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8화 〉 325. 용 아내와 호랑이 아내 5
* * *
러셀이 한마디를 내뱉고 나자 뿔이 난 여자가 급하게 뭔가를 하는 것 같더니, 갑자기 러셀의 말이 이상한 언어로 들려오기 시작했다.
“@#$@# $#@$?”
그리고 러셀이 여자를 지키듯 그녀를 자신의 뒤로 급하게 숨겼다. 뿔이 난 여자의 얼굴이 기쁨으로 물들고 러셀 아내들의 표정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러셀의 행동이 이해가 안 되는 상황.
그러나 러셀이 조금(?) 잘못하긴 했지만, 납치당하고 여자가 꼬시거나 강제로 한 것이 분명했기에 일단 러셀을 달래기 위해 러셀의 아내들은 화를 참으며 러셀을 불렀다.
“러셀?!”
“러셀, 이리 오세요.”
“우리 화난 거 아니에요.”
그러나 미동도 없는 러셀, 러셀은 아내들은 당황했다.
그때 들려오는 러셀의 이상한 언어와 뿔이 난 여자의 목소리.
“$@$@#$?”
“러셀 괜찮아요. 저런 벌레들은 제가 다 처리할 테니. 인간이나 엘프를 함부로 죽이지는 못하지만 레어에 침입한 자들은 별개입니다.”
마치 자신이 진짜 아내인 양 행동하는 뿔이 난 여자, 러셀의 아내와 로리엘의 관자놀이에 핏대가 솟아올랐다.
그리고 자신들을 만만하게 보는지 러셀의 뒤로 숨었던 여자가 앞으로 나서더니, 러셀이 곧 동그란 마법 구 안에 갇혀 한쪽으로 휙 하고 밀려났다.
갑자기 마법 구에 갇혀 한쪽으로 밀려난 모습에 러셀의 아내들 사이에서 러셀의 이름과 욕설이 터져 나왔다.
“러셀!”
“이년이! 감히!”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가장 먼저 뿜어진 것은 수리아의 능력, 수리아가 상대를 향해 대적하는 마음을 품자마자 머리에 뿔이 난 여자는 능력에 휘말려 그 자리에서 벌렁 미끄러지며 굴렀다.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한 여자, 그리고 연달아 들려오는 두 개의 날카로운 소리.
카강
콰직
어느새 사라진 로리엘과 플로라가 여자의 옆에 나타나 바닥을 구르는 여자의 목덜미에 단검과 원형 단검을 다짜고짜 쑤셔 박았다.
대화는 불필요했다. 그리고 러셀의 모습을 보니 더욱 열이 올랐으니 말이다.
“잡았나요?”
둘의 흉흉한 공격에 리젤다가 상황을 묻자 대답하지 못하고 낭패한 얼굴로 급하게 물러나는 로리엘과 플로라, 곧 둘의 표정은 고통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로리엘과 플로라의 손에서 떨어져 내리는 핏방울.
“단단한 비늘이 있습니다!”
로리엘의 외침.
둘이 상처를 입었음을 깨닫고 시트라가 급하게 치료의 신성력을 둘에게 뿜어 손은 바로 치유되었지만, 벌거벗은 여자는 그사이 피부 전체가 반짝이는 검은 비늘로 덮여 공중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조심하세요. 마법을 능숙하게 씁니다.”
“그런데 저 건 뭐죠? 수인 같은데 저런 수인은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리자드맨같이 비늘이 돋아나는데 뿔도 있다니.”
“그런데 아까 레어라고?”
시트라가 수리아 리젤다가 서로를 바라보며 레어라는 단어에서 유추해낸 사실을 깨닫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동시에 외쳤다.
“““요, 용!?”””
그러자 공중에 떠오른 검은 비닐 덮인 여자가 러셀의 아내들을 향해 소리쳤다.
“감히 버러지 같은 인간과 엘프 따위가 위대한 용의 레어에 침입하다니, 모두 다 살아서 나갈 생각은 하지 말거라!”
그리고 러셀의 아내들이 모인 곳으로 용이 거침없이 돌진했다.
콰광
금화와 보석들이 튀어 오르고 금빛 먼지가 걷히자 드러난 것은 방패를 양손으로 들어 용의 돌격을 저지한 수리아.
“쿨럭!”
수리아의 입에서 한줄기 피가 흘러내렸다.
시트라가 그 모습에 놀라 급하게 수리아를 치료할 때, 멈춰선 용의 목덜미에 다시금 로리엘의 불타는 단검과 플로라의 원형 단검이 소리를 내며 내리꽂혔다.
까강
치킹
그리고 거기에 뒤에서 기회를 보던 이실리엘의 활에서 정령력으로 휩싸인 강력한 화살 한 발이 용을 향해 쏘아졌다.
“다들 피해요!”
이실리엘의 다급한 외침.
푸슝
플로라 로리엘이 급하게 그림자 속으로 사라지고 용의 돌진을 막아낸 수리아가 급하게 뒤로 구르자 거대한 폭력이 용을 향해 날아들었다.
분명 가는 화살 한 대인데, 그것은 주변 모든 것을 빨아들이듯 소용돌이치며 날아가, 용의 몸을 갈기갈기 찢을 듯한 위력으로 쑤셔박혔다.
콰쾅
화살임에도 불구하고 화살이 여자의 몸에 직격 하자 그것은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러셀의 아내들과 금은보석들을 사방으로 밀어냈다.
