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킹해서 BJ들과 친해지기!-25화 (25/193)

< 25화 > 25. 욕구충족 여왕님♡

[욕구불만 여왕님 만족시켜주기♥]

*보상금 100만원이 주어집니다.

*본 미션은 [암컷타락]외에 나머지 해킹기술은 업데이트되지 않습니다.

북적한 지하철 안에서 비열하게 입꼬리를 올린다.

요즘 일이 과하게 잘 풀리는 것 같다.

최근 해킹툴에서 이런 메시지가 왔다는 건, 그런 의미였다.

미션 자체의 의미 외에도 상대가 내게 호감을 갖는다는 뜻이다.

미나도 그랬고, 연수도 그랬으니까.

오는 내내 선화가 앵무새처럼 반복한 ‘그거’에 대해 떠올렸지만 아무것도 짚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혹시, 설마? 진짜? 하는 가정이 들었다.

추론만 길게 늘여놓고 확신은 못 했는데, 지금 해킹툴이 확신을 심어준다,

‘오죽 급했으면 그 자존심 덩어리가 막무가내 전화까지 걸다니.’

만나면 어떤 표정을 할지, 얼른 목적지에 다가오길 빌며 히죽히죽 웃는다.

앞에 앉아있던 남자가 의심스레 백팩을 감싸며 째려보자 머쓱하게 입가를 감춘다.

전과 같은 카페.

오전 10시라는 같은 시간이었지만, 평일이 아니라 휴일이라 꽤 붐볐다.

1층에 자리가 없어서, 2층까지 올라가자 그림 한 폭이 기다리고 있었다.

방송보다 힘을 더 준 메이크업.

그 중 백금발 아래에 골든 드레스는 화려함의 극치였다.

특히, 허벅지를 타고 올라오며 비스듬히 안쪽으로 파고드는 선이 예쁘다.

우아하게 커피를 들이키는 손톱에는 우윳빛 색감도 모자라 예쁘게 핀까지 꼽았다.

가장 눈길이 안 가는 바닥에는, 예쁜 발목과 붉은색으로 물들인 발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통굽샌들까지.

카페 중에 이선화가 앉아있는 구역만 모델 촬영현장이 됐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경 안 쓴 곳이 없다.

백조의 날개짓처럼 눈에 안 뜰 수 없는 화려함이나, 과하지는 않다는 것이 신기하다.

양념을 골고루 다 쳤지만 깔끔하게 잘 소화시켰다.

주변 남자들이 힐끔대지만 특유의 가시 돋친 오우라가 눈깔을 깔게 만든다.

“아…!”

계단을 올라온 나를 발견하자 입술을 뗐다가, 자중하듯 괜히 딴청을 피운다.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카페 벽면을 쳐다본다.

그 수상쩍은 움직임이 도리어 내게 자신감과 확신을 주입시킨다.

다가가서 맞은편 의자에 착석.

“여, 잘 지냈어?”

“야! 또 늦었잖아.”

“시간은 보고 말해. 오늘은 제대로 10시 안이라고. 니가 빨리 온 거 아니야?”

“……흥, 기다리게 하지 말고 빨리 좀 다녀.”

힐끔 휴대폰을 확인하고 새초롬하게 커피를 홀짝이는 선화.

들어올 때 1층 디지털시계로 봤던 시간은 9시 54분이었다.

따라서 내가 늦은 게 아니라 선화가 일찍 왔다는 소리가 된다.

무언가 기대를 품고서.

“무슨 일이야, 전에 만난 게 마지막일 줄 알았는데.”

“아, 그건 그러니까…….”

“우선 ‘그거’가 뭐야. 엄청 중요해 보이던데.”

허상인 걸 알면서 모르는 척 시치미를 뗀다.

여왕님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사뭇 기대가 된다.

선화는 답지 않게 우물쭈물대다가 내키지 않게 서두를 뗀다.

“예, 예전에 찍었던 동영상 말한 거야. 자꾸 신경 쓰이는데 진짜 지운 거 맞아?”

옛날 옛적에 쉰 떡밥.

만날 구실을 떠올리기 힘들었는지 발효된 떡밥을 들이민다.

“삭제했다고 했잖아. 코앞에서 지웠고.”

“진짜 지운 거 확실해? 카피본이나 따로 저장된 사진이 남아 있던가….”

“야야, 못 믿는 거야? 협박은 했지만, 이래봬도 뒤탈 없이 깔끔한 관계를 추구한다고. 두 번째로 찾아왔을 때 언급도 안 했잖아.”

“…….”

“겨우 이거 때문에 부른 거야? 사람도 못 믿고, 좀 실망이네?”

불길에 달려드는 불나방마냥 너무나 우습게 막힌 수법.

그러나 선화는 여기서 한 번 더 꼬았다.

