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화 > 21. 남친으론 전~혀 만족 못하는 몸♥
“하아… 하아…… 좋았어?”
“…….”
이정수가 우쭐한 표정으로 물어봤으나 윤미나는 그저 이불을 끌어당긴다.
묵묵히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렸다.
모델 침대 위에 몸을 섞은 두 남녀, 사귀고 두 번째로 사랑을 나눴으나 반응은 영 미적지근하다.
한참 뜨거울 땐데 벌써부터 잿가루만 남은 7년차 부부 관계 같다.
“하.”
방금 잠자리 만족도를 말로 표현한다면 이 콧바람으로 충분할 것 같다.
무참한 정도는 아니었으나 기대치에는 한참 못 미친다.
그저 수컷 원숭이처럼 자기 기분에 따라 허리를 흔들었을 뿐이다.
시작 전에 전희를 주는 배려도 없고, 신음소리 하나 없이 즐기지 못한 섹스.
그래도 최근에 사귀는 사이니 등 대고 돌아서는 건 아니다 싶어서 다시 반대로 몸을 눕는다.
“야, 그나저나 너 내일 시간……”
“캬아…… 쿠우… 크음! 쿠우…”
“…….”
다시 몸을 돌리니 이정수는 골아 떨어져 있다.
입맛 다시는 쩝쩝 소리까지 들린다.
쇼핑데이트 어울려준 피로감과 섹스 후 현자타임이 몰려왔는지 침까지 질질 흘리는 꼬락서니에 없는 정마저 떨어진다.
볼품없는 수컷에 확 짜증나 거칠게 이불을 당겨서 독차지한다.
“에휴… 여신 윤미나가 왜 여기까지 추락했는지.”
립서비스로 달래주는 데이트까진 봐줄만 했는데, 마지막에 이토록 비교되는 결점을 보여서야 비교될 수밖에 없다.
비교 대상은 당연히 채선우.
전에 협박을 당해서 관계를 맺었지만 자꾸 그가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첫 섹스에 다른 남자들 다 제치고 최고의 만족도를 선사해준 기록은 그가 유일했다.
며칠간 머리를 흔들며 부정을 해왔으나 의지박약인 윤미나는 포기와 인정만큼은 빨랐다.
내 몸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그의 리드대로 빨려 들어가는 격렬한 섹스가 마음에 꼭 들었다.
첫날부터 경박하게 허리를 흔들어줄 만큼.
“하아… 으읏.”
떠올리자 참지 못하고 남친이 옆에 누워있는 상태로 자위를 시작한다.
채선우를 생각하며 손가락 세 개까지 넣고 채선우와의 섹스를 복기시켜본다.
이런 비참한 일을 반복할수록 그가 떠오르지만 참을 수 없다.
헤픈 걸레 같지만 며칠 만에 욕구가 쌓이고 쌓였다.
연인도 뭣도 아니건만 그가 그립다.
‘하지만 만날 명분이 없단 말이야…’
전화번호는 있다.
허나 관계로 따지면 협박범, 남친의 친구다.
심지어 둘이 싸워서 따로 둘이서라도 만날 명분을 만들어내긴 너무나 어려운 과제다.
자위를 하지 않았던 다른 손으로 긴 손톱을 물어뜯으며 윤미나 나름대로 머리를 짜내본다.
짜내고 짜내다보니 딱 하나, 이미지를 챙기며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그래, 그러면 되겠네♬’
고등학교 입시 이후 오랫동안 잠잠하다가 채선우를 꾀어낼 생각에 팍팍 굴러가는 두뇌.
멋대로 써내려간 시나리오가 잘 굴러가길 빌며, 이불 꼭 끌어안고 잠에 빠져든다.
***
[돈을 더 많이 벌고 싶습니까?]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대다수의 대답은 YES일 거다.
나는 불과 10분 전, 해킹툴에 뜬 이 메시지를 보고 어떤 어플을 하나 더 결제했다.
