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화 〉Ex-boyfriend와의 밀회
-Ex-boyfriend와의 밀회-
유리는 눈코 뜰새 없이 바뻤다.
몇 달 뒤에 프랑스 파리로 전근을 가게 된 남편과 함께 한국을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지사에 주재해야 한다는 회사의 갑작스러운 결정으로 이것저것 고민할 틈도 없이, 말그대로 순식간에 남편을 따라 한국을 떠나게 된 것이다.
남편은 다음 주에 먼저 파리로 출발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유리 역시 두달 후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낯선 프랑스로 가야만 했다.
영어도 서툰 유리는 불어로는 간단한 인삿말도 할 줄 몰랐다. 모든 여자들이 선망하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파리로 떠나게 됐지만, 유리에게는 즐거운 이사가 아니어서, 부담스럽고 우울한 나날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 다망한 시기에, SNS로 친구가 국내에 곧 올거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지금 가족과 함께 런던에 거주하고 있었다.
박스에 짐을 꾸리던 유리는 문득 손을 멈추고,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과거를 회상하고 있었다.
현수와는 지금의 남편과 만나기 2년 전쯤 만났다. 그와는 처보지터 평범한 관계가 아니었다. 그와 사귀었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유리가 현수와 처음 만났을 때, 그에게는 이미 아내가 있었다. 유리는 자신이 설마 불륜을 저지를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현수와는 소위 말하는 몸의 궁합이 너무 좋아, 그와 만날 때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육체관계가 뒤따랐다.
남편과 사귀기 시작한 후에, 현수와는 바로 관계를 끊었다. 하지만 종종 연락을 해 올 때마다 유리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
현수와 만남 때는 으레 섹스를 했지만, 유리는 그의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사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정이 있는 남자와의 헛된 사랑에 지쳐가면서도 헤어지지 못하고 만남과 헤어짐을 되풀이하던 유리에게 남편과의 만남은 어둠 속에서 한 줄기 새어든 빛처럼 느껴졌다.
포용력 있는 남편은 오직 유리만을 사랑했을 뿐아니라, 그녀의 모든 과거를 말없이 덮어 주었다. 유리는 남편을 만나서 겨우 혼자 힘으로는 결코 빠져나올 수 없었던 애욕의 늪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유리는 남편을 배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현수와 보낸 2년 간의 시간은 그녀에게 잊혀질 수 없는 인생에서 가장 정열적이고 달콤씁쓰름한 진한 시간이었다. 현수는 유리가 첫딸을 낳은 뒤, 런던으로 훌쩍 가족과 함께 떠나 버렸다.
사실, 유리는 그가 떠나기 전 꼭 한번 그와 만났다. 현수는 밤에 만나고 싶어했지만, 밤에 만나면, 그와 섹스를 하게 될 확률이 100퍼센트 가깝다고 생각한 유리는 그의 제안을 거절하고 낮에 점심을 함께 하기로 약속을 정한 것이다.
하지만, 햇살이 비쳐 드는 밝은 레스토랑에서도, 현수는 유리를 여자로 보고 있었다. 욕정에 가득찬 눈으로 바라보며 말이 아닌, 그 강렬한 눈빛으로 그녀를 동물적으로 유혹하고 있었다.
그때 그에게 몸을 내맡기지 않은 자신이, 유리는 지금도 자랑스러웠다. 그만큼 현수는 강렬한 성적 매력으로 유리를 빨아들였다.
유리는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그와 조용히 마주보고 식사를 하고 있는 동안에도, 자신이 그곳이 격렬하게 욕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끈적이는 것으로 촉촉하게 젖어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걷잡을 수 없이 격하게 뛰었고, 살짝 몸을 틀기만 해도, 뾰족하게 솟은 클리토리스가 애액으로 범벅이 되어 살짝 스치기만 해도 절정에 이를 것 같았다.
차분히 단정하게 음식을 씹고 있는 그의 입술과, 가끔 입술 사이로 모습을 보이며 입 주위를 핥는 혀를 유리는 욕정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온몸으로 섹시함을 발산하는 남자였다.
