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화 〉어머? 왜 여기 콘돔이...?!
<어머? 왜 여기 콘돔이...?!>
"보라야 결혼을 전제로 너와 동거하고 싶어."
그와 사귄지 2년이 조금 넘은 어느 날, 그의 입에서 나와 동거하고 싶다는 말이 튀어나왔다. 나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결혼을 전제로 나와 현수의 동거생활이 시작되었다. 한동안은 마치 신혼처럼 들떠서 보냈지만, 어떤 일을 계기로 사태는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
* * *
동거를 시작한 그날, 머그컵 하나에, 다른 색깔의 칫솔이 놓여 있는 걸 보며 나는 방긋 웃었다. 그와의 동거생활 자체는 정말 신혼처럼 행복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함께 아침밥을 먹고, 키스를 하고 서로 일터로 향했다. 집에 돌아오면, 키스를 하고 같이 저녁을 먹고, 거실에서 편히 쉬었다. 동거생활은 내 기대 이상으로 즐거웠고, 딱히 불만은 없었다. 하지만 밤이 되면 사정이 좀 달라졌다.
큰 더블 베드 위, 산뜻한 시트가 조금씩 들썩였다.
"저기, 현수. 나...하고 싶어. 여자도 쌓이거든. 어서, 으응~"
나는 현수를 껴안았다.
"음. 보라야, 미안해. 오늘은 내 아들 녀석이 말을 안 듣는단 말이야."
현수는 귀찮은 듯, 졸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보라는 슬그머니 현수의 사타구니를 만졌다. 그리고 부풀어오르긴 해도, 부드러운 채로 있는 그의 거기에 실망했다.
"현수 너, 날 정말 좋아하는 거 맞아?"
"당연하잖아. 아니면, 같이 살지도 않지."
현수는 보라의 뺨에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미안...오늘은 너무 피곤해."
그렇게 말한 뒤, 현수는 곧 코를 골며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보라는 현수의 사타구니를 만지작거리며, 자신의 그곳을 위로하고 있었다. 속옷이 젖어 있는 걸 보라도 알 수 있었다. 손가락 끝으로 부드럽게, 그리고 빠르게 클리토리스를 비볐다. 머리가 멍해지면서, 그곳이 점점 젖어 갔다. 속옷을 옆으로 젖혀 안으로 살짝 손가락을 집어 넣았다. 그리고 질 속으로 천천히 손가락을 삽입했다.
그와의 잠자리는 요즘 늘 이런 식이었다. 보라는 한숨을 내쉬면서 몸을 틀었다. 지금 여기에 다른 남자의 멋진 페니스가 있으면 무심코,
"넣어 줘!"
라는 말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보라는 소리를 내지 않게 조심하면서 안을 자극했다.
"아아, 큰 걸..넣고 싶어!..."
보라는 남자친구의 옆에서 처량한 오르가즘을 느끼며, 절정을 맞았다. 안이 꿈틀꿈틀 움직이면서 음란한 액체가 새어 나왔다. 보라는 천천히 손가락을 빼낸 뒤, 티슈로 닦아내었다.
어두컴컴한 침대 위에서 담담하게 쓰레기통에 티슈를 내던졌다. 그러자, 티슈가 벽에 맞고 바닥에 굴렀다.
'짜증.'
보라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 쓰레기통으로 걸어와, 티슈를 살짝 집어, 안에 넣었다.
그 순간, 어두컴컴해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짙은 색깔의 낯선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게 뭐지?"
보라는 살며시 손가락 끝으로 그것을 집어 올렸다. 야릇한 감촉이 느껴지는 그것은, 어두운 방 안에서 보아도틀림없는 콘돔이었다. 게다가 끝에는 젖빛 액체가 들어 있는 상태였다.
보라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
'왜 이런 게 여기에?'
