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화 > 15. 자지맛 알아버린 외로운 요가 강사님 책임져드리기♥
"......"
─[섹파구함0106XXXXXXX]: 뭐함?
─[허벅다리핥짝]: 뭐지? 정지 화면인가
─[여자는엉덩이]: 얼른 춤추라고 걸레년아~!
─[찹쌀떡]: 오늘따라 상태가 이상하네
멍하니 카메라를 보던 속옷차림 하연수는 뒤늦게 깨어나듯 현실을 인지한다.
자신이 춤을 추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잠깐 넋이 나갔다.
“아 죄송해요….”
휴대폰 카메라에 사과를 하고 하던 춤을 마저 추려고 했으나, 도통 흥이 나지 않는다.
마치 현탐이 온 듯, 지금 하는 행동에 무의미함을 느낀다.
즐거워서 하던 야방이 그저 한적한 시간 보내기로 변질됐다.
‘됐다, 그만하자.’
어차피 억지로 하는 티가 여실히 드러나는 것 같고, 그냥 이쯤에서 짧게 끊기로 한다.
나름 돈이나 이미지가 걸렸지만 어차피 여기 수익이나 부가적인 거다.
또한, 더 이상 야방에 큰 미련이 남지 않는다.
“죄송해요. 오늘 상태가 좀 이상하네요. 방송은 여기까지 할게요.”
─[여자움떡다이스키]: 아 왜!?
─[찹쌀떡]: ㅅㅂ돈 냈는데 장난함?
─[허리돌리기팡팡]: ㅅㄱ했음
─[여자는엉덩이]: 제가 선을 좀 넘었나요? 사과할 테니 마저 좀…
“죄송합니다… 또 오시면 다음에 더 열심히 할게요.”
200명밖에 안 되는 채널에서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왔으나, 전부 무시하고 녹화종료를 눌러 꺼버렸다.
쓰던 가면을 근처 탁상에 내려두고, 마른세수를 한다.
“후우….”
한숨소리가 부쩍 늘었다.
생활루틴을 깨지 않기 위해 이 닦고 침대에 누웠으나 잠조차 안 온다.
혼자 독차지하는 큰 침대에 괜스레 여기저기 뒤척거리기만 한다.
좌우로 돌아가며 엑스레이만 찍다가, 상체를 들어 침대 주위를 둘러본다.
‘여기서 했었지…’
까놓고 말해 채선우 생각밖에 안 난다.
그때 협박당해서 강제로 몸을 탐닉당한 후, 하연수는 그 능글능글한 얼굴만 떠올렸다.
협박범과의 잠자리를 그리워하다니, 진짜 변태 걸레년이 아닌가 싶다가도 몸은 너무나 솔직하다.
벌써 한 달이 넘어가는데도 그때의 일이 새록새록하다.
떠올릴 대마다 스스로도 모르게 손가락을 젖은 가랑이 사이에 끼운다.
단순히 채선우의 물건이 큰 탓은 아니었다.
채선우는 그 이상을 해줬다.
하연수를 물고 빨면서, 각종 더러운 용어로 흥분시켜줬다.
한술 더 떠 개처럼 달려들어 빨아주는 그가 너무나 좋았다.
소위 말해 속궁합이 딱 맞았다는 거다.
잃어버렸다가 간신히 찾은 마지막 퍼즐조각처럼 하연수가 그토록 원했던, 자신의 오감을 만족시켜주는 끈적끈적한 남자였다.
섹스를 했던 그때, 그도 만족한 눈치였고, 나는 대만족했다.
그 탓에 마지막에 섹스프렌드라도 하자고 제안하려 했으나, 그건 진짜 걸레 같아서 참았다.
그래도 유명 강사에 잘 나가는 샐럽인데, 자신을 협박해서 성관계를 맺은 협박범에게 일방적으로 매달리는 그림은 너무나 격이 떨어진다.
“으흠… 읏…! 후우……”
어떻게든 그때를 재현해보려고 중지를 끼워 안 하던 자위까지 해본다.
침대 위에서 혼자 꼼지락대며 열심히 해봤지만 금세 열기가 식어서 그만둔다.
역시 다르다.
이런 허접한 오르가즘으론 절대 만족 못한다.
다른 남자를 써도 마찬가지였다.
굼뜬 움직임으로 파트너를 띄워주는 말만 하는 수컷 탓에 오히려 그가 더 그리워졌다.
몹시 그리운 탓에 그날 이후 밤이 너무나 길어졌다.
이럴 바에 차라리 협박한 사진이 퍼져서 만날 구실이라도 생기길 기대했다.
자칫 파멸할 수 있는 너무나 극단적인 선택이나 하연수는 거기까지 상상했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보니 그런 극단이 아니더라도 딱 한 번, 단 한 번 기다리면 주워 지는 기회가 있었다.
