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1화 〉친구 엄마를 사랑하다 (16)
친구 엄마를 사랑하다 (16)
소년의 머릿속에서 이성의 끈이 뚝 끊어졌다.
"아! 아줌마! 나, 나는..."
감정에 북받쳐, 여름이는 아이 처럼 울음을 터뜨렸다.
엉엉 소리를 내면서 어린 아이처럼 울기 시작했다.
* * *
가을이라고 하기에는 햇살이 너무 강했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창틀에 기대어, 지나는 멍하니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창 너머의 평온한 광경도 그녀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믿을 수 없어. 바다와 유미 씨가 남녀관계를 맺다니.'
지나의 입에서 한숨과 탄식이 끊임없이 새어 나왔다.
'어떻게 이런 일이.'
지나는 도저히 여름이가 자신에게 한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지나는 우연히 바다의 방에서 중년 여성의 속옷이 나온 일을 떠올렸다.
'여름이의 말이 사실일거야. 바다와 유미 씨가 남녀관계를 맺다니. 이건 악몽이야. 말도 안 돼.'
지나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 충격적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바다의 엄마로서, 여름이의 엄마인 유미의 친한 친구로서 불쾌하고 더러운 그 둘의 관계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지나는 유미가 어떤 여자인지 잘 알고 있었다.
'바다야. 바다가 유미 씨를 유혹한거야. 어떤 수단을 써서 유미 씨를 손에 넣었는지는 모르지만. 유미 씨가 먼저 바다를 유혹했을 리가 없어.'
두 사람은 스스럼 없는, 사소한 것까지 서로 털어놓는 정말 자매 같은 관계였다.
'그런데도 유미 씨는. 내 아이와 육체관계를 가졌어.'
그 때 분노와 창피함 속에서 지나의 가슴 속에 솟은 또 하나의 감정은 질투였다. 유미에게 젊은 섹스 파트너가 생긴 것에 대한 기묘한 질투가 지나의 마음 속에 생겨났다. 여름이의 말이 사실이라면, 유미는 마음껏 섹스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비록 그 상대가 자신의 아들이라고 해도, 유미는 마르지 않는 젊은 남자의 성욕을 탐닉하면서, 열정적인 섹스를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지나는 자신의 외로운 성생활을 떠올렸다. 그리고 엄마와 아들 이상으로 나이 차이가 나는 두 사람의 육체관계를 상상하자, 야릇하게 설레이면서 몸이 타는 듯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동시에 여름이에 대한 동정과 죄책감이 가슴을 찔렀다.
뒤를 돌아보자, 여름이는 그대로 좌석에 앉아, 힘없이 어깨를 떨구고 있었다. 일어설 기력도 없는 것 같았다. 몸이 한결 작아 보였다. 어쨌든 소년은 같은 반 친구에게 엄마를 빼앗겨 버린 것이다. 그 충격은 도저히 헤아릴 수 없을 것 같았다.
지나는 너무 괴로워 여름이를 쳐다 볼 수가 없었다. 그녀는 다시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지나도 어떤 면에서는 여름이와 마찬가지였다.
유혹한 것이 어느 쪽이든, 지나 역시 사랑하는 아들을 갑자기, 그것도 친한 친구에게 빼앗겨 버린 것이다. 친구인 유미에 대한 질투와 아들에 대한 분노가 그녀의 가슴 속에서 솟구쳤다. 그와 동시에 여름이에 대한 연민의 가정이 뒤섞이면서, 지나는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유미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남편을 잃은 이후, 혼자서 가정과 일을 도맡아야 했던 힘든 나날. 게다가 유미는 아들의 장래를 생각하며 어쩔 수 없이 재혼을 결심한 것이다.
지나는 손에 쥐고 있는 사진에 다시 한번 눈을 돌렸다. 그녀에게도 친숙한 상철과 유미가 다정하게 기대어 모텔 입구로 걸어가고 있었다.
'바다는 이 사진을 미끼로, 유미의 몸을 손에 넣은 게 아닐까?'
지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상의 결론을 생각해 낼 수 없었다.
'유미도 외로웠을거야. 아내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여자로서'
그런 생각을 하자, 지나는 다시 자신의 삶을 떠올려 보았다. 미미가 가져온 갈색 봉투에 마음이 이끌렸다. 갈색 봉투 속의 내용은 심부름센터의 보고서였다. 미미에게 부탁해 조사를 의뢰한 조사 대상자, 바다의 아빠. 즉 자신의 남편이었다.
남편은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 상대는 같은 부서의 여사원. 일주일에 세 번 정도 그녀의 아파트에 들낙날락하면서 가끔 식사나 드라이브를 즐겼다고 보고서에 기록되어 있었다.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새삼 젊은 여자와 함께 있는 남편의 사진을 보자, 가슴이 메어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막상 이혼을 하려고 생각하자, 외로움이 느껴졌다. 외로움 이외의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불륜 상대인 여사원과 바람을 피운 남편에 대한 원망이나 분노는 거의 없었다. 단지 그녀의 마음 속에는 15년 간의 부부 생활이 어이없이 끝나 버리는 것에 대한 공허함과 허탈감만이 가득했다.
