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화 > 28. 잠깐 쉬어가는 헌터
「사진 한 장만 보내줘」
선화에게 카톡을 보냈다.
이선화 「? 사진?」
이선화 「어디다 쓰려고?」
이선화 「사귄다고 해서 아무대서나 떠들면 죽인다」
「걱정 마」
「프로필에 저장해둘 거야」
「그러니까 최대한 야한 걸로 부탁해」
이선화 「미쳤냐?」
-8분 후-
이선화 「이걸로 만족해」
바로 찍었는지 뜸들이다가 자신의 셀카 사진을 보낸다.
옷은 가벼운 홈웨어지만 얼굴은 풀메이크업이다.
‘집안에서도 화장을 하네. 방송 탓인가?’
거기에 은근히 카메라 렌즈를 안 보고 딴청을 피우는 각도.
분명 찍어둔 몇 장의 미공개 컷이 있을 거다.
몸을 섞고 교제하는 관계까지 들어섰으면서 자꾸만 자신의 카드를 감추려는 선화의 태도가 비춰진다.
그게 또 사랑스럽다.
「귀엽네」
이선화 「귀엽다고 하지 말랬지?」
「다음에 또 집에 놀러가도 돼?」
이선화 「부를 때까지는 오지 마」
이선화 「정 오고 싶으면 말을 하고 와……」
역시 귀엽다.
아주 깨물어주고 싶어서 올린 사진에 뽀뽀를 몇 번 해둔다.
“후아.”
여친이 생겼다.
섹파는 둘이나 생겼다.
내 인생에 이런 날이 오다니, 도파민 과다에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침대에서 한껏 뒹굴뒹굴거리다가 만족스러운 숨결을 내쉰다.
그러나 이 행복의 여운은 오래 가지 못한다.
“하아…… 근데 현실은 시궁창이지.”
카톡을 주고받은 알콩달콩한 핸드폰을 내리면 좁은 방이 눈에 들어온다.
우울함이 몰려온다.
유명한 여자들과 어울리다보니 느낀 바가 있다.
……내가 초라하다.
단칸방의 월세 집.
35만원으로 집세는 싸지만 좁고 낡은 원룸아파트.
여기에 전재산은 300만원 이하.
통장 곳간에 냉혹한 겨울의 추위가 강타했다.
반면에 만나는 상대는 비싼 집, 비싼 옷, 비싼 화장품을 바르는 여자들.
높낮이가 틀리다.
재산에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직접 조사까지 마쳤다.
인터넷에 수익 계산기가 있고, 대충 예상 수익이 나오기 때문에 조사해보면 쉽게 나온다.
일단 선화부터 둘러본다.
예상 유튜브 수익
월 11,000,000 ~ 12,500,000
예상 생방송 수익
월 19,500,000 ~ 22,000,000 (프리미엄 파트너, 별풍선 포함)
*스폰서, 광고 미포함
입이 떡 벌어진다.
자세히 보면 알겠으나 ‘년’이 아니라 ‘월’이다.
그야말로 잘나가는 대기업 사원 후려치는 폭력적인 위엄이다.
이 외에 스폰서나 광고 계약은 미포함이니 더 될 수도 있겠다.
다음은 코스프레를 전문으로 했던 소유나
<유나TV>
예상 유튜브 수익
(없음)
*수위에 걸려서 못 올림
예상 생방송 수익
월 21,000,000 ~ 23,500,000 (프리미엄 파트너, 도네이션 포함)
굿즈 수익 추정치 평균 5,000,000 (건당, 예상치)
*스폰서, 광고 미포함
유나는 수위가 높아서 유튜브는 수익이 안 나지만 매 달에 두어 번 내는 굿즈 수익이 있었다.
선화보다 적을 수도 있고, 더 많이 벌 수 있겠다.
다음은 초대형 거물 하연수.
연수의 예상 수익은 조사하다 보니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필라테스&요가 하연수>
예상 유튜브 수익
월 34,000,000 ~ 37,000.000
예상 생방송 수익
월 8,000,000 ~ 10,000,000 (프리미엄 파트너, 별풍선 포함)
*스폰서, 광고 미포함
척 보기엔 위에 두 사람과 비슷해 보이고, 생방송 수익은 의외로 적다.
하지만 하연수는 하는 일이 다방면이다.
이런 엄청난 수익을 뽑아내는 유튜브 채널 외에도 서울 중심부에서 학원을 운영하고 있고, 협회에도 인망이 높아서 외부매체에 노출이 잦다. 툭하면 유명 공중파에 게스트로 출현한다.
그럼에도 어디까지나 빙산의 일각일 뿐, 학원 수익에 출연료, 광고, 스폰서 기타 등등.
수익이 나오는 곳은 한 두 곳이 아니다.
이것저것 다 포함되면 내 계산으론 월 2억도 가뿐히 넘는다고 본다.
오차가 있을 수 있겠지만, BJ들 협박하면서 대충 그쪽 생태계에 알기에 얼추 맞을 거라 본다.
그러니까 하연수에겐 한 달에 고급 외제차 한 대씩 들어온다고 보면 되겠다.
이렇다 보니 조사하다가 하연수와 관련된 두 가지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이런 막대한 금액을 벌어드리는 사람을 협박한 일과, 달랑 가면 하나 쓰고 성인방송을 한 하연수다.
둘 중에 누구라도 들키거나 유출됐으면 큰 불로 번졌을 거다.
되돌아보니 정말 미친 짓거리였구나, 아찔하다.
남은 윤미나는 SNS방면이라 그 쪽의 수익은 합의하에 하는 계약 광고기 때문에 잘 드러나 있지 않다.
그래도 입던 옷을 봤을 땐 나보다는 훨씬 많이 벌 거다.
