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346화 (346/352)

〈 346화 〉 343. 안정화 6

* * *

목책 입구에 도착한 엘프들의 모습을 잠시 살피고 그들을 마을 안으로 받아들였다.

그러자 잠시 후 무리를 인솔하던 타냐린이 나를 찾아와 곧바로 보고를 해왔다.

“타냐린 198명의 엘프들과 지금 막 도착했습니다. 족장님.”

정중한 엘프들의 예를 갖춰 인사하는 타냐린.

그녀의 인사가 끝나자 그녀의 뒤로선 엘프들의 무리에서 놀란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저, 저분이 높은 엘프님의 반려라는?”

“이제 저분이 저희의 족장님이시군요!”

그리고 그런 소란 속에서 타냐린이 나를 엘프들에게 정식으로 소개했다.

“자, 이 분이 저희의 족장님 러셀님이십니다. 모두 존경할 만큼 대단한 분이시고, 상급 정령과도 계약하신 분이니. 엘프가 아니라고 결코 족장님을 대하는 데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아시겠습니다? 아, 그리고 옆에 있는 분은 부족장이신 에밀님 입니다.”

타냐린의 말이 끝나자 일사불란하게 한쪽 무릎을 꿇고 나에게 예를 표하는 엘프들.

­촤아악

“““족장님과 부족장님께 인사드립니다!”””

‘아니, 병사들도 이렇게 하나같이 움직이진 않았는데?’

마치 한 몸처럼 착착 움직이는 엘프들의 모습이 놀라울 정도였다.

분명 마을에 도움이 될만한 엘프들을 데려온다고 했는데, 기술자가 아니라 무슨 특수부대 대원 같은 일사불란함이었으니까 말이다.

국왕의 군사들에게 제식을 가르치는데도 한참이 걸렸는데, 엘프들은 이미 대부분의 훈련을 받은 듯한 모습.

당황한 얼굴로 에밀과 나는 서로를 바라보다 어색하게 웃으며 엘프들을 향해 인사했다.

“어, 어서들 오세요. 환영합니다.”

“화, 환영해요. 에, 에밀이에요.”

웃으며 손을 흔들자 엘프들은 다시 한번 나와 에밀을 향해 예를 취하고는 타냐린을 따라 엘프 구역 쪽으로 착착 이동하기 시작했다.

나도 에밀과 플로라와 함께 엘프들의 뒤를 쫓았다.

도착한 엘프들이 자리 잡는 것을 봐줘야 했으며, 어떤 인원으로 구성되어있는지 타냐린에게 보고를 받을 필요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을에 들어선 엘프들이 제일 처음으로 향한 곳은 엘프 구역이 아니었다.

엘프 무리가 처음으로 향한 것은 내 여관.

긴 여행으로 지쳐 빨리 쉬고 싶을 것으로 생각해, 엘프들의 거주 구역에 빨리 자리를 잡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타냐린의 인솔하에 엘프들이 몰려든 것은, 내 여관 앞이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몰려든 엘프들은 여관 앞에 도착하자마자 놀란 목소리로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이, 이것이 세계수의 기운.”

“아, 따듯한 정령력입니다. 이것이 어머니의 기운.”

여관 앞에 도착하자 감탄 어린 목소리로 감격해 부르짖는 엘프들의 모습.

일부 엘프들은 눈물을 흘리며 광신도 같은 모습으로 기쁨에 잠겨 부르짖기도 했다.

“아아아 어머니!”

“이것이 어머니의 기운!”

여관을 마치 세계수를 대하듯 하는 모습이랄까?

감격에 찬 눈으로 기쁨에 젖어 든 엘프들.

그런데 그런 엘프들의 행동에 불을 지피는 사건이 곧바로 터지고 말았다.

감히 발길을 들여놓지도 못하고, 여관을 둘러싼 채 멍한 얼굴로 여관을 올려다보던 엘프들 앞에 이실리엘이 등장한 것이었다.

때마침 병사들의 훈련이 쉬는 날이라 여관에 있던 이실리엘이 엘프들이 도착한 사실을 전해 듣고 구경을 나왔는데, 엘프들은 이실리엘을 보자마자 미친 듯이 열광하기 시작했다.

“저, 정말이었어요!”

“진짜 노, 높은 엘프님이 이런 곳에!”

“높은 엘프이시여!”

다소 당황할 법도 한데 이실리엘은 마치 익숙하다는 듯 엘프들을 향해 입을 열어 말을 하기 시작했다.

“자매들이여 저와 러셀의 보금자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자매들에게 어머니의 축복이 함께하시길.”

그렇게 이실리엘의 말이 끝나자 여관 앞은 열광의 도가니가 되었고, 일하던 드워프들이 몰려들어 그 모습을 보고는 뭔가 긴장한 모습으로 사라졌다.

***

다음 날부터 마을에는 미칠듯한 활기가 넘치기 시작했다.

이백 명 가까운 엘프들이 마을의 주민이 되어 그런 것도 있지만, 워낙 조용조용한 엘프들인지라 그들이 직접 만드는 활기는 미비한 정도였는데, 그런데도 활기가 넘치는 이유는 그런 엘프들의 영향을 받은 다른 마을 구성원들의 움직임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마을 구성원 중 가장 마을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병사들.