'왜 이 남자가 이곳에 있는데도, 나는 옷을 입고 있는거지?'
'왜 이 남자가 이곳에 있는데도, 나는 그를 만지지 않고 있는거지?'
유리는 계속 그를 바라보고 있다가는, 그의 욕망 덩어리를 무심코 요구하게 될 것 같았다. 너무 늦기 전에, 그녀는 화장실로 달려가 자위를 했다.
화장실 칸에 들어가, 단숨에 스타킹과 팬티를 내리면서 곧바로 손가락을 넣었다. 뜨거운 것으로 흠뻑 젖은 그곳은 미끈거리는 유리의 손가락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클리토리스를 만지자, 신음 소리가 무심코 새어 나올 것 같아, 그녀는 왼손으로 입술을 막았다. 두 눈을 지긋이 감자, 눈꺼풀 뒤에 그가...현수의 얼굴이 떠올랐다.
남편이나 가족의 모습은 전혀 머리 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기억 속의 현수, 그리고 지금 자신의 눈 앞에서 에로틱하게 식사를 하며, 사냥감을 쫓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현수...그의 모습이 눈앞에 생생히 떠올랐다.
유리는 1분도 채 되지 않아, 절정을 느꼈다.
클리토리스로 절정을 느낀 것만으로는 몸의 욱신거림이 사그러들지 않아, 손가락을 안으로 밀어 넣었다.
현수가 사랑한 그곳에 손가락 세 개가 기어들었다. 손가락을 구부리자, 달콤한 저림이 온몸에 퍼졌다.
"으응~!!"
결국, 입을 막고 있는 왼손 밖으로 애절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갖고싶어. 현수를 원해. 지금 당장 여기서 그를 안고 싶어!!'
"아!!!"
질 안쪽에서 절정을 느낀 유리는, 아직 나른함이 남아 있는 몸을 힘겹게 추스리며, 급히 옷매무새를 어루만졌다.
손을 비누로 씻은 뒤,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쳐 보았다. 희미하게 볼이 분홍색으로 물들고, 평상시보다 더 요염하고 아름다운 한 여자의 모습이 거기에 있었다.
유리는 시치미를 떼고, 아무렇지도 않게 화장실을 빠져나왔다. 아무도 들어온 사람은 없었다. 누구에게도 들켰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레스토랑의 화장실에서 같이 식사를 하고 있는 남자를 생각하며 자위를 했다는 사실은 적어도 한 사람. 유리 자신은 알고 있었다.
유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시치미를 떼며 조용히 자리로 돌아왔다. 식사를 마친 뒤, 커피가 테이블 위에 놓이자, 현수는 커피를 입가로 가져가며 살짝 웃었다.
"좋았어?"
커피잔을 만지작 거리고 있는 유리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현수가 물었다.
"!!..."
유리는 너무 놀라, 커피잔을 밀어서 쏟을 뻔했다.
현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유리의 등 뒤로 다가갔다. 그리고 희미하게 코를 킁킁대며, 지긋이 눈을 감았다.
"흐응~ 야한 냄새. 몇 번이나 갔어?"
그리고 다시 열린 그의 눈동자는 야수처럼 뜨거운 눈빛으로 유리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머릿속에서 빨간불이 켜졌다.
'안돼. 위험해.'
이대로 있으면 이 남자와 어쩔 수 없이 몸을 섞게 될 것을 유리는 직감적으로 예감했다. 순간적으로 유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리, 또 만나게 될거야."
유리는 치마를 휘날리며, 종종걸음으로 레스토랑의 문을 박차고 나왔다. 두 무릎 사이에서 뜨겁고 끈적이는 것이 넘치는 것을 느끼면서.
* * *
"엄마! 엄마 뭐해?"
"응?"
생각에 잠겨 있던 유리의 귓가에 딸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리는 마치 나쁜 장난을 하다가 들킨 아이처럼 놀라며, 어깨를 움찍거렸다.