참고로 나의 한 달 수익을 밝히면 이렇다.
한 달 해킹툴로 들어오는 평균 미션비 3,000,000 ~ 4,500,000
가끔씩 땜빵하는 편의점 알바비 120,000 ~ 240,000
생각 외로 많을 수도 있다.
실제로 보통 직장인 초봉 수준이니까.
그러나 해킹툴 클릭 두 번으로 쌓아온 돈을 대부분 잃었기에 지금은 개털이다.
통장에는 겨우 300만원이 안 되는 돈,
앞서 봤던 어마 무시한 숫자 탓에 지금은 의욕마저 꺾인 상태다.
주절주절 말이 많았으나 결국 상대적으로 상황이 시궁창이란 소리다.
그래서 결심을 했다.
‘방송 시작해보자.’
어차피 운동하고 여자 만나는 시간 외에는 한가하다.
이런 여자들을 만나는데 꼴이 이래서야 가오가 안 산다.
사실 어제 선화의 집에서도 헤프닝이 하나 있었다.
*
“기분 좋았어.”
“하아… 하아……♥”
“할 때마다 신음소리 귀엽네.”
“귀엽다고 하지 말라고….”
“일단 샤워실 좀 빌린다? 씻고 나서 다시─”
찌직… 찌익.
발밑에 불길한 촉감이 느껴진다.
천천히 시선을 내리니 선화의 속옷이다.
그 하얗고 얇은 천 조각을 들어 올리니 축 늘어진다.
발가락에 걸렸는지 레이스 속 허리를 감싸는 탄력이 팍 죽어버렸다.
“이거….”
불길하게 돌아보니 선화도 같이 보고 있었다.
주인에게 처량해진 결과물을 배달한다.
“미안. 좀 늘어져버린 것 같은데… 보상해줄까?”
“…이거, 76만원짜린데.”
“어?”
“76만원이라고. 브랜드 거야.”
“…….”
“…됐다. 실수니까 두고 가.”
“하하. 하하하….”
서둘러 샤워실로 도망갔다.
*
차마 보상해 주겠다던가, 다른 거 선물해주겠다고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샤워 내내 뭔 천 쪼가리가 76만원인가 투덜댔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 버는 수익들을 분석하면서 되돌아보니 사는 세계가 달랐다는 걸 깨닫는다.
이런 일을 겪었으니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러다 나도 방송을 해보도록 결론이 났다.
방송한다고 저렇게 성공하리라는 법은 없지만, 한 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거기에 날린 2000만원도 아까우니까.
본전은 뽑아야겠다.
일단 2000만원 주고 산 [함께 즐겨요!] 어플을 연다.
방송 시작 외에 어떤 기능이 있는지 다시 한 번 숙지한다.
“초고화질로 찍힙니다… 무단복제가 불가능하고, 저작권이 귀속됩니다.
영상 수익은 일주일 마다 정산됩니다… 며칠 뒤에 금사자 헬멧이 수여됩니다.”
중얼중얼 외다가 마지막 문장에서 머리를 기울인다.
“금사자?”
딩동!
기가 막힌 타이밍에 벨이 울린다.
밖에서 “택배입니다!”하고 앞에 박스를 던져두는 소리가 난다.
바로 달려 나가서 전자레인지가 들어갈 만한 사이즈의 택배를 가져와 집으로 옮긴다.
“오?!”
커터칼로 깔끔하게 테이프를 오려서 내용물을 개방하니 진짜 금사자 형태의 가면이 나온다.
신기해서 바로 들어보니 보기보다 훨씬 가볍다.
‘진짜 금은 아니겠지?’
희망사항이었으나 가면 치고는 겉면이 보기보다 푹식푹신했다.
솜이나 면은 아니지만 금속도 아니다.
봐도 모르겠으니 일단 들어서 꾹꾹 눌러서 써본다.
그러자 펼쳐지는 신세계.
놀랍게도 전면이 다 보인다.
인형 눈구멍으로 보이는 좁은 시야가 아니라, 무슨 원리인지 육안으로 봤을 때보다 훨씬 선명하게 세계가 펼쳐진다.
여기에 가장자리 곳곳엔 방송에 관련된 인터페이스나 나의 신체 컨디션까지 적혀있다.
그야말로 신세계다.
마치 VR기기를 쓴 기분.
아니, 아이온맨의 수트가 더 흡사하겠다.
【지저분한 바닥】【XXL 미개봉 콘돔】【안 씻은 설거지 거리】
실제로 고개를 좌우로 돌려보니 진짜 아이온맨처럼 분석하듯이 분석된 사물의 글자까지 뜬다.
주홍빛 디지털 글자로 깔끔하고 선명하게 보고가 된다.
“시발 개쩐다….”
이제야 왜 2000만원이나 했는지 알겠다.
실제 방송에 들어가 봐야 모든 기능을 시험해 볼 수 있겠으나, 이 가면 하나만 해도 2000만 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
그렇게 확신한다.
금사자 입 밖으로 새어나오는 뜨뜻한 숨결.
예상 외의 엄청난 선물이다.
아드레날린이 솟아나와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겠다.
침착해… 이런 귀한 물건이 왔으니 해야 할 건 정해져 있잖아?
가슴께를 누르며 진정시킨다.
그렇다, 지금 할 일은 정해져 있다.
“푸슝! 푸슝! 이봐, 자비스! 지금 상황을 분석해!
뭣!? 전방에, 적의 습격?! 안 되겠군, 날아오른다 슈우우우욱!”
잠깐 방 안에서 나홀로 아이온맨 놀이를 한다.
동심으로 돌아가 신나게 침대를 방방 뛰어다닌다.
정확히 10분 후에 딱 24살 먹은 만큼의 격한 현탐이 몰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