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킹해서 BJ들과 친해지기!-24화 (24/193)

< 24화 > 24. 욕구불만 여왕님

『택배 왔습니다』

인터폰에 현관문을 젖히니, 로고가 박힌 모자를 착실히 쓴 택배기사가 서있다.

건네주는 직사각형 택배를 받고 노고를 치하한다.

“수고하셨어요.”

“아, 네.……크, 크흠.”

“?”

그러나 둘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류.

본인 방송을 보거나, 예쁜 얼굴에 굳었나?

착각했지만 힌트는 택배 상자에 떡하니 적혀있었다.

<물품내용: 특급 드래곤 흑자지XXL 진동딜도 진주돌기포함(고수용)>

너무나 눈에 띄는 제목.

같은 폰트로 자잘하게 박혀있는 글자들 중에 유독 눈에 들어온다.

특급이라느니, 드래곤이라느니 자극적인 단어들이 이목을 끌어당긴다.

안면이 홍당무가 되고, 이가 뿌극뿌극 갈린다.

아무래도 택배 기사는 확인해보고 싶었던 것 같다.

어떤 외로워 죽기 직전의 여자가 이걸 쓰는지 말이다. ……시발.

“수고하세요!”

면전에 쾅! 닫는다.

“이 쓰레기 같은 판매처는 표기 좀 바꿔주는 센스도 없나!?”

육성으로 내지른다.

택배기사가 아직 밖에 있을지도 모르나 상관없다.

덤으로 이딴 걸 만드는 회사에도 화가 난다.

“자위도구에 쓸데없이 드래곤이 들어가냐고. 이세계 넘어가서 드래곤 자지 떼왔냐?!”

거실 소파에 택배를 던지며 요란스럽게 궁시렁댔으나 당한 쪽팔림이 없어지진 않는다.

하물며 본인이 인터넷에서 직접 구매버튼을 눌렀으니, 탓할 남도 없다.

잠깐 모럴을 관리하기 위해 마른세수를 한다.

BJ선화, 본명 이선화는 생에 처음으로 어덜트샵에서 물건을 구매했다.

바로 바이브레이터.

그것도 제일 큰 사이즈.

27세라는 한창 왕성하고 건강한 여성에게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나, 그녀가 성생활에 관심을 가진 건 최근에 들어서다.

최근 채선우를 만난 후에.

대학교부터 사귄 남자이력은 몇 되지만 섹스까지 연결된 남성은 소수다.

당시 이선화가 남자를 사귄 이유는 주변에서 빠짐없이 연애질을 해대니 호기심적 접근과, 나중에 나이 먹고 연애하면 비참해질까 경험을 쌓아왔던 거다.

그러나 이선화에게 연애는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다.

더욱이 섹스는 재미는커녕 쥐똥만큼의 흥미마저 없었다.

여자에게 성욕이 실존하나 싶을 정도로 자위도 몇 번 안 해봤고, 손에 꼽히는 잠자리에서 즐거웠던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

채선우를 만나기 전까지는.

첫만남에서는 그저 아프기만 하고, 오르가즘은 거의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두 번째 만남은… 최고였다.

거짓말처럼 온몸을 만져줄 때마다 찌릿찌릿 감전이 되고 하반신이 타오르듯 뜨거워졌다.

남자 경험이 적었던 그녀에겐 놀랄 일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마지막에는 쾌락이 극에 달한 나머지 애교스러운 콧소리도 냈다.

무의식적으로 온몸이 채선우를 받아들인 거다.

“으악! 진짜 좀 꺼지라고 음란마귀야!”

도촬범과 달콤하게 키스까지 했던 지난 일을 돌이키니 자신이 무슨 짓을 벌였는지 이따금 후회가 된다.

거실 고급진 목제 기둥에 머리를 꽝꽝 박는다.

작게 땋은 예쁜 백금발이 흔들린다.

‘…그래, 이 발정난 히스테릭도 이거 하나면 끝나겠지.’

소파 위에 긴 소포를 성질난 고양이처럼 벅벅 긁어서 깐다.