심부름센터에 남편의 불륜에 대한 뒷조사를 의뢰하도록 부추긴 것은 미미였다. 그리고 결국 남편의 외도가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지나는 남편과 이혼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금이 가 버린 부부관계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단계까지 와 있었다.
지나는 내년 봄까지는 이혼을 마무리지을 생각이었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금욕과 정숙을 강요당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지나는 생각했다. 자립한 지나는 경제적인 이유로 남편에게 매달리고 싶지도 않았다.
남편과 똑같이 돈을 벌면서, 가사까지 도맡아 하고 있는 자신이 왜 남편의 바람기를 참으면서 정숙하게 지내야 하는지 지내야 하는가.
도대체 왜?
* * *
지나는 남편에 대해서 새삼 곰곰 생각해 보았다.
불륜을 저지른 남자 연예인을 욕하면서, 자신은 절대 바람 따위는 피지 않겠다고 말해 놓고는, 막상 바람 핀 사실이 들통나자 남자니까 어쩔 수 없다고 어설픈 변명을 늘어놓는 남편의 모습이 떠올랐다.
결혼하기 전에는 모든 걸 다 해 줄 것 처럼, 살살거리더니. 결혼한 뒤에는 자신을 잡은 물고기 취급하며, 먹이를 주려고 하지 않았다. 고맙다는 한마디를 듣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게다가 자신이 열심히 가게를 키워 남편 보다 훨씬 많은 수입을 벌어 들이자, 그때부터 걸핏하면 유미를 비꼬면서 부정적인 말을 내 뱉었다.
정숙한 아내를 연기하면서, 신혼 당시의 애정을 되찾으려고 여러번 시도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남편에게 정나미가 떨어져 버린 지나였다.
멍하니 텔레비전을 보거나, 싱크대에 쌓인 설거지를 하고 있다가도 느닷없이 이혼이라는 두 글자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부부는 이미 되돌아 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태였다.
'여자로서 난 아직 한창 때야. 이대로 끝날 순 없어. 난 아직 마흔도 안 됐어.'
문득 지나의 머릿속에 미미의 나체가 떠올랐다. 희고 맑은 살결, 비너스처럼 예쁜 유방, 물오른 엉덩이. 지나는 남편이 채워주지 않는 욕구를 채우기 위해 미미와 관계를 갖기 시작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쓸쓸한 사람끼리 자연스럽게 맺은 육체관계였지만, 새로운 여자끼리의 성애에 가슴이 설레였던 것도 처음뿐이었다.
진짜 레즈비언이 아닌 사람끼리, 레즈비언 흉내를 해 봤자, 기분전환에 불과했다. 답답하고 괴로운 삶에 근본적인 변화가 될 수는 없었다.
역시 자지가 없어서...지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여자끼리의 성애를 경험하고 나자, 역설적으로 남자가 더 그리워졌다.
'아아, 마음껏 찌르고 세게 긁어 줬으면. 거칠게 밑에 깔려서, 딱딱한 것을 몸 안에 받아들이고 싶어. 엉망진창이 될 때까지 격렬하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지나의 눈앞에는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소년이 있었다. 소년의 엄마와 자신의 아들은 이미 육체 관계를 맺고, 마음껏 즐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난 안되지?, 왜 나만 참아야 하지?'
지나는 이미 반년도 넘게 혼자서 쓸쓸함을 참아내고 있었다. 혼자 외롭게 지새운 그 수 많은 밤이 지나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녀 안에 음란한 욕망이 꿈틀꿈틀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다.
'나도 여자야. 나도 평범한 여자란 말이야. 엄마나 아내 이전에 남자의 품에 안겨 사랑받고 기쁨을 느끼고 싶은, 평범한 성욕을 가진 보통 여자란 말이야.'
고삐가 풀려 버린, 억누를 수 없는 육욕이 한창 때의 농익은 여체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했다. 이미 아들인 바다와 친구인 여름이 엄마가 육체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이 활활 타오르는 음욕에 기름을 부었다.
'안될 게 뭐야. 나 역시 한 명의 사랑받고 싶은 여자야.'
지나는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위한 변명 처럼 다짐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인 뒤,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나도 음란한 엄마가 될거야. 아들 친구를 포옹하고 키스해 버릴거야. 타락한 엄마가 될거야.'
아름다운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경쟁심과 질투가 심한 지나는 한번 마음을 먹으면 곧바로 행동에 옮기는 타입이었다.
"여름아."
주눅이 들거나 부끄러워하는 기색은 없었다. 지나는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아줌마 좋아한다는 그 말 진짜니?"