1000만원 주고 얻은 [암컷타락]어플에 이어서 2번째다.
이번에는 무려 2000만원에 해금되는 어플.
‘그래도 2000만원은 진짜 전재산인데….’
지난 편의점 알바비와 보상금을 아득바득 모아온 금 2000만원.
큰 금액에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따져보면 전에 결제한 [암컷타락] 어플은 엄청난 값어치를 하고 있다.
[암컷타락]을 실제 값어치로 따지면 억을 넘어서는 값어치는 될 것이다.
이런 개꿀 기능을 저렴한 가격에 주신 믿음에 배팅해,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제를 했다.
그리고 내가 얻은 건,
[함께 즐겨요!]
-이제 당신이 직접 나설 시간입니다. 이 어플을 이용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열면 모든 국내 성인 방송채널에 당신의 영상이 송출됩니다.
-[함께 즐겨요!] 어플로 찍은 화질은 길거리 전광판에서도 선명할 정도로 초고화질로 찍힙니다.
-[함께 즐겨요!] 어플로 찍은 영상은 어떤 기술로도 함부로 복제할 수 없으며, 저작권은 철저히 당신에게 귀속됩니다.
-구매 특전으로 금사자 헬멧이 수여됩니다. 며칠 뒤 소포를 확인해주십시오.
*본 어플은 추가 기능을 구매해 업그레이드됩니다.
*다른 기능들을 더 얻으시려면 더욱 많은 경험을 쌓으시기 바랍니다.
*영상의 수익은 일주일 마다 정산됩니다. 다시보기 수익까지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니 참고하십시오.
긴 글을 두 번, 세 번을 읽어봤는데, 한마디로 그거였다.
나더러 방송을 하라는 소리였다.
면상이 길거리에서 차인 깡통마냥 찌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뜬금없이 방송을 왜 해?!”
개인적으로 방송은 보는 건 좋아하지만 하는 건 내키지 않는다.
하고 싶은 소재도 없고, 하고 싶은 의욕조차 없다. 그럴 시간에 여자나 만나고 싶다.
더구나 방송은 생각보다 귀찮은 일투성이다.
언제나 콘텐츠를 짜내야하고, 신선한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한다.
잘생기거나 예쁘면 캠방이라도 할 맛이 나겠는데, 그 정도의 외모는 타고 나지 못했다.
최소한 말을 재밌게 하는 것도 아닌 실정.
그나마 보여줄 자랑거리는 큼지막한 쥬지인데…… 설마 그건가?
남자 딸치는 영상 좋아하는 특수 성벽이나 성소수자분들께 펀딩을 받으라고?
캠코더 앞에서 딸치는 그림을 상상하자 스스로가 비참해진다.
돈을 트럭으로 준다고 해도 내키지 않는다.
못할 건 없지만, 마음에도 없는 사람들 앞에서 딸 치면서 돈을 받다니, 너무 없어보인다.
아무튼 방송에는 뜻이 없다.
부디 한 수 무르고 싶었지만 어플 구매 당시에 방침은 환불불가였다.
클릭 한 번에 2000만원이 허무하게 날아갔다.
세상 허탈해서 침대에 누웠으나 시간은 돌아가지 않는다.
○○○뱅크 잔고 672,420
인터넷뱅킹 잔고를 확인해보니 아니길 빌었지만, 감쪽같이 털어갔다.
‘……일단 나가자….’
잘못된 충동구매에 기분이 착잡했지만 오전에 문자로 특별한 약속이 잡혔기에 바람이나 쐬러 나간다.
[함께 즐겨요!] 어플을 어떻게 할지는 나중에 생각해보기로 한다.
옷장에 있는 옛날 옷을 입고 시내로 나간다.
유명한 역 근처에 카페에 들어가자 윤미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 여기야.”
“……어?”
