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344화 (344/352)

〈 344화 〉 341. 안정화 4

* * *

“러셀, 그냥 그러면 안 돼요? 나는 그러는 게 더 좋은데. 러셀이 자꾸 그런 일을 신경을 쓰다 보면 아무라도 우리한테 좀 소홀할 것도 같고.”

발카리아가 팔에 매달려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제 남편을 실업자로 만들려고 해서, 남편의 사업을 위해 늪지대를 잘 보존해야 한다고 했더니.

이제는 자리 레어에서 금과 보석들을 가지고 와 내 방안에 잔뜩 넣어두고는, 그냥 일하지 말고 쉬라고 말하는 발카리아.

판타지 세계 재벌가 딸 같은 포스.

돈을 벌기 위해서 일하는 것이라는 말에, 돈이 많으면 일하지 않고 그 시간에 자기들이랑 놀아줄 거라는 아주 간단한 계산이었다.

발카리아는 장수 종중 제일 오래 산다는 용이라 그런지 직업이라든지 일이라는 개념은 알고있어도 그것의 의미를 정확하게 느끼지 못하니 일어난 해프닝이랄까?

아내들이 저녁 준비로 바쁜 틈에 임신을 한 상태라 혼자 쉬고 있는 발카리아가 갑자기 사라져 무슨 일인가 했더니, 레어로 이것을 가지러 갔다 온 것 같았다.

방안 가득 번쩍거리는 광경에 아무 말도 못 하고 발카리아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을 때,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저녁 식사 정리를 끝낸 아내들이 하나둘 계단을 올라오다 내 방에서 쏟아지는 금은보화의 찬란한 빛을 보고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발카리아 이게 대체….”

“이거 레어에 있는 걸 가져온 거죠?”

“이걸 왜 가져온 거죠? 러셀에게 선물로 가져온 거라 해도 양이 많네요.”

아내들의 물음에 발카리아가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자 아내들도 그런 좋은 방법이 있었냐며 뭔가 솔깃한 표정이 되었고.

그런 아내들의 표정을 보니 이러다 기억을 잃었을 때처럼 다시 감금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진땀을 흘려야 했다.

그리고 아내들의 도움으로 금은보화를 일단 전부 각방에 나누어 보관하고, 다음 날 아침 식사가 끝나고 그간 벌여놓은 사업들을 정리해 보았다.

쉬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일단 딸린 식구가 많은 가장이니, 가장 노릇은 해야 했으니 말이다.

일단 여관.

여관은 거의 이젠 여관이라고 볼 수 없고 무상 급식소라고 봐야 할까?

신규 손님들은 거의 추가되지 않고 이제는 한식구 느낌인 사람들만 남아서 숙박비나 식사비를 받는 것은 무리였기에 아마도 이런 식으로 계속 운영될 것 같았다.

결국 적자.

다음으로는 전투식량 제조 및 판매.

이건 그래도 꾸준히 발레리가 마을 주민들과 평원 엘프들을 조력을 받아 유지하는 편이고.

큰돈이 되지는 않지만, 마을 주민들의 경제력 향상과 수익을 위해 꾸준히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는 일이다.

늪지대에 용병들이 사냥을 오지 않더라도 전투식량은 꽤 인기 있는 간편식이고, 임무나 모험 사냥을 떠날 때 사용하기에 수요가 높은 편이다.

그란 폴에서도 군용 식량으로 어느 정도 주문이 있는 편이기에 여러모로 괜찮은 수익 거리.

다만 습도가 높은 우기 기간에는 제조가 힘들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결국 한 해에 사 분의 일 정도는 수익을 낼 수 없다.

그리고 병사들 훈련을 시키며 생기는 몬스터의 부산물을 이용한 육포, 가죽, 뼈, 뿔 같은 부산물의 판매.

그리고 병사들의 식사를 준비해주면서 얻는 곡물.

아직 병사들이 본격적으로 몬스터 사냥에 들어갈 정도로 실력이 향상되지 않았기에 부산물의 수급은 아직 미비했고, 지금은 평원 엘프들과 수호자나 로리엘등이 사냥해오는 사냥감의 부산물을 파는 것이 주된 수입인데 양은 그리 많지 않았다.

곡물이야 여유 있게 들어오니 식비를 아낄 수 있어 좋긴 했는데 뭐 그 정도가 한계.

거기에 그란 폴의 용병, 모험가 길드 내에 위탁 운영되고 있는 식당에서 나는 수익이 전부였다.

야심 차게 준비하고 있는 대장간은 이제 곧 공사가 끝난다고 했으니 그때가 되어서야 수익이 좀 생길 것이고, 결국 수익이 나는 부분이 적으니 있는 돈을 까먹고 있었는데, 가문의 재정이 마이너스인 이 상황에 남편의 직업을 뺏고 푹 쉬라니.

가장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뭐로 좀 더 돈을 버나….’

고민이 깊어지고 있었다.

***

엘프의 눈물여관에 어두운 밤이 내려앉자 어둠 속에서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다크 엘프 둘과 엘프 하나 용, 그리고 인간 둘이었지만.

“그러데 발카리아 잠을 자지 않아도 괜찮아? 아기한테 좋지 않을 것 같은데?”

“맞아요. 아기가 걱정되네요. 발카리아.”

플로라와 시트라가 조금 걱정스러운 얼굴로 발카리아에게 물었다.