포장용 골판지를 마구마구 헤집자 방범용으로 써도 될 검고 큰 바이브가 나왔다.

“이, 이 정도 크기였던 것 같긴 한데…. ……좀 무섭네.”

얼추 크기가 비슷한 것 같다.

검은색과 진주빛 돌기들이 나있다는 것 빼고.

사이트에서 채선우와 비슷한 사이즈의 물건을 찾으니 전부 숙련자용이라니, 고수용이라면서 돌기가 안 달린 것들이 없었다.

꿀꺽.

침을 한 번 삼킨다.

특급 드래곤 (이하생략) 자지.

손으로 들고 있다는 것조차 실감나지 않는 무지막지한 비주얼이다.

‘이런 크기가 진짜 들어왔다니….’

이선화는 불붙은 성욕에 대해 두 가지 가정을 했다.

먼저 자신이 성에 눈에 띄었다는 건 받아드리기로 했다.

그럼 자신의 몸이 채선우를 원하나, 아니면 큰 좆을 원하는가.

이 부분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그렇기에 구매한 거다.

생전 처음, 그것도 특급 사이즈로.

이젠 실전에서 결과를 알아볼 일만 남았다.

드래곤 자지를 가지고 침실로 살금살금 걸어간다.

민망하니 침대에 이불을 덮고, 입던 팬터무늬 털옷잠옷과 팬티를 반쯤 내린 뒤, 그것을 넣었다.

“아… 아! 아…… 아악! 아파!”

시작부터 낌새가 영 좋지 않다.

다짜고짜 건조한 안속에 넣기에는 너무 컸다.

피부를 보호용으로 오일을 입구에 살살 문지른다.

이윽고 고통이 가라앉았을 때 도전해봤으나 비슷하다.

검은 귀두 밑에 나있는 불륵한 흰 돌기 탓에 오히려 아팠다.

진동 전원을 키면 더욱 최악이다. 자신의 여린 핑크빛 음부를 거칠게 짓누르듯 자극시킨다.

“으… 아…… 흡…! 이런 쓸모없는 드래곤!”

퍽!

장장 20분을 들고 씨름했으나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자 바닥에 내려친다.

기막히게 기둥의 중간이 똑 부러지는 드래곤 자지.

2만 7천원이 허무하게 날아갔다.

“후우….”

역시 큰 좆이 문제가 아니었다.

외면하고 싶었지만 역시 그런 문제다.

채선우를 원한다.

굳이 콕 찝어 채선우가 아니라, 남자를 원한다는 신호일 수 있으나 며칠 전에 실험해본 결과는 아니라고 결판났다.

다시 잠옷을 입고 거실로 빠져나온 이선화는 고뇌에 빠진다.

이제 무얼 원하는지 분명해졌다.

하지만 까만 사과폰에 띄워진 <도촬범 채선우> 전화번호를 보고 몇 번을 망설인다.

통화 버튼에 손가락이 가도 그녀의 강한 프라이드가 막아 세운다.

천하의 이선화가 도촬한 협박범과 잠자리가 좋아서 먼저 전화를 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먼저 연락한다는 부분부터 마음에 안 드는데, 상대는 나를 추행한 기록까지 있다.

하지만 참는 것도 한계다.

더욱이 배란기가 시작되니 입술에 뾰루지가 나고, 속이 곯아버릴 만큼 심각해졌다.

‘그래도 매춘부처럼 먼저 연락하는 건 역시 싫은데….’

이래도 문제, 저래도 문제.

며칠째 이성과 감성, 이드와 에고가 박 터지게 싸운다.

퍽! 퍽! 만만한 주변 가구들을 패면서 힘을 뺀다.

‘난 이 모양인데, 그 새끼는 대체 뭐하고 있어!?’

머리에서 전쟁이 나자 채선우에게 튀는 불똥.

‘돈까지 줄 땐 언제고 왜 연락 한 번 없어? 하루만 하고 싶었던 거야?’

분명 채선우와는 악연으로 시작했으나 최근에 만남은 나쁘지 않게 끝났다.