“……미안.”

대뜸 사과.

“엥? …미안?”

“그래, 미안하다고. 의심해서 미안해. 찝찝해서 그랬어.

그, 그 대신 소원 하나 들어줄게. 그럼 됐지?”

마치 준비해온 것처럼 술술 답한다.

미안하다는 사람이 조금 창피하면서도 해냈다는 듯이 입매를 움찔움찔 떤다.

‘…소원?’

잠깐 뇌정지가 왔다.

그러다 두 박자 늦게 깨닫는다.

얕은 술수였다.

전에도 느꼈지만 선화는 역시 머리가 좀 돌아가는 것 같다.

운을 띄우고 슬라이드 변화구를 줬다.

그러니까 지금 행동의 의미를 해석하면 고의 사구다.

줄 건 주더라도 많은 스코어를 내주진 않겠는 뜻.

즉, 시답잖은 일로 불러내 고개 숙인 사과를 하더라도 절대 본인 입으로 발설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동침을 원한다는 속마음을.

남자에겐 절대 굴복하진 않겠다는 고집스런 여왕님의 의지다.

여기에 한껏 예쁘게 치장해서 소원을 그렇고 그런 쪽으로 유도하게끔 만들었다.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이렇게까지 나오니 나도 오기가 생긴다.

“소원을 이루어 준다고?”

“그래. 나, 나한테 원하는 게 있으면 말만 해.”

“좋아, 그럼……… 영화 보러 가자.”

“어? 영화?”

“그래, 영화. 요즘 영화 많이 개봉하는 시기잖아. 니가 한턱 쏴.”

듣자마자 한 대 맞은 듯 멍해진 얼굴.

이윽고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 그런 표정이 됐다.

“기다려봐, 영화라니…… 고, 고작 그거면 돼?”

“충분해. 최근에 영화관을 많이 못 가봤거든.”

“더 대단한 소원을 빌어도 될 텐데….”

“괜찮아. 소박한 삶에도 만족해서.”

“아니 저…… 그게………”

“왜? 빌어줬으면 하는 소원이 따로 있어?”

씨익 입꼬리를 올려보자,

“………아니야. 니가 그걸로 좋다면….”

분한 듯이 테이블 아래에서 발을 동동 굴린다.

으득, 어금니를 씹고 커피잔 손잡이를 꽉 잡으며 이게 아니라고 시위한다.

그러나 소원은 정해졌고, 주사위는 던져졌다.

우리는 카페를 나와 영화관을 찾았다.

곧 시작할 블록버스터 영화 티켓 두 장을 끊는다.

“기왕 소원이니 팝콘이랑 콜라는 서비스로 추가해도 되지?”

“……마음대로 해.”

부쩍 날 선 신경으로 고개를 튕긴다.

통굽샌들이 아니라 하이힐을 신었다면 쿵쿵 신경질적으로 발을 딛다가 부러뜨렸을 거다.

─와…

─모델인가?

─어?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찌릿.

자신을 훔쳐보던 남자무리를 노려보자 일제히 목을 돌린다.

칭찬 섞인 웅성임이었는데, 지금은 그저 모든 삼라만상이 거슬리는 모양이다.

기껏 꾸며 입은 몸단장이 아까울 만큼 독이 올라와있다.

이윽고 영화가 시작된다는 안내에 따라 팝콘과 콜라를 들고 입장한다.

위치는 맨 뒷좌석이다.

사이드조명이 꺼져 암전이 되고, 어스름한 빛과 함께 영화가 시작된다.

“…….”

어두워졌는데도 선화의 옆태에는 불쾌함이 또렷이 서려있다.

쌍심지가 켜진 꼴이 영화를 즐기는 문화인이 아니다.

‘과하게 장난을 쳤으니 슬슬 재미를 좀 볼까.’

“콜라가 여기 있었나….”

낮게 중얼거리며─ 선화를 더듬는다.

손등부터 시작해 팔목, 어깨를 만지작거리다가 가슴을 주무른다.

“……!”

분명 감촉을 느꼈을 텐데, 선화는 쳐내기보단 몸이 굳었다.

스멀스멀 자기 몸을 타고 올라오는 비매너손을 뿌리치지 않는다.

마치 이 건방진 손길을 어떻게 반응해야하나 고민할 때, 부드러운 쾌락을 심는다.

“아… 아…♥”

[암컷타락]은 애무할 때도 발생한다.

능숙한 핸들링으로 가슴과 쇄골을 애무한다.

“이상하다, 팝콘이나 먹을까.”

뻔뻔하게 중얼거리며 손을 아래로 내렸다.

원피스 위에 매끈한 허벅지를 쓰다듬는다.

마사지 하듯 살결을 꾹꾹 눌러주다가 천천히 안쪽으로 더 파고든다.

