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343화 (343/352)

〈 343화 〉 340. 안정화 3

* * *

“그래서 적극적인 대처라면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 거죠?”

“맞아요. 러셀 근처에 여자들이 접근 못하게 막아야 하나? 그렇다고 죽일 수도 없는 일이고. 혹시 좋은 방법이 있는 건가요?”

“주, 죽인다니…”

플로라가 섬뜩한 말을 하자 일반인인 발레리와 애니가 서로 끌어안으며 무섭다는 표정을 지었고, 그러자 시트라가 나서 발카리아에게 확인하듯 물었다.

“함부로 죽이는 건 안 됩니다. 아시죠?”

“물론 저도 중간 땅의 인간들을 함부로 죽일 수 없는 몸이니, 그건 당연히 반대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적극적으로 대처하자는 것은 알겠는데, 대체 어떤 방식으로 몰려드는 여자들을 대처해야 하나 혹시 좋은 방법은 있는지를 묻자, 그 질문에 발카리아가 어두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우선 새로운 여자는 저희가 충분히 경계하고 밀어낼 수 있으니, 먼저 내부 단속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내부 단속이라면?”

“마을에 있는 여자들의 속마음을 들어보고, 혹시라도 위험 러셀을 좋아하는 것이 위험하다 싶으면, 다른 수컷과 짝을 지어준다든지 해서 밀어내는 것이죠.”

발카리아의 말에 러셀의 아내들이 긍정하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면 다들 러셀과 어느 정도 친해지다 마음이 부풀어 참지 못하고 그에게 마음을 고백한 경우가 대부분이니, 러셀과 친하게 지내는 여자들은 다 한 번씩 살펴볼 필요는 있다는 것이 그녀들의 공감대로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오. 그거 괜찮은 방법 같네요.”

“확실히. 로리엘님이나 애니, 발레리, 시트라 씨 대부분 러셀과 친하게 지내다 그의 여자가 된 것이니 당연하군요? 좋은 의견입니다. 발카리아.”

발카리아의 이야기에 리젤다가 미소를 띠며 발카리를 칭찬하자 발카리아가 좀 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그래요. 마침 여관에 번식기의 남자들도 몇 명 있고. 아 하나는 리젤다님 오빠라고 했던가요?”

“아, 에반 말이군요? 음…. 그런 의도로 짝을 맺어준다… 흐음… 나쁘지 않군요!”

그렇게 발카리아와 리젤다의 대화 중에 에반이 판매가 결정되고 다들 만족할만한 미소를 지을 때 발레리가 조심스레 질문했다.

“그, 그런데 여자들에게 저희가 묻는다고 해서 자기들이 러셀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할까요? 그리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좋아하고 있으면 부정하지 않을까요? 부끄러워 할수도 있고요.”

발레리의 질문에 집중되는 시선.

그렇다, 생각해보니 러셀이 아내들이 붙잡고 러셀을 좋아하냐 묻는다면, 어지간해서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 뻔했다.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거나 부끄러운 건 둘째치고라도, 자기 자신의 마음을 명확히 표현하지 못할 수도 있는 상태인 경우도 있으니까 말이다.

중요한 사실을 일깨워준 발레리의 말에 다들 허를 찔린 표정을 하고 있을 때 발카리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가 누굽니까? 저는 위대한 용. 지혜로운 높은…”

“자, 알았으니 본론만.”

자기 앞에 온갖 수식어를 붙이는 발카리아를 보고 리젤다가 진절머리가 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발카리리아가 입을 삐죽거리며 대답했다.

“크흠. 제가 마법으로 잠이 든 것 같은 상태로 만든 다음. 진실을 말하게 하는 마법을 걸어 어떤 숨기고 싶은 비밀도 말하게 할 수 있습니다.”

“확실한 건가요?”

“물론입니다. 한번 보여드릴까요?”

“보여준다고요? 어떻게?”

이실리엘이 발카리아의 보여준다는 말에 궁금증 가득한 표정을 보이자 발카리아가 다크 엘프 둘을 가운데로 불러냈다.

“둘 한번 나와보거라.”

“저, 저희 둘이요?”

다크 엘프들이 쭈뼛거리자 발카리아가 인상을 썼고 다크 엘프 둘은 빠르게 앞으로 튀어 나갔다.

정실의 우두머리가 이실리엘인 것처럼 현재 첩들의 우두머리는 발카리아.

더군다나 발카리아는 용.

되묻거나 반론은 허용되는 것이 아니었다.

둘이 앞으로 튀어나오자 발카리아의 손에서 빛이 반짝이더니, 곧 두 다크 엘프의 눈빛이 멍하게 변하고, 이지를 상실한 것같은 모습이 되었다.

“자 그러면 진실을 말하게 하는 마법을 사용해 보겠습니다.”

다시 발카리아의 손에서 빛이 떠오르는가 싶더니 그 빛이 두 다크 엘프의 머릿속으로 빨려들 듯 사라지고 잠시 후 발카리아가 입을 열어 말했다.

“자 둘의 이름은?”

“아우로라입니다.”

“에우로라입니다.”

멍한 얼굴로 대답하는 두 다크 엘프.

발카리아가 다시금 두 다크 엘프에게 되물었다.

“둘 다 러셀을 사랑하나요?”

그러나 기다려도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는 다크 엘프들.

이실리엘이 놀란 얼굴로 발카리아를 바라보자, 발카리아도 당황한 얼굴로 다크 엘프들에게 다시 물었다.