여름이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한 짓과 그걸 들킨 이곳에서 어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정말? 정말 날 좋아하니? 못 믿겠어. 나 이제 아줌마잖아. 여름이 엄마랑 나이도 한 살밖에 차이가 안나는데. 그리고, 난 여름이의 친구인 바다의 엄마잖니?"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지나가 소년에게 다가갔다.
"솔직히 말해 봐. 바다에게 앙갚음을 하고 싶어서 아줌마를 어떻게 할려고 했던거지? 그렇지?"
"처음에는. 처음에는 그런 생각도 했어요."
여름이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고개를 떨군 채 중얼거리듯 말을 이었다.
"이해도 안 가고 용서할 수도 없었어요. 왜 엄마랑 바다가 그런 관계가 되어 버렸는지. 복수하는 의미로 아줌마를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역시. 그랬구나."
앉아 있는 여름이의 옆으로 다가온 지나는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주눅든 여름이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여름이는 내가 바다 엄마라서, 날 갖고 싶었던 거지?"
"아니! 아니에요! 아줌마를 정말로 좋아하게 되었어요. 지금까지 왜 아줌마를 의식하지 않았는지 그게 신기할 정도에요."
"의식하지 않은 게 당연한거야. 왜냐하면 난 친구 엄마인걸."
그렇게 말하면, 생각을 하는 척하면서 지나는 일부러 시선을 돌렸다. 시치미를 떼고 소년의 눈앞에서 블라우스의 목깃을 옆으로 벌렸다.
'이 아이는 정말 나를 좋아하는거야. 후훗.'
자신의 가슴에 쏠리는 아들 친구의 뜨거운 시선이 거울 속에 비췄다. 지나는 그 시선을 즐기면서, 여자로서 자신감을 되찾고 있었다.
젊어 보인다는 말은 자주 들었지만, 아들의 친구인 소년을 매료시키고 있다고 생각하자, 아직 여자로서 한창이라고 말한 미미의 말이 떠올랐다.
'이렇게 매력적인 나를 두고, 그 사람은 왜 바람을...'
남편의 얼굴이 머릿속에 떠올라, 지나는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여름아? 왜 아줌마를 좋아하게 된거니?"
"네? 그, 그야 아줌마는 미인이고, 게다가"
"게다가? 솔직히 말해 봐. 절대로 화 안 낼게. 자, 약속"
"그러니까, 굉장한 미인이고, 게다가 몸매도 쭉쭉빵빵하잖아요."
"아줌마 몸매가 그렇게 쭉쭉빵빵해?"
"죄, 죄송해요."
"왜 사과를 하니? 후훗. 스타일이 좋다는 말이잖아? 오히려 기쁜걸."
"친구 엄마를 너무 음란한 눈으로 쳐다 본 것 같아서요. 그러면 안되는 줄 알면서도 저도 모르게 자꾸 눈이 가게되요."
"후훗. 그럼 지금은 어떠니? 여전히 응큼하게 쳐다보고 있는 것 같은데."
돌아서서 지나가 장난스럽게 웃자, 여름이는 그제서야 거울 속에 자신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름이의 뺨이 붉게 물들었다.
"죄송해요. 응큼한 눈으로 쳐다 봐서, 정말 죄송해요."
"괜찮아. 그렇게 당황하면서 사과할 필요 없어. 그럼, 여름이 너 아줌마의 몸을 쳐다보면서 아까부터 계속 야한 생각만 했구나."
"네. 죄송해요. 아줌마."
"아니, 상관없어. 꾸짖는게 아니야. 그건 그렇고 여름이는 아줌마의 어디가 좋아?"
"네? 아, 그러니까, 다, 다 좋아요. 그리고, 가, 가슴이 특히 매력적인 것 같아요."
"그래? 아까부터 계속 쳐다보고 있었지? 아줌마의 가슴. 여름이는 큰 젖가슴이 좋니?"
여름이가 머리를 긁적였다.
"네. 큰 젖가슴이 좋아요."
"그래서, 여름이가 아줌마의 젖가슴을 좋아하는구나. 흠. 여름이는 아줌마의 젖가슴을 어떻게 하고 싶어? 주무르고 싶어?"
"네, 만지고 싶어요. 그리고 빨아 보고 싶어요."
"아줌마의 젖가슴을 빨고 싶어? 친구 엄마의 젖가슴을?"
"죄송해요."
"그 다음엔? 그 다음엔 아줌마의 젖가슴을 어떻게 하고 싶어?"
"네? 아, 빨고 주무르고, 뒤에서 꽉 움켜쥐고 입에 머금고 씹어 보고 싶어요."
"뒤에서 꽉 움켜진다고? 게다가 씹고 싶다니, 여름이는 정말 야한 아이네."
여름이를 놀리려고, 지나는 일부러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