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341화 (341/352)

〈 341화 〉 338. 안정화 1

* * *

“혀, 형님 이젠 막 가기로 한 겁니까?”

아침에 식사하러 온 벨릭이 경악하는 표정으로 물어왔다.

보통 내 아내가 늘어나는 것을, 여관 손님들과 이제는 한식구나 마찬가지인 친구들은, 아침에 누가 식사를 돕고 있느냐로 눈치채는 편이었는데, 어제까지만 해도 자기들 사이에서 아침을 먹던 다크 엘프 둘이 앞치마를 두르고 아침 식사를 나르고 있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허…. 검은 귀와 하얀 귀가 한 남자의 아내라니…”

노르딕 씨의 아버지 노르웨 씨가 아침을 먹으러 여관으로 들어왔다가 진귀한 구경을 한다는 투로 말했다.

그리고 둘의 말에 나는 다 포기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모르겠다.”

이젠 정말 모르겠다, 꼬여도 왜 이렇게 꼬일까?

아내들로 축구팀을 만들어도 될 지경이었다.

벨릭 앞에 있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얼굴을 쓸어내리자 유부남의 비애를 아는 노르딕 씨와 벨릭이 다가와 조용히 어깨를 두드렸다.

‘이것이 끈끈한 유부남들의 우정이란 말인가?’

둘의 위로와 우정에 감사해하고 있을 때 벨릭이 조심스레 나에게 속삭였다.

[형님, 그런데 형님도 기억이 돌아오셨고, 오래간만에 맛있는 것 좀 먹고 싶은데, 아무래도 애니 형수가 음식을 잘하긴 해도 그 형님과는 아무래도 차이가…]

‘이 새끼 그런 이유였단 말인가?’

차게 식은 눈으로 벨릭을 바라보자, 반대쪽에서 들려오는 노르웨 씨의 목소리.

[크흠. 나도 그 벨릭님이 해주는 음식이 먹고 싶은데… 구, 국밥 같은…“]

국밥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침을 꿀꺽 삼키는 벨릭과 노르웨 씨.

생각해보니 훈련과 납치로 그간 요리를 등한시했던 것도 사실.

목적 있는 위로에 조금 서운하긴 했지만, 본분을 잊을 수는 없는 법.

일단 내 1차 직업은 여관주인이니까 말이다.

둘의 소원도 이루어질 겸 오래간만에 요리도 해서 감도 찾을 겸 둘을 향해 말했다.

”그럼 오늘 저녁은 제가 합니다.“

”오오옷! 혀, 형님!“

”오오! 진짠가? 구, 국밥인가?“

국밥이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던지 국밥을 찾는 노르웨 씨와 벨릭의 기대 찬 얼굴.

둘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오늘 요리는 ‘불고기!’ 국밥과 쌍벽을 이루는 음식입니다.“

내 대답에 경악하는 두 남자.

아무래도 국밥과 쌍벽을 이룬다는 내 말에 놀란 듯한 모습이었다.

”구, 국밥과 싸, 쌍벽을?!“

”구, 국밥만큼 맛있는 음식이?!“

***

아침을 먹고 아내들과 벨릭 그리고 교관으로 활동하는 인원들이 훈련으로 출발하고 남은 인원들과 여관 부엌에 모였다.

남은 인원은 다크엘프 둘인 아우로라, 에우로라, 발카리아, 애니, 수리아.

”러셀, 왜 다 모이라고 한 거야?“

애니가 부엌을 정리하고 나오며 먼저 자리를 잡은 우리를 향해 물어왔다.

”오늘 저녁에 맛있는 것 좀 만들어보려고.“

”지, 진짜 너무 오랜만이다 러셀의 음식!“

내가 오늘 계획을 설명하자 손뼉을 치며 기뻐하는 애니.

그러나 다른 친구들은 모두 내 음식을 기대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발카리아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볼 수밖에 없었는데.

그 표정을 확인한 아우로라 에우로라가 첩들의 대장이 된 발카리아를 향해 설명했다.

”러셀님의 음식이 무척이나 맛있거든요. 아마 드셔보시면 아주 마음에 드실 겁니다.“

”아마 첩이 되길 잘했다고 생각하게 되실 거예요.“

둘의 설명에 발카리아가 말도 안 된다는 투로 대답했다.

”무슨 음식 따위에 러셀의 암컷이 된걸, 기뻐한다니. 너희 하찮은 미물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고귀한 용. 러셀을 선택한 고귀한 나의 결정이 고작 음식 따위에….“

발카리아가 콧대를 세우며 말하자 애니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발카리아 씨, 자꾸 하찮은 미물이라는 말 쓰면 밥 안 준다고 했는데?“

애니의 말에 급하게 당황하는 발카리아.

”애니, 당신에게 한 것이 아니에요. 나, 나는 저 두 다크 엘프들에게 한 것이에요. 원래 거, 검은 것 중 제일 높은 것이, 나 브, 블랙 드래곤 이니까요.“

의외로 발카리아는 다른 아내들보다 애니를 두려워했는데, 쇠줄에 묶여있던 기간에 밥을 챙겨준 것이 애니였다는데, 그 기간에 뭔가 애니에게 사육? 훈련? 된 느낌이었다.

”알겠어요. 그래 그럼 오늘 필요한 재료가 뭐가 있는데?“

애니가 발카리아를 향해 피식 웃어준 후, 나에게 오늘 요리에 필요한 재료를 물어왔다.

일단 불고기를 하려면 필요한 것은 쇠고기.