‘학원은 더 안 다니더라도 어차피 한 번은 와야 해.’
침대에서 또 꺼져가라 한숨을 쉰다.
‘매일 잠도 제대로 못 자는데 어떻게든 결판을…….’
결심을 하듯 누워서 이불을 꼭 붙잡는다.
허벅다리를 계속 꼼지락대지만 가는 단계까진 턱없이 모자라다.
외로운 밤은 너무나도 길다.
***
[채선우 고객님, 하연수의 필라테스&요가 한 달 체험판 기간이 경과했습니다. 라커룸 키를 반납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음 지령인가?!
확 기대했다가 단순한 메크로 문자에 식어버렸다.
그리고 보니 열쇠를 반납하지 않았다.
벌써 학원을 끊은지 한 달이 넘어가서 키를 반납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
“…….”
메시지에서 하연수라는 이름에 멍하니 꽂힌다.
그 말도 안 되는 하체 라인은 떠올릴 때마다 솟아난다.
거기에 요가복 같은 라인이 드러나는 폭력적인 옷을 입고 있으면 더욱 그러하다.
가면 또 볼 수 있을까… 중얼거렸다가, 고개를 젓는다.
학원하니 또 그 마귀 소굴에 꼬툭튀가 떠올랐다.
덤으로 최대한 마주치지 않는다는 그간 지켜온 원칙에 위반되므로 하연수와 조우하는 건 피해준다.
‘……요즘엔 지켜온 원칙이고 뭐고 다 깨지고 있지만.’
아침에 온 문자지만 오전 시간대를 피하기 위해 점심쯤에 일어서서 여유롭게 간다.
한적한 지하철을 타고 가서 학원에 입성한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키 반납하러 왔는데요.”
“네, 아… 채선우 고객님, 운동에 효과가 없었나요? 1개월만 더 연장하실 의사는 없으신가요?”
“없어요.”
“알겠습니다. 반납 접수됐구요, 그동안 저희 수련원을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손하게 두 손 배꼽인사.
단호하게 입장을 표명했어도 레깅스를 입은 여성 접수원은 친절하게 받아준다.
‘갈까?’
여기 있어봤자 더 할 것도 없으니 과감하게 뒤로 돌아선다.
그러자,
“서, 선우씨!”
뒤에서 나를 부른다.
다시 가던 길을 멈추고 턴하니 하연수 강사가 서있다.
여전히 하이웨스트로 올려진 꼴리는 검정레깅스와 위에 젖의 골짜기가 드러나는 탱크탑. 남자들 환장하게 만드는 요가복을 입고 있다.
앞에 접수원과 같은 요가복이 맞나 싶은 툭 튀어나온 골반라인이 치명적이다.
더구나 대타 없이 오전 타임을 다 뛰었는지 묶어 올린 머리가 꽤 젖었다.
‘시발 진짜 미치겠다.’
적당한 땀냄새와 하얀 피부 위에 투명한 물의 윤기.
분명 같은 냄새일 텐데, 여자가 흘리는 땀은 왜 이토록 흥분되고 섹시한지 모르겠다.
동시에 그녀의 피부가 더 촉촉하게 보이는 효과로 흥분시킨다.
‘그나저나 기껏 오전 시간 피해줬는데, 무슨 볼일이 있나…?’
“네, 안녕하세요…?”
일단 저쪽이 먼저 인사했으니, 어색하게 뒤통수를 긁으며 인사를 받아드린다.
정면에서 눈을 마주치자 슬며시 피하는 듯, 애교스런 높은 콧소리를 낸다.
“그만두시게요? 기껏 잘 따라오시다가 여기서….”
“아 그게, 분위기가 저랑 잘 안 맞아서….”
“그래도 너무 아쉬워요. 더 해보시지 않으실래요?”
“원래 헬스를 다니거든요. 다른 것도 해볼까 싶어서 왔는데, 역시 헬스가 적성에 맞아요.”
“그래도… 저…… 그래, 한 달! 한 달 특별히 무료로 연장해드릴 테니 더 인내를 가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연장이요?”
‘…영업하는 건가?’
그러나 일개 흔한 남자 수강생A인 내게 유명 강사가 굳이 영업을 뛸 이유는 딱히 없다.
“하시면 특별히 제가 직접 맨투맨으로 가르쳐드릴 수도 있는데….”
과외까지 해준다고? 협박한 놈한테?
왜? 어째서? WHY?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라 머리를 짜내고 짜내다 설마하는 순간,
“직접 가르쳐 주신다구요?”
불쑥 옆에서 어떤 남자가 끼어든다.