지금 당장 현수를 깨워, 따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 순간 보라의 머릿속에 여러 장면이 펼쳐졌다. 곤히 자고 있는 현수가 차근차근 설명을 해줄지 의문이었다. 괜히 잠을 깨워서 다투게 될지도 몰랐다. 아니 이것 때문에 헤어지게 될지도. 최악의 경우, 그가 이성을 잃고 사고를 칠지도 몰랐다.
어쨌든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속에서 어지럽게 날뛰어서, 보라는 그저 멍하니 서 있었다.
'혹시 이 콘돔은 현수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안에 넣어둔 게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자, 보라는 콘돔을 다시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그리고 조용히 소리를 죽여가며 서둘러 손을 씻기 위해 욕실로 향했다. 보라는 비누를 박박 문질러가며, 손을 깨끗이 씻았다.
'뭐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바람?'
보라는 여전히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요즘, 피곤하다고 날 피한 것도 이것 때문일까? 방금 날 좋아한다고 말한 주제에. 뭐야? 다 거짓말이었니? 그럼 왜 나랑 함께 살고 싶다고 말한거니?'
갖가지 의문이 어지럽게 보라의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갔다.
'이대로는 안 돼. 내일 제대로 담판을 지을거야.'
갑자기 졸음이 엄습해 왔다. 침대로 돌아와, 이불속에기어들자마자, 보라는 그대로 잠이 들었다.
다음날은 쉬는 날이라, 보라는 조금 늦게까지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잠이 깨자, 향긋한 빵 냄새가 보라의 코를 간질간질 자극했다. 현수가 아침을 차리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아침을 먹으면서도, 보라는 어젯밤에 보았던 콘돔이 신경쓰여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
보라의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렇게 하면, 누가 콘돔을 사용했는지 알 수 있을거야.'
내일까지 연휴라 직장을 다니는 현수는 일을 쉬었다. 하지만, 보라는 서비스업이라서, 바쁠 때는 휴일에도 일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런 짓까지 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어. 낮에 몰래 집에 돌아와 보면, 현수의 외도현장을 현장에서 목격할지도 몰라.'
커피를 마시며, 보라는 외도현장을 덮칠 자신의 계획을 가다듬었다.
아침을 먹은 뒤, 보라가 설거지를 하고 있는 동안, 현수는 베란다 옆에서 밖의 주차장 근처를 쳐다보고 있었다.
'바람피는 여자가 혹시 올까봐 걱정하는 걸까?'
보라는 거칠게 스펀지를 그릇 속에 팽개쳤다.
* * *
보라는 현수를 살짝 유혹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현수, 푹 잤으니까, 피로도 풀렸을 것 같은데. 어때?"
보라는 현수의 사타구니를 살짝 쓰다듬었다.
"음. 지금은 안될 것 같아. 아, 그보다 영화나 보러 가지 않을래?"
현수는 팜플렛을 보라에게 내밀었다. 보라가 좋아하는 타입의 영화가 아니었다.
"난 괜찮아. 보고 싶으면 현수 혼자 보고 와."
보라는 웃으며 말했다.
"보라가 좋아하는 타입의 영화가 아닌 건 알아. 그래도 이 영화 분명히 재미 있을거야!"
"나 지금 그런 기분 아니거든!"
보라는 더 이상 화를 억누를 수 없었다.
"날 좀 가만히 내버려 둬."
보라는 현수에게 등을 돌렸다.
"알았어."
현수는 처량한 어투로 한마디하고, 현관문을 나섰다.
'지금쯤 다른 여자와 함께 영화라도 보고 있겠지.'
보라는 그런 생각이 들자, 자신의 처지가 처량하게 느껴졌다. 욕구불만이 쌓인 그곳를 위로하며, 보라는 내일 실행할 작전을 짰다.
저녁 무렵이 되자, 현수가 집에 돌아왔지만, 애인은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대화를 피했다. 보라는 현수와 이야기할 기분이 아니어서 그냥 아무 말 없이 입을 다물어 버렸다.