이사짐 정리를 위해 이웃집에 사는 친구 엄마에게 잠깐 맡겼는데, 어느새 돌아온 모양이었다. 유리는 조금 마음이 불편했다.
"엄마 왜 그래? 멍하니 무슨 생각해? 엄마 피곤해?"
자신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딸에게 유리는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으응~ 아니, 아니 것도 아니야! 엄마 아무렇지도 않아! 정리하다가 좀 쉬고 있었거든."
말과는 달리 유리의 표정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유리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간식 먹을래? 엄마도 차 마시려던 참..."
그렇게 말했을 때, 유리는 그곳이 음란하게 축축해져 있는 것을 느꼈다.
'그래, 현수와 마지막으로 레스토랑에서 만났던 그때처럼...'
그녀의 머릿릿에 다시 현수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현수...'
하지만, 이사짐 정리와 보채는 딸 아이 그리고 집안일로 바삐 몸을 움직이는 사이에 현수의 생각은 슬그머니 머릿속에서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파리 부임을 앞에 두고, 인수인계 등으로 정신 없이 바쁜 남편이 집에 돌아오지 않은 그날밤, 유리는 그 때의 일을 다시 떠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에서 다시 없이 뜨거웠던 그날 일을 떠올리며 그녀는 침대 위에서 몸을 붉혔다. 남편과의 관계에 불만은 없었다. 하지만 까닭없이 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 남자가 런던이 아닌 한국에 돌아와 있다는 생각만으로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두근거렸다. 유리에게 현수는 섹스 그 자체였다.
그날 밤, 남편의 귀가는 평소보다 더 늦어졌다. 오늘 아침 이사짐 정리문제로 사소한 말다툼을 벌인 게 그 이유일지도 몰랐다.
너무 늦어서 SNS로 문자를 보냈지만, 답장이 없었다. 읽지도 않은 상태였다. 며칠 동안 남편 없이 보내는 밤이 이어지고 있었다.
유리는 쓸쓸했다. 너무..
그리고 정신이 들었을 때는, 침대 속에서 현수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 나 다음 달에 파리로 가게 됐어. 남편이 그리로 전근가게 됐거든 가족과 함께 한국에 온거니?]
일단 지사에 주재하는 형식이지만, 현지의 상황에 따라 그대로 파리 지사에 채용되어 쭉 눌러살게 될지도 모른다고 남편이 넌지시 유리에게 말해 놓은 상태였다.
'어쩌면 이대로 한국에 돌아오지 못할지도 몰라.'
그런 상황에서, 현수가 한국에 돌아와 있는 것이다. 타이밍이 너무 절묘했다. 이대로 현수와 영영 만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유리는 다시 한번 현수를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유리는 결코 현수와의 섹스를 기대하고 있지는 않았다. 현수는 사랑에 모든 것을 걸었던 설레이던 청춘의 상징 그 자체였다.
자신의 삶을 돌아봤을 때, 현수의 존재감은 그 어느 것보다도 그녀의 마음 속에 크게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네가 싫어진 건 아니었어. 현수...한번만, 한번이라도 좋으니까 널 만나고 싶어.'
곧 답장이 돌아왔다.
[ 나 혼자 돌아왔어. 다음 주 월요일 밤 10시부터 시간 비는데. ]
'아... 안 돼. 그런 늦은 시간에 만나면, 그럼...안 돼. 그건 절대 안 돼. 자신 없어...'
유리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갖가지 망상들. 유리는 그 망상들을 떨쳐내기 위해 고개를 흔들었다.
[ 그래...그 시간엔 아마 갈 수 없... ]
유리는 현수에게 갈 수 없어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작성하다가 문득 터치스크린에서 손을 떼었다. 작성하고 있는 메시지의 내용과 달리, 그녀는 머릿속으로 일정을 확인하고 있었다.
'남편이 프랑스로 떠나는 건 토요일이야. 그때까지 계속 지금처럼 늦게 돌아올까. 아이는 엄마를 잠깐 집으로 오라고 해서...'