순간 첫인상에 못 알아 볼 수준이었다.
전에 호프집에서 친구들과 만날 때보다 훨씬 더 치장했다.
밝은 톤 파운데이션에 진한 붉은 립, 뷰러로 긴 쏙눈썹을 앙증맞게 찍어 올렸다.
나비모양 금빛 귀걸이에 손목과 목에도 여러 가지 치렁치렁 달았다.
딱 봐도 긴 시간부터 정성까지 투자한 꽃단장.
─저쪽 테이블 되게 예쁘지 않냐?
─뭐지? 연예인인가?
─글쎄, 옆에 남친인 것 같은데…?
그 탓인지 오늘은 유독 주목을 많이 받는다.
원래 외모만으로 뜬 SNS스타였으니 기본 베이스는 이미 훌륭하다. 여기서 작정하고 꾸미니 연예인도 씹어 먹을 수준.
걸레 같던 윤미나의 이미지는 어디가고 특유의 모델 포스가 넘친다.
“어, …안녕.”
날이 추워져서 그런가, 입이 약간 얼었다.
보기만 해도 흐뭇한 꽃단장을 보니 단둘이 데이트하는 기분이었으나 이 자리에는 윤미나만 있지 않다.
“시발! 뭐야, 너.”
이정수가 윤미나와 나란히 앉아서 삐딱하게 물어본다.
저 면상을 보니, 기분 팍 새서 혀가 짧아진다.
“뭐긴, 니 여친이 불러서 왔다. 새끼야.”
“이 새끼가 진짜… 말 다했어?”
“그만. 싸우지 말라고 했잖아.”
앉자마자 한판 붙을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되자 윤미나가 중재한다.
구역다툼하는 맹수처럼 으르렁대는 둘 사이에 조련사처럼 끼어들어 차분하게 진정시킨다.
나를 노려보던 이정수가 눈길을 돌려 따진다.
“아니… 지금 뭔데? 내가 왜 여기까지 나와서 이 새끼랑 만나야 해?”
“그러니까, 전에 나 때문에 둘이 좀… 소원해졌잖아. 오늘 이 자리에서 화해해라고.”
“내가 왜? 저 새끼 전화번호는 또 어떻게 알았어?”
“치, 친구들한테. 학교 친구들한테 수소문해서 알았어.
열심히 설득해서 만든 자리니까, 이제 화해해.”
“아 싫다고. 저 새끼가 먼저─”
“야, 새끼새끼 그만하라고 했지?”
“…….”
목소리 깔고 쏘아보자 합죽이가 된다.
윤미나는 한심스럽다는 듯이 한숨을 푹 쉬고, 눈동자를 정면에 나에게 굴린다.
볼을 잠깐 붉혔다가, 새침하게 이어간다.
“그, 그리고 너도 그냥 좋게 화해해…… 호프집에서 나 때문에 싸웠나 미안해서 잠이 잘 안 오거든….”
“잠이 안 와? 너도 뒤에서 같이 욕했─”
“쓰읍.”
“…….”
이정수의 반항적인 말대꾸를 사전에 다 잘라버린다.
평소에는 떵떵거렸으나 윤미나가 진심으로 나오면 찍소리도 못하나보다.
본래 동등해야할 연애나 이 둘에겐 수직사회가 분명 존재했다.
흐음.
일단 앉아서 묵묵히 이야기를 쭉 들어봤다.
대충 어떤 상황인지 파악했고, 방침을 결정한다.
“그래, 미안했다.”
“엉? ……뭐, 뭐?”
한마디에 어리둥절하는 이정수.
“미안하다고.
그때 좀 좀생이처럼 굴었지? 니 여친 소개에 놀라기도 하고, 듣다보니 자격지심 느껴져서 그랬다. 미안했다.”
머리는 숙이지 않았지만 정석적인 사과의 메시지를 건넨다.
본심은 이정수에게 미안한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으나 의젓하게 행동한다.