저녁 준비를 거들어 주는 건 기쁘지만, 현수가 즐겁게 콧노래를 부르며 부엌에서 왔다갔다 하는 모습을 보자, 보라는 마음속에서 욱하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날밤, 둘은 아무 말도, 그리고 아무 짓도 하지 않고, 그냥 잤다.
* * *
연휴 둘째 날인 다음날. 보라는 허둥지둥 일터에 나갈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사실 보라도 오늘은 쉬는 날이었다. 하지만 현수가 바람피는 현장을 잡기 위해, 일부러 일하러 나간다고 거짓말을 해 놓은 상태였다.
"그럼 갔다올게. 아, 오늘 좀 늦을거야."
보라는 그렇게 둘러댄 뒤, 급히 집을 나섰다.
"휴일인데 쉬지도 못하고, 알았어. 잘 갔다와."
현수는 웃는 얼굴로 보라를 배웅해 주었다.
'뭐야, 능글맞게. 저 표정, 내가 집을 비워서 좋아 죽겠다는 표정이야. 정말, 뭔가 있긴 있어.'
보라는 직감적으로 확신에 가까운 무언가를 느끼고 있었다.
* * *
그리고 오후, 드디어 작전 개시를 할 시간이 다가왔다.
동거하기 전에도 현수는 비슷한 패턴으로 보라와 사랑을 나누었다.
집으로 가자고 해서, 같이 점심을 먹은 뒤 좀 소화를 시킨 다음에 보라를 부추겨서, 섹스로 하곤 했다.
'전에도 그랬으니까, 내 추측이 맞다면 지금쯤 다른 여자와...'
보라는 가슴이 아파왔다. 하지만 이제 자신의 눈으로 현수가 바람피는 현장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보라는, 발소리를 내지 않게 조심하면서, 집의 현관문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마치 도둑고양이처럼 살그머니 열쇠를 넣고 돌린 뒤, 안으로 걸어갔다. 방 안쪽에 있는 침대가 삐걱이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보라는 용기를 쥐어짜내,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 보았다.
"어쩜! 현수, 지금 너 뭐하는거야!"
보라는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을 쩍 벌리고 멍하니 서 있었다.
현수가 자신의 그곳에 콘돔을 끼우고 침대에 엉덩이를 붙인 채 자위를 하고 있었다.
창피한지 현수의 얼굴이 금새 새빨갛게 물들었다.
"아, 보라야, 이건 그러니까, 뭐냐면...그러니까..."
현수는 창피하고 당황스러워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정말, 무슨 일이야, 이게?"
보라도 얼굴을 붉히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자위...하고 있었어. 미안해."
현수는 겸연쩍은 듯 서둘러 바지를 입었다.
"바람피운 거 아니었어?"
보라가 멍한 표정으로 힘없이 말했다.
"이, 이것도 바람 피운건가? 잘, 잘 모르겠어."
"아니, 괜찮아. 현수가 다른 여자랑 섹스한 게 아니니까."
보라는 마음이 놓이는 동시에, 자신을 팽개쳐 두고 자위를 한 현수가 못마땅해,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미안해. 보라야, 울지 마."
현수는 일어서서 보라를 끌어안다.
"이런말 하고 싶지 않았는데, 보라와 섹스를 한 다음날 이웃집에서 찾아왔거든. 신음 소리가 시끄럽다고. 설마 옆집에 들리는 줄은 몰랐어. 그래서 이웃집에 아무도 없을 때 섹스를 하려고 했는데, 그게 생각처럼 잘 안 됐던 거야."
현수는 미안한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밖에 나가서 모텔에 가려고 했는데, 보라 너, 모텔 싫어하잖아? 그래서 어제는 영화를 핑계로 너랑 외출하려고 했던거야. 그런데, 보라 네 기분이 영 안 좋아서..."
현수는고개를 숙였다.
"정말, 신음소리가 옆집에 들릴 줄은 몰랐어."
