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330화 (330/352)

〈 330화 〉 327. 기억을 되찾기까지 1

* * *

여섯 여자에게 둘러싸여 대충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저 여섯 여자의 남편이고 저 용은 한밤중에 나를 보쌈해간 여자라는 것. 나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무릎을 꿇고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이런 상황에서 기도를 드리지 않는다면 어느 상황에서 기도를 드린단 말인가.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뭔 아내가 종족별로 선물 세트처럼 배달되었으니 감사의 기도가 절로 나왔다.

그리고 내가 구하다 죽은 것이 할머니가 아니라 무슨 우주인가 싶었다. 우주를 구하지 않고서야 여신같이 아름다운 아내와 각 종족의 미녀들로 이루어진 아내 선물 세트가 배달될 리 없었던 것.

여긴 내가 그리던 천국이 확실했다. 그리고 내가 간절히 무릎을 꿇고 기도를 그리던 그때 아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러셀, 뭐해요? 러셀이 이상한 행동을 해요.”

“러셀이 정말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가 봐요.”

“저년이 무슨 짓을 한 게 틀림없어요!”

분노한 목소리로 외치는 아내들. 아내들이 발카리아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뭐라고 외칠 때마다 발카리아는 쭈구리가 되어 움츠러들었다.

나를 보쌈했다 잡힌 것이 무척이나 부끄러운 모양. 그래도 내 기억 속에서는 그녀가 첫 여자이다 보니, 왠지 또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러셀한테 무슨 짓을 한 건지 얼른 말해요!”

누군가의 분노에 찬 외침으로 시작된 살벌한 분위기, 내 아내들이라는 여자들이 무기를 다시금 뽑아 들고 흉흉한 얼굴로 발카리아를 노려보자 발카리아가 자기의 만행을 실토하기 시작했다.

“그, 기, 기억을 잠시 가둬둔 것이다.”

“이다? 이다?!”

“이, 입니다!”

고양이 귀의 수인 아내는 아주 매서운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녀는 발카리아를 쥐잡듯이 잡으며 다그쳤다.

“빨리 기억을 되돌리는 게 좋을 것이에요.”

무서운 얼굴로 발카리아를 노려보며 뽑아내는 손톱, 손톱이 30cm 정도 되는 크기로 자라나 발카리아의 목덜미를 위협했다.

그러자 발카리아가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는 아내들을 향해서 변명했다.

“여, 영혼의 깊숙한 곳으로 밀어 넣은 것이라서, 다, 당장은 안 됩니다. 하, 한 달 정도는 기다리셔야 합니다.”

“뭐라고요!”

“지금 뭐라고 했지요?”

“하, 한 달? 지금 살려고 거짓말을 하는 것 같은데요? 어디 하나 잘라내고 확인할까요?”

분노한 아내들이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치자 내 첫째 아내라는 여신 같은 엘프가 나서서 발카리아를 설득했다.

“러셀이 무사히 돌아왔으니 목숨은 해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러셀의 기억을 돌려주세요.”

왠지 호소력 깊고 설득력 있는 다정한 목소리. 하지만 그녀의 그런 말에도 발카리아는 자신이 절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며 항변했다.

“저, 정말입니다. 지금 강제로 기억을 되돌리면 영혼에 상처가 날 수도 있습니다. 저, 저도 러셀이 다치거나 바보가 되는 건 원치 않아요…. 러, 러셀을 좋아하니까…”

나를 좋아한다는 말에 쏟아지는 매서운 눈빛.

그리고 여신 같은 아내가 뭔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발카리에게 물었다.

“한 달 후면 되돌아오는 것이 확실하지요?”

“예! 물론입니다. 러셀이 너무 탐이나 제가 잘못을 저질렀지만, 저, 절대 제가 나쁜 마음을 먹고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정말입니다. 제 진명에 걸고 맹세합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믿겠습니다. 대신 당신의 처분은 러셀의 기억이 돌아오고 나서 결정하겠어요. 목숨은 거두지 않을 것이지만 벌은 받아야겠죠?”

여신 아내의 목소리에 움츠러든 발카리아는 조용히 대답했다.

“예, 죄, 죄송합니다.”

그렇게 모든 상황이 정리되자 포로로 잡힌 발카리아가 나에게 눈물을 흘리며 사죄했다.

“죄, 죄송해요. 러셀, 당신이 너, 너무 마음에 들어서 당신을 가지고 싶었어요.”

나는 그녀의 사죄에 어색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아, 아냐. 뭐라고 해야 하나? 이런 상황에서는? 그, 나는 괜찮으니까 울지마.”

그러자 발카리아는 더욱더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그제야 아내들도 조금 진정이 되었는지 자기들끼리 뭔가를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자꾸만 여자가 꼬이네요. 러셀을 밖으로 내보내지 말아야 할까요?”

“더 이상 저희끼리 나눠 쓰기 아니, 나눠 사랑받기에도 빠듯한데 이렇게 돌발적으로 여자들이 추가되니 곤란하네요.”

“맞아요. 뭔가 수를 내야겠어요. 더는 곤란해요. 러셀은 착하니 기억이 돌아와도 저 여자라고 해야 할지 용이라고 해야 할지를 받아주려 할 것이 분명한데 말이죠.”

‘나 어디 감금되는 거 아니야?’

