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347화 (347/352)

〈 347화 〉 344. 안정화 7

* * *

“자 여기에 걸어주시면 됩니다.”

노르웨 씨에게 건네받은 포지와 엔빌 그리고 강철이 그려진 엠블럼을 건물 입구에 걸자 사방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목소리의 주인공들은 마을 주민들, 주민들은 마을에 대장간이 생겼다는 사실에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원래 시골 마을에서는 마을에 뭐 하나만 생겨도 다들 즐겁고 신이 나는데, 그것이 대장간이라면 열광할만한 일인 것이다.

“우와와와! 대장간이 완성되었다.”

“이제 우리 마을도 대장간이 생겼구먼!”

“이제 그란 폴까지 다녀오지 않아도 대장간에서 물건들을 수리할 수 있겠구만!”

드디어 대장간이 완성되었다.

방앗간이 멀리 보이는 물가에 자리 잡은 신전보다 더 큰 삼 층짜리 건물.

감회가 새로웠다.

이 기초 테크트리 하나 올리는데 얼마나 많은 사건과 시간이 걸렸던가.

감격에 벅찬 모습으로 건물을 올려다보는데, 내 옆으로 드워프들이 재료 창고를 들락거리며 물건을 가지고 나와 대장간으로 신속히 가지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준공기념 파티라도 하는가 싶었는데 드워프들에게는 어서 빨리 창고의 재료들을 제품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더 컷 던듯했다.

“그건 이쪽으로!”

“블랙 와이번의 가죽으로 갑옷부터.”

“포지에 불은 누가 넣을 건데?”

“그건 아버지가 맡으신다고 했다고.”

“오우거 힘줄 누가 먼저 가져왔어?”

정신없이 움직이는 드워프들.

그렇게 재료들이 대장간 안으로 하나둘 들어가고 잠시 후, 드워프들이 뭔가를 조작했는지 물가에 만든 작은 물레방아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하더니, 대장간에 붙은 지붕만 있는 건물에 위치한 포지에서 연기와 함께 열기가 뿜어졌다.

­훅훅훅훅

그리고 물레방아의 동력으로 돌아가는 풀무가 포지의 석탄에 산소를 불어 넣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물레방아로 풀무를 돌리자는 의견은 나의 제안이었는데, 방앗간처럼 수력을 이용해 기어를 돌려 그것으로 풀무를 자동으로 움직이자는 의견은 노르딕 씨에게 아주 극찬받았다.

내 이야기를 들은 노르딕 씨는 금방 설계도를 작성해 자기의 첫 대장간에 기능을 추가했고, 원래는 드워프가 적어서 일손을 덜기 위해서 제안한 것이었기에 그의 가족들은 다른 드워프들이 몰려오고 나서 대장간은 상당 부분 수정되었지만, 물레방아 풀무는 좋은 의견으로 인정받아 결국 완성되었다.

지금이 그 수력 풀무의 첫 시험가동.

풀무의 불꽃이 붉은색에서 푸른색으로 변하고, 노르웨 씨가 주괴 하나를 집게로 집어 포지 위에 올려 열을 가하기 시작했다.

푸른 불꽃 위에 올려진 주괴는 금방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노르웨 씨의 입에서 찬사가 터져 나왔다.

“이거 아주 편하구먼, 원래는 한 명이 계속 풀무질해주거나, 발로 풀무를 밟아줘야 했는데 말이야.”

원래 계획은 방앗간의 방아처럼 큰 망치를 위아래로 움직이게 해 단조 작업도 도움을 받으려 했지만, 일정한 두드림과 미묘한 조절이 힘들다며 노르웨 씨가 그것은 빼버렸다.

자동화 설비에 일자리를 뺏길까 두려웠던 걸까?

속으로 웃으며 드워프들이 일하는 것을 보고 있자 갑자기 안에서 뛰어나온 노르딕 씨가 나를 대장간 안으로 끌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러셀님, 어서 안으로!”

“네? 저요? 대체 저를 왜?”

노르딕 씨의 손에 끌려 안으로 들어가자 안에는 눈빛을 형형히 빛내는 드워프들이 나를 맞았고, 내가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내 옷을 사정없이 벗기기 시작했다.

“무, 무슨 짓입니까?!”

드워플들의 광기어린 눈빛과 손놀림에 놀라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향해 들려오는 드워프들의 말이 나를 더욱 놀라게 했다.

“러셀님 다 러셀님 좋아지라고 하는 겁니다. 잠시만 참으세요.”

“예?!”

우악스러운 드워프들의 손길에 금방 윗옷과 바지를 빼앗기고 속옷까지 벗겨진 나.

부끄러움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을 때 밖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러셀, 어디 있어요?”

밖에서 들려온 것은 아까부터 나와 준공식을 구경하고 있던 아내 중 하나인 발카리아.

아마 내가 노르딕 씨의 손에 이끌려 사라지니 나를 찾아온 모양이었다.

발카리아는 사방을 둘러보며 나를 찾는듯한 모습을 보이며 대장간 안으로 들어서서는 대장간 일 층 중앙에, 홀딱 벗은 나와 광기 어린 눈빛의 드워프들을 보고 경악하는 표정이 되어서는, 제일 가까운 노르딕 씨의 멱살을 잡아 올리더니 이를 악물고 물었다.

