다.

발정난 년처럼 손가락 세 개를 넣고 가슴을 붙잡으며 이 형용할 수 없는 욕망과 사투한다.

베개를 꽉 붙잡고, 긴 밤과 싸운다.

그 탓인지 다시 만나자, 그가 한 번 더 달라 보인다.

얼굴을 봤을 뿐인데, 마치 사랑을 느끼듯이 가슴이 쿵쾅쿵쾅 뛴다.

“이거, 한참 바쁘신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이번에는 무슨 용무시죠?”

“뭐, 그야 전과 같은 이유죠.

역시 이 분야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 좀 도와주시지 않으실까, 해서. 하하하….”

능글맞게 웃는 채선우.

어쩐지 오늘은 여유가 있어 보인다.

또 그건가….

실망을 감추면서 다시 단호하게 선을 긋는다.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유나의 매니저라고.”

“뭐… 정 그러시면 유나나 만나러 가죠.”

“제가 허락할 때까진 접근금지를 명령했을 텐데요?”

“굳이 지킬 필요가 있습니까. 다 큰 성인 남녀가 동의하에 만나는 일인데.

그쪽이 혈연이거나 실제 보호자도 아니시잖아요?”

“……지금 협박하시는 거군요.”

따지자면 그렇다.

내가 두 사람의 관계를 막을 명분은 없다.

경찰을 부른다고 으름장을 놨지만, 진짜 했다간 일만 커져서 귀찮아질 뿐, 채선우가 처벌 받을 일은 없다.

작정하고 거짓진술을 하지 않는 다음에야.

허나 받아칠 방법은 많다.

유나와 나의 돈독한 관계로 그를 따돌릴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과는 발상이 다른, 어떤 발칙한 상상을 하나 해냈다.

“저기… 그렇다면,”

야한 영상을 얼마나 봤는지, 이 대목에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한다.

평소의 제정신 박힌 나라면 절대 하지 않을 제안.

이성은 하지 말라고 외치지만 울렁거리는 가슴을 통제할 수 없다.

재채기를 참듯이 억지로 입술을 깨물었다가, 약지에 반지를 보다가… 시원하게 게워낸다.

“저, 저랑 만나시면 되지 않을까요?”

“예? 매니저님이랑 만나요?”

“그러니까, 유나는 바쁘니까 제가 대신 그쪽과 상대를……”

나머지는 상상에 맡기듯이 생략한다.

입술을 더 쌔게 꽉 물어버리는 한정아.

저질러버렸다.

수치심이 타고 올라와 귓불까지 달아오른 것이 느껴진다.

카페 나무 기둥에 머리를 쾅쾅 박고 싶은 기분이다.

과연 상대는 어떻게 나올까.

소녀처럼 어깨를 바짝 좁히면서 그의 눈치를 살핀다.

일단 채선우는 웃었다.

마치 이런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이 여유롭게 싱글벙글 웃는다.

“매니저님이 대신 상대해주시겠다구요? 왜죠?”

“그야… 제가 상대를 안 해주면 당신이 유나한테 찝쩍거릴 거기 때문에……”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해주신다구요?”

“유나를 위해서… 유나는 바쁜 몸이니까요.

오늘도 광고방송이 잡혀있고……”

“흐응……”

마치 고민을 하듯이 비성을 늘리는 채선우.

수치심 절정의 한정아의 반응을 즐기고 있다.

아메리카노에 꼽힌 멀쩡한 빨대를 다시 교정하던가, 폰을 보는 척 하던가. 쓸데없는 동작을 하면서 뜸을 들인다.

이쪽은 안달복달 났으나, 저쪽은 느긋하다.

이윽고 그 느긋한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저는 유나랑 하고 싶은데요?”

냉정한 거절.

거침없이 받아치자 마음이 와르르 내려앉는다.

플레시백 돼서 과거의 일을 떠올렸다.

뭣도 모르고 방송 일에 뛰어들었다가, 소유나를 만났던 그때의 충격.

비주얼 임팩트로 깨달은 넘을 수 없는 벽을 깨달은 자신.

이미 그런 실수를 저질렀으면서 감히 소유나 대신하려 했다니, 오만함의 극치였다.

고개를 푹 숙인다.

좌절감으로 오만함의 대가를 달게 받는다.

하지만 채선우는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그런 한정아를 감싸준다.

“자자, 왜 그렇게 심각하세요. 가벼운 농담입니다.”

“………농담이요?”

“네, 솔직히 끌렸거든요.

지적인 안경도 잘 어울리시고, 얼굴이랑 엉덩이가 예쁘셔서.”

“아뇨, 제 입장은 아니까 겉치레는 됐어요….”

“이야~ 겉치레 아니에요.

정말 예쁘세요. 전에 옅은색 스타킹이랑 지금 입은 치마보고 참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요.”

그러자 고개를 내려 치마를 힐끗 살피는 한정아.

식단조절로 가꾼 각선미와 항아리 형태의 체형은 분명 예쁘긴 하다.

“지나갈 때 뒤에서 계속 쳐다봤는데… 충동적으로 달려가서 만질 뻔 했습니다.”

“……그, 그런가요♥”

성희롱이나 다름 없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 말을 듣자 눈 녹듯이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

그가 자신에게 성적매력을 느꼈다는 것이 몹시 기뻐 속이 부르르 떨린다.

허나 제안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방금은 장난으로 넘어갔지만 채선우는 좋다고도, 싫다고도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채선우는 명확하게 구분짓고 싶어서 슥 다가와서 속삭인다.

“그런데, 저는 관계는 확실하게 하고 싶은 타입이라서요.

매니저님은 저랑 하고 싶나요?”

“아니 그건……”

“싫으면 갈 테니까, 확실히 대답해주세요. 저랑 하고 싶나요?”

제한을 두고 재차 묻는다.

손을 꼼지락대다가, 언제나 똑 부러지던 한정아의 눈빛이 녹아내린다.

“……네♥”

너무나 직선적이고, 천박하게 대답하고 말았다.

그러나 속은 개운했다.

이 남자를 거부하는 건 힘들다.

이제 왜 그 장면이 그렇게 뇌리에 깊게 남았는지 이제야 깨닫는다.

그런 물건을 봤고, 이런 박력을 봤으니 여자로 태어난 본능이 그를 원하는 거였다.

그것 뿐이었다.

대답을 듣자 씨익 입을 찢은 채선우가 일어서서 다가온다.

그대로 나란히 연인처럼 걷는다.

말도 없이 이동하는 동안 숫사자가 암사자를 거느리듯 그가 허리를 꼭 안았다.

그대로 길거리를 걷고, 당연하듯 도착한 모텔 로비에서 엉덩이를 문지르는 그와 체크인한다.

한정아의 손에는 약혼반지가 반짝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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