들려오는 아내들의 대화에서 나는 심각하게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

아내들에게 이끌려 도착한 곳은 중세의 여관으로 보이는 장소. 뭔가 중세 판타지의 로망이 뿜뿜 솟아나는 장소였다. 날아오면서 보니 병사들도 한편에서 훈련하고 있었고 뭔가 군사 거점인 듯 보이는 장소.

공중을 날아 여관 입구로 내려서자 수많은 사람이 내 이름을 부르며 몰려들고, 또 다른 여자들이 안에서 달려 나와 나를 끌어안았다.

“러셀님!”

“러셀 괜찮아? 다친 데는 없어?”

빨간 머리의 가슴 괴물과 뭔가 무척 야하게 생긴 아가씨.

‘이분들도 설마 아내는 아니겠지?’

전신을 마사지하듯 밀려든 큰 가슴에 꿀꺽 침을 삼키자, 둘이 서로를 바라보더니 나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러셀님? 왜 그래요?”

“러셀? 왜 그래? 뭐가 좀 이상한데?”

그러자 내 여신 아내 이실리엘이라는 여자가 나서 둘에게 내가 기억을 잃었다는 것을 설명했다.

“러셀이 기억을 잃었습니다.”

놀라 눈을 부릅뜨는 빨간 머리와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는 야한 얼굴. 주변에 몰려든 사람들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되어있었다.

그러고 엘프들 사이에 있던 한 여자도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넋 나간 듯 말했다.

“조, 족장님이…”

그리고 그 후에 벌어진 일은 감금.

정말로 내방이라는 곳에 감금되어, 화장실 갈 때도 아내가 하나씩 따라붙으며 나를 감시했다. 밤에 잘 때도 아내들이 번갈아 들어와 동침하는 상황.

첫날은 그래도 비교적 만족했다. 여신처럼 아름다운 아내가 들어와 나를 가슴에 끌어안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다독여 주었으니까.

“러셀, 많이 놀랐죠? 괜찮아요. 제가 항상 있으니까요.”

“으, 으응…”

그리고 그녀의 품에 안겨 나만의 첫날밤.

기억을 잃은 것이 비단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나 혼자 첫날밤을 맞이하는 기분이었으니 말이다. 뭔가 두근거리고 행복하고 설레는.

‘엘프라는 종족은 이리 부드럽고 따듯한 것인가?’

나는 내게 주어진 행복을 한껏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튿날부터였다.

이튿날 내 방으로 들어온 것은 고양이 수인 아내, 평소에는 꼬리와 귀가 보이지 않았는데 필요할 때마다 꺼내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거칠게 달려들어 나에게 몸을 밀착시키며 짜증을 냈다.

“러셀한테서 비린 도마뱀의 냄새가 나요! 전부 저의 냄새로 덮어야 해요!”

그렇게 시작된 나를 말려 죽이기라도 할 것같은 거친 밤. 나는 모르겠는데 수인인 그녀는 발카리아의 냄새가 난다며 나에게 온몸을 문질러댔다.

그렇게 피부가 벌겋게 될 새벽까지 몸을 문질러대며, 온몸에 모든 것이 빨려 나가고 나서야, 그녀는 만족한 얼굴로 내 품에서 잠이 들었다.

‘나, 남은 여섯 과연 버, 버틸 수 있을까?’

그러나 다행스럽게 다른 아내들은 비교적 얌전한 편이었고, 우려와는 다르게 남편을 챙기는지 장어와 어디선가 가져온 홍삼 우린 물 등을 마시며 최소한의 기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며칠이 지나가 약간의 패턴을 알아챌 수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와 동침하는 것은 여섯 아내뿐이고 둘은 내 방에 들어오지 않았다. 낮에 내 방에 들린 핑크 머리의 아내에게 이유를 물어보자 그녀가 부끄럽게 대답했다.

“러셀님, 저희는 아직 첫날밤을 치르기 전이어서요. 그, 기억이 돌아오면 알았죠?”

일국의 공주라는 그녀.

‘맙소사! 공주 기사라니.’

나중에 꼭 조금 야한 옷을 입혀두고 ‘큭 그냥 죽여라!’ 이 대사를 꼭 시켜보고 말리라 다짐했다.

그 후로도 내 방에 갇혀 아내들에게 사육되는 긴 시간, 이를 악물고 버티며 감금 생활 속에 그렇게 한 달의 시간이 흘러가는가 싶었는데, 30일째 되는 날 나를 절망에 빠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러셀, 한 달은 50일 이잖아요?”

“뭐?! 30일이 아니고?”

청천벽력 같은 소리.

판타지 세계인데 한 달이 50일 이라니! 태양이 3개이고 달이 7개라는 사실에 뭔가 다를 것으로 생각했지만 50일 이라니! 20일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에 절망할 수 밖에 없었다.

할 수 없이 나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그날 밤 탈출을 감행할 수밖에 없었다. 바깥 공기를 너무 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일곱 달이 모두 뜬 한밤중 옆에 만족한 얼굴로 잠든 빨간 머리, 가슴 괴물 아내의 이불을 잘 덮어주고 맨발로 조심스레 여관 밖으로 향했다.

한 달 만에 밖으로 나오자 콧속으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

“그래 사람은 콧바람을 넣어줘야지.”

아내들이 나를 아끼기는 하는 것은 같은데, 너무 과잉보호에 힘이 든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바람이 불어오듯 머리카락이 날리더니 내 앞에 엘프 하나가 나타났다.

“로리엘?”

나의 또 다른 엘프 아내 로리엘이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