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351화 (351/352)

〈 351화 〉 348. 북부로의 귀환 4

* * *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하고 밖으로 나와 일단 부엌으로 향했다.

요즘은 할 일이 많아 아침 식사 준비를 직접 하지는 못하지만, 식단과 전체적인 준비나 진행 정도는 내가 확인하기 때문이었다.

“좋은 아침?”

그런데 부엌으로 들어서자 이상하게 장모님과 처제 그리고 여급과 노예들만 나와서 일을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보통 이 시간이면 모든 아내가 나와 일을 돕고 있을 시간인데 한 명도 보이지 않는 모습에 사리나를 불러 물었다.

“사리나 내 아내들 다 어디 갔어?”

“아직 내려오지 않으셨습니다. 늦잠을 주무시는 건 아닐까요? 한번 올라가 볼까요?”

사리나의 물음에 그녀를 제지했다.

모처럼 단체 늦잠이긴 했지만, 그녀들을 깨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매일 새벽같이 나와 일하다 보면 이렇게 갑자기 피곤한 날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것이 한 날, 한 시라는 게 좀 이상하긴 했지만.

“아냐, 그냥 둬 모처럼 늦잠인데 더 자게 두자고. 혹시 도와줘야 할 일이 있나?”

아내들의 부재로 혹시 일손이 모자랄까 싶어 물었는데, 사리나가 고개를 저으며 믿음직하게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주인님. 제가 조금 더 움직이면 되니까요.”

역시나 유능하고 일 잘하는 노예.

그래도 혹시 몰라 부엌 안을 살펴보자 올빼미 레오나가 토란 껍질을 벗기다가 살을 너무 많이 잘라내 처제한테 혼이 나고 있었고, 한쪽에 새벽부터 구웠는지 한 김 식었지만, 아직도 따듯한 빵들이 김을 모락모락 뿜어내고 있었다.

“그래? 그럼 부탁 좀 할게. 장모님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안쪽에 솥을 국자로 천천히 젓고 있는 장모님과 사리나를 향해 부탁한다는 말을 전했다.

“그래, 러셀 바쁠 텐데 일 봐.”

“알겠습니다. 주인님.”

다른 곳을 둘러보기 위해서 사리나와 장모님의 배웅을 받으며 일단 여관 밖으로 나서자 여관 그늘에서 누군가가 슥 하고 튀어나오더니 내 손목은 붙잡았다.

“러셀.”

옆을 보니 미소를 짓고 있는 로리엘의 얼굴이 보였다.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며 물었다.

“피곤하진 않아? 밤새 또 경계 선거구나?”

“괜찮다.”

그녀는 괜찮다고 하지만 항상 밤에 경계를 서고 낮에 잠드는 생활이 힘이 드는 것은 사실.

나는 냉큼 로리엘을 그늘로 끌고 들어가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춰주며 말했다.

­츕

“이건 기운 내라고.”

여관을 지키기 위해 매일 밤 고생하는 로리엘에게는 상이 필요했고. 내 상을 받자, 로리엘은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더니 나를 향해 조심스레 대답했다.

“기, 기운이 난다.”

부끄러워하는 로리엘을 여관 입구로 데려간 후 이야기했다.

“그래, 나는 그럼 마을 한 바퀴 둘러보려고. 들어가서 식사하고 쉬고 있어.”

피곤할 로리엘을 향해 인제 그만 들어가 쉬라고 권했더니, 로리엘이 내 손목을 다시 붙잡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약간 부끄러워하는 목소리.

“따라가고 싶다.”

‘귀엽다.’

밤을 새워서 좀 피곤할 텐데 굳이 나를 따라가겠다는 걸 보면 약간의 데이트가 필요한 모양.

로리엘의 손을 움켜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같이 가자. 피곤할까 봐 걱정이긴 한데.”

“괜찮다 러셀.”

“알았어.”

로리엘의 손을 잡자 로리엘이 팔에 찰싹 달라붙어 왔고 그렇게 팔짱을 끼고 마을 순회를 시작했다.

맨 처음으로 향한 곳은 엘프 구역.

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엘프 구역은 조금 바쁜 모습이었다.

엘프 구역은 애초에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본 엘프들을 사람들과 좀 거리를 두게 하려고 기존 목책에 혹 모양으로 덧대 만들었었는데. 엘프들도 늘어나고 늘어난 엘프들 덕분에 평원 엘프들도 조금씩 안정을 찾는 모양이라서 목책을 조금 더 넓히기로 했다.

그런 이유로 엘프 무리에 있던 목수들이 아침부터 일찍 목책에 달라붙어 기본 목책을 제거하고 다른 곳으로 목책을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앗, 족장님. 족장님이시다!”

“로, 로리엘님도 오셨다.”

나를 확인한 엘프들이 놀라 소리치고, 그 소리에 엘프들이 어디선가 꾸역꾸역 몰려나와 나와 로리엘을 향해 인사를 해왔다.

“어, 그래 수고들 하고 있어. 다른 거 필요한 건 없고?”

엘프들을 향해 질문하자 다들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없습니다. 러셀님. 잘 보살펴 주셔서 편히 생활하고 있습니다.”