나는 애니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일단 물소가 한 마리 필요하겠어.“

내 물소가 필요하다는 말에 기다렸다는 듯 벌떡 일어서며 말하는 아우로라와 에우로라.

아마 뭔가 필요성을 어필할 수 있다는 생각에 둘이 나선 것 같았다.

”그건 저희가 잡아 오겠습니다!“

그러나 둘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했는데 발카리아가 자기가 물소를 잡아오겠다며 나섰기 때문이었다.

”너희 둘이 가서 그걸 어떻게 들고 온다고. 그냥 잔심부름이나 하세요. 물소는 제가 잡아 올 테니.“

그러나 발카리아를 사냥하러 보낼 수는 없었다.

발카리아는 현재 임신 중 아기를 가졌을 때는 험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더군다나 피가 튀는 사냥터라면 태교를 위해서 더욱더 보내면 안 되는 것.

”저, 발카리아?“

”네, 러셀?“

”내가 살던 곳에서는, 아기를 가지면 피가 튀고 험한 일은 하지 않았거든, 배 속에 있는 아기한테 좋지 않다고 말이야.

용이라 괜찮을 수도 있겠지만, 발카리아의 말로는 아기는 용이 아닐 수도 있다고 했으니 아기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는 움직이지 않는 것이 맞았다.

내 말에 크게 감동한 모습으로 몸을 기대오는 발카리아.

“어머, 나를 걱정해주시다니. 아, 돌봄 받는 것이 이런 느낌인가요? 아 행복해요. 러셀.”

용으로 다른 생명에게 돌봄이나 보살핌 같은 것은 받아보지 못한 절대자가 나의 걱정에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품으로 기대왔고, 잠시 후 기댄 몸을 바로 세우더니 우리를 향해 설명했다.

“괜찮아요. 제가 직접 갈건 아니니까.”

“직접 안 간다고?”

­쿵

내 물음과 함께 밖에 뭔가 큰 것이 쿵 하고 내려앉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여관 문이 바람에 펄럭거리며 안쪽으로 열리더니 뿌연 먼지를 여관 안으로 꾸역꾸역 밀어 넣었다.

“차, 창문 창문을 닫아!”

밀려드는 먼지에 깜짝 놀라 애니와 문과 창문을 닫고 덜 가라앉은 먼지 속으로 뛰어나가자, 여관 앞에 블랙 와이번 한 마리가 내려앉아 강아지 같은 표정으로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나를 확인하더니 정말 강아지처럼 내 몸에 얼굴을 비벼왔다.

‘발카리아의 가디언이라고 했던가?’

발카리아가 데리고 있던 블랙 와이번 중에 절반 정도는 나와 이실리엘 그리고 아내들이 잡아 가죽을 벗겼지만, 아직 살아남은 녀석들은 발카리아의 가디언으로 활동 중이었는데, 두 마리는 발카리아의 레어를 지키고, 나머지는 마을 주변을 경계하는 임무를 부여받고 활동하는 중이었다.

그렇기에 여신을 협박할 때도 사용할 수 있었고 말이다.

그리고 이놈이 이렇게 나에게 친한 척을 하는 이유는 발카리아가 나와 아내들에게 복종하라고 엄하게 명령했기 때문이다.

먼지 때문에 뿌연 공기를 발카리아가 마법으로 먼지를 빠르게 날려버린 후 여관에서 걸어 나오자, 나에게 얼굴을 비비던 블랙 와이번은 발카리아를 향해 머리를 조아렸다.

그리고 머리를 조아린 블랙 와이번을 향해 발카리아가 다정한 목소리로 명령했다.

“가서 늪지에서 물소를 한 마리 잡아 오렴.”

발카리아의 말이 끝나자 다시 날개를 펄럭거리며 날아오르는 블랙 와이번.

여관 주변이 다시금 먼지에 휩싸이고 애니가 먼지에 기침하며 소리쳤다.

“콜록! 콜록. 아우 저건 여관 앞에 못 내려앉게 해야겠어!”

그 모습에 마을 외곽에 와이번 착륙장이라도 하나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와이번이 사라지고 여관의 먼지를 청소하고 곧바로 재료를 준비하기로 했다.

불고기에 들어갈 것은 마늘, 양파, 버섯 정도. 그리고 얼마 전 된장을 만들면서 부산물로 얻어진 간장에 꿀과 버섯 무를 넣고 달려 양조간장 비스름하게 만들어 준비했다.

그렇게 모든 준비가 끝났을 때 아까 먼지 때문에 여관 근처에 내려앉지 못하게 했던 와이번이 착하게도 마을 외곽에 내려 물소를 물고 어기적거리며 여관으로 다가왔다.

­쿵 쿨

“어머 왔나 봐요.”

다들 와이번이 얼마나 큰 소를 잡아 왔을까 기대하며 달려 나갔는데 소의 모습에 뭔가 이상했다. 머리와 다리 하나가 없었던 것.

벨라이아가 그런 물소의 모습을 보고 와이번을 다그치며 물었다.

“대체 머리랑 다리 하나는 어디로 간 것이죠?”

­꾸에 꾸에엑

뭔가 발카리아의 눈치를 보던 녀석은 조심스레 발카리아를 향해 울었다.

그러자 발카리아가 와이번을 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뭐요?! 입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고요?! 머리랑 다리가? 혀만 댔는데 녹아버렸다고요?”

와이번의 말도 안 되는 변명에 발카리아가 멀리서 일하는 드워프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를 향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러셀, 가죽 한 장 더 안 필요해요? 하, 하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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