금과 보석의 비가 사방에 뿌려져 동굴 내부가 반짝이고 있었다.
“#$@#$@#$!”
쿵쿵
원형의 구 안에서 러셀이 그 모습을 보고 양손으로 미친 구를 두드리며 소리를 질러댔다.
잠시 후 먼지가 걷히고 드러난 것은 한쪽 어깨에서 피를 뚝뚝 흘리는 용의 모습, 비늘 몇 개가 날아가 그곳에서 솟아난 피가 손끝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입에서 분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 감히 용의 고귀한 육체에 상처를 입히다니!”
뿌드드득
그리고 급격히 부푸는 여자의 몸.
“모두 물러나세요!”
이실리엘이 다급히 명령하자 러셀의 아내들이 용을 피해 급하게 사방으로 흩어졌다.
콰드드드득
여자의 다리가 쑥쑥 자라나고 엉덩이에서 긴 꼬리가 돋아나 굵어지기 시작했다. 목이 길어지고 등에서 거대한 비늘과 날개가 돋기 시작하더니, 잠시 후 드러난 것은 이 세계 최고 최강의 생물인 용.
긴꼬리와 날개, 거대한 육체와 번뜩이는 뿔 그리고 모든 것을 하찮게 내려다보는 눈까지.
새카만 블랙 드래곤이 러셀의 아내들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
용의 본체로 돌아간 발카리아가 동굴 내부로 공포의 기운을 뿌리기 시작했다. 러셀은 보호의 구 안에 있으면 공포의 기운을 받지 않을 테니, 자기 남편을 찾으러 온 버러지 같은 여자들을 처리하기에는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신들과의 약속 때문이기도 했지만, 은혜를 베풀어 조용히 러셀만 데리고 나온 것인데, 굳이 자신의 레어까지 찾아와 죽음을 재촉하다니, 역시 인간은 어리석다고 생각하며 발카리아는 공포의 기운을 동굴 안에 마구 뿌려댔다.
그러자 잠시 후 동굴 안에 공포의 기운이 가득 차올랐다.
‘이제 공포에 질려 살려달라 부르짖겠지?’
발카리아는 미소를 지으며 어서 저것들을 처리하고 아까 더 못한 러셀과의 사랑을 나누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바닥에서 공포에 몸을 웅크리고 있을 벌레들을 찾으려 했지만. 여자들은 모두 각자 성스러운 빛에 싸여 각자 무기를 빼 들고는 자신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뭣?!”
‘여신의 종?’
여신의 종이 뿜어낸 것으로 보이는 신성력이 여자들을 휘어 감고 있었다. 여신의 종이라면 성녀, ‘러셀의 아내 중에 성녀가 있었다고?’ 발카리아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구 속에서 자신을 향해 걱정된 눈길을 보내는 러셀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이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아름다운 영혼의 빛이라면 여신들이 탐을 낼 수도 있는 것. 여신들이 탐낼 정도의 빛이고 자신이 그것을 빼앗았다는 생각에 발카리아는 더욱 고양되어 동굴 안으로 소리를 질러 땠다.
“콰오오오오!”
슈캉.
그리고 그때 다시 한번 어디선가 날아든 화살이 발카리아의 가슴 비늘 몇 개를 날려버렸다.
‘어째서 내 비늘이?! 저것 중에 높은 엘프라도 있단 말인가?’
아까는 인간과 용의 절반쯤 되는 모습이라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완전히 용의 본채로 되돌아간 상황에서 비늘이 날아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용의 비늘을 날리거나 용에게 상처를 낼 수 있는 무기는 많지 않고, 그것이 화살이라면 더욱 그러했다. 그리고 지금같이 용의 비늘을 날려버리거나 상처를 낼 수 있는 활은 단 한 가지밖에 없었다.
세계수의 가지로 만든 활!
그런데 세계수의 활을 쏠 수 있다는 것은 세계수의 딸, 정령들의 친구 높은 엘프들 뿐이고, 그 높은 엘프들은 북쪽에 모여 살기에 이곳에 나타날 리가 없었다.
발카리아가 설마 하는 생각으로 화살이 날아온 쪽을 바라보자 눈에 들어온 것은 반짝이는 금발을 가진 엘프가 잎사귀가 돋은 활을 들고 자신을 겨누고 있는 모습.
“!!!”
금발의 엘프가 용의 비닐에 상처 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무기 세계수의 활을 꼬나쥐고, 자신을 향해 정령력이 터질 것같이 압축된 화살을 겨누고 있었다.
‘어, 어떻게 여기에 높은 엘프가? 여긴 북쪽과 거리가 먼데?’
더군다나 높은 엘프들은 짝에 대한 집착이 강해 죽지 않으면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저것에 상처를 입히는 순간?
꿀꺽
발카리아는 구 안에 갇힌 러셀을 바라보았다.
아니, 성녀에 높은 엘프?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그림자를 넘나들며 자기의 목덜미에 원형의 단검을 쑤셔대는 여자는 그림자의 여신의 능력, 자기 몸에 기어올라 사방으로 뛰어다니는 수인은 수인들의 종족신의 능력을 풀풀 흘려대고 있었다.
‘러셀, 당신의 전 부인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인 거죠?’
발카리아가 마음속으로 부르짖었다.
자기의 남편(?)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대단한 사람인 것 같았다.
* * *