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338화 (338/352)

〈 338화 〉 335. 불임의 원인 4

* * *

여신들의 무한 경쟁 시대.

온 사방에서 견제와 뒷거래, 통수와 배신이 판을 쳤다.

그리고 각자 활동하던 여신들은 결국 아무리 강한 여신이라도 혼자서 다른 수많은 여신을 견제하며 러셀의 아내로 자신들의 추종자를 밀어 넣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깨닫고, 하나둘 파벌을 이루기 시작했는데 이 파벌은 결국 크게 셋으로 나뉘었다.

가장 큰 세력은 러셀의 첫 번째 아내이며 정실인 이실리엘의 담당신인 세계수를 중심으로 한 친 러셀파.

얼마 전 리젤다의 담당 신인 수인의 종족신 셋까지 합류하여, 더욱 탄탄한 성세를 구가하는 파벌이 되었다.

구성원은 세계수를 필두로 리젤다의 담당신인 수인들의 종족신 셋, 발레리의 담당신인 상인과 일꾼 그리고 재화를 관장하는 하급 여신.

시트라의 어머니인 자애와 순결의 여신, 수리아의 담당신인 눈과 얼음의 여신, 플로라의 여신인 숨겨진 그림자의 여신.

그리고 드워프의 종족신인 불의 여신 발로나와 그 하위 여신들로 이루어졌고.

반대파벌인 반 러셀파의 수장은 다크 엘프들의 종족신이며 죽음을 관장하는 여신을 필두로 마나와 마법을 관장하는 고위신과 그 하위 여신들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러셀과 접촉점을 만들 수 없는 고위 관념을 관장하는 최고위 신 몇과 다른 나머지 신들은 중립 세력을 형성하게 되었다.

그렇게 천계가 세 개의 파벌로 완전히 나누어졌다.

“그런데 세 파벌로 나뉜 거랑 저희가 아기를 가지지 못하는 것과 대체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것이죠?”

시트라가 참지 못하고 자애와 순결의 여신을 다그치자 여신이 다급하게 말했다.

“이, 이제 나와요. 이야기의 끝이 다 왔습니다. 조금만 참고 드, 들어보세요.”

시트라를 달래며 여신이 말을 이었다.

처음에는 친 러셀파가 승승장구했다.

러셀의 아내가 되면 러셀 근처에서 그 수혜를 받을 수 있고, 후계자만 탄생한다면 더욱 미래가 보장되니 세계수에게 줄을 대려는 여신들이 줄을 섰기 때문이다.

여신들이 모임이나 연회 때 세계수가 지나가면 다른 여신들이 세계수 주변에 몰려드는 것은 당연지사.

그러나 한 연회에서 그런 세계수를 향해 죽음의 여신이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즐거움도 이 순간뿐이니 즐겨두세요. 후후”

처음에는 그녀의 말이 별 대수롭지 않은 질투라고 생각했지만, 얼마 되지않아 여신들은 이변을 감지할 수 있었다.

러셀의 아내들이 임신하지 않는 것.

아내들이 많아서 동침 횟수가 적어서 그런가 아니면 별다른 문제가 없는가 살펴보았지만, 러셀이나 자기들의 추종자인 러셀의 아내들에게도 전혀 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리하여 결국 부활과 출산을 관장하는 여신에게 혹시 원인을 알 수 있을까 싶어 그녀를 찾았지만, 찾을 수 없는 그녀.

그리고 얼마 후 다른 모임에서 죽음의 여신의 손을 잡고 들어오는 출산과 부활을 관장하는 여신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정 반대되는 신성력이라 둘의 사이가 나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인데, 죽음을 관장하는 여신이 출산과 부활을 관장하는 여신의 추종자들의 죽음을 한계까지 연장해주기로 하고 야합한 결과였다.

종족에 대한 출산 통제는 종족신들의 허락받아야 했지만, 개개인에 대한 통제까지는 어쩔 수 없다는 허점을 이용한 공격.

친 러셀파의 여신들이 발작했지만, 여신 개개인의 고유영역을 어찌할 수 없는 것이었고 그렇게 지금까지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 그렇게 된 것이랍니다.”

“아니, 무슨 그런.”

여신의 설명이 끝나자 어처구니없는 표정이 된 시트라.

여신들이 인간들이나 하는 파벌싸움을 하는 것도 웃겼지만, 그 파벌싸움의 희생양이 자기 자신들이 되었다는 것이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방법은 없나요?”

“저희 나름대로 방법을 찾아보고 있지만 딱히 뾰족한 방법이….”

여신도 아주 난처한 표정이었다.

시트라는 여신에게도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아채자 곧바로 러셀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일단 러셀에게 이야기해볼게요. 위쪽에서 안 된다면 저희 쪽에서 방법이 없나 생각해 볼 수 있으니까요.”