현수는 보라가 울음을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커피를 마시던 현수가 살며시 다가와, 보라에게 키스를 했다.
"좋아해. 보라야."
현수는 조금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모처럼 함께 살기 시작했는데, 보라가 불쾌한 일을 당하면 안되잖아. 그래서 아무말도 하지 않은거야."
현수는 열심히 그간의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제 됐어. 고마워. 현수."
보라가 현수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췄다.
"의심해서 미안."
"보라야...저, 지금 이웃집에 아무도 없거든."
현수의 바지 위에서 성기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발기되어 있었다.
"지금은 신음 소리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까...해도 돼지?"
현수는 이미 바지를 벗기 시작했다.
"응...해 줘."
보라는 눈물을 글썽이며 현수를 끌어안았다. 현수가 보라의 그곳에 손을 갖다댔다.
"우와! 이렇게 젖었어!..."
현수의 사타구니가 움찔 민감하게 반응했다. 현수는 정성껏 애무를 한 뒤, 뜨겁게 달아오른 자지를 삽입했다.
"현수, 콘돔은?"
보라는 따뜻한 쾌감을 느끼면서 물었다.
"콘돔은 이제 필요없어. 내일, 부모님께 너와 결혼할거라고 말할거야. 보라 네 부모님도 만나뵙고."
현수는 가만히 보라를 쳐다보았다.
"이런 식으로 프로포즈하는 게 아닌데...미안. 보라야 사랑해."
보라는 이번엔 너무 기뻐서,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현수는 보라를 끌어안고, 천천히 허리를 흔들었다. 오랜만에 느껴 보는 쾌감에 보라는 벌써 갈 것 같았다. 자신의 그곳에서 맑은 체액이 뚝뚝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역시, 자위와는 비교도 안 돼."
현수의 말에 보라는 피식 웃어 버렸다. 깊은 곳으로 현수의 페니스가 들어왔다. 그의 끝에서 성기의 애액이 나오는 것 같았다.
"현수, 안에다...부탁해…."
"그런 얼굴 하지 마. 너무 예뻐서 폭발할 것 같단 말이야."
현수는 으르렁거리며, 조금씩 더 빠르게 허리를 움직였다.
"참지 않아도 돼. 이웃도 없잖아."
"아, 아아...현수!!... 사랑해."
현수는 보라의 깊은 곳을 마구 찌르며 휘저었다.
"아! 가! 가!!!"
보라가 비명을 지르며, 상체를 뒤로 젖히고, 발가락을 세웠다.
"아아!"
현수도 보라와 꼭 몸을 밀착시킨 채, 서너번 허리를 깊게 찌르며 부들부들 떨었다.
"보라야, 사랑해."
"나도. 현수."
두 사람은 서로 껴안고, 곧 다시 두번째 섹스를 시작했다.
* * *
"그런데 왜 콘돔을 끼고 자위를 한거야?"
침대에 누워 보라가 궁금한 듯 물었다.
"콘돔 속에 로션을 넣고, 자위를 하면 기분이 좋거든. 손도 더러워지지 않고, 정액도 그대로 안에 쏟으면 그만이거든."
"흐응~ 그렇구나."
"꼭 손으로만 하는 건 아니야."
"손 말고 또 어떻게 하는데?"
보라가 호기심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바닥에 문지르거나, 베개에 그곳를 끼고 허리를 흔들거나."
"그런 것까지 했었어?!"
"보라 네가 옆에서 자위를 하고 있으면, 나도 참을 수가 없잖아."
"뭐!?"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 심장이 얼마나 두근두근했는데. 참느라고 죽는 줄 알았어. 네 몸을 만지면, 넣지 않을 자신이 없고."
보라의 뺨이 붉게 달아올랐다.
"못됐어. 남의 자위를 훔쳐보고!"
"네가 옆에서 하는데 어떡해?"
두 사람은 뺨을 붉힌 채, 유쾌하게 웃었다. 그리고 다시 사랑스럽게 서로의 입술을 포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