음부를 직접적으로 만지지 않고, 넓적다리를 풀어주며 기분 좋은 오르가즘을 이끌어준다.

몇 분이나 이걸 반복하다보니 가랑이에서 습한 기운이 느껴진다.

촉촉한 기운에 슬며시 목을 돌리니 선화는 이미 나를 지긋이 보고 있었다.

병을 앓듯이 헐떡이고, 대형 스크린 불빛에 반사되는 발정난 암컷.

나도 마음이 모질진 못하다.

가여워서 다가가서 속닥인다.

“나갈까?”

“응…♥”

영화는 시작부터 놓치고, 팝콘과 콜라는 손도 안 댄 채 뒷문을 통해 출구로 나온다.

“하아… 쭙… 흐읍…! 쪼옥…”

기다렸다는 듯이 내 어깨를 감싸 입술을 겹친다.

영화가 한창이라 사람은 없었지만, 위험한 공공장소에서 깊은 딥키스를 한다.

거칠게 혀를 섞은 뒤, 침이 길게 이어지게 뒤로 떨어진다.

“……키스, 좀 늘었네?”

“하다보면 능숙해지니까.

그보다 엄청 급해 보이는데, 근처 모텔로 갈까?”

“지, 집으로 가. 누굴 안달난 매춘부 취급해?”

‘매춘부는 아니지만 안달난 건 맞아 보이는데….’

슬쩍 영화관 화장실이 보였지만, 집이라고 하는 걸 보아 아직은 익숙한 장소를 원하나보다.

선화를 따라 잰걸음으로 영화관을 나온다.

빠르게 택시를 이용해서 간다.

목적지를 말하자 수다쟁이 택시기사님이 말을 건다.

백미러로 우리를 힐끔 살핀다.

“이야~ 학생 여자친구야? 능력 대단하네!”

“아~ 아쉽지만 여친은 아니에요.”

“에이, 꼭 붙어있는 꼴이 영락없구만. 요즘은… 쏨이라 하나?

최근에 뉴스에서 초식이다 뭐다 하지만 남자라면 기회가 왔을 때 여자를 꽉 채가야 해. 기회가 왔을 때 확 물어 채고 놓치지 말라고.”

“그런가요? 하하하.”

“…….”

기사님의 충고를 받아드려 택시 타고 가는 내내 선화를 꼭 붙어서 안아준다.

달아오른 가슴과 허벅지를 주물러주며 더욱 뜨겁게 예열시켜준다.

선화는 입술을 물며 신음을 참았다.

멀지 않은 영화관이라 집까진 금방이었다.

도어락을 풀고 함께 현관 안으로 들어선다.

선화는 들고 있던 비싸 보이는 백을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진다.

“후웁! 하아… 츄웁… 츄릅 하아… 조금 더…!”

다시 한 번 격렬한 키스.

택시에 했던 애무를 참기 힘들었는지 장어마냥 거칠게 휘감겨온다.

끌어오르는 욕망을 주체할 수 없는지 손톱까지 세워서 내 어깨를 꾹 누르며 전력으로 부딪혔다.

완전히 스위치가 켜져서 황소처럼 달려드는 선화를 진정시켜준다.

느긋하게 혀섞임을 받아주며 가볍게 포옹하듯이 등을 받쳐준다.

안달복달난 직선적인 암컷을 여유롭게 받아준다.

키스가 잦아들며 천천히 떨어지자 조금 진정이 됐는지, 선화는 이성이 되돌아온 듯이 입술 근처에 늘어진 침을 손바닥으로 지운다.

“귀엽네. 섹스하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았는데 참아왔던 거야?”

“시, 시끄러워!”

“카페에서 솔직하게 말했으면 좋았잖아. 발정난 몸 치료해달라고.”

“미미미친 소리 하지 마!”

얼굴을 확 붉힌다.

그러나 욕구불만이라는 증거를 너무 많이 보였기에 더는 감추기를 포기한다.

“…그러는 너야말로. 관심도 없는 영화 보러 가자고 했지?”

“재밌잖아.”

“………나쁜 새끼.”

“이렇게 귀여운 꼴을 볼 수 있는데 어떻게 참아.”

달래주듯이 뺨에 뽀뽀를 해준다.

고결한 여왕님 이미지 구겨서 비통한 표정.

그래도 뽀뽀는 또 나쁘지 않았는지 입술이 씰룩댄다. 귀엽다.

불끈!

불끈불끈 쿠퍼액이 차올라 솟아오른 자지.

나도 더는 이런 여유있는 태도를 일관할 수 없겠다.

“그럼 침실로 갈까?”

“……♥”

어깨를 감싸고 이끌자 순순히 따라온다.

이왕 망가진 꼴, 아예 화끈하게 가는지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침실에 입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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