돌아보니 검정 쫄쫄이에 놀라서 흠칫했다.
Y자 남성 요가복인데, 몹시 세련된 타입.
내가 입던 타이즈에 치마 두른 타입과 다르게 트렁크 스타일 바지에 안에 레깅스를 덧댔다.
키도 나보다 좀 더 크고, 같은 남자가 봐도 몸선이 꽤 유려하다.
스포츠종사하는 운동선수처럼 전체적으로 시원시원하게 잘생긴 타입이다.
‘이 사람이 오후반 담당한다는 남자 강사인가?’
하연수가 어색하게 인사를 건넨다.
“아… 강우석 강사님, 일찍 나왔네요.”
“이야~ 오늘따라 기운이 넘쳐서요. 그보다 맨투맨 코칭 이야기를 들었는데, 전 안 될까요?”
“예? 아… 이건 특별히 수강생 분께 해드리는 서비스에요.”
“그래도 어떻게든 끼고 싶은데… 안 될까요?”
“이미 상까지 잔뜩 휩쓴 유명강사 분에게 무슨 코칭이 필요하겠어요.”
“그래도 연수님 강의라면 돈을 내서라도 꼭 받고 싶은데요.”
“하하하….”
어색하게 웃으면서 몸을 뒤로 빼는 하연수.
“사실 강의가 아니라 그냥 영업하는 거예요.”
“하하, 하연수님이나 되시는 분이 굳이 영업까지 뛰실 필요는 없잖아요.”
“남성 고객은 희귀하니까요. 미래 고객층 확대에도 좋고….”
“고객층 확대라면 제 봉급 올려주시면 더 열심히 홍보할 텐데.”
허리를 낮춰 속닥이듯이,
“뭣하면 다른 보너스도 좋습니다. 후후훗.”
“아하하….”
굳어서 완전 어색하게 웃는 하연수와 여유롭게 웃는 강우석.
잠깐 지켜봤을 뿐이나 앞에 강우석 강사는 놈은 하연수에게 관심이 많아 보인다.
치근덕대는 꼴이 한눈에 보인다.
하연수는 그런 강우석이 부담스러운지 피해가는 눈치.
전체적으로 남자의 집적거림을 경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것 치고는 나에겐 이상하치만큼 좋은 조건으로 나에게 과외를 권유했다.
나홀로 망상 같지만 이 상황은 혹시… 진짠가 싶을 때, 마침 휴대폰이 울린다.
알림음을 확인한 내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해진다.
설마가 확신으로 바뀐다.
“혹시 오늘 저녁 시간되시나요? 좋은 레스토랑 오픈했는데.”
“죄송해요. 끼니는 루틴대로 먹어서.”
“아~ 그랬죠. 그럼 제가 특별히 단백질 요리해 드릴까요? 저염식으로, 맛있게 해드릴 수 있는데.”
“제품을 사먹고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저기요, 하연수 강사님.”
“예?”
“계속 다니면 과외 해주신다고 했죠?”
“네? 아…… 네, 네네네!”
“모두 앞에서 배우는 건 좀 쪽팔렸는데, 과외 받는다는 조건은 끌리네요. 일 끝나셨으면 나가서 점심이라도 먹으면서 이야기할까요?”
대화에 끼어들어 극성 강사에게 시달리는 하연수를 구출해준다.
“그, 그럴까요? 그리고 보니 지금은 배가 좀 고픈 것도 같네….”
하연수는 바로 내가 내미는 밧줄에 폴짝 뛰어내리듯 매달린다.
“좋아요, 그럼 가시죠.”
“그런데 옷에 땀이 좀… 원장실에서 겉옷만 좀 입도록 할게요.”
“기다릴게요. 아, 유명한 레스토랑은 모르지만 적당한 곳에 가면 되겠죠? 하핫.”
“네.”
“…….”
원장실에 들어갔다가 패딩만 걸쳐서 돌아온 하연수가 쫄래쫄래 따라온다.
땀에 젖은 요가복에 그냥 적당히 가리는 패딩, 옷차림도 신경 안 쓰고 따라온다.
그런 하연수를 에스코트하면서 계단을 내려가려하자 눈총을 맞는다.
제주도 돌하르방처럼 여전히 그 자리 그대로 위치한 남자 필라테스 강사 강우석이 못마땅하게 레이저를 쏜다.
그러나 우리를 막을 길은 없었다.
학원을 나가면서 은근슬쩍 어깨에 손을 감았으나 하연수는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딱 안기기 좋게 내 품안에 들어왔다.
[미션 시작!]
[외로운 강사님 책임져드리기♥]
*보상금 100만원이 주어집니다.
*본 미션은 [암컷타락]외에 나머지 해킹기술은 업데이트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