시트라의 말에 여신을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뭐라고 포장도 못 하고 사건을 날 것 그대로 러셀에게 전달하게 되었으니, 러셀이 어떤 반응을 보일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저, 시, 시트라. 러셀에게 잘 좀 말해주세요. 저희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다 그년! 죽음의 여신! 그년과 러셀의 순결을 훔쳐 간 그 더러운 그년의 추종자들 때문에 벌어진 일이랍니다.”

“알겠습니다.”

시트라가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그대로 심상 공간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

아기를 가졌지만, 자신은 용이니 안정기 따위는 필요 없다는 발카리아의 말에 인간이 아닌 그녀를 만족시키기 위해 침대 위에서 처절한 사투를 벌인 후.

발카리아의 마법으로 몸을 닦고 침대에 엎드려 숨을 몰아쉬고 있을 때였다.

­콰당

방문이 갑자기 큰 소리를 내며 열리고, 그 열린 문으로 시트라가 뛰어 들어오며 분노한 표정으로 외쳤다.

“러, 러셀의 말이 맞대요!”

“뭐?!”

“신님들이 그런 것 맞대요. 저희가 아기를 못 가지는 것!”

분노한 시트라의 목소리에 아직 잠이 들지 않았던 것인지 아내들이 하나둘 내방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방에서 갑자기 아내 의회가 개최되기 시작했다.

시트라의 보고로 시작된 아내 의회.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시트라의 보고가 끝나자 아내들이 경악했다.

시트라의 보고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은 두 가지.

“아래층의 검은 엘프 둘이 그, 그런 짓을 저질렀단 말인가요?!”

“그년들이 그러면 그때 결국!?”

먼저 다크 엘프들이 이실리엘 몰래 그것도 먼저 나를 능력으로 재우고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데 리젤다가 분노하고, 다른 아내들이 놀랐으며.

“그리고 왜 여신님들이 러셀의 아내로 여자들을 넣으려 하는 거죠?”

여신들이 왜 나에게 집착하는가가 아내들의 가장 큰 의문이었다.

용병 출신의 여관주인 남자에게 자기 추종자들을 밀어주려 한다는 이야기에 자기 남편이 멋지고 좋은 사람인 것은 인정하지만, 이게 여신들까지 나서야 할인인지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

나는 언젠가는 이 이야기를 아내들에게 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다소 말도 안 되는 계기로 벌어진 일에 이 이야기를 하게 될 줄은 몰랐기에 이실리엘에게 조용히 발언권을 신청했다.

“러셀, 할 이야기가 있나요? 해도 좋아요.”

이실리엘의 허락에 얼굴에 마른세수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가 실은 지금까지 비밀로 하고 있던 것이 있었는데 말이지…”

내 말에 경악하는 아내들 그중 리젤다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서, 설마 다크 엘프들 말고 여자가 또, 또 있나요?”

“아, 아니야 그런 게 아니고 그 내 전생에 관한 일인데…”

“전생이요?”

내 전생이라는 말에 아내들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빼 내 이야기를 경청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지금까지 아내들에게 숨겨왔던 내 전생에 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

인간들로만 이루어진 세상에서 왔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내가 만든 여러 가지 음식들이 전생에 먹거나 만들어봤다는 사실에 뭔가 납득 하기도, 그리고 할머니 한 분을 구하려다 죽어버렸고, 눈을 뜨니 이 세계였다는 말에 측은한 표정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내친김에 내 전생 후의 인생을 모르는 아내들을 위해서 전생 후의 이야기도 하나도 남김없이 들려주었다.

그리고, 여신들이 왜 집착하는지도.

그리고 모든 말을 끝내니, 마치 슬픈 동화라도 한편 들은 것처럼 글썽이는 눈으로 아내들이 슬픈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혼자 다른 세상에 떨어져서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까요?”

“러셀, 이제 우리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아요.”

‘크, 감동.’

다른 세계에서 왔다면 이상하게 생각할 줄 알았는데, 아내들은 온전히 내 걱정만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이야기가 다 끝나고 다소 어색한 상황에서 플로라가 나를 향해 물었다.

“러셀, 이제 대충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는 알겠는데 그럼 이제 어째야 하죠? 여신들을 달래기 위해서 여신들이 원하는 종족의 여자들을 다 아래도 받아줘야 하나요? 오크, 고블린, 트롤 막 이런?”

플로라의 한마디에 아내들의 안구에서 흰자가 커질 수 없을 만큼 커지기 시작했다.

“무, 무슨 소리야 플로라 그건 저, 절대 안 돼!”

털박이도 수인 이상은 끔찍한데 고블린 오크 트롤 따위는 말도 안 되는 소리.

온몸에 소름이 돋고 플로라를 향해 말도 안 된다며 소리쳤다.

“그러면 어찌해야 하죠?”

플로라의 물음에 집중되는 아내들의 시선.

나는 아내들을 향해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회유와 협박은 모든 거래의 기본이지. 내일부터 적극적으로 회유와 협박에 들어간다.”

“회유과 협박이요?”

“회유과 협박이요?”

아내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다 같이 대답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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