“지, 지금 너희 다리 짧은 난쟁이들이 감히 나, 나의 러셀을 벗겨놓고 뭐, 뭘 하는 것이지?!”

­히끅

용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에 드워프들이 딸꾹질하기 시작했다.

***

발카리아는 두 번 놀라고 말았다.

첫 번째로는 내 벗은 몸을 보고 드워프들이 나를 단체 어떻게 하는 줄 알고 놀라고, 두 번째로는 드워프들이 나를 벗긴 이유가 내게 갑옷을 만들어주려고 치수를 재기 위함이었는데, 드워프들이 만들고자 하는 갑옷의 재료가 자신이 기르던 블랙 와이번의 가죽이었다는데 다시 한번 놀랐다.

하지만 잠시 쇼크에 빠진 것 같은 발카리아는 나의 몸을 보호해줄 갑옷이라는 말에 그래도 빠르게 수긍했다.

“그 아이들도 러셀의 몸을 보호하는 데 쓰였으니 슬퍼하지 않을 거예요. 아, 아마도….”

“그, 그럴까?”

그렇게 내 몸의 치수가 모두 재어지고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가려 하자, 드워프들이 나를 붙잡았다.

그리고는 다시 손가락부터 손아귀, 팔길이까지를 재고는 그제야 나를 밖으로 풀어줬다.

“러셀님, 기대하십시오. 저희가 엘프보다 훨씬 더 도움이 많이 되는 종족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노르딕 씨의 형 중 한 명이 나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가문의 부흥을 위해서 경매에 낼 작품을 먼저 만드는 줄 알았더니 내 갑옷을 먼저 뽑아준다는 말에 왜그런가 싶었는데, 아마도 엘프들 때문인 것 같았다.

이번에 타냐린이 데려온 엘프들은 숙련된 엘프 궁수이자 사냥꾼 백여 명과 엘프 생필품을 만드는 목공 장인 다섯, 가죽 장인 여섯, 천 짜는 방직장인 열 명과 목수 스물을 포함한 198명 으로 이루어진 무리였는데.

엘프들은 미인계를 이용 병사들을 이용해 빠르게 임시 주거지를 확보하고는, 사냥꾼들은 주변으로 사냥을 나서고, 다가올 우기를 대비해 나머지는 임시 주거지를 일반 건물로 고치는 중이었다.

그런데 사냥에 나선 사냥꾼들이 연일 괜찮은 사냥감을 잡아 고기는 식량으로 삼고, 가죽은 풀무질해 며칠 전 대장간보다 일찍 문을 연 용병 모험가 길드에 판매해 여러모로 나에게 도움이 되고 있으니 긴장감을 느낀 듯했다.

그러니까 엘프들이 마을에 기여해서 내게 점수를 따는 방법을 택했다면, 드워프들은 그냥 직접 나를 공략하기로 작정한 모양이었다.

­깡 깡 깡

“잘 잡아라 이 녀석들!”

잠시 후 노르웨 씨의 호통소리와 함께 첫 단조질 망치 소리가 마을에 경쾌하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며칠 후 드워프들이 너무 나의 무장에 매달리는 것 같아 노르웨 씨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나를 챙겨주는 것도 좋지만 일단 마을 개발이 우선이었으니까 말이다.

“제 무장도 좋지만, 마을 개발에도 신경을 좀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말씀드렸던 수도 시설과 하수 시설 말이죠. 그리고 주민들의 집도 좀 보수가 필요하고요. 우기 전까지 좀 신경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 여기 우기가 있다고 하셨었지. 내 알겠소. 아참, 그리고 그 검은 물이 좀 더 필요합니다만?”

드워프들이 말하는 검은 물은 천연타르.

저번에 쓰고 남은 것을 드워프들에게 주었었는데 활용도를 찾은 모양이었다.

“알겠습니다. 그건 따로 준비하도록 하죠. 그리고 집이 제일 우선인 건 아시죠?”

“아 인간들이 내 그런 집에서 사는 건 처음 알았소.”

중세 시대 어림한 이곳의 주거 문화는 그야말로 최악의 수준.

외양간과 집의 구분이 없어 말이나 돼지 닭 같은 짐승들이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잔다.

사제들이 많긴 하지만 우기에 질병이라도 생기면 곤란하니, 거주지 개선은 우선 적으로 필요했다.

“그러니 잘 부탁드립니다.”

“알겠소.”

대장간에서 노르웨 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밖으로 나오는데 멀리서 여관 쪽으로 소리 화살이 쏘아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삐이이익

­삐이잉

요즘 따라 목책에서 나를 찾는 일이 잦다고 생각하며 목책 입구로 달려갔더니, 목책 위에서 나를 부르는 손짓을 하는 엘프들.

그들의 손짓에 급하게 목책 위로 올라서니, 멀리서 여러 종류의 깃발을 든 사람들이 같은 옷을 입고 마을 쪽으로 행진해 오고 있었다.

“뭐지? 병사들인가?”

나의 혼잣말 같은 물음에 경계를 서던 엘프가 외쳤다.

“족장님, 성기사와 사제들인데요?”

“성기사와 사제? 아….”

아무래도 시트라를 보호하기 위해서 성국에서 병력을 보낸다고 하더니, 그들이 도착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좀 많아 보이는데?”

그런데 생각보다 밀려오는 병력이 의외로 많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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