유리의 머릿속에서 부정하지만 달콤한 여자로서의 생각과 정숙한 한 남자의 아내로서의 이성이 갈등하고 있었다.
'그날은 낮에 만났는데도, 그렇게 몸이 달아올랐는데...밤 늦게 만나게 되면 술이 들어갈거야. 그 다음엔, 브레이크가 듣지않게 되고... 내 몸에 스며든 욕망을, 암컷의 본능을 통제할 자신이 없어.'
SNS로 짧은 유혹의 메시지를 받았을 뿐인데도, 거기가 점차 뜨거워지면서 옷을 입고 있어도 마치,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사타구니를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았다.
현수는 유리에게 커닐링구스를 해 주는 것을 좋아했다. 얼굴이 애액으로 범벅이 될때까지, 얼마든지 넘쳐나는 꿀을 욕정 가든한 얼굴로 할짝거렸다. 지금도 가랑이 사이에 현수의 얼굴이 있는 것 같았다.
가랑이 사이에서 고개를 쳐들고, 유리의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보며 클리토리스를 쓰다듬고, 그 까칠까칠한 손가락을 안으로 집어 넣는 현수의 모습이...
"아, 가...그러니까...현수."
유리의 손가락은 어느새 팬티 속으로 미끄러지고 있었다. 애액을 손끝에 묻혀 클리토리스에 발랐다. 뾰족하게 굳어진 클리토리스. 유리의 클리토리스는 민감해서, 그 진주 같은 살구슬은 쉽게 절정에 이르렀다.
그 때 스마트 폰에 착신음이 들렸다.
'남편? 혹시 현수가.'
어둠 속에서 화면에 떠오른 메시지가 유리의 눈에 들어왔다.
"유리, 너의 어디를 어떻게 하면, 너의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난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
'아!...현수...'
순간 숨이 멎을 듯, 유리는 무심코 자신의 손을 입으로 가져갔다. 빠르게 고동치는 심장의 맥동이 귀에 들려왔다.
'왜 이런 말 한마디에...내 몸이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까.'
'사랑하는 남편이 있는데도, 그와 헤어진지 몇년이 지났는데도 왜 현수가 아니면 안되는 걸까'
유리는 침대에서 그대로 두 번 연이어 몸을 붉히며 절정을 맞이했다. 절정 뒤의 나른한 여운속에서, 그녀는 어느새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현관문에서 들려온 열쇠를 돌리는 소리에 그녀는 잠에서 깨어났다. 며칠 동안 외박을 했던 남편이 돌아왔다.
그대로 자고 있는척 하려던 유리는, 죄책감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남편을 맞기 위해 슬리퍼를 신고 현관으로 걸어갔다. 문이 열리자 꽃다발을 안고 있는 남편이 거기에 서 있었다.
"미안. 오늘도 늦었지."
꽃다발에서 유리가 좋아하는 백합 향기가 떠돌았다.
"이건? 오늘 무슨 기념일이야?"
신발을 벗으며 남편이 대답했다.
"아니. 미안해서. 파리로 부임하게 된 걸 핑계로 매일 늦었잖아? 늘 혼자 있게 해서 미안해 유리야."
'남편은 이런 나에게...나밖에 모르는 남편. 이렇게 상냥한 남편을 나는...'
유리는 왠지 자신이 어리석은 여자처럼 느껴졌다. 남편의 따뜻하고 솔직한 자신에 대한 사랑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래도 몸은 마음과는 다르게 반응한다. 몸이 반응하면서 현수에게 빨려들면서, 하나로 이어지려는 그 욕망은 어쩔 수가 없었다. 여자의 그 부분이 어쩔 수 없이 욱신거렸다.
월요일, 유리는 모처럼 남편과 단둘이 밖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돌아와, 남편과 침대에서 사랑을 나눈 뒤, 포근한 기분으로 잠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이 마음이...변할 수 있을까?'
앞일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유리는 자신의 옆에서 잠들어 있는 이 남자를 배신하는 일은 없을거라고,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