키스에 애교떨며 교성 지르는 자신은 분명 수치스러웠지만 그렇기에 무드는 나쁘지 않았다.

여왕님 이미지를 실추시킨 자신이 말하기 뭣하지만… 남자들이 좋아하는 꺅꺅대는 여자 목소리도 많이 내줬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연락 한 번 없는 채선우는 너무나 야속하다.

심지어 줬던 돈까지 고스란히 돌려줬다.

방송과 오프라인에서 현찰까지 싸다 바쳤다.

한 번만 해달라며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으면서 원나잇하고 연락을 끊으니 불쾌해진다.

허나, 이건 철저히 이선화의 개인적 관점.

전화했다간 이선화는 분명 화를 냈을 거다.

감히 착각하지 말라고, 도촬범이 기어오르지 말라고 쏘아붙였을 거다.

변덕이 심하고, 이기적인 여왕님이다.

“어휴….”

복잡한 속을 냉장고 속 냉수로 달랜다.

어쨌든 지금 필요한 건 자연스러움이다.

자연스럽게 채선우와 다리를 놔줄 무언가가 있어야 긍지를 지키며, 만남을 가져갈 수 있다.

미간을 지푸리고 식탁에 앉아 폰질을 하다보니 채선우와 연결점을 하나 발견한다.

일전에 방에서 묵묵히 별풍을 쏘느라 채선우는 BJ선화의 준열혈팬 상태.

‘좋아, 이거면 되겠지….’

단체메시지를 가장해 채선우에게 쪽지를 하나 보낸다.

*

“하.”

○○○뱅크 잔고 1,318,096

인터넷뱅크에 남은 금액을 볼 때마다 암울해진다.

윤미나와 잠자리를 가진 후에 100만원이 추가됐지만, 숫자가 하나 빠진 홀쭉한 잔고는 여전하다.

여기에 집세, 관리비, 식비, 통신비, 모텔비.

곧 다가올 월말에 싹 청구돼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돈이다.

주어지는 미션과 그 보상금이 있긴 하나, 지금은 깜깜 무소식.

이래서야 운동하고 여자 만날게 아니라 간간히 다니던 편의점 알바 시간을 늘려야할지도 모른다.

띠링!

드디어 해킹툴의 알림…은 아니고, 다른 알림이다.

메이저 플렛폼, 아메리카TV에서 나온 쪽지.

<뷰티전문 BJ선화>님의 쪽지

-쌀쌀해지는 추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항상 저를 아껴주는 팬분들이 옷은 따뜻하게 챙겨 입고 다닐까, 안부를 전합니다.

-곧 있으면 할로윈에 크리스마스까지 연말이 금방 지나갈 텐데, 올해 하시는 일 잘 마무리되길 바랍니다.

-언제나 시청자에게 귀 기울이는 BJ선화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뭐여 이게.’

남 매도하고 콧대 높은 여왕님이 안부메시지를 보냈다.

뭘 잘못 먹었나 싶을 정도로 다정다감하게.

‘영업의 일종인가? 매니저가 적은 건가?’

메크로로 보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한다.

…….

화면 속 이선화의 이름을 보며 순간 지난날을 회생했으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최근에 섹파가 늘면서 일이 잘 풀린 건 맞다.

하지만 이선화는 윤미나나 하연수 때와는 다르다.

날뛰는 야생마 같아서 함부로 다가갔다간 뒷발에 차일 수 있다.

미션까지 잘 마무리 됐다고 함부로 접근했다간 피를 볼 것이다.

귓가에 울리는 여왕님의 귀여운 목소리가 그리우나, 추억은 추억 속에 담아두도록 한다.

*

“어쭈구리?!”

큰맘 먹고 보낸 메시지가 2시간 째 무응답.

이선화는 저쪽에서 행동을 보이면 비싸게 튕길 예정이었지만 응답이 없어서야 튕기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카톡처럼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보이지도 않기에 속은 더 타들어간다.

“좋아,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버티고 버티다 쪽지를 하나 더 작성할 수밖에 없었다.