이대로 윤미나의 뜻에 따라 행동하면 분명 얻을 수 있는 떡고물이 있다.
“…….”
선(先)사과를 받은 이정수는 의외의 일격이었는지 얼떨떨하게 시간을 끈다.
억지로 시선을 피하고, 쓸데없이 폰을 만지작거리고. 다리를 달달달 떨다가 여친 윤미나의 팔꿈치로 갈비뼈가 찍힌다.
“야! 저쪽이 남자답게 사과했잖아! 자꾸 찌질하게 굴래?”
“아, 알겠다고! ……나, 나나나도 미안. 옛날 일 가지고 좀 심하게 놀렸다. 미안.”
잔뜩 주눅 들어서 사과를 건넨다.
어떨 결에 쌍방 사과를 했음에도 도통 못마땅하다는 표정.
그간 위에서 깔보던 내게 동등하게 사과를 한다는 사실이 싫었는지 떠는 다리와 고까운 얼굴은 멈출 생각이 없다.
청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벌떡 일어선다.
“…담배 한 대 태우고 온다.”
쌘척하며 나간다.
“여기 담배 어디서 피워요?”
“흡연부스는 횡단보도 건너에 있습니다.”
“아 무슨 담배 하나 태우는데 횡단보도를 건너… 아씨.”
끝까지 곱게 가는 법 없고, 괜히 카페 직원에게 시비를 걸고 카페 밖으로 나간다.
그렇게 이정수가 퇴장하자 소음이 한 층 잦아든다.
“요란스럽네.”
“어휴… 그러게. 병신이 가오만 살아선.”
운을 띄우자마자 맞춰주듯 냉큼 공감하는 윤미나.
그러나 뒷담화의 의미가 아니다.
“아니, 지금 입은 복장 말이야. 전보다 예쁘게 꾸몄네?”
화장뿐만 아니라 코디까지 완벽하게 마쳤다.
상큼한 테니스 스커트에 리본이 달린 블라우스와 얇은 가디건.
핑크빛과 순백으로 조합해 화사하게 꾸몄다.
누가 보더라도 힘 빡빡 준 티가 난다.
“어, 어? 예예예예뻐?”
“예쁘네. 이런 자리에서 그렇게 예쁘게 꾸밀 필요가 있나?”
“그, 그냥 평소대로 한 거야.”
“꼭 어떤 특별한 날 같은데?”
“…….”
피식 웃자, 어색하게 눈길을 피한다.
곤란한 기색이었지만 예쁘다는 칭찬이 싫진 않은지 붉은 입술을 움찔움찔 떨면서 배시시 웃어버린다.
화제전환용 질문을 하나 더한다.
“그 이후로 들키지 않았지?”
“뭘 들켜? ………다, 당연하지! 그걸 말이라고 해?!”
뒤늦게 함축된 키워드가 나와의 섹스라는 의미를 깨닫는다.
얼굴이 불덩이처럼 달아오른 윤미나.
그 모습이 귀여워서 은근슬쩍 테이블 위로 팔을 뻗어 뽀얀 손에 겹친다.
연인처럼 다정하게 붙잡는다.
“걱정돼서 그러지. 들켰다가 관계 파탄나면 안 되잖아.”
“야, 손…….”
“손이 왜?”
“정수 올 수 있잖아…….”
말은 그렇게 하면서 붙잡힌 손을 빼지 않는다.
손등을 엄지로 쓰다듬어 줄때마다 기쁘다는 듯이 꼼지락댄다.
역시 그랬다.
일전에 건네준 폰번으로 윤미나가 먼저 문자로 나를 불러내더니, 그런 거였다.
이정수와의 화해는 명분일 뿐, 윤미나는 나름의 목적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림자 속에 감춰진 그 목적을 제대로 캐치했다.
남친 몰래 꼼지락꼼지락 손잡는 바람기 가득한 스킨십.