“물론이에요. 러셀님”

목책의 위치나 높이 같은 걸 공사 책임자를 만나 한번 다시 확인하고, 타나랸에게 필요한 물품과 추가 목제는 용병 모험가 길드의 릴리아나 누님에게 말하라고 이야기해준 후, 엘프 구역을 떠났다.

로리엘의 손을 잡고 엘프구역을 떠나려는데 들려오는 함성.

“우와아아아아”

­척척 척

병사들이 구보를 시작했는지 목책 너머에서 발걸음 소리와 함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자, 구보 중에 군가 한다, 군가는 멋있는 사나이!”

“멋있는 사나이 많고 많지만~! 바로 내가~ 사나이~”

전생의 군가를 가르쳤더니 맛이 들였는지, 요즘 항상 구보 때마다 벨릭이나 에반이 노래를 부르게 시키곤 했는데, 아무래도 군가라는 의미를 모르는 세계이다 보니 아침에 소란스러운 소리에 짜증이 날 법도 한데 마을 사람들은 군가를 아주 즐겁게 듣거나 따라 부르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목책 위에 오른 마을 사람 몇 명이 구보를 하는 병사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같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병사들의 군가 소리를 들으며 병사들의 구역으로 향하자, 취사병들이 다른 병사들의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놈들은 신체 능력이나 궁술 그 어디에도 재능이 없는 병사들.

리젤다의 갈굼도, 벨릭의 주먹도, 이실리엘의 따듯함도 모두 포기해버리게 만든 무재능의 소유자들.

그나마 취사병으로 보직을 변경시키니 인간 구실을 할 수 있게 된 놈들이었다.

“충!”

나를 보고 군례를 병사들이 군례를 취해왔다.

손을 까딱거려 인사를 한 후 조리되고 있는 트롤 솥으로 이동해 만들고 있는 음식을 확인했다.

“오늘 메뉴가 늑대고기 스튜였나?”

“예! 그렇습니다.”

“피는 충분히 뺐겠지?”

“예! 물론입니다!”

군기가 빠릿빠릿하게 들어 대답하는 병사를 향해 오늘 할 일을 확인해주었다.

“우기가 얼마 안 남았으니 식사 끝나고 시간이 날 때 배수로 정비도 신경 쓰도록 해. 그리고 보급받은 곡식들도 창고에 전부 적재하고, 알겠나?”

“예! 충!”

“좋아 그러면 식사들 맛있게 하라고.”

병사들을 뒤로하고 다음 향할 곳은 강변.

강변에 도착하자 성기사와 사제들이 삼삼오오 모여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쪽은 대단위 식사하기보다는 같은 막사를 쓰는 인원들끼리 보여 각자 식사를 만들어 먹는 편인지 야영지 여기저기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누군가가 내가 온 사실을 안쪽에 알렸는지 책임자인 성기사 단장이 부리나케 달려 나왔다.

“자애와 순결의 이름으로. 어머니께 영광을”

“안녕하십니까? 단장님.”

인상 좋게 생긴 여성인 성기사 단장과 인사를 나누자 그녀가 물어왔다.

“이른 아침에 어쩐 일이신가요?”

“아, 다름이 아니고 야영지를 좀 옮겨야 할 것 같아서요.”

처음에 이들이 도착할 때는 물도 가깝고 이쪽 공터가 넓어 이쪽을 야영지로 삼았는데 생각해보니 곧 우기가 다가올 것이고, 강변이 범람하면 야영지가 쓸려내려 갈 수도 있는 일.

이동을 권하는 게 맞을 것 같아 말을 꺼낸 것이다.

“이쪽 날씨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날씨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우기가 다가올 것이고, 야영지를 조금 옮기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아, 그 악명높은 남부의 우기가 곧 오는 것이군요?”

나는 그녀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말하는 악명 높다는 말이 틀린 건 아닌 게 보통 우기라 해도 가끔 맑은 날도 있고 해도 뜨고 비가 오락가락하는 것이 우기인데, 남부의 우기는 진짜 두 달에서 석 달 정도를 정말 쉬지 않고 비가 쏟아지니, 제정신인 사람도 우울해지는 기간인 것이다.

다른 곳에 가지도 못하고 짐 안에 갇혀서 긴 시간.

북부에 겨울이 있어 밖에서 활동이 제안된다지만, 그래도 따듯한 옷을 껴입고 외부 활동을 할 수 있고, 따듯한 태양이라도 비추면 숨이라도 트이는데 ,회색 하늘에 우중충한 비만 줄기차게 내리는 남부의 우기는 다른 곳에서 온 사람들에게는 악명이라고 할만한 것.

“네, 그래서 야영지를 목책 쪽으로 붙이는 걸 건의드릴 생각이었습니다.”

“건의라니요! 명령만 하시면 됩니다.”

가슴을 두드리며 성기사 단장이 대답했다.

그렇게 성기사들과 사제들의 위치를 조금 더 강변에서 떨어트리는 것을 상의하고 강변 쪽으로 난 문을 통해 마을 내부로 들어서자, 성전에서 아침 종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마을 전체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마을 종소리를 들으며 여관에 도착하자 역시나 우리가 기다리던 소식이 도착해 있었다.

“형님, 그놈이 결국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소식이 도착해 있습니다.”

에반이 여관으로 들어서는 나와 로리엘을 향해 달려와북부로부터 들려온소식을 알려주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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