*

<뷰티전문 BJ선화>님의 쪽지

-[한번만만나줘]님, 특히 이번 달에 많은 사랑을 주신 것 같아서 감사의 인사를 또 한 번 건넵니다.

-모쪼록 건강하게 잘 보내십시오.

-그나저나 저는 잘 지내지만 그쪽이 잘 지내나 조금 걱정이 되네요^^

-모든 시청자의 의견에 귀 기울이니, 언제든 연락을 주셔도 됩니다!

이야 정말 기특하네. 이 집 영업 잘하는구만.

괜히 시청자가 많은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겉으로는 냉정하게 굴어도 성심성의껏 개인 메시지까지 보낼 줄이야, 대기업이나 됐으면 귀찮은 일일 텐데.

섬세함에 감탄한다.

감탄만 한다.

*

“이 새끼가 진짜!”

탕! 탕! 탕!

온종일 폰만 바라보다 창문 밖이 어두워지자 책상을 식탁을 친다.

둔감해 빠진 놈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의도를 비췄음에도 또 다시 답장 한 번 없다.

마지막 두 문장은 이선화의 시점에서는 노골적인 신호였다.

‘더는, 더는 못 참겠다.’

이렇게 된 이상, 최후의 수단을 감행한다.

*

전화기가 울리자 이름을 확인하고 바로 받아든다.

“여보세─”

『야!!!』

샤우팅을 질렀다.

청각을 지키기 위해선 잠깐 귀를 대피해야했다.

무슨 연유인지 선화가 직접 전화를 한다 싶었더니 다짜고짜 고함을 질렀다.

“어? 어어? 무슨, 무슨 일이야?”

『야, 야야! 지지금 뭐하고 있어?!』

“뭐하냐니, 잘 준비지. 곧 자정인데 넌 잠 안 자?”

『아니 나는… 아, 아무튼! 그거, 그거는 어떻게 된 거야?』

“그거? 그거가 뭔데?”

『그거 있잖아, 그거』

“그러니까 그거가 뭐냐고.”

『그거는 그… 아니, 됐어. 지금은 늦기도 했으니 내일 만나서 말하자』

“잠깐만. 만나자고?”

『전에 만났던 카페에 10시에 나와. 이번에는 늦지 말고』

“야, 야?! 갑자기 왜 나오라는 거야? 무슨 일 있어?”

『아, 아무튼 나와! 알겠지? 늦지 마!』

그대로 통화종료.

일방적으로 걸어오고 일방적으로 끊겼다.

짧고 굵게, 폭풍처럼 지나갔다.

뭐지?

다시 침대에 누워 선화가 말하는 ‘그거’가 뭘지, 추려봤으나 모르겠다.

늦었으니 잠이나 잔다.

*

“하아….”

통화를 끝내자 숨을 깊게 내쉰다.

몹쓸 장난을 친 것처럼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끝이 바르르 떨린다.

통화 내내 “그거, 그거” 우겨댔으나 사실 아무것도 없다.

그냥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거다. 구실은 지금부터 생각해야 한다.

“……시발.”

어쩐지 약간의 현탐이 몰려온다.

방송이든 현실이든 도도한 척은 다 해왔으면서 본인 답답하고 궁하니 밀어붙였다.

자신을 만족시켜준 남자를 원해서.

고고한 여왕님이 말이다.

수치스러워서 자신이 싫어진다.

“으… 으으으♥”

그러나 내일 채선우를 만난다고 되뇌니 온몸에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할 수 없다.

현탐은 한순간이었지만, 볼을 상기시키는 열기는 꺼지지 않는다.

내일 뭐 입을지, 어떤 식으로 말을 꺼낼지 궁리하게 된다.

그러다 일이 잘 풀리는 상상까지 더해 동침을 떠올리게 된다.

생에 처음으로 남자와의 잠자리를 상상하며 얼굴을 불그스름 물들인다.

정수리에서 빠져나오는 미약한 열기.

“아으… 진짜! 미쳤지, 미쳤어!”

방으로 달려가 침대에 엎어져서 수영하듯 발장구친다.

자신이 싫은 동시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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