마음에 들지만, 오래 붙잡고 있다가 아침드라마처럼 들키면 곤란하니 스윽 팔을 빼면서 말을 이어나간다.
“그런데, 보채서 나왔지만 이정수 얼굴 오래 볼 마음은 없어.”
“나, 나도 오래 붙잡아둘 마음은 없어! 어떻게 둘이 화해만 했으면 한 거야….”
“그럼 화해했으니 볼일 끝났네? 이젠 간다?”
“……마음대로 해.”
“오케이.”
냉정하게 가는 척 일어섰다가,
“아~ 그런데 좀 늦어서 지하철 타고 들어가기 피곤하네? 모텔에서 좀 쉬다갈까나~(국어책읽기)”
드라마 주인공이 내레이션 하듯이 발연기로 중얼거린다.
희대의 발연기였으나 윤미나의 귀는 토끼처럼 쫑긋 세워진다.
“다놀자 앱으로 예약할까… 오, 마침 근처에 남았네. △△모텔 407호…… 숙박 예약.”
“…….”
“잊을 수 있으니 휴지에 적어둘까?”
“그, 그럴 필요는 없어. 방금 다 외웠으니까.”
“응? 내가 잘 모텔을 니가 왜 외워?”
“…….”
지적하자 얼굴이 주전자처럼 확 달아오른다.
그게 또 웃기고 사랑스러워 슬쩍 일어나서 잔뜩 분칠한 얼굴에 슬쩍 뽀뽀 해주며 확정짓는다.
“기다리고 있을게.”
“……♥”
윤미나의 아련한 눈빛은 사랑에 빠진 소녀 같았다.
자지에 빠진 소녀라 해야 하나?
***
이정수가 멀리까지 원정해서 담배를 피고 돌아오자, 자리에는 윤미나 혼자였다.
이정수에겐 오히려 좋다.
바로 맞은편에 앉는다.
“뭐야, 그 새끼 갔어?”
“야, 친구한테 새끼라고 하지 말라고 했지.”
“선우 갔잖아. 없는데도 굳이 눈치를…… 알겠다. 알겠어.”
윤미나의 눈빛이 불처럼 달아오르자, 이정수는 얌전해 질 수밖에 없었다.
윤미나는 간이 화장도구를 꺼내 짧게 볼터치를 하던 중이다.
턱선과 귓바퀴까지 꼼꼼하게 살펴본 뒤, 옆에 내려둔 백을 어깨에 걸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럼 화해시켰으니 나도 이제 간다?”
“? 간다고? 카페에 나와주면 데이트한다고 약속했잖아.”
아차, 싶은 표정이 나왔으나 윤미나는 과감하게 나갔다.
“…다음에 해.”
“야! 약속했잖아. 나 방탈출카페 예약도 잡아놨단 말이야. 그, 그리고 모처럼 예쁘게 꾸몄으니까 뭣하면 모텔까지….”
“아 피곤하니까 다음에 해.”
“방금왔으면서 자꾸 뭐가 피곤─”
“……다음에 하자고 했지?”
“…….”
자신이 불리한 상황에서도 정색 한 번이면 전세는 역전된다.
적반하장 식으로 도리어 이정수가 잘못했다는 듯이 쏘아보고는 뒤로 돌아선다.
너무 억지였지만 윤미나는 그런 것 상관하지 않는다.
상관할 때가 아니다.
카페를 나와 빠른걸음으로 사람들 사이 길거리를 가로지른다.
화려한 외관에 어떤 한 남자들이 수근덕댔으나 모텔이름과 방 번호를 되뇌기 바쁘다.
때마침 자신의 사과폰이 진동하더니 카톡 메시지가 하나 뜬다.
「△△모텔 407호 빨리 와」
“♥”
친절하게 적어준 주소.
메시지 한 줄에 어쩜 이토록 열정과 애정이 솟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