이백 명의 여성으로 된 엘프들이 등장하자 병사들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일단 병사들이 무척이나 열심히 훈련받기 시작했으며, 빨라고 노래를 불러도 빨지 않던 옷을 매일같이 빨아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라페스빌이 보급으로 보낸 올리브유를 멀쩡한 머리에 처발라대기 시작했다.

아침에 구보를 하면 사내놈들한테 풍겨오는 향긋한 올리브유 냄새가 진동하고 머리는 무슨 2:8 가르마가 군 정식 머리 스타일인 마냥 유행하기 시작했다.

또한 훈련이 끝나고 식사하면 곧바로 막사에 늘어져 버렸던 녀석들이 빨빨거리며 몰려나와 도착한 엘프들의 거주지 건설을 돕기 시작했다.

“어머 훈련으로 힘드실 텐데 저희를 돕겠다고요?”

“마, 맡겨만 주십시오!”

저녁 점호시간이 가까운데 대량이 인원이 사라져 어딜 갔나 했더니, 늦은 시간까지 헤실헤실 처웃으며 엘프들의 임시 거주 시설 건설을 돕는 모습에 어처구니가 없어질 지경.

내 엘프들을 돕고 있느니 화를 낼 수도 그렇다고 칭찬을 할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이었다.

어이없는 일은 그 후에도 계속되었다.

아무래도 병사들은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 상태기에 그들이 잡은 늑대로 육포를 만들어 보급하거나 라페스빌을 통해 보급받은 육포를 증식용으로 나눠주고 있었는데.

임시 거주지 건설을 확인하러 간 자리에서 엘프들이 하나같이 뭔가를 우물거리고 있어 타냐린에게 물어보니, 우물거리고 있는 것은 병사들이 나누어준 육포라는 것.

군대에서도 건빵을 받으면 아껴뒀다가 휴가 때 집으로 가져가거나 하는 경우가 많으니 그럴 수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가족도 아니고 얼굴 본 지 며칠 되지도 않은 엘프들에 나누어 준 것은 병사들의 흑심을 알 수 있는 행동.

하지만 젊은 병사들이 예쁜 여자들에게 어필하고 싶어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기에 나는 특별히 사고를 치지 않으면 일단은 병사들을 내버려 두기로 했다.

그러나 어처구니없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것.

“헐….”

내가 타냐린을 바라보고 어이없다는 음성을 흘리자 타냐린이 웃으며 대답했다.

“인간들은 엘프들이 그렇게나 좋은 걸까요? 뭐 베풀어주는 호의니, 거절하지는 않겠지만 말이죠. 모험가를 할 때도 그렇지만 인간 남자들은 유달리 엘프를 좋아하는군요.”

역시 모험가 생활을 오래 한 엘프라 그런지 병사들의 검은 속마음을 속속들이 알아챈 모양이었다.

“뭐 엘프는 아름다우니까.”

내가 병사들의 행동 원인을 짧게 축약해 설명하자 타냐린이 웃으며 물어왔다.

“그럼, 러셀님도?”

“그래, 그러니 엘프 아내가 둘이나 있지.”

솔직히 이실리엘은 너무 아름다워 나랑 어떻게 될 거라는 생각은 안 했고, 로리엘은 기억상실로 인한 사고와 로리엘이 나를 한참 전부터 좋아하고 있었다는 사실로 인한 일이긴 했지만 말이다.

내가 당연하다는 듯 대답하자 타냐린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가 없는 사이에 로리엘님까지 거두시다니, 세상에 높은 엘프와 수호자를 동시에 아내로 거느린 인간 남자가 있다는 걸, 그 어느 엘프가 믿겠습니까?”

타냐린이 엘프들을 데려온다며 사라진 시기에 내가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듣긴 했지만, 어떻게 그 과정에 로리엘이 나의 아내가 되었는지는 알지 못하기에, 타냐린이 뭔가 믿기 힘들다는 투로 말해왔다.

하긴 나도 안 믿기는데 엘프들은 오죽할까 싶었다.

확실히 병사들의 사기 진작에 아름다운 여자들로만 이루어진 엘프들의 등장은 아주 극적인 효과로 다가왔다.

병사들이 혹시라도 자기의 못난 모습을 엘프들에게 보일까 훈련에도 좀 더 집중하고, 엘프들의 일 중에 힘쓰는 일을 적극적으로 돕고, 그 대가로 활을 쏘는 것을 알려 달라고 부탁해.

일과가 끝난 후에도 노동의 대가로 엘프들에게 궁술을 배우기 시작하니 실력이 금방, 금방 늘어나고 있었던 것.

아주 긍정적인 상황이었다.

다만 엘프들은 전혀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 병사들은 뭔가 엘프들과의 훈련이라 핑크빛 상상을 하는 듯했지만 말이다.

아마 엘프들이 옆에 붙어 활 쏘는 방법을 가르쳐줄 때 병사들의 머릿속에는 둘째의 이름을 무엇으로 할지가 떠오르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아무튼 엘프들의 등장으로 그렇게 병사들의 사기가 가파르게 오르는 것과는 다르게 다수의 엘프가 등장한 것은 드워프들에게는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왔던 것 같았다.

드워프들도 이전보다 더욱 활기차게 움직이긴 했지만 조금 다른 방향 같았으니까 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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