“러셀을 사랑하지 않나요? 왜 대답하지 않는 거죠?”

그러자 두 다크 엘프 중 아우로라가 멍한 얼굴로 말했다.

“사랑,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랑을 모른다고요?”

“네”

아우로라의 그 말에 에우로라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지만 둘의 대답은 비슷했다.

러셀의 아내들이 다크 엘프의 반응에 다들 놀라 어쩔 줄 몰라 하는데, 시트라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둘은 부모님을 잃고 친척 손에 자랐다고 했으니 잘 모를 수도 있겠네요. 다른 방식으로 질문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다크 엘프들을 향해 다시 물었다.

“러셀님을 생각하면 어떤 생각이 들죠?”

시트라의 질문에 아우로라가 약간 인상을 쓰는 것같은 표정을 짓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가슴이 뜁니다. 목이 마르는 것 같고 볼이 가끔 붉어집니다. 다리 사이도 젖어 듭니다. 이, 일 년이나 러셀을 만져보지도 못했습니다. 로리엘님이 무서워서 근처에도 가지 못하니, 고통이 너무 심해 밤에 몰래 다리 사이를….”

“거, 거기까지!”

다크 엘프의 고백에 이실리엘이 급하게 나서 다크 엘프의 말을 멈추게 하자, 러셀의 모든 아내가 다들 입과 얼굴을 손으로 가리며 경악했다.

그리고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애니가 어색하게 손을 들고 이실리엘을 향해 말했다.

“이, 이실리엘님?”

“예, 마 말씀하세요. 애니.”

“저, 내, 내일 밤 제가 순서인데 야, 양보해도 될까요?”

갑자기 애니가 러셀과의 동침 순서를 양보한다는 말에 다들 애니를 바라보자 애니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둘에게 제 순서를 야, 양보해주어야 하, 할 것 같아서요. 이실리엘님 몰래 나쁜 짓을 하긴 했지만, 조금 불쌍하다는 생각이…”

애니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 이실리엘도 애니의 양보를 허락했다.

그리고 다음 순서였던 시트라도 러셀의 방에 다크 엘프 둘이 한 번에 둘이나 들어갈 수 없으니, 자신도 양보한다는 의사를 내비치자 이실리엘이 과감하게 순서를 밀어주는 결단을 내렸다.

잠시 후 깨어난 두 다크 엘프는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측은한 눈빛 속에, 영문도 모르고 다음 날부터 이틀이나 러셀과의 동침이 허락되었다는 말에 뛸 듯이 기뻐했다.

***

나의 실종과 기억상실 중에도 에반이나 벨릭과 다른 용병들은 병사들의 훈련을 착실하게 진행했다.

활쏘기 기본 훈련은 이미 완료된 상태였기에, 개개인의 활쏘기 실력 향상을 위해 개인 연습 시간을 주고 있었고, 기초 체력 훈련과 몬스터나 마물을 상대하는 요령들도 착실히 가르쳐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훈련 교관으로 복귀하자, 병사들의 상태는 이제 비교적 병사 구실을 할 수 있게 변한 상태였다.

그리고 위기를 가장한 희소식 아니, 희소식을 가장한 위기도 있었다.

발카리아의 태교를 위해 저녁 산책을 하던 중 발카리아가 병사들이 훈련에서 복귀하는 모습을 보고 물어왔다.

“그런데 러셀 저 인간들은 뭘 하는 거죠? 병사들 같은데 왜 바보같이 땀을 흘리며 뛰어다니는 거죠?”

발카리아가 이해가 안 된다는 투로 물어왔다.

아마 태생이 절대자인 그녀는 훈련이나 이런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 했다.

“훈련을 하는거야 더 강해지려고.”

“아, 인간 모험가나 기사들처럼 말이죠?”

“그렇지.”

“왜요?”

“아, 늪지대에서 나오는 마물이나 몬스터를 막아내려고 하는 거야, 그냥 놔두면 자꾸 늘어서나 늪지 밖으로 밀려 나와 인간 마을을 습격하거나 사람을 잡아먹으니까.”

발카리아는 내 말에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것 같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늪지대에 몬스터나 마물 그러면 전부 다 없애버릴까요? 아니다 그냥 늪을 밀어서 평지로? 아니면 바다로?”

“응?!”

해맑게 웃는 발카리아.

‘아참, 용이었지?’

놀란 얼굴로 발카리아에게 묻자 그녀가 당연하다는 투로 대답했다.

“그, 그게 가능해?”

“물론이죠! 마법을 떨궈서 잔챙이들을 다 잡아버리고 남은 큰놈들은 제가 직접… 아, 그냥 말 나온 김에 지금 당장?”

의욕이 넘쳐 남편을 당장 실업자로 만들 것 같은 표정에 놀라 다급하게 그녀를 말렸다.

지금 웜 포트 최대 사업인데, 몬스터가 없어지면 병사들을 훈련 시킬 수는 있지만 수입이 팍 줄어들 것은 명확한 일.

“아, 아니야! 저, 절대 그러면 안 돼.”

“왜죠? 사람들이 더 안전해질 텐데?”

용이라서 똑똑해서 그런지 설명해주니 곧바로 이해하긴 했다, 조금 다른 방식으로.

“아하 먹으려고 키우는 것과 비슷하군요.”

“그, 그래.”

아내 덕분에 실업자가 될뻔한 위기에 이마에 식은땀을 쓸어내려야 했다.

그리고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든든한 보험이 생겼다는 사실에 조금 안심이 들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