아무리 용이라지만 발카리아는 지금 임신 상태, 더군다나 임신 초기인데 밤에 잠도 자지 않고 돌아다니는 모습에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지금 하려는 일이 발카리아가 없으면 안 되는 일이긴 했지만, 러셀의 아기보다는 중요하지 않은 일.

플로라는 동생인 발레리가 있었기에 아이들을 좋아하는 편이었고, 시트라는 신전 소속 고아원에서 수련한 적도 있던지라 아이를 좋아했기에, 다른 아내들보다 발카리아가 더욱 부럽고 더욱 걱정되어 물은 것이었다.

그런 플로라와 시트라의 마음을 전해 들은 발카리아는 둘을 향해 웃어주며 말했다.

“저를 걱정해주는 건가요? 이것이 러셀이 말한 가족이라는 것이군요. 좋은 느낌입니다. 하지만 괜찮아요. 용들은 수십, 수백 년을 자지 않고 활동할 때도 있고. 또 반대로 수십, 수백 년 잠들 때도 있으니까요.”

발카리아의 말에 둘이 어색하게 웃었다.

평소에는 다른 아내들의 눈치를 보거나 하는 행동에 전혀 용이라는 위엄이 느껴지지 않는데, 저렇게 입으로만 위엄있게 말하니 뭔가 좀 우스웠기 때문이다.

“흐응? 그, 그래, 괜찮다면 뭐…. 그래도 몸은 조심해 러셀의 첫아기니까. 나도 무척 기대하고 있어.”

“그래요. 몸이 좋지 않으면 저한테 꼭 말하세요. 알겠죠?”

“알겠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밖으로 향한 일행이 가는 곳은 엘프 거주 구역이었다.

아내들이 모여 다 같이 이야기를 나눠보니 잠재적으로 가장 위험도가 높은 곳이 엘프 거주 구역.

남자가 하나도 없고, 순수하게 여자로만 이루어진 집단이고 러셀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까지 합치면 잠재적 예비 첩들이 거주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고, 그렇기에 상태를 좀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평원 엘프 구역 입구에 다다르자 경계하는 인원들이 러셀의 아내들을 보고 깜짝 놀라 인사를 해왔다.

“아. 안녕하십니까!”

“이, 밤중에는 어떤 일로? 혹시 빈집을?”

놀란 엘프 둘이 러셀의 아내들을 보고 어쩔 줄 몰라 했다.

엘프 구역 내의 빈집을 쓸 때는 미리 사전에 연락을 주는 편인데 오늘은 아무 연락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저희가 아무런 보고도 받지 못해서, 부, 부족장님께 여, 연락해 볼까요?”

“샬레, 제가 부족장님께 다녀올게요.”

둘이 어쩔 줄 몰라 하며 하나가 부족장인 에밀에게로 향하려고 할 때 로리엘이 어둠 속에서 스르륵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괜찮다. 잠시 빈집을 사용할 뿐이니까.”

어둠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로리엘의 말에 두 엘프가 깜짝 놀라며 한쪽으로 물러섰다.

높은 엘프이신 이실리엘님의 최측근, 그녀의 오른팔 같은 존재인 로리엘이 직접 왔다는 것은 속 이실리엘님의 뜻이나 마찬가지.

다른 반론은 필요 없었기 때문이다.

이실리엘님이 엘프들에게 나쁜 일을 할 리 없으니 말이다.

“로, 로리엘님!”

엘프들은 곧장 비켜서며 정중한 자세로 로리엘에게 예를 취했고, 그렇게 경계서는 엘프들의 배웅을 받으며 엘프 구역에 들어선 러셀의 아내들은 일단 제일 먼저 가끔 사용하는 빈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안에 들어서자 러셀의 아내들이 평소대로 자리를 잡고, 발카리아가 로리엘을 향해 말했다.

“로리엘님 이제 한 명씩 부탁드립니다.”

로리엘이 발카리아를 향해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플로라, 두 다크 엘프와 활동을 개시했다.

어둠과 그림자에 숨어들어 은밀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넷.

넷은 그녀들이 자리 잡은 빈집에서 가장 가까운 한 엘프들의 숙소로 이동했다.

흐릿한 형체만을 남기며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 넷.

그녀들은 얼마 되지 않아 엘프들의 숙소 입구에 다다를 수 있었고, 입구에 도착하자 넷이 거의 동시에 튀어나왔다.

그리고 아무런 신호 없이 다크 엘프 사제인 아우로라가 자기의 손에서 검은 안개를 뽑아내 문틈 아래 열린 공간으로 밀어 넣었다.

잠시 후 아우로라의 손에서 빠져나온 안개들이 스멀스멀 수위를 높여 침대에서 잠든 세 명의 엘프를 모두 삼키자, 어둠 속에서 아우로라가 고개를 끄덕였고.

플로라가 문을 천천히 열자 안에서 검은 안개가 곧장 파도처럼 밀려 나왔다.

[모두 잠들었습니다.]

[잘했어요. 아우로라 그럼 한 명씩 옮겨봅시다.]

은밀한 대화가 끝나고 입구와 제일 가까운 곳에 잠들어있던 평원 엘프 하나가 두 다크 엘프 손에 들려 러셀의 다른 아내들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운반되었다.

그렇게 첫 엘프가 도착하자 발카리아가 미소 지으며 엘프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마법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자, 그럼 엘프들의 속마음을 한번 들어볼까요?”

발카리아의 말에 다른 러셀 아내들의 시선이 멍한 얼굴이 된 평원 